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따르릉따르릉.
아침부터 전화벨이 시끄럽게 울려댔다.
남자는 단잠을 깨우는 그 소리에 인상을 구기며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들었다.
“..여보세요..”
“김기자!! 지금 자고 있을 때가 아니야!! 대박이야, 정말 말 그대로,
완전 대박이라고!!!”
“....편집장님...?”
“그래, 빨리 준비하고 나와!! 지금 온 세상이 발칵 뒤집혔어!!”
달칵.
전화는 끊어 졌다.
남자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전화를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 그 단어만큼은 제대로 기억되어 있는 터였다.
대박.
자신의 상사가 이토록 흥분 할 수밖에 없는,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는 대박.
김경석은 기자의 본능 탓인지,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욕실로 향했다.
* * *
“김기자, 이쪽이야!! 왜 이렇게 늦었어!!”
“편집장님?”
“그래, 빨리 와- 앞쪽으로 가자고.”
편집장은 그 넉넉한 몸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유연하게 움직이며 사람들을 헤치고 앞쪽으로
향했다. 경석은 아직도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그가 가는 데로 따랐다. 그들이
헤치고 지나가는 엄청난 인파..
필시, 이는 대박 이었다.
“편집장님, 이쪽이에요- 여기요!!”
“어, 박기자!!”
경석은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침부터 요란한 전화에, 편집장이 직접 나선 걸로도 모자라 박기자까지.
연예부 기자 생활이 벌써 수년째지만, 이런 일은 한번도 없었다.
.....대체 얼마나 큰 대박 이길래, 연예부 사람들이 총출동 한 것이다..
일단 경석은 박기자와 편집장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박기자는 벌써 노트북을 펼쳐들고 무언가를 바삐 하고 있었다.
편집장도 심각한 얼굴로 자신의 다이어리에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경석은, 지금 당장 이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한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대체 어떤 대박인지, 그에게 말해줄 사람이 필요 했던 것이다.
“편집장님, 대체 무슨 일입니까?”
“어? 내가 아직 말 안했나?”
“전혀요- 그저 대박이라고만 하시고 빨리 나오라고 하셨잖아요.”
경석은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퉁명스럽게 느껴져 순간 아차 했지만, 편집장은 그런 것에 신
경 쓸 여유가 없는 듯 했다.
육중한 몸집의 편집장이 자뭇 심각하면서도 흥분된 표정을 지어보였다.
“김기자, 잘 들어. 이건 그냥 대박이 아니라 몇 년 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초대형 핵폭탄이라고.”
편집장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후... 강가온이 돌아왔어..”
“네?”
“강가온 말이야, 강가온.
그 3년 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전설속의 대스타 강가온!!!”
경석은 도무지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난데없이 강가온 이라니..
믿기 힘든 이야기였지만, 필시 이 많은 인파가 모인걸 보면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이것 하나 만은 분명했다.
강가온, 그의 복귀가 사실이라면, 이는 필시 핵폭탄급이다..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만한 거대한 사건이었다..
“김기자, 뭐해? 빨리 준비해!! 여기서 기자회견 끝나는 즉시 바로
원고 편집해서 인쇄 들어 갈거야-
모처럼 만의 기회라고. 그렇게 넋놓고 있을 시간없어!!
이건, 시간 전쟁이야-
우리 눈앞에서 황제의 귀환이 시작되는데 이걸 놓칠 순 없지!!
빨리 서두르자고!!!”
...그제서야 상황이 제대로 파악된 경석..
그는 옆의 두 사람을 힐끔 한번 보고는 자신도 황제의 귀환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
..
약 2시간 후. 검은 옷을 차려입은 덩치들이 회견장으로 들어섰다.
그들은 회장의 모퉁이마다 서서 사람들에게 위협적인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보디가드들이 등장했다면, 이제 곧..
...
“와!!!!”
“진짜야?!!! 진짜 였어?!!!!!!”
“....강가온!!!!!! 가온이다!!”
장내가 사람들의 웅성이는 소리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공기가 한껏 부풀어 올랐다.
회견장의 한쪽의 문을 통해... 드디어 그,
가온이 모습을 들어 낸 것이다.
이로서 그토록 기다리던 황제가 돌아온 것이다..
..
“가온씨, 3년동안 아무런 활동도, 소식도 없다가 정말 갑작스럽게 컴백을 발표
하셨는데요- 여기에는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3년전의 저는 화려한 조명아래,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었습니다.
저에게, 그 사랑이... 아니 그때와 같은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 말씀은, 대중의 환호나 무대가 그리우셨단 의미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일순간, 어수선하던 장내가 물을 끼얹기라도 한 듯 조용해 졌다. 수십- 아니 족히 백은 넘
어 보이는 기자들이 쉴 새 없이 눌러대던 찰칵거리는 셔터소리도, 사방에서 번쩍이던 플래쉬
도 모두 멈추었다. 그 곳에 모인 이들의 수없이 많은 눈들은 가온. 이 한 남자에게 고정된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하지만 가온은 자신 앞에 놓인 물로 메마른 목을 축였다. 이는 가
온 역시 긴장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게 숨을 조이는 듯한 침묵이 얼마간 계속되고서야,
이곳에 모인 모든 이들의 관심사-가온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제가.... 이 자리에 다시 서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는...
아니, 제가 이 자리에 다시 서야만 했던 이유는...
저, 강가온 이란 남자가 한 여자를....너무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런 남자의 발언. 회견장은 아까보다 더욱 술렁이기 시작했다. 좀 전까지만 해도 멍하
니 넋 놓고 가온이라는 남자만을 뚫어져라 보고 있던 기자들이 다시금 바빠진 것이다. 어디
론가 전화를 걸기도 하고 분주히 손에 든 펜을 움직이기도 했다. 멈추었던 카메라 셔터소
리, 웅성거리는 소리, 번쩍이는 조명...
이 모든 것들이 다시금 생기를 띄고, 필사적으로 가온- 한 사람을 향했다.
“...여러분들께 부탁을 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그녀와 제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얻기 위해서 입니다..
저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너무 높은 벽이 가로막고 있어서..
여러분의 도움을.... 구걸하는 겁니다..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저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하고 싶은....
한 남자 일뿐입니다..”
“잠깐만요, 가온씨- 그 여자분은 누굽니까?”
“...그건 아직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빠르면 3일 정도 후에, 다시 한차례 기
자회견을 가질 예정입니다.. 그 때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온은 고개를 한번 숙여 보이고는 천천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때, 좌중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김기자 였다.
“가온씨, 그럼 가온씨를 막고 있다는 그 높은 벽이 무엇입니까?!!”
잠시 가온의 눈에 쓸쓸함이 비춘 듯 했다. 그는 한숨과 함께 시선을 아래로 한번 내리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기자들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여태껏 들었던 중 가장 쓴 목소리
로... 한 마디를 하는 것이었다.
“....그건.. 대한민국 헌법입니다...”
가온은 그렇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는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남은 기자들은 알쏭달쏭한 그
의 말을 나름대로 해석해서 앞 다투어 사무실로 기사를 보내기에 바빴다. 김기자와 박기자,
그리고 편집장 역시 정신없이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역시, 편집장이 직접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특종, 그것도 몇 년이 아니라 몇 십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대 특종이었다.
3년 전, 갑자기 그 자취를 감추어 버렸던 전설과 같은 대스타 가온.
조각 같은 환상적인 외모에, 연기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 그리고 열정.
그는 진실로 하늘의 별처럼 아련하면서도 눈부신, 스타중의 스타였다.
국내외의 시상식이란 시상식은 모조리 휩쓸어 한국영화를 세계에 널리 알린 당당한 한국의
배우. 모든 영화를 사랑하는 한국인들의 가슴에 자부심 이란 것을 심어준 그는 스타이기 전
에 온 국민의 자존심이었다. 아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세계적인 예술계의 거장들이 한국
을 방문할 때마다 가온이란 한 남자에 대해, 극찬을 늘어놓았던 것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이다.
‘가장 아름다운, 살아있는 조각상’.....
그런 가온이,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던 그 가온이 3년 만에 돌아왔다.
이로 인해.. 정말 말 그대로,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가온의 기자회견 이후 나라 안의 스포츠 신문, 인터넷 뉴스, 일간지, 심지어는 9시 뉴스까
지 가온의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싣고는 앞 다투어 그의 이야기를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가온, 3년만의 사랑고백?!]
[가온, 헌법에 도전장 내밀다!]
[가온의 그녀는 누구인가]
하지만 이도 잠시, 한 일간지에서 대서특필한 가온의 또 다른 특종에 의해 이내 잠잠해 졌다.
[가온, 비밀리에 제작한 영화개봉 임박! - 영화의 원작 소설도 동시출간 예정]
게다가 이 기사는 가온의 최측근에서 흘러나온 것이라 그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3년 만
의 갑작스런 컴백으로 큰 충격을 준 가온이 그동안 비밀리에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 엄
청난 기사에 사람들은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과연 이 수퍼루키를 품에 안은 행운의 감독은 누구인가-
영화의 내용은 무엇이며, 가온의 상대배우는 누구인가... 가온의 출연료는 얼마일까... 또
영화개봉일은? 원작 소설을 썼다는 사람은 누구일까?
가온에 대한 수없이 많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늘어졌다. 그러나 이 질문들
에 대한 답변을 해줄 사람은 단 한사람도 존재하지 않았다.
가온, 단 한사람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3일, 처음의 기자회견 때 가온이 언급했던 3일이 흘렀다.
그렇게 꼬박 3일 후, 온갖 의문들의 열쇠를 쥔 가온이 카메라 앞에 섰다.
사람들의 이목이 오직 한 사람에게로 집중된 가운데 가온은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그의 표
정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고, 일말의 단호함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그의 짙은 어둠 빛
의 눈동자만은 슬픔이란 감정을 내비치며, 사람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가온의
왼쪽에 앉아있던 남자- 가온의 매니저 박수원이 일어섬으로서 두 번째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우선 이렇게 많은 기자 분들, 리포터 분들께서 참석해 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
로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은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가온씨의
영화와 소설에 관한 것들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일단, 이번 영화와 책으
로부터 얻어질 수익금은 전액 사회에 환원될 것임을 말씀드리고, 한 분씩 질문
을 해 주시면 그에 관한 답변을 해 드리는 형식으로 회견을 진행하겠습니다.
단, 여러분들이 해 주시는 질문에 대한 답은 제가 하며, 가온씨는 잠시 후에
따로 말씀을 드릴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가온씨에게 질문하시는 일은 삼가
주셨스면 합니다. 그럼, 시작하죠- 바로 앞에계신 분부터.”
남자의 지목을 받은 [TODAY]의 김경석 기자. 오늘은 박기자도 편집장도 없이 그 혼자였다.
다행히도 일찍부터 서두른 탓에 가장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이렇듯 첫 질문을 하게
된 것이다. 감이 좋았다..
김기자는 안경을 손끝으로 밀어올리고는 펜으로 자신의 수첩 한 면을 빼곡히 매운 질문들
중 가장 윗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영화의 감독은 누구이며, 또 가온씨의 상대배우는 누구입니까?”
김기자의 질문에 박수원은 장내를 한번 둘러보며 뜸을 들이더니 곧, 차분한 어조로 답했다.
“영화의 감독은 가온씨 자신입니다. 그리고, 함께 출간되는 책의 작가 역시 가
온씨입니다. 상대배우는......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실, 이지아 씨입니다.”
순간 거의 모든 사람의 눈에 똑같은 표정이 비추었다. 물론 그것을 입 밖으로 내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지만 그들은 머릿속에 같은 생각을 하며 같은 느낌을 공유하는 중이었다.
이지아.
그녀는 국민 배우라는 타이틀이 붙었을 만큼 대중에게 친숙했으며, 또 특유의 신비로운 아름
다움을 가진 톱스타였다. 가온과의 스캔들로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그녀. 대한민국의 최
상급 스타들의 핑크빛 소문에 대중들은 열광했고, 또 흥분했었다. 그런데, 3년 전 가온이 사
라졌다. 그가 갑작스레 종적을 감추었던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더욱 흥분할 일이 뒤따라
일어났다.
이지아, 그녀 역시 돌연 연예계 은퇴선언을 해 버린 것이었다.
항간에 둘이 사랑의 도피를 하는 거란 소문이 떠돌 때에도 침묵으로 그 답을 대신 했던 이지
아.. 가온과 함께 사라졌던.. 스타.
그랬던 그녀가 돌아왔다....
그것도 한때 핑크빛 소문을 뿌리던 그 남자의 파트너로서.
충격, 가온의 컴백에 이은 두 번째 충격이었다..
“가온씨가 말씀하셨던 사랑하는 여자분이, 이지아씹니까?”
두 번째 질문. 직설적이었다.
하기는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모두가 추측하지만 말하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내심 그런 질문을 던져준 그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이지아씨는, 순수한 우정으로 출연 해 주신 겁니다..”
“그럼, 가온씨와 함께 이지아씨 역시 컴백하시는 겁니까?”
“....아닙니다. 그전에 이 질문에 대해서는 이지아씨에게 특별히 부탁을 받은 부
분이기 때문에 답변을 해 드리는 것임을 말씀드립니다. 이 외의 이지아씨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은 없을 것입니다.
이지아씨는, 앞으로도 연예계 복귀하실 의사가 없으시며, 이 영화가 공식적인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 하셨습니다.”
“영화 개봉일은 언젭니까?”
“원래 예정일은 내일이었으나, 준비가 늦어지는 관계로 3일 뒤가 될 것입니다.
....질문은 여기서 그만 하겠습니다..어느정도는 답변이 되셨을 겁니다.
그럼, 가온씨의 말씀을 끝으로 기자회견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박수원이 뒤로 물러났다.
사람들은 또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제, 가온의 차례였다.
“.....3일 후에 개봉할 영화와, 출간할 소설은 모두 제가 준비했습니다.
그 이야기들에는... 제가 사랑했던 그녀와 저의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여자와, 냉정하고 모질었던 남자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저는 많은 분들이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주시길 바랍니다....
저와 함께 그녀를 기억하고, 또 사랑해 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3일전의 기자회견에서 제가 드렸던 말씀을 기억하고 계실겁니다.
제가 목숨보다 사랑하는 그녀와 영원히 함께 하기위해 도움을 구걸한다고....
여러분의 힘이 필요하다고 했던 말....이 모든 게 진실입니다...
여러분이 저와 그녀의 이야기를 공유해 주시면.. 저는 힘을 얻습니다.
그로 인해 그녀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게 됩니다...
저를 가로막고 있는 벽이, 대한민국 헌법이란 말을 기억하십니까...
그 말 역시... 진실입니다... 저와 그녀 사이에 놓인 벽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이는 결코 헌법을 위반하거나 무너뜨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절... ...응원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가온은 마지막 말에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그.. 살아있는 조각상의 눈에서.. 한 방울 투명한 것이 흘렀다..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여전히 모호한 가온의 한마디, 또 한마디.
그러나 김기자는 직감했다.
대체, 어떤 사랑인지는 몰라도.. 그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것.
가온, 한 남자로 인해.... 얼마나 많은 눈물들이 흐를지....
경석은 미리부터 가슴 한쪽이.. 시려오기 시작했다.
2nd。
“좋은 아침!”
“어머, 윤PD님 일찍 나오셨네요? 커피한잔 드려요?”
“좋죠, 고마워요 은혜씨.”
기영은 기분 좋게 아침 인사를 건네고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커피한잔 할 수 있는 여유로
운 아침을 좋아하는 그녀였다. 커피 한잔과 함께 책상위에 놓인 것들을 이것저것 뒤적이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꽤 편안함을 준다.
“윤PD님, 여기 커피요.”
“아, 고마워요. 역시 아침엔 커피가 제격이죠?”
“이러다 PD님 일 그만두시고, 커피회사로 가시는 거 아니에요?”
“어머, 그게 좋을까요?”
두 여자는 가볍게 웃음소리를 흘리며 그렇게 간단한 담소를 나누었다. 커피향이 코끝을 자극
하고 그 부드러운 맛에 아침의 피로가 조금씩 풀려 가는 것이 느껴졌다.
“참, 윤PD님은 영화 먼저 보실 거에요, 아님 소설먼저 읽으실 거에요?”
“..영화요? 무슨....?”
“가온 말이에요.”
“아아...... 그 가온이요? 전, 관심 없어요..”
기영은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다시금 머그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그런 그녀를 동그란 눈으로 바라보던 은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어? 왜요? 요즘 그 것 때문에 다들 난리잖아요? 전, 윤PD님도 그러실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관심 없으세요?”
“음....전 왠지 그런 것 싫더라구요.. 연예인에 대한 맹목적인 관심 같은 거.”
“정말요? 그렇지만, 가온이잖아요- 그 사람이 사랑을 하고 있다 잖아요..”
“....은혜씨, 전 가온이라서 더 그런걸요. 너무 경쟁률이 치열한 남잔 별로잖아요~”
기영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가온의 열혈 팬이 마음상하지 않도록 농담처럼 대꾸 했다. 그러
자 은혜는 눈가를 한번 찡긋 해 보이더니 이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윤기영, 그녀는 비록 방송 일에 종사하고 있었지만 결코 연예인에는 관심이 없었다. 주위사
람들이 누구는 어때요? 누구는 어때요? 하고 연신 물을 때에도 그저 심드렁하게 대꾸하고는
마는 것이었다. 그건 모두 연예인들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에서 나오는 그녀만의 반응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무슨.... 그게 다 상술이지.... 아직도 그런 거에 정신 못 차리는 사람들
이 있나봐? 국민의 자존심? 그런 배우 하나가 무슨 국민의 자존심이야-?
지하에 계신 조상님이 노하시겠네!’
언젠가부터 연예인에 대한 기영의 무관심은 일방적인 비난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녀 자신은 비록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바로 3년전쯤의 어느 날부터 말이다.
...
.....
..
“야, 영화부터야!!”
“아니야- 뭐니 뭐니 해도 소설을 먼저 읽어야지!!”
“어차피 둘 다 볼 건데 순서가 무슨 상관이야?! 아무거나 해!”
김경석 기자는 지하철 내부의 소음에 자기도 모르게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출근길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의 주제는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모두 [가온]이었다.
‘후...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이 난리들인데... 영화개봉하면 볼만하겠군.’
경석은 한시라도 빨리 지하철이 자신의 목적지에 다다르기 만을 바라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시하려 애썼다. 오늘따라 지하철이 더디 가는 것 같았다.
..
...
“여어, 김기자!!”
“어, 박기자-”
사무실에 도착하자 먼저 출근한 박기자가 손을 흔들어 보이며 경석을 맞아 주었다. 하지만
그런 박기자의 얼굴이 까칠한 게,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경석은 한숨부터 나왔다. 톱스타
로 인해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어 졌다면, 그 최전선에 있는 연예부 기자들은 어떻겠는가.
그야말로 죽어나는 것이다.. 경석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따라서 그런 심적인 스트레스 덕
에 가온에 대한 말은 요즘 들어, 단 한번이라도 곱게 나오는 법이 없었다.
“그래, 그 대단하신 가온 효과는 어때? 아니, 가온황제님이라고 해야 하나?”
“황제는 무슨.. 뭐, 말할 것도 없지- 불경기는 무슨 불경기냐. 영화 예매율만
97%에, 벌써 예약 된 책도 몇 만부 인지 통계도 안 나올꺼다...”
“후.... 우리도 그 영화 봐야겠지?”
“그렇지, 적을 알아야 이긴다잖냐- 그게 우리 할일이지.”
“....그래.. 적을 알아야지. 후... 오늘도 수고하자고-”
수고하란 경석의 말에 박기자는 경석의 어깨를 한번 툭 치고는, 다시금 자신의 자리로 돌아
가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경석은 그런 박기자를 보며 자신도 빨리 일을 시작해야겠다 싶
어 자리에 앉아 이것저것 정리 해 보려했지만, 역시 상대는 악명 높은 가온이었다. 편집장
이 다른 언론매체들 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기사를 뽑아내라고 아무리 닦달을 해도 도무지
쓸 거리가 없었다. 악명 높은 가온이기 때문에. 3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온의 그 철통같은 보
안유지 덕에 기자들만 고생이었다. 아무리 뒤져봐도 작은 먼지하나 들어갈 틈 없는 완전철벽
요새 가온...
경석은 답답한 심정에 애꿎은 볼펜꼭지만 물어뜯었다.
역시 방법이 없었다. 가온, 그가 직접 입을 열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번에도 가온의 영화가 개봉할 날만을 손놓고 기다려야 하는 것이었다.
..
...
..
“네, 여기는 가온씨의 새 영화가 개봉하는 극장 앞입니다.
첫 회 상영이 아직 2시간 남짓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극장 앞은 사람
들이 길게 늘어섰는데요. 아직 제목도 발표되지 않고,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는
영화인데도 국민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영화 제목은 첫 회 상영 20분전 관객의
입장이 시작됨과 동시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영화의 제목도 내용 못지
않게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상, 현장에서 보내드렸습니다.”
..
...
“여기는 가온씨가 직접 쓴 영화의 원작 소설이 판매될 시내의 한 서점 앞 입니
다. 아직 서점의 문이 열리지도 않았는데요, 많은 분들이 줄을 서 계신 모습
입니다. 이 책을 구입하고자 하시는 분들이 워낙 많으셔서 책의 수량이 부족하
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서점 측에서는 일단 예약 된 수만큼은 따로 준비해
두고 그 나머지 분량만 선착순으로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마, 그 때
문에 아직 책을 예약하지 못하신 분들이 새벽부터 길게 줄을 서신 것 같네요.
가온씨에 대한 애정 때문인지, 책에 대한 관심이 무척이나 뜨겁습니다.”
....
..
....
“네!!! 드디어 관객들의 입장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처음 알려진 대로 영화의 제목도 공개가 되었는데요-
입장 20분전, 대형 현수막이 극장 전면에 개시되었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명월(明月)>입니다!!!
그런데 제목이 공개 된 이후 극장 앞의 다수 팬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보이는데요.. 아마도, 기자회견 당시 가온씨의 슬픈 모습과 공개된 영화의 제
목에서 오는 쓸쓸함이 겹쳐져 그런 것 같습니다.
명월..... 네, 아련하면서도.. 어딘지 쓸쓸한 느낌이 나는데요...
영화 속에 담겨 있을 가온씨의 사랑의 모습이 어떠할지.. 많은 분들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
..
..
“드디어 책이 독자들의 품에 안기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제가 들고 있는 이 책이 화제의 <명월(明月)>이란 책인데요....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그 깊은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우선 표지.... 네, 너무나 아프게 울고 있는 가온씨의 사진이.....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 명월... 달 이란 단어가 이렇게 쓸쓸한 느낌을 주는
걸까요.... 서점을 찾은 팬들은 책 표지의 가온씨 사진만으로도 벌써부터 눈가
가 붉어지는 모습들 인데요... 한 남자의 사랑이 과연 슬픔으로 끝날지 지켜보
아야 겠습니다..”
..
...
..
그리고 얼마후.....극장앞도 서점앞도..... 눈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영화의 첫 회를 볼 수 있는 영광을 안았던 이들은 영화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도... 가슴
이 죄여오는 듯..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눈물이... 결코 영화에 대한 감동에서 나오는 눈물이 아님을..
그들은, 그 수많은 사람들은... 진심으로 아파하고 있었다.
그들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고.. 진실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서점 앞은 책을 펼쳐 든 사람들이 흐느끼는 소리로 가득했다. 그들의 손에 들린
<명월(明月)>이란 책이.... 눈물에 푹 젖어나도록 그들은 울고 또 울었다...
어떤 이는 오열하기도 했다. 어떤 이는 눈물로..책장을 넘기질 못했다...
책 표지속의...... 목 놓아 울고 있는 한 남자처럼.. 모두가 울고 또 울었다.
가온... 한 사람의 사랑이.. 대한민국을 울리기 시작했다...
..
....
..
“가온아.. 시작됐다..”
“...그래.”
“......미안하다....”
“후...... 한번도 형 원망 한적 없단 거.. 형도 잘 알잖아..”
“그래도... 미안하다....”
수원은 소파에 깊게 몸을 묻고 앉아 있는 가온을 차마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가온은 연신 괜찮다며 희미한 미소마저 보이고 있었지만, 수원은 자신을 죄여오는 죄책감과
미안함에 결코 눈을 들지 못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만큼.. 이토록 절절한 사랑에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했던 것일까....
내가 이 남자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
3년 전.. 하늘의 별이 떨어졌었다.. 그리고 그 별은 점차 생명을 잃어갔었다.
별똥별이 다시 하늘의 별이 될 수 없듯..
그 별 역시 그렇게 땅에 파묻혀 죽어갔었다.....박수원, 이 못난 놈에 의해서.
수원은 그 일이 모두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서 가온이 무너져 버린 후로 한시도 마음이 편
할 날이 없었다. 아니, 차라리 그 불편함은 벌이라 생각하고 달게 받은 참이었다.. 다만, 초
점도 없는 눈으로.. 자신을 보며 명월을 찾던.... 그 가온만큼은..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런
가온을 보는 것만큼은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온을 다시 일으키기로 했다.
아니, 스스로 갈라놓았던 그 사랑을 다시 이어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명월.
그 한마디에 가온이 일어섰다.
흔적도 없이 무너져 내렸던, 가온이 일어섰다.
수원은 처음으로 신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명월에 감사했다..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했었다..
수원은 옛 생각에 다시 가슴 한쪽이 아려오는 것을 느끼며, 여전히 소파에 파묻혀 지그시 눈
을 감고 있는 가온을 바라보았다.
바로 지금의 가온이 그 어느 때보다도.. 멋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온아, 그럼 그건 언제 발표 할 거냐?”
“......”
“그것 때문에 영화도, 소설도 준비 한 거잖아... 그냥 빨리 하는 게 어때....”
“.......아니. 아직은 아니야, 형.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울고 나서, 그 때 하자...... 그때 할래..”
“.......그래.. 조금 더 우는 것도 괜찮겠지... 그래...”
...
......
...
..
-8년 전.
“아버지! 와요! 온다구요!! 서울서 온다던 손님들이 와요!!”
열 다섯.. 아니면 열 여섯...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아이 하나가 마당을 이리저리 뛰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조금은 상기 된 얼굴의 굉장히 들뜬 모습이었다.
“아버지! 빨리 나와 보세요! 서울 손님들이 도착하겠어요!
빨리요, 빨리! 아버지!!”
그런 소녀의 소란이 효과가 있었는지, 대청마루 앞의 문이 스륵 열리더니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정균, 소녀의 아버지였다.
문을 나서는 정균의 모습에 소녀는 더욱 신이 난 듯 했다. 까르르- 마당가득 구슬 같은 웃음
들을 쏟아내며 한껏 부푼 모습이었다.
“.... 손님들 놀래신다. 좀 얌전히 있어라...”
“헤헤.. 아버지! 손님들 오시면 가만히 있을 거에요!
그치만, 지금은 너무 좋아서 저절로 이렇게 뛰어지는 걸...?”
“그렇게 좋으냐?”
“그럼요- 좋지요, 좋고 말구요~!!”
정균은 그런 딸애의 모습을 바라보며 못 말린 다는 듯 고개를 내 저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
에도 소녀와 마찬가지로 기분 좋은 웃음이 가득 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대문 저만치에 까만 자동차 한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좁은
시골길을 따라서 반가운 손님들이 드디어 도착 한 것이다.
..
...
..
“한선생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아이고- 수원이.. 어서 오게.”
“선생님, 절부터 받으십시오..”
“아니, 이 사람아- 마당에서 절은 무슨~ 어서 안으로나 들어가세.”
“예.. 저, 그런데.... 그 전화로 말씀 드렸던....”
“아, 그 총각 말인가..? 다쳤다는?”
“...죄송합니다.... 갑자기 이런 부탁을 드려서.. 괜히......”
“아니야, 아닐세.. 손님은 무조건 환영이래두- 저길 보게나..”
수원은 한선생이 손끝으로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는.. 여전히 밝은 표정으로 휠체어를 밀며 오는 소녀가 있었다.
“그것 보게~ 내 딸애도 환영한다지 않는가! 저 총각은 참 잘 생겼구만!
그럼, 수원이 자네보다 더 환영일세!!”
“...하하..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래그래, 이야기는 안에 들어가서 하세나- 얘야!!”
소녀는 아버지의 말에 휠체어에 탄 사람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발길을 서둘렀다.
몇 일전서부터 마당과 길의 돌들을 다 치워 둔 터라 휠체어가 움직이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
다. 바퀴가 고운 흙길을 구르며 부드럽게 움직였다.
“아버지이!”
“오냐, 그래 그래- 수고 했다. 잘생긴 총각도 어서 오게~”
“.....예.. 이렇게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이렇게 앉아서 인사를 드리네요.. 죄송합니다..”
“아닐세, 아닐세~ 그런 건 신경쓰지 말고, 편안히 지내게나-
수원이나 자네나 모두 귀한 내 집 손님일세-!”
“....예.. 참, 저는 강가온 이라고 합니다..
수원이 형한테 선생님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가온이? 한글 이름인가 보구먼? 좋은 이름을 가졌구만, 허허..
참, 수원이 요놈이 한 말은 다 잊어 버리게~ 요 요 괘씸한 녀석이 지 스승
나쁜 말만 죄- 했을 게야! 허허..”
“아..아닙니다... 형은.....”
“어허! 농담일세~
참, 이쪽은...... 아, 지금은 눈을 다쳤다 했지..?
....그럼 본인이 직접 소개를 해야 겠구만- 응?”
“....아버지이.......”
“아니 얘가 왜 이리 몸을 베베 꼬누.. 허허.. 몇일전부터 서울 손님 언제오나
대문만 지키고 섰더니.. 고새 입이 딱 붙은 게야?! 어서 인사해야지-”
소녀는 아버지의 거짓 으름장에 흘끔, 눈치를 한번 보더니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
고 후- 하고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저.... 그러니까.....
저는... 한..명월.... 이에요.......”
3rd。
자, 긴장풀고- 가온씨, 준비됐지? 레디- action!!
감독의 큐싸인이 떨어짐과 동시에 가온은 이를 악물고 매섭게 말을 몰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에 그의 머릿속에는 나라를 찾기 위한 고구려 무사의 긍지 따위는 없었다. 오직 짓밟힌
자존심과 분노만이 가득 할 뿐이었다. 조두식 회장, 그가 한 남자의 배우로서의 자존심을 완
전히 짓밟아 버렸다.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조회장의 돈이 그것을 짓밟은 것이었다.
....
..
‘....가온, 오늘 촬영 때, 사고인 것처럼..... 말에서 떨어져라...’
‘......뭐..뭐라고? 왜..? 뭣 때문에......?!’
‘후..... 조회장이 치명적인 구설수에 오른 모양이야......
기자들이 그 일에 대해 입다물어주는 조건으로 너에 대한 기사를 하나 주기로
했다더라... 그래서 오늘... 네가 낙마 하는 걸로... 그렇게 이야기 끝냈어.......’
‘....형..! 그건.. 말도 안돼.. 나도 사람이야- 나도, 목숨 붙어있는 사람이라고!!
날 망가뜨려서 그 더러운 소문 막는 방패막이로 쓰시겠다.....?!
나 같은 건 말에서 떨어져 목이 부러지든, 아니면 아예 콱 죽어버리든-!!
그딴 건 아무상관도 없이..?!! 그래? 그런 거야?!!’
‘....그래. 지금 당장 네가 어떻게 되든 말든, 넌.... 해야 돼.
아무리 더럽고 추악한 짓이라도-! 조회장이 시키면, 넌!! 해야 돼!!’
‘...형, 수원 형! 형까지 왜 그래..? 형은 내 편에 서야 하는 거 아니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형이... 날 이렇게 내 몰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나도 알아!! 하지만... 너 아직 햇병아리에 불과해-
앞으로 더 가려면 오늘은 기어야 된다고! 네가 지금 서있는 그 자리?
그것도 조회장 없었으면 꿈도 못 꿨을 자리야!
만약 여기서 조회장이 등 돌리면 넌 그야말로 끝이야!!
배우로서는 물론이고, 인간으로서의 삶까지- 모조리 다 끝나는 거라고!!’
..
......
가온은 미친 듯이 달렸다. 저쪽에서 스탭들이 속도를 늦추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가온은 오
히려 더 박차를 가하였다.
사막의 모래들이 희뿌옇게 날렸다. 그 모래들처럼 가온도 날고 싶었다....
그 순간, 눈물이 흘렀다. 치욕과 울분이 담긴 쓰디 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가온은 두 손으로 꼭 감아쥐고 있던 말고삐를 놓았다.
가온의 몸이 사막의 모래처럼 공중으로 날아 올랐다.
.....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 것도 같다...
...
......
..
[가온, 영화 ‘불멸의 고구려’ 촬영 중 낙마-]
[가온 부상 후 잠적?! 영화 촬영에 차질]
[치명적인 부상- 가온, 그는 재기할 수 있을 것인가...]
..
.....
‘.....가온아...’
‘됐어....... 결정도 내가 했고, 고삐를 놓는 것도 내가 했어...’
‘.........미안하다..’
‘.......검사....결과는 나왔어..?’
‘.......어..’
‘...뭐래..?....’
‘다행히, 큰 이상은 없다더라...’
‘....그럼, 내 눈은...? 왜..... 안 보이는 거래...’
‘....그게..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아무래도 심리적인 요인 때문인 듯하다더라...’
‘그럼..... 다시 보이긴.. 할거래....?’
‘....보일거야.. 그래, 네가 마음만 굳게 먹으면- 반드시.. 다시 보일 거다...’
‘그래....? 그렇겠지....?’
‘...저..가온아.....’
‘.......’
‘....조회장 말이야.. 낙마... 만으로는 부족하대.. 그래서.....
한 한달 정도만.. 네가 잠적 하는 걸로 해달라고.... 그러더라...
사고 후 후유증으로 충격이 커서.... 그래서 사라지는 걸로...
.....그렇게 하자더라.......’
‘......’
‘잠시.... 정말 잠시 동안만 그렇게 하자....
이 김에 좀 쉰다고 생각하고... 네 눈도 좀 쉬다보면, 더 빨리 좋아질거야-
후...... 너 가 있을 곳은, 내가 미리 알아봐 뒀다....
나 대학 때 담당 교수님 댁인데.. 지금은 낙향하셔서 글 쓰시고 계셔...
공기도 좋고, 선생님도 좋으신 분이니까... 지내는데 불편한 건 없을 거다..
거기서, 한달 정도만 푹 쉬자... 응?
그땐 내가.. 반드시 너 데리러 갈게...
...진짜.. 미안하다..... 너 이런 꼴이나 당하게 해서...’
‘......됐어.. 쉴 때도 됐지 뭐.. 쉴 때도 됐어, 이 정도면....’
..
......
...
.....
“아저씨이- 가온이 아저씨!! 아버지가 식사하러 오시래요!!”
그때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명월이 뛰어 들어왔다. 가온은 그 소리에 재빨리 어두웠던 얼굴
을 태연한 척 바꾸었다. 갑작스런 명월의 등장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어린 소
녀에게 고마웠다. 그 덕에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비참한 생각을 멈출 수 있었으니까. 가온
은 천천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옆에서 쫑알대는 명월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
했다.
“아저씨아저씨아저씨-!!! 우리집은 대청이 높아서 휠체어는 못 타요...
그래서 많이 불편하죠? 씨이... 아버지가 아저씨 온다고 대문 앞- 길이랑, 마당
이랑 돌멩이들 손으로 다 주우라고 해서 내가 다 주웠는데-
아버지가 대청마루는 미처 생각 못했나 봐요.. 그렇죠?! ”
“아..아니... 난 괜찮은데..”
“우리 아버지는 아마 날 괴롭히려고 그 많은 걸 다 주우라고 했을 거에요!
지난번에 내가 토끼한테 삶은 돼지고기 먹인 걸 알고 말이에요!!
아저씨!! 아저씨 생각에도 토끼한테 맛있는 걸 준 게 그렇게 잘못한 거에요?!”
“..저... 명월아.. 토끼는 초식동물...이잖아...?”
“나-참, 아저씨!! 아저씨한테 풀만 계속 먹이면, 아저씨는 좋겠어요?!!”
“.....아니...”
가온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명월의 억지스런 이야기는, 싫어도 저절로 입가에
웃음을 띠게 했다. 맹랑한 꼬마아가씨가 사람을 웃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토끼에게 돼지고
기를 먹이는 순수한 아가씨가 있는 이 곳이라면, 귀향 오듯 쫓겨 난 한달이 그리 괴롭지만
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 그래도.... 돼지고기는 좀.. 그럴까요?
그럼..... 삶은 감자나.. 고구마튀김은 어때요....? 아니면... 비빔밥이라던가...”
그때 들려온 명월의 중얼거림에, 가온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대답했다.
“..뭐, 나는 상관없어. 아무거나 잘 먹거든..”
“아-저-씨-!!! 아저씨 말고 토끼요, 토끼!!!! 으이구!!”
하지만 되돌아 온 것은 명월의 면박 이었다.
가온은 너무 당연한 듯 연거푸 토끼를 외치는 명월의 목소리에 괜히 멋쩍어 슬며시 손등으
로 입가를 가렸다. 토끼만도 못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앞을 못 본다 해도 가온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 잘나가던 가온인데.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한번이라도 더 보려고 목을 빼고 줄을 서는 판에, 눈앞에
얼굴을 갖다 대 줘도 이 촌구석 소녀는 가온보다 토끼를 더 위한다..
지금껏, 그 날고 긴다던 연예인들 앞에서도 이런 취급을 받아 본적이 없었는데.
가온은 묘하게 자존심이 상해 왔다.
..
....
..
“잘 먹겠습니다.”
“허허..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들게. 식사는 명월이가 도와 줄 걸세.”
“예. 감사합니다.”
드르륵 탁- 하고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정균(명월의 아버지-한선생)이 밖으로 나간 모양이었다. 가온은 이때다 싶어 명월에게 이것
저것을 묻기 시작했다. 이 목석같은 여자.. 아니, 여자애를 반드시 자신의 앞에 꿇리고 말리라.
“야, 넌 좋아하는 사람 없냐?”
아까와는 달리 퉁명스러운 말투가 입에서 튀어나왔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야생 망아지 같
은 이 여자/애/를 길들이려면, 거친 조련사가 필요한 법이니까.
“에이~ 그런 거 없어요. 왜요?”
“아니. 그냥-”
가온은 속으로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 같은 왈가닥이 그런 게 있을 리가 없
지......... 입가에 걸리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명월이 입에 넣어주는 밥을 꾹꾹 씹었다.
“그럼 좋아하는 연예인도 없냐?”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가온은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속에 담긴 것을 꺼내보였다. 곧 이어
질 명월의 대답에서 승패가 좌우 될 것이다.
가온, 이 한남자의 살짝 금이 간 자존심이 다시 붙느냐 마느냐는 어디까지나 명월의 대답에
달려 있는 것이었다.
제발... 그는 기도하는 심정으로 명월의 대답을 기다렸다.
“......연예인... 뭐, 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자, 아~”
....본 적이 없다...? 이건 가온의 계산에 없던 의외의 대답이었다.
가온은 순간 당황했지만 입안의 음식들을 가만히 곱씹으며, 이내 평정을 되찾고는 명월을 은
근히 떠 보기로 했다. 가온의 두 번째 승부수였다.
“요즘, 누가 실제로 보고 좋아하냐- 텔레비전으로 보잖아-”
“....텔레비전......없는데요...? ”
“.....뭐? 없어? 진짜 없냐?”
“...네... 없으면..... 안되는 거 에요?”
텔레비전이 없다는 명월.. 가온은 잠깐 의아했지만, 이내 입에 웃음이 걸렸다.
그러면 그렇지.. 가온은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며 잠시나마 금이 갔던 자신의 자존심이, 다
시 붙는 소리를 감상했다. 그러면 그렇지.. 감히 네가 나를 알고도 이렇듯 방자하게 굴 수
는 없지. 이제야 한결 마음이 편안해 지는 가온이었다.
“....야, 그럼 넌 내가 누군지 모르냐-?”
“...몰라요~”
“...그래? 그럼, 내가 어떤 사람 같냐?”
“...저...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
“그래, 그냥 네 생각대로 솔직히 말해봐.”
순간 가온은 명월이 뭔가 주저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곧 이어진 목소리에 그냥 그러려
니 하고 넘겼다.
“...저 그럼 말 할게요...?
사실, 저희 집엔 텔레비전이 없는데요.... 아버지가, 시골로 이사 오면서 내다
버리셨어요. 음.. 저랑, 아버지는 책 읽는 게 좋아서요, 뭐 별로 필요도 없었거
든요.. 그래서..... 저도 늘 책을 읽는데요......
이건, 어디까지나 아저씨가 말하라고 해서.... 하는 거에요...?
음...... 그러니까, 책들을 보면 가끔 공통적으로 나오는 사람이 있는데...
아저씨는 그 사람 같...아요..”
“그 사람? 그게 누군데?”
가온은 여러 책들에 공통적으로 나온 다는 사람들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모르는 척 묻기는 했지만, 그동안 세상의 수많은 여인들로부터 익히 들어오던 그 단어들 중
의 하나일 것이라 짐작을 하면서 말이다.
..왕자님? ....조각상?...... 용사.....?
하지만 그 모든 생각들은 명월의 단 한마디로 깡그리 무너지고 말았다.
단, 한마디로 말이다..
“............기생......오라비요....”
“뭐?? 기생오라비!!!? 야!!!!!”
“죄..죄송해요..... 하지만, 아저씨가 솔직히 말하라고...
그래서 말 안 할려고 했는데...... 아저씨 표정이 너무 기대하는 것 같아서요..
그러니까, 이거.. 나쁜 말 아니구요....
그,, 기생.... 오라비라는 사람들은... 다 곱상하게 생겼잖아요.....
그래서.. 아저씨도... 워낙... 예뻐서요...아니, 별 다른 뜻은 없는데....
그냥.... 아저씨가 예뻐서.... 저.. 화나셨어요.....? ”
명월은 조심스럽게 가온을 살폈다. 보안경 때문에 눈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가온의 눈썹이
심하게 찌푸려져 있었다. 그리고 굳게 다문 입과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보아.... 그는 화
가 난 게 분명했다.
명월은 원래 이러려던 게 아니었는데 싶어,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어쩔 줄을 몰랐다. 그
저 똑같은 말만을 되풀이 할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아저씨... 미안해요... 그만 화 풀어요.... 네?”
...
......
..
며칠째 가온과 명월은 서먹한 상태였다. 가온은 가온 대로 자존심 회복을 위한 버티기였고,
명월은 명월대로 오기였다.
둘 사이에 그렇게 냉랭한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균이 산 밑으로 내
려갈 일이 생겼다. 그나마 정균이 있어 한 자리에 모이기라도 했지만, 정균이 없을 몇 시간
동안은....... 그야말로 얼음굴이 될 터였다.
“아버지... 꼭 오늘 가셔야 되요?”
“얘가 오늘 따라 왜 이러나... 오늘은 너 혼자 있는 것도 아닌데, 유난이구나-
저 밑에 가서 새 원고도 전해 주고, 찬거리도 좀 사고해야 한대도.”
“...그럼... 저도 같이 가면 안되요....?”
“얘가... 강군 혼자 두고 가긴 어딜 간다는 게야-
손님을 집에 혼자 남겨 두는 법은 어딜 가도 없다..
그러니, 강군 불편하지 않게 잘 살펴 주거라. 빨리 다녀오마. 응?”
“....예.. 아버지... 대신, 정말, 정-말 빨리 오셔야 해요.... 네?”
“알았다, 알았어- 그럼 다녀오마.”
그렇게 정균은 집을 나섰다.
명월은 대문 앞에 서서 정균의 뒷모습을 보았다.
아버지.... 휴전지역과도 같던 아버지가 곁에 없다.......
정말 눈앞이 캄캄해 지는 것만 같았다.
명월은 조심스레 돌아서 가온이 머물고 있는 별채 앞으로 갔다. 그리고는 살금살금 안을 살
피기 시작했다. 사실, 명월은 사람이 없는 한적한 산속에서만 지낸 터라 사람정이 그리운 아
이였다. 그런 차에 온 서울손님이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정균의 말대로 정말 며칠
을 대문 앞에서 지키고 섰던 터였다.
그렇게 기다리던 서울 손님인 가온...허나 그런 가온과 명월은 냉기류가 돌고...
명월은 그 전서부터 어떻게 해서든 가온의 상한 마음을 풀어주고 싶었지만, 그 방법을 몰라
늘 이렇게 살피기만 했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정균도 없어서 마음 놓고 살필 수도 없는 상황
이니.. 명월은 애가 타서 죽을 지경이었다.
‘내가, 내가 못살아... 어쩌다가 그 기생오라비 소릴 해서는...
어휴.... 내가 왜 그랬지...? 에잇..!! 요 입.. 요 입....’
톡-톡-
그 때 머리위에서 물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톡-톡- 소리가 어느새 투두두둑 하는 소리로 바뀌었다.
아까부터 하늘이 찌푸레 하더니 결국은 비를 쏟아내고 만다...
아직 한참 땐대도 먹구름이 뒤덮인 하늘은 햇살한가닥 내 주고 있지를 않았다.
땅에 어두운 그림자가 졌다.
비가 쉬이 그칠 것 같지가 않았다..
명월은 일단 바로 앞의 별채로 들어가 비를 피했다.
“....아버지는... 잘 내려 가셨을까...?”
팔에 묻은 약간의 물기를 손으로 대강 문질러 닦으며 명월은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래도, 아버지가 나가시고서 한 시간은 족히 지나서야 비가 내리기 시작했으니 아버지가 도착
하고도 시간이 좀 남았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일이 생기면 전화주시겠지- 하며 명월은 걱정스런 마음을 떨쳐냈다.
투두두둑.. 이제 비는 방울이 아니라 줄기였다.
쏴아- 하는 차가운 소리와 함께 더욱 굵어진 빗줄기가 마당에 구멍을 패기 시작했다. 이곳저
곳에 물웅덩이가 만들어 지기 시작하면서 습한 기운이 집안에 까지 들었다.
.... 하늘이 더욱 찌푸렸다...
...
.......
..
우르릉.... 쾅..
결국은 천둥까지 치기 시작했다...
명월은 귀를 양손으로 꼭 틀어 막아보았다. 하지만 천둥소리는 그럴수록 더욱 또렷하게 들려
오는 것만 같았다.. 명월은 자꾸만 떠오르는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애써 밀어내며.. 결국
은, 큰소리로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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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처음 제목에서 대폭 공사 들어가서 고쳤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변한게 없지만요// 군데군데 손도 좀 보구요//
특히 제목이 혼자 칠렐레 팔렐레 둥둥 떠 있길래..
좀 가라 앉혔습니다..;;
이흉.. 남대사는 토요일 오후에서 일요일 새벽 사이에 올라갈 예정입니다-
여기는 비오네요~ 환절기 건강 조심하세요^^
(꼬릿말쓰고 싶고, 감상 남기고 싶고, 추천 하고 싶은 글을 쓸수 있을 그날 까지..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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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1.
[ 장편 ]
잔인하다... 잔인하다, 사랑아!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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