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조선대풍투자그룹(대풍그룹)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역내 은행에서 불법 무기거래 자금 등을 세탁한 뒤 북한으로 송금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버진아일랜드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9일 전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대북 소식통은 "대풍그룹이 버진아일랜드의 '퍼스트캐리비언은행'(FirstCaribbean International Bank, FCIB)에 개설된 '하나홀딩스'란 명의의 계좌를 통해 불법 무기거래 등으로 벌어들인 외화를 '중국은행(Bank of China)'의 북한 계좌로 송금하고 있다"고 데일리NK에 전했다.
RFA에 따르면 버진아일랜드 정부는 7일 '퍼스트캐리비언은행'의 로드타운 지점의 '하나홀딩스'라는 계좌를 이용한 북한의 돈세탁 혐의에 대한 보도 내용을 확인해 달라는 일본 인권운동가 가토 켄(加藤健) 아시아국제인권 대표의 요청에 대해 조사가 시작됐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브리티시 버진아일랜드 금융거래위원회(Financial Services Commission)의 쟈클린 윌슨 법 집행 국장은 이메일을 통해 "관련 보도 내용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사실 여부를 입증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전했다.
북한은 지난 2006년 9월 외자유치를 위해 대풍그룹을 설립했고, 지난 3월에는 국제 금융거래를 위해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하기도 했다. 국가개발은행의 이사장은 '김정일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전일춘 노동당 39호실장이 맡고 있으며 대풍그룹의 총재인 재중동포 박철수가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추가제재 대상에는 대풍그룹이 포함돼 있지 않지만, 홍콩 금융당국은 역내에서 영업 중인 모든 은행들을 대상으로 대풍그룹과의 거래 내역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버진아일랜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세피난처'다. 특히 FCIB은 2001년에서 2005년까지 돈세탁으로 의심되는 거래에 대한 보고를 하지 않아 카리브해 벨리스 금융당국에 의해 113회나 기소를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