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미 [죽기 전에 가봐야 할 휴양지] 2015-07-17>
세이셸(Seychelles)에서
이창희 기자
죽기 전에 가봐야 할 휴양지
영국 윌리엄 왕세손 부부의 신혼 여행지이자 세계적인 축구 스타 베컴 부부가 결혼 10주년 여행지로 떠났던 곳.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전 가족들과 보낸 휴양지이면서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가 초럭셔리 허니문으로 선택한 곳. 영국 BBC뿐 아니라 내셔널지오그래픽과 미국 CNN 등 세계 유수의 방송사들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라며 치켜세운 곳. 아프리카 인근 인도양의 섬나라 세이셸(Seychelles)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상 최후의 낙원’, ‘인도양이 품은 진주’ 등등 세이셸에 대한 찬사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김빛남 세이셸관광청 한국·일본 사무소장은 그 이유를 오랜 세월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태초의 자연 그대로를 간직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일까. 이곳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세계 최대 크기의 자연 아쿠아리움, 알다브라 섬과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열매 코코드메르, 기네스북에 오른 최장수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 외에 아름답고 진귀한 열대의 새들이 아직도 우글거린다. 세이셸은 1501년 포르투갈 항해사 바스쿠 다 가마가 발견할 때까지 원주민조차 살지 않던 무인도였다. 이후에도 ‘미지의 섬’으로 남은 세이셸은 1744년 프랑스령으로 선포되면서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거주하기 시작했다.
기자는 ‘휴양지의 천국’ 세이셸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 갖고 비행기에 올랐다. ‘천국으로 가는 길’은 역시나 까다로웠다. 한국 시각으로 밤 11시 55분 인천공항에서 두바이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지 9시간, 두바이공항에서 4시간을 대기했다가 세이셸의 수도 빅토리아행 비행기로 갈아타고 5시간, 모두 18시간이 걸린 이튿날 오후 1시(현지 시각, 우리나라보다 5시간 늦다)께 ‘천국’에 도착했다.
오랜 비행시간 끝에 첫발을 내디딘 세이셸의 날씨는 생각보다 좋았다. 가장 무더운 4월답게 강렬하게 햇볕이 내리쬐었지만 그 사이로 온몸을 애무하듯 감싸는 선선한 바람은 아프리카 인근 적도 이남의 날씨에 대한 막연한 상상을 무참히 깼다. 비행기 트랩을 내려 공항청사로 들어서자 세이셸관광청 직원 엘시(Elsie)가 기자를 반갑게 맞이하며 입국심사와 세관검사를 일사천리로 통과시키고는 숙소가 있는 보발롱(Beau vallon) 비치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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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빛 보발롱 비치빅토리아에서 서쪽으로 4㎞ 떨어진 보발롱 비치는 마헤(Mahe)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힌다. 장엄한 몬세이셸루아(Morne Seychellois) 산맥 아래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보발롱 해변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솜털처럼 부드러운 모래와 에메랄드빛 바다, 이글거리는 수평선 위로 펼쳐지는 뭉게구름의 온갖 ‘변신 쇼’를 보는 재미는 덤이라고 할까?기자가 묵을 숙소인 사보이리조트는 그 해변가의 중앙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사보이리조트는 객실 1백63개, 레스토랑 2개, 최고의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바를 갖춘 고급 리조트다. 기자보다 하루 늦게 세이셸에 도착한 김빛남 소장은 “사보이리조트는 건축 중 한때 부도로 공사가 중단됐다가 우리나라 한 건설사에 의해 최근 완공됐다”고 귀띔한다.세이셸에는 한국 교민이 10명 이내이고 한국 관광객도 적지만 한국(South Korea)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빅토리아 항구의 거대한 풍력발전용 바람개비를 한국의 한 기업이 건설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세이셸의 자동차 중 약 90%가 현대차 아니면 기아차이기 때문이다. 세이셸의 도로는 빅토리아의 일부 구간(왕복 4차선)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왕복 2차선. 그렇다 보니 모닝 등 현대 및 기아차의 경승용차가 주류를 이루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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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낙원을 한눈에 조망하는 몬블랑 트레킹
세이셸 도착 첫날과 이튿날을 그림 같은 보발롱 해변에서 무념무상의 휴양을 만끽하고 셋째 날 해발 690m의 산, 몬블랑(Morne Blanc) 트레킹에 나섰다. 해발 200m 지역부터 시작하는 트레킹은 그저 앞만보고 오르기만 한다면 군데군데 가파른 지역을 만나도 30~40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의 트레킹은 앙꼬(팥소)없는 빵을 먹는 것과 다름없다.
트레킹 가이드는 정상에 이르는 1시간동안 레몬그라스 등 다양한 약초식물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따금 손톱보다도 작은 가디너 개구리를 찾기 위해 보물찾기식으로 숲 여기저기를 뒤지는 재미를 줬다. 몬블랑 트레킹의 백미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조망. 지상낙원이 따로 없음을 입증이라도 하듯 마헤 섬의 아름다운 서부라인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가이드는 “매일 올라와도 질리지 않는 곳”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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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전설 서린 프랄린 섬
세이셸을 찾았다면 응당히 들러야 할 곳이 있다. 에덴의 전설이 서린 곳, 프랄린(Praslin) 섬이다. 이 섬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세계자연유산인 발레드메(Vallee de Mai·5월의 계곡)국립공원과 섬의 북서쪽에 위치한 앙스 라지오 해변 때문이다. 마헤 섬에서 프랄린 섬까지는 고속페리로 50분 정도 걸린다. 배에서 내려 차로 10분 남짓 달려 도착한 발레드메 국립공원.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인 이곳은 에덴의 동산이라고도 불린다.여기서만 볼 수있는 코코드메르(Coco de Mer)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씨앗’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으며, 무게가 25㎏에 이른다. 암나무 열매는 여인의 엉덩이를, 수나무 열매는 남성의 성징을 닮았다. 1억5천만 년 전 곤드와나 대륙 시기부터 존재해온 이 원시림은 18세기 프랑스가 차지하기 이전까지 해적과 탐험가들의 보물섬이었다고 한다. 영국 고든 장군이 맨 처음 프랄린 섬의 발레드메를 발견했을 때,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우거진 코코드메르 야자수 숲을 보고 성경에 나오는 천국 에덴동산이 바로 여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발레드메 국립공원은 지구상에서 검은 앵무새(Black Parrot)의 마지막 남은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운이 좋으면 울창한 야자수림 사이로 날아다니는 검은 앵무를 만날 수도 있다. 특히 발레드메 국립공원에는 구릿빛을 띤 세이셸 도마뱀인 마부야 세이셸렌시스(Mabuya Seychellensis)와 세이셸 토종 카멜레온 카멜레오 티그리스(Cameleo Tigris) 등이 유명하다. 프랄린 섬은 인도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프 코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도양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골프 코스에서의 아페리티프(식전 칵테일)는 꼭 해봐야 한다고. 앙스 라지오는 절경 덕분에 기네스북에 오른 해변으로, 황홀한 물빛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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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셸의 백미 라디게 섬
프랄린 섬에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라디게(La Digue) 섬은 세이셸 의 크고 작은 41개의 화강암 섬 중 가장 변화무쌍한 화강암 해변이 특징이다. 또한 기자가 이번 세이셸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 바로 이 섬이다. 이 섬은 자전거로 한나절이면 모두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지만 세상에서 아름다운 해변은 여기 다 있다고 할 정도로 가는 곳마다 빼어난 절경을 뽐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라디게 섬을 최종 휴양 종착지로 삼고 세이셸을 찾는 관광객이 많다고 한다. 항구에서 자전거로 20~30분이면 닿는 앙스 수스 다정 해변은 세이셸을 대표하는 가장 포토제닉한 섬이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캐스트 어웨이> 등 영화 및 다양한 광고 촬영지로 활용됐다. 특히 햇빛의 각도에 따라 핑크빛과 회색빛을 오가는 거대한 화강암들은 장관을 이룬다. 라디게 섬엔 수백 년을 주인처럼 지켜온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이 있다. 이 거북은 다 자라면 무게가 3백㎏이 넘고, 평균수명은 짧게는 1백 년, 길게는 3백 년까지 산다. 최고의 개체 수 15만 마리인 거북은 멸종보호동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세이셸은?
아프리카 케냐에서 동쪽으로 1천5백93㎞ 떨어진 인도양 서부의 1백15개 섬으로 이뤄진 섬나라. 수도 빅토리아가 있는 마헤 섬은 길이 28㎞, 폭 8㎞로 이 나라의 섬들을 모두 합쳐도 한반도 면적의 4백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영해 자원은 남한의 14배에 이른다. 인구는 9만1천여 명으로 영어·프랑스어·크레올어를사용하고, 기후는 연중 24~31℃. 아프리카 인근의 섬나라라고 해서 못산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넘는다. 물론 주 수입원은 관광이다.
세이셸 가는 길
우리나라에서 두바이나 도하, 나이로비, 에티오피아 등을 경유해서 갈 수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두바이~세이셸을 주 14회, 에티하드항공은 아부다비~세이셸을 주 12회 운항한다. 인천에서 두바이, 아부다비는 매일 항공편이 있으며, 홍콩~나이로비, 또는 홍콩~아디스아바바로도 갈 수 있다. 세이셸에 갈 때는 13~14시간(대기시간 제외),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12시간정도 소요된다. 인천~두바이 구간은 에미레이트항공이 ‘하늘을 나는 호텔’ A380기를 운항한다. 또한 프랑크푸르트·로마 등지에서 주 3~7회 직항이 있고, 뭄바이와 남아공, 마다가스카르, 탄자니아, 모리셔스, 레위니옹과도 주 2~3회 직항이 있어 세이셸과 주변국을 연계하는 여행도 할 수 있다.
빅토리아 카니발
지난 4월 24-26일 세이셸에서 빅토리아 카니발 행사가 개최됐다. 이 행사는 세계 2대 거리 퍼레이드 그룹인 영국 노팅힐 팀을 비롯한 30여 개 국가와 기업, 단체 등 1백여 개 팀이 매년 참가하는 국가 4대 이벤트 중 하나다. 한국 대표단으로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의 자랑스러운 무예, 택견 퍼포먼스 팀이 세이셸관광청의 후원으로 참가했다.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