나는 가수 윤복희를 좋아한다. 아니 배우 윤복희를 더 좋아한다.
윤복희는 채 열 살이 되기 전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일찍부터 무대에서 노래를 불러야 했던 소녀 가장이었다.
극단을 운영했던 아버지 윤부길 선생의 영향으로 다섯 살 때 데뷰를 했다고 한다. 윤복희의 본명은 윤복기, 남자 이름처럼 들린다.
윤복희가 1946년 출생이니 80이 코앞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장르를 넘나드는 종합 예술인이다.
미니스커트 하면 바로 윤복희를 떠올리듯이 한국 대중 문화와 공연 문화에 그녀가 끼친 영향은 컸다. 그럼 나는 언제부터 윤복희를 좋아했을까.
어릴 때 누이가 윤복희와 남진이 결혼하는 것을 테레비에서 봤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 누이는 친구들끼리 좋아하는 가수를 두고 남진과 나훈아로 편이 갈려 있다고 했다.
누이는 나훈아를 좋아하는데 남진 좋아하는 친구들이 더 많다고 했다.
이렇게 누이 입을 통해 처음 윤복희를 알았다. 이후 딱히 윤복희가 내 가슴에 들어온 적은 없었다.
윤복희는 가요제에서 상을 받은 여러분을 빼면 명성에 비해 히트곡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노래 여러분을 들을 때마다 많은 위안을 받았다는 정도다.
그러다가 연극 무대에서 윤복희를 제대로 만난다. 나는 한때 연극을 열심히 보러 다닌 적이 있다. 대학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배우 윤복희를 처음 봤다.
<극단 자유>에서 만든 연극은 일반 무대와 다른 독특함이 있었다. 객석과 무대를 딱히 구분하지 않았고 연극 시작 전 로비에서부터 배우들의 무대였다.
그때 문예회관 로비와 연극 무대에서 만났던 배우들은 김금지, 박정자, 손봉숙, 권병길, 박웅, 윤복희 등 쟁쟁한 명배우들이 즐비하다.
연극이 시작되면 배우들이 객석 통로를 거쳐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심지어 상여를 메고 모든 배우가 상여소리를 떼창하며 객석을 돌기도 했다. 그만큼 극단 자유는 파격적이었다.
연출가 김정옥 선생과 무대미술가 이병복 선생의 공연 철학이 담긴 것이기도 했다.
그때 봤던 연극이 <무엇이 될고 하니>, <피의 결혼>, <바람 부는 날에도 꽃은 피고> 등이 있다.
창작극이든 번역극이든 김정옥과 이병복의 손을 거치면 한국적인 무대가 되었다. 심지어 햄릿에 나오는 배우 의상도 한복을 입고 나올 때가 있었다.
윤복희는 이런 무대에 단역으로 양념처럼 나왔다. 햄릿 공연 때는 유인촌이 햄릿, 윤복희는 만장을 든 광대거나 구음만 나오는 목소리 역을 맡았다.
어느 날 연극이 끝난 후 로비에서 윤복희를 만났다. 당시 극단 자유는 공연 후에 배우들이 로비까지 나와 관객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내가 팬이라고 하자 윤복희는 그녀 특유의 눈웃음으로 악수를 청했고 팜플렛에다 싸인도 해줬다. 윤복희는 체구도 작지만 손도 아주 작았다.
윤복희는 어느 인터뷰에서 스스로 광대라고 말했다. 송해 선생이 자신을 딴따라로 불렀듯이 광대라는 말도 본인 직업에 대한 당당함이 있어야 한다.
이런 호칭을 비하 발언이라고 발끈하는 사람일수록 열등감이 많다. 윤복희는 광대라는 직업에 당당해서 아름답다. 이후 나는 윤복희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내가 윤복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지인이 어느 날 음반을 선물했다.
그도 윤복희 팬이었다. 음반 자켓에 한복을 입고 살풀이를 추는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표제곡인 삶이란 노래를 매일 반복해서 들었다.
그녀가 무대에서 맡았던 역을 에둘러 표현한 곡이다. 귀족과 평민 사이의 사랑이 신분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을 겪는 아픈 이야기다. 국악풍의 선율도 가사만큼 슬프다.
젊을 적에 질리도록 들었던 이 노래가 지금도 변함없이 좋다. 한 번 들으면 서너 번은 반복해서 듣는다. 윤복희는 이 노래 하나로 오래도록 내 가슴에 남았다.
첫댓글
예인藝人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내 삶을 던져 불꽃으로 살아간다는 말이다
불꽃이 화려해 보이나 타고나면 그뿐
남는 게 없을지라도 그 정신만은 명맥을 유지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간문화재와 명창으로 전해오지만
그 그늘에 가려진 삶을 우리는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서 예술하는 사람을 존경한다
오매야! 호태님,
어찌 이렇게도 제 마음과 똑 같을까요.
저는 광대라는 이유로 핍박받던 시절에도 질경이처럼 살아 남은 그들을 존경합니다.
판소리 명창뿐 아니라 굿하는 무당까지도요.
불꽃 같은 삶이라는 호태님 말씀에 가슴이 뜨끔해집니다.ㅎ
아하...윤복희가 그렇군요..
아가씨적에 나보고
단발머리에 까망안경쓰고 리버사이트 나이트클럽에 가니
가수 이선희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고..
찌라시 머리에 빠글빠글 퍼머해서 깡마를적엔
윤복희 닮았다고 해서...엄청 싫어 했더랬는데...ㅋㅋ
퍼머 단발했더니...윤시내 닮았다고 하고...ㅋ
또 언젠가는 가수 자두 닮았다고 하고....
난 노래도 딥다 못하는데...닮은것 같다는 사람은
모두 가수네?...ㅎㅎ
그래두 윤복희에 대해 다시한번 관심 갖습니다~~
연예인이 겉으로는 화려한 삶이지만
남의 눈을 늘 의식하며 살아야 해서 고독하다 하더군요.
그럼에도 윤복희가 어느 인터뷰에선가 자신은 축복 받은 삶이라며 늘 감사하게 산다데요.
이선희, 윤복희, 윤시내, 자두까지 다들 매력 있는 가수입니다.
이더님 글이나 사진 보면 무척 쾌할하고 긍정적인 분이란 생각이 들던데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