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놀이정책을 탐방하고 온지 3년이 지났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 방향을
가지고 있는 영국 사회의 경험을 당시 탐방기록을 되새겨 보고자
지난 글을 다시 꺼내봅니다. 함께 읽어봤으면 합니다.
학교에 숲이 있고, 흙으로 만든 화덕이 있는 것도 충격이었고 운동장은 텅 빈 공간이 아니라 놀이 시설과 놀이 그림들이 꽉 차있고 교실은 책걸상이 없이 다양한 활동 재료들과 작품들, 복도까지 꽉 차있던 것을 보며 놀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영국이야기
아동과 청소년을 대하는 두 나라 비교
① 영국의 사례
2000년, 영국을 경악하게 만든 큰 사건이 있었다.
그해 2월24일, 런던 세이트매리 병원에 ‘빅토리아 클림비’라는 소녀가 의식불명의 상태로 실려왔다. 당시 나이 만8세(1992년생)였던 빅토리아는 저체온증, 복합 장기 기능 손상, 영양실조 등으로 상당히 위독한 상태였고 병원으로 실려온지 24시간 만에 숨을 거뒀다. 의료진의 부검 결과는 참혹했다. 담뱃불에 의한 화상, 밧줄로 장시간 묶여있던 자국과, 자전거 체인, 망치와 쇠사슬로 맞은 흔적 등 128군데가 발견되었다.
이 소녀는 ‘마리 코아오’라는 고모할머니 뻘되는 여성과 남자 친구인 ‘칼 마닝’에 의해 지속적인 학대를 당했다. 클림비는 아프리카에서 프랑스를 거쳐 영국으로 건너온 이민 아동이었다. 그의 보호자인 마리 코아오는 가난으로 인해 클림비의 부모로부터 아이의 양육을 부탁받았고, 그녀는 프랑스와 영국에서 이민아동 지원비(프랑스 정부가 5개월 동안 클림비 양육을 위해 지불한 돈은 우리 돈으로 약4,000만원 정도)를 타기위한 ‘수입원’으로 이용했다.
문제는 영국에서 발생했다. 마리 코아오는 프랑스를 떠나 영국에 정착하면서 클림비를 이용해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 했었다. 거주 지역의 기관에서 클림비의 집에 방문하여 아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아동학대 흔적이 있어서 지역의 아동센터에 신고를 했지만 3주 동안 처리가 되지 않았으며 아동복지 담당 전문의는 마리 코아오의 말만 믿고 클림비가 ‘자학’을 했다고 종결지었다. 종결처리 회신이 되는 날 클림비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
이 사건이 영국 전역에 알려지자 영국의 국민들은 경악했다. 시민들은 정부와 복지사들의 나태함을 질타하고 아동들의 복지와 안전 강화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 사건으로 영국은 ‘아동법(Children Act)’을 재검토 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실로 대단했다. 독립 조사팀을 꾸려 2001년 한 해 동안 약 380만 파운드(약68억5천만원)을 들여 장기 조사를 하였고 400쪽짜리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그리고 이후 <어린이헌장 2004>를 발표하고 아동 보호정책을 세웠다.
나를 포함한 영국 연수팀이 방문했던 ‘아동위원회’는 이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으며 ‘국회에 소속된 특별위원회’이다. 이 위원회는 UN의 ‘아동 권리 협약’에 따라 활동하며 아동과 청소년의 권리를 위한 정책(교육의 질적 활동, 트라우마 회복 지원, 아동 보소 시스템, 학대 및 방치로부터 보호, 취약 계층 불평등 해소, 기관의 지속적 방문으로 관리 감독, 이민자 차별 해소 대책 등)등을 수립하는 한 편 교육부에게 아동 권리에 대한 활동을 강력히 주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입법기관인 국회의 특위에서 행정기관의 책임과 의무를 촉구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위원회의 권한은 실로 막강하다. 위원장은 어느 기관이고 불시에 방문하여 점검하고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또 영국의 44개 경찰청과 151개의 지방정부와 협력하여 아동, 청소년의 권리 이행 여부를 점검할 수 있다.
영국 정부에서는 별도로 ‘아동학교가족부(DCSF)’를 설치하여 국가차원의 놀이정책(Child’s Plan)등을 추진하면서 아이들의 ‘UN아동권리협약 제31조(아동 청소년의 놀권리 관련)’ 이행을 위해 2001년~2011년까지 1차, 3600억원 2차 약 4200억원을 투입하여 전국의 놀이시설 신축, 개축과 놀이문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 정책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끊임없이 보고서가 만들어지고 다양한 관련 기관들과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②우리나라의 현실
영국의 클림비 사건과 같은 온 국민을 경악하게 만든 사건이 국내에도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2008년 조두순 사건이다. 그 외에도 2011년도에 광주인화학교의 도가니 사건,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어린이집 아동 폭행 사건들, 친부모의 아동 살해 사건들, 울산 계모 사건을 비롯해서 2013년에 계모와 친부가 원영이를 잔인하게 폭행하고 사체를 암매장한 것이 밝혀진 사건.... 차마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아동에 대해 잔인하고 극악한 강력범죄 사건이 계속되어지고 있다. 가장 근래에 밝혀진 원영이 사건만 해도 인간이 한 행동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충격적인 학대에 못이겨 아이가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이런 아동,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강력범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정부는, 우리사회는 어떤 개선의 노력을 했는가? 범죄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납득할 만큼 강화되었는가? 아동권리에 대한 법률과 제도가 정비되었는가? 국가차원의 조사와 보고서가 마련되었는가? 사회적 분노는 여전한가?
영국의 아동위원회를 방문했을 때 그 기관 위원장에게 이런 부끄러운 질문을 했다. “영국은 UN의 아동권리협약 이행을 위해 제도가 마련되고 강력한 추진의지가 보이는데 왜 한국은 그렇지 못할까? 무엇이 문제라고 보는가?” 영국 사회가 민주주의의 역사가 오래되어진 이유만이 아니다. 국제적 협약을 대하는 각 국가의 자세에서부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에 북한과 함께 UN에 가입했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기 위해 다양한 국제기구에 참여한 회원국이다. 이를테면 노동, 환경, 평화, 경제, 구호를 위한 기구들이다.
이 나라가 그런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어 어떤 노력을 해왔는가 봐왔던 정보를 되짚어보면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다. ILO나 OECD의 권고도 무시한 노동개악과 환경과 평화를 위한 국제협약을 이행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 딱히 생각나는 것이라면 UN의 강대국들에게 북한의 대북제재를 위한 노력 정도... 그것 역시 평화를 향한 길로 보기엔 어렵다.
우리는 우리의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된 민주사회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UN회원국들이 함께 제정한 협약만큼만 이라도 계획성 있게 추진하고 있다면 지금 이땅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덜 미안할 것 같다.
여성가족부를 아동청소년가족부(또는 국제적 용어로 아동가족부)로 변경해서 부처별로 나뉘어진 아동, 청소년을 위한 정책을 일원화하여 좀더 체계적인 사업과 예산지원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미래를 짐 지울게 아니라 아이들이 미래를 열어주는게 부모세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