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을 가보려 한다. 우리나라에서 단풍이 가장 좋다는 곳. 그런데 열흘 전 쯤 단풍이 절정이라는 소식을 접했으니 지금 가면 다 졌을라나. 지난 주에 가고 싶었는데 다른 일정이 있어서 가지 못했다.
내장산은 2년 전부터 갔다. 해야할 일도 많이 줄어 시간이 많아져서 단풍 좋은 곳에 찾아다니기로 했다. 젊어서야 바쁘니 단풍구경 갈 시간이 없었고 단풍 철때 주말에 가면 사람으로 미어지니 내키지 않았다. 이제는 시간도 많으니 좋다는 곳은 주중에 찾아다닐 생각을 했다. 그래야 언제까지 살지 모르겠지만 추억거리를 만들어 나중에 되새겨 보게 될테니..
2년 전에 지도에서 차박지를 찾다가 내장산단풍생태공원을 발견했고 옆에 서래탐방센터도 있어서 여기서 내장산을 오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등산하는 날 오르려하니 수해인지 무슨 이유로 서래탐방로가 망가져서 수리한다고 막혀있었다. 그래서 내장사 쪽으로 가서 주차하고 걸어서 우돈치를 거쳐 장군봉을 시작으로 서래봉까지 내장산 팔봉을 등산했다. 그때는 너무 늦게 가서 단풍은 다 지고 없었다.
작년에는 가장 절정이라는 시기에 갔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단풍이 좋다는 내장산에 대해 너무 기대가 컸던지 생각만큼 멋지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내장산까지 집에서 280킬로이고 3시간20분 걸렸다. 내장산단풍생태공원 주차장 도착. 작년에도 여기서 묵었다. 내일 서래탐방센터에서 등산을 시작한다. 여기에는 입장료를 받지 않고 주차비도 없다. 서래코스로 내장사에 가려면 불출봉을 넘어가야 한다. 내일은 내장산 팔봉 중 6봉만 오를 생각이고 내장사 단풍터널로 갈 생각이다. 그런데 주차장에 차박금지 현수막이 걸려있다. 경찰이 캠핑카에 딱지를 떼는 누가봐도 연출인 듯한 사진이 있는 현수막도 있다. 공영주차장에 텐트를 펴는 것은 내가 봐도 보기 안좋지만 스텔스차박은 봐줘도 되지 않나?
서래코스는 10월과 11월에는 예약해야 한다고 써있다. 하루 520명만 허용한단다. 9시부터 16시까지라는데 직원이 9시에 출근해서 체크하는 모양이다. 9시 전에 올라가는 건 괜찮은 것 같다. 단풍 철에 공짜손님은 줄이고 내장사 쪽으로 보내려는 건가? 그래야 지역사회에 수입이 늘 것이니? 등산로가 훼손되거나 환경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닐 것 같은데 왜 이러나.
새벽에 일어나 뒹굴거리다 다시 잠들어서 7시반에 깼다. 아침을 곰탕에 떡을 넣어 끓여먹는다.
배낭에 물 2병과 간식거리를 챙겨 서래코스로 오른다. 생태공원에서 보면 서래봉 불출봉이 높은 벽처럼 보인다. 그것은 짧은 거리에 고도를 많이 높여야 한다는 의미. 초반에는 야자매트가 깔려있고 완만하다가 경사가 급해진다. 이 길에는 침엽수가 주종이라 단풍잎이 보이지 않는다.
서래불출 갈림길에서 옷을 하나 벗어 배낭에 넣는다. 서래불출능선에 도착하니 좁은 능선 좌우로 깎아지른 절벽이다. 등산로에는 한라산처럼 조릿대가 많다. 외래종일 것 같은데 생태계를 교란하는 건 아닐지.
불출봉 가는 길이 험하다. 불출봉에는 조그만 정상석이 있다. 누군가 가져다 놓은 듯. 손글씨로 622미터라고 써있다. 손바닥 2개 크기로 조그맣다. 정상에서 멀리 내장산 봉우리들이 보인다. 이어서 망해봉, 연지봉, 까치봉, 신선봉, 연자봉을 오른다. 신선봉에만 정상석이 있고 나머지에는 봉우리 설명판만 있다. 원래 없었던가 아니면 누군가 훼손했나?
등산로가 다양하다. 흙길도 있고 거친 바위도 있고 다양하다. 내장산 팔봉이 내장사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연자봉에서 내장사 쪽으로 하산한다. 이 길에는 사람들이 많다. 케이블카 승강장을 지나서는 완만한 내리막이다.
단풍은 거의 다 졌다. 내장사 단풍터널에 몇그루의 단풍나무가 보인다.
원래 계획은 원적암을 거쳐 불출봉을 다시 넘어가는 것이었는데 단풍터널까지 지나오니 다시 걸어올라가기 귀찮아 걷던지 택시를 타던지 해야겠다.
단풍철이 지났음에도 사람들이 많다. 점심먹으러 식당에 들어가보니 비빔밥이 12000원이다. 이건 좀 심한 것 같다.
걸어 차로 돌아왔다. 기왕 280킬로 운전해 왔으니 내장산만 보고 올라가는 건 너무 아깝다. 내일은 강천산으로 간다. 강천산도 단풍으로 유명한 곳이라는데 거기도 단풍은 없을 듯하다.
첫댓글 평일이라서 한산하군,
단풍 절정기를 지났어도 맑은 날 봉우리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이 참 좋았겠군
산 전체가 울긋불긋했으면 좋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