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양목은 꽃색이 연노랑에 작고 볼품없지만 이른 봄에 꽃을 피우면서 수많은 벌들을 불러 모으는 까닭에 자신의 존재를 한껏 올리고 있다. 이른 봄에는 밀원이 되는 꽃들이 적은데, 이때 회양목 꽃에서 분비되는 꿀은 벌들의 구황식량이나 다름없다.
회양목은 회양목과에 속하는 상록관목인데, 회양목과 유사한 종류로 잎이 좁고 길다하여 긴잎회양목, 잎이 더 크고 잎자루에 털이 없으며 섬지방에 사는 섬회양목 등의 변종이 자라고 있다. 회양목을 한자로 황양목이라고 하고, 회양목의 학명을 ‘북서스 마이크로필라 버라이어티 코레아나(Buxus microphylla var. koreana)’라고 부르는데, 속명의 Buxus는 ‘상자’라는 뜻의 라틴어 ‘buxas'에서 유래한 것인바 실제로 서양에서는 이나무로 작은 상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마이크로필라는 ‘작은잎’이라는 뜻을 갖고 있어 회양목의 특색을 잘 살려주고 있다. 변종명인 코레아나(koreana)는 회양목이 한국특산종이라는 뜻이다. 영명은 박스트리(bax tree)로 ‘상자’라는 같은 뜻을 가지고 있으며, 한자이름으로는 황양목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회양목을 도장재료로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도장나무라고도 하였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특산식물이지만 주로 석회암지대에서 자생하는 까닭에 생장이 아주 느려서 나무뿌리부위의 직경이 30Cm 정도 까지 자라려면 600년 이상 되어야 한다. 천천히 자라는 관계로 재질이 치밀하고 균일하며, 광택도 있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도장 재료로 유용하게 사용하였고, 조각재, 목관악기나 현악기의 줄받이 등의 고급목재로 쓰였다. 또한 이 단단한 회양목으로 얼레빗을 만들어 썼는데, 이 나무로 만들어진 얼레빗은 부러지지 않고 부드러워 최고로 쳤다. 그러나 회양목 얼레빗은 조선시대에 호패가 생기면서 위기에 봉착하였다. 호패는 조선시대에 16세 이상의 남자들의 신분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이름과 나이, 출생한 시기가 적혀있는 일종의 주민등록증과 같다. 벼슬이 높은 사람들은 등급에 따라 상아나 검은 뿔로 만든 호패를 사용했지만, 그밖의 양반들은 회양목으로 만든 호패를 차고 다녔다고 한다. 이 때문에 더디게 자라는 회양목으로 호패 만들 재료가 부족하게 되자 다른 용도에 쓰는 것을 금했고, 나라에 회양목을 공물로 바치게 하였다. 그때 호패와 얼레빗으로 마구 사용하지만 않았더라면 우리 산야에 아름드리 회양목이 많이 자라고 있지 않았을까?
회양목을 약재로도 사용한다는데, 잎과 나무껍질은 류머티즘에 좋고, 난산(難産)에 효과가 있으며, 뿌리는 풍과 습기로 인한 통증에, 줄기는 지혈과 타박상에 쓰였고, 백일해와 치통에도 좋다고 한다.
회양목은 ‘극기와 냉정’이라는 꽃말처럼 어떠한 환경에도 굳건하게 살아남는 끈질긴 생명력과 변함없는 모습으로 가지고 있어 우리 민족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