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5년 전,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30여 년 만에 고향 친구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많은 세월이 흐른 터라 그동안 왕래가 없었던 친구들은 누가 누군지 기억도 안 났지만 속된 말로
모두들 불알친구였던 관계로 누구나 할 것 없이 옛날 언어로 반갑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비록 고향에서 갖는 모임이었지만 고향을 지키는 친구는 20여 명 중에 두세명뿐이었고 모두들
도시에서 자리를 잡고 사는 친구들이라 사는 모습들이 천차만별이어서 옛날의 그 순수함은
찾을 수 없었는데 이런저런 얘기로 웃음꽃을 피우던 중 넉살 좋은 한 친구가 지역 방언을 주제로
농담 한 마디를 던져 좌중을 웃겼는데요 그 농담은 이렇습니다.
6.25 사변 때 강원도 출신 소대장이 소대원을 이끌고 행군을 하는데 갑자기 적기가 나타나서 사격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때 소대장이 " 가새로 가새로 "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소대원들은 그 가새로
가새로가 무슨 뜻인지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 피해를 보았다는 것,
적기가 사라지자 다시 행군을 시작했는데 또다시 적기가 나타나서 사격을 가하니 소대장이 말하기를
" 아깨처럼 아깨처럼 " 이라고 소리를 쳤지만 병사들은 이 " 아깨처럼 "이라는 말의 뜻을 몰라
또다시 인명피해를 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소대장의 사투리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는
이야기였는데, 사실 인명과 관련이 있는 이야기라 해서도 안 되는 유머였지만 친구들 모두 이 방언의 뜻을
아는 강원도 출신들이라 모두들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 가새로 " 라는 말은 " 가장자리 "의 강원도 방언이니 소대장의 명령은 길 가장자리로 피하라는 뜻이었고
" 아깨처럼 " 은 " 아까처럼 "이라는 뜻이니 아까처럼 길 가장자리로 피하라는 뜻이었는데 이 말의
뜻을 모르는 병사들이 피해를 당했다는 이야긴데요, 그러나 강원도 출신이라고 해도 이 방언의 뜻을
다 아는 건 아닐 것으로 믿습니다. 왜냐하면 이 방언을 쓰는 지역은 강원도의 중남부에 해당하는 강릉,
평창, 영월, 정선, 동해, 삼척 등인 곳으로 압니다. 추측하기로는 이 유머의 발원지가 강릉쯤이 아닐까 하는
하는 생각인데요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그쪽에 사는 친구 입에서 나왔거든요.
전국적으로 유명한 강릉 단오제에서는 매년 강릉사투리 경연대회가 열리는데요, 유튜브에 떠도는 것 중에
율곡 이이 선생의 십만양병설 사투리가 특히 유명합니다. 율곡 선생의 고향이 강릉이거든요.
강원도는 전국 면적 순위로 2위에 해당할 정도로 넓습니다. 북으로는 휴전선과 맞닿아 있고 남으로는
경상북도, 서쪽은 경기도, 동쪽은 동해와 맞닿아 있어서 언어도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경기도와 가까운
지역은 경기, 서울말과 억양이 비슷하고 남쪽과 가까운 쪽은 경상도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중부권인
강릉, 평창, 영월, 정선의 경우는 독특한 억양을 나타냅니다. 즉 경기도도 아니고 경상도도 아닌 어중간한
억양 때문에 가끔 드라마나 코미디 프로에 등장하는 강원도 사투리는 대개 이 지역 언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특이합니다. 이를테면 그랬드래요 ~, 왜서 ~ 등등을 들 수 있는데 이것을 글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유튜브에 가셔서 직접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어제 어느 종편에서 " 강릉 " 이라는 영화를 보았는데요
폭력 범죄영화라 스토리는 별 관심이 없었고 다만 출연자들의 사투리 (억양 )가 귀에 익은 것이라
고향을 떠올리며 보았습니다.
외국에 비하여 크지 않은 면적인 우리나라인데 어쩌면 지역마다 이렇게 말이 다른지 참으로 의문입니다.
하기야 같은 서울에서도 종로에는 비가 내리는데 도봉구에서는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으니 이상할 건
없지만 불과 두세 시간의 문화권인 데에도 말이 다른 걸 보면 앞서가는 문화와는 달리 언어는 그 옛날
삼국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어쩌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언어의 차이로
인하여 민족 고유의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언어의 고저 강약이 분명하지 않아
때로는 조롱 비슷한 대접을 받는 내 고향의 말을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요, 오늘 내가 왜서 ( ㅋ ) 이런 글을
쓰는지 나도 모르겠드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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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새로가 대구에서도 쓰이는군요.
그야말로 고개 하나 넘어도 다른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투리는 그 지역의 고유 언어이기 때문에 보존되어야 되겠습니다.
참 재미있는 게 많습니다.
ㅎㅎ 오늘 각 지방 사투리
소개하는 날로 할까요?
경상도 시어머니가 서울 며느리를 보았습니다.
그 시절은 신랑댁에서 집을 구하는 게,
경상도 통례였습니다.
시어머니 왈,
"얘야 집이 개죽어서 좋은데 소잡아서 우짜노" 라고 말씀하시니,
며느리 왈,
"어머니, 소잡고 개죽은 곳은 싫어요."
화암님의 강원도 사투리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ㅎㅎㅎㅎㅎㅎ 대박입니다 ㅎㅎ
아래 별다방님이 해설을 봍였기 망정이지
저도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ㅎ
이렇게 웃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별다방
별다방님도
한가위 잘 보내셨죠?
사투리 이야기가 재미있네요.
@별다방 정말 웃기는 사투리임니다 전 지금 첨들었는데 너무 우스워서 ...
재미있기도 하고.
@미사리강
일촉즉발의 전쟁터에서 수구릿 ! 하니
총알이 머리위로 날아 갔습니다.
또, 아까멘츠로 ! 하니
수류탄이 저 만치로 터졌습니다.ㅎ
글을 읽으면서 "가새로 " "아깨처럼 "
제가 생각한 뜻이 맞네요 .
그런데 콩꽃님이 쓰신 사투리는
정말 처음 듣는 말이었습니다.
예전의 화암님의 글과 약간 다른듯 하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가와 아깨로 유추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기에 심한 방언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지역 사투리기 때문에 특이한 면은 있는 것 같습니다.
카페에서 글을 쓰시는 님들의 스타일을 보면 대개 자신만의 폼이 있습니다만
가끔은 일탈이라는 출구를 따로 두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외도를 하면 기분전환이 될 수 있기에 한 번 그렇게 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엄지 척!
먼저 합니다.
지방방언은 그 지방에서는 표준어이겠지요.
우리나라는 산이 높고 골이 좁아서 지역마다 특색 있는 방언/사투리 등이 있지요.
보존은 하되 표준어로 통일했으면 합니다.
우리말과 우리글자(한글), 우리문화는 세계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외국인이 한국언어를 배우고는 국제회의석상에 즉시통역, 번역이 가능해야겠지요.
우리나라 국력이 더욱 강해지면 우리 언어도 세계어가 될 겁니다.
물론 지방방언은 학문차원에서 보존하고요.
위 글 덕분에 여러 방언을 배웁니다
글 또 기다립니다.
방언이 그 지방에서는 표준이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사트리는 사투리 대로 보존하되 표준어로 통일을 하자는 말씀도 공감합니다.
그러나 그게 쉽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글 한글이 점차 세계화 되는 추세를 느낄 수 있습니다만 그것은 아마
국력의 신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윤환 님의 관심 대단히 감사합니다.
추석 잘 보내셨지요.
전 원래 서울 토박이로 표준말만 쓰다 보니 잘 못알아듣는 경우가 많지요.
글도 재미있고 댓글도 재미있네요
미사리강님도 추석 잘 보내셨겠지요.
서울 토박이라는 건 예전에 알았었지요 ㅎㅎ
님도 수필방에 좋은 글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ㅋㅋㅋ
문때라, 압권입니다
니 갱문에 가끼몬 조심해라이 , 바다를 갱문이라고 했지요
빡빡 문때라 문때라 , ㅎㅎ 그동안 잊고 살았네요 목욕탕 갈때 그랬지요
ㅎㅎㅎ 문때라 가 문을 닦으라는 뜻이네요 ㅎㅎ
마카라는 말은 강원도에서 많이 쓰는 말입니다. 특히 강릉에서 많이 쓰지요.
여려명이 다방에가서 마카커피를 시키니 종업원도 알아듣더군요..
개갈 ? 무슨 뜻이지요 ? ㅎㅎ 재미있습니다.
@화암 ㅎㅎ 문을 닦는다는 말도 포함되지만
일반적으로 문때다는 무엇을 문지르고 비비다는 뜻으로 많이 사용했던것 같습니다
- 바닥에 걸레를 빡빡 문때서 걸레질을 해라
- 때수건으로 몸의 때를 빡빡 문때서 씻어내어라
어릴때 목욕탕 가면 많이 듣던 말입니다
교실 창문 청소할때 담임 선생님도 그랬지요
- 유리창 빡빡 문때서 먼지 하나 안보이게 해라 ~
같은 경상도라도 끝말 했어요를 했니더 했어여라고도 하고 의문문 끝말로 했니껴라고도 쓰지요.
ㅎㅎ
니껴.. 니더 .. 는 많이 들어봤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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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단오제에서 사투리 경연대회가 열리는데요
유튜브에 재미 있는 영상이 많습니다. 부모님이 강릉 출신이시군요. 반갑습니다.
결혼 초 장모님이 정개가서 막걸리 가져오라해서
가게까지 뛰어간적이 있습니다
한참후 땀 뻘뻘흘리며 막걸리사온 저를 바라보시곤
장모님이 어이없이 바라보시곤 하였습니다
전라도 장흥 안양 사투리였습니다
정개는 부엌을 말한거였죠
강원도에서는 부엌을 " 정지 " 라고 하는데요
정개는 정지 즉 부엌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부엌에 가서 막걸리를 가져오라는 말씀이 이닐까요 ㅎㅎ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것같습니다.
절라도 에서도 가새로..가장자리로..라는 말을 썼었습니다.
어쩌면 많은 언어들이 전국에서
같이 쓰여졌음을 알수 있는것이
경상도분들이 사투리라고 하는
말들이 절라도에서도 같은 뜻으로
쓰여진다는 것입니다.
몇몇 것들은 제외되지 만서도요.
가새로는 강원도에서만 쓰는 말이 아니군요.
특별히 지역에서만 쓰는 방언이 있기는 합니다만
새겨 들으면 뜻이 통하는 말도 많은 것 같습니다.
눈알이 정신없이 돌던 쫄병시절,
경남 신골출신 고참 왈, 칼클키해라
이 새끼야~ 에 일순 멍하다가 당시
는 군기 센 유신군대라 복날 개맞듯
뚜디리 맞았는데요.. 이제는 그것도
아련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장상병님, 잘 기시지예~ㅎ
칼클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의 훈련소에서는 인권이고 뭐고가 아예 없었지요.
구타가 일상화 되어 그렇게 맞고도 어디 하소연 할 곳이 없었습니다.
요즘은 그런 일이 없다고 들었습니다만 , ㅎㅎ
답글기능 더보기
@화암 칼클키 해라는 깨끗이 해라의 경상남도 버전입니다
화암님 강원도 출신이었군요., ,실감나는 사투리 이야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