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머리가) 짧은 편인데, 남친이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해요?”
남성전용 미용실에 가서 스포츠 머리를 해달라고 주문하는 내게, 미용사가 물었다. 난 웃으면서 “그런 사람은 애초부터 안 만나야죠”라고 단호히 말했다.
내 말에 미용사는 빙그레 웃더니 “하긴. 나도 안 만나요. 그래도 바리깡 쓰기는 좀 그렇네요” 하며 가위를 들었다. 그곳은 내가 아무리 요구해도 “정말 더 짧아도 돼요?”라거나, “이보다 짧아지면 정말 짧아져요”라고 거듭 확인하는 여성용 미용실을 피해서 선택한 곳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내가 짧은 머리를 해달라고 주문하는 게 부담스러운 듯하다.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세 번 정도 커트를 해봤다. 그리고 작년부턴 죽 짧은 커트 머리를 하고 있다. 목선 뒤로 머리카락이 자라면 이내 답답해져서, 지난 해만 예닐곱 번쯤 머리를 잘랐다.
삼십 넘고 이 머리를 하고 있으려니, 부쩍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 나의 헤어스타일에 대해 사람들이 왈가왈부한다는 사실이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데도, 이런 일들은 여전히 일어난다.
지난 번엔 옆머리를 민 스타일의 스포츠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친구를 만났다. 세팅 파마를 한 긴 머리의 여자친구는 내게 따끔하게 충고를 했다. “영화에 나오는 철없는 불량배 같아.”
한 남자 후배는 “하긴 요새 남장여성이 인기야. 알지?”하고 팔꿈치로 쿡쿡 찔러대며 말했다. 그런가 하면 몇 번 만나서 차를 마셨던 한 남자는 눈물이라도 흘릴 것처럼 안타까운 얼굴로, “왜 잘랐어요? 왜?”라고 호소했다. 하긴, 여자가 짧은 머리를 한다고 하면 진부하게도 “실연당했냐”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내 스타일~”하고 랩을 하듯 중얼대며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긴다. 사실 여태까지 이것저것 시도해 본 것은 사실이니, ‘유행 따라 삼 만리’ 철새처럼 철없어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쉰 목소리로 재즈 한 곡 불러 제낄 것 같은 가수처럼 한껏 벌집처럼 부풀린 뽀글파마도 해봤다. 100m 떨어져서 봐도 한 눈에 모범생이라 짐작할 만한 착실한 단발머리도 해봤다. 20대 중반 이후 2년 걸러 여름이면 더워 보일까 노랑으로 물들이고, 겨울이면 추워 보일까 와인 색으로 물들였다. 이도 저도 맘에 안 들면 가발이 대기하고 있다.
아니, 그런데, 이 만만치 않은 반응들이 도대체 뭐람.
몇 달 전 부모님 집에 갔을 때의 일이다. 현관문을 열어 준 엄마는 나의 머리를 보자 ‘니 나이 20대 땐 그럭저럭 넘어갔지만, 이제 더 이상 못 봐주겠다’고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정말 걱정이 되셨는지, 다음에 집에 올 땐 부디 그 머리 좀 “얌전히”, “여성스럽게” 하고 나타나라고 다그치셨다.
‘얌전히, 좀 여성스럽게’. 슬픈 그 말인 즉 ‘흑발’에 ‘적어도 외견상 여성으로 보일만한 커트머리 길이 이상’이라는 것이다.
“어머니. 당신이야말로 변화가 필요한 사람이십니다.” 내가 엄마한테 해줄 말은 이것뿐이다. 내가 기억하는 한, 엄마는 지난 30년 동안 고집스레 오직 단 한가지 헤어스타일을 한결같이 고수해오셨다. 나도 알고 너도 아는 바로 그 스타일. 통칭 ‘아줌마 파마’.
창피하지만, 고백하겠다. 웃지 마시길. 십여 년 전 어느 눈 오는 겨울날, 실은 그 때 ‘남친’의 비위를 맞추느라 머리 모양을 바꾼 적이 있다. 바람직한 이상형 여성 헤어스타일 넘버원이었던 ‘늘어뜨린 긴 스트레이트 생머리’로.
분명히 미소를 한아름 띄우고 미용실에 들어섰던 것 같다. 타임머신이 있으면, 타고 날라가서 그 때 그 미용실 앞에 내려 나를 말릴 것이다. 누가 내 헤어스타일을 허락하고 말고 할 수 있나.
당분간 나는 이 ‘남성스런’ 커트 스타일의 흑발에 상당히 흡족할 듯하다. 앞으로 보라색과 녹색의 염색 머리에 도전하고자 하는 작은 바램도 가지고 있다.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4222
첫댓글 개인적으론 여자는
본래의 머리색에
가지런한 긴 생머리나
차분한 갈색톤의 헤어가
가장 이쁘단 생각이 들지만
가끔 샤방샤방 화사하게 빛깔을
내 주는 건 생활의 활력소.
태어나 한 번도 숏커트 스타일
안 해 본 1인.
앞으로도 할 생각 없지만
글은 베리베리베리 공감.
먼지네요!나도20년넘게짧은커트만고수하고잇어요 사람들이남자같다나요 ㅎ
오타 멋지네요
안녕하세요. 처음 뵙네요.^^
숏커트가 어울리는 사람 중에
미인이 많던데요.
매력 있어요.
보이쉬하면서도 섹시.
ㅎ그런가요?그럼 여름밤도미인 나두미인?ㅎ
저는 숏컽은 아녀요.
긴 생머리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