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지분 51%를 보유한 미국의 론스타 펀드가 다음 달 초 외환은행 중간배당을 통해 1000억원대의 배당금을 챙길 전망이다. 외환은행이 중간배당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론스타는 이로써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의 투자원금을 세전(稅前)기준으로 100% 회수하게 됐다. 중간배당이란 회계연도 말에 한번 실시하는 결산배당과 달리 반기말이나 분기말에 주주에게 배당금을 주는 것을 말한다.
25일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와 외환은행 경영진은 다음 달 4일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이사회를 열고, 중간배당을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론스타와 외환은행 경영진은 지난 6월 상반기 실적 추이를 보면서 중간배당 실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증권업계는 외환은행의 중간배당 규모를 상반기 추정 순이익 6000억원의 40~50%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외환은행 지분 절반을 가진 론스타는 1200억~1500억원의 배당금을 받을 전망이다. 여기에 론스타가 지난 4년간 받은 총 8500억원의 결산배당금과 2007년 외환은행 지분 13.6%의 매각대금 1조1900억원을 합하면 2조1600억원을 넘어가, 2003년 투자원금(2조1548억원)을 모두(세전 기준) 회수하는 셈이 된다.
이번 중간배당은 론스타가 추진 중인 외환은행 매각(M&A)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평가와 투자금 회수에만 급급한 해외 펀드의 무리수가 아니냐는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
금융권이나 증권가는 외환은행 중간배당 자체는 원칙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나 포스코등이 중간배당을 실시하고 있고 하나금융도 최근 중간배당을 했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조는 론스타가 장기 발전방안 마련보다 투자금 회수에만 열을 올린다며 반발하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배당을 할 여력이 있다면 우량자산 인수 등을 통해 장기적인 은행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중간배당을 실시하면 내부 유보자본이 줄어들어 은행 매각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외환은행 매각은 경쟁 매물인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매각) 방안 발표가 미뤄지면서 소강상태에 빠져 있다. 외환은행 인수 후보로는 호주 ANZ은행 등 해외금융회사와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금융회사, MBK파트너스 등 국내외 펀드가 꼽히고 있다. 이 중 호주 ANZ은행의 경우 마이클 스미스 현(現) 회장이 예전에 HSBC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로 재직할 때 HSBC의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져 인수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ANZ는 지난 5월 말 외환은행 매각입찰 때 최종적으로 불참했지만 최근 다시 인수전 참여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