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개천♡흘러가듯,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낭만에 대하여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 보렴
새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 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밤늦은 항구에서
그야말로 연락선 선창가에서
돌아올 사람은 없을지라도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 보렴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 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또래 가수 최백호가 한 맺힌 음성으로 노래 한 곡을 외쳐 불렀었다.
‘낭만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노래로, 위의 글은 바로 그 노랫말 전문이다.
최백호 자신이 작사 작곡해서 부른 그 노래는, 그즈음에 그 이름이 잊혀 져 가고 있던 그로 하여금 제 2의 전성기에 접어들게 해줬다.
2021년 10월 16일 토요일인 바로 오늘 일이다.
오전 9시 좀 넘어선 시각에, 우리 점촌국민학교 중학교 동기동창인 최인식 친구가, 국민학교 친구들이 온라인으로 함께 하는 카카오톡 단체 방에 영상 하나를 게시했다.
바로 ‘낭만에 대하여’라는 그 노래가 실려 있는 음악영상이었다.
그것도 같은 노래가 3번이나 이어지는 좀 긴 영상이었다.
노래는 같은 노래였지만, 부르는 가수는 셋 다 달랐다.
맨 먼저는 어느 공개방송 무대에서 낯설지만 예쁜 소녀가 부르고 있었고, 두 번째는 앞서 부른 소녀의 1절이 끝난 뒤 2절로 이어질 때는 원곡을 부른 가수 최백호가 청바지의 캐주얼 차림으로 무대 뒤에서 앞으로 나와 모습을 내비쳐 그 2절을 불렀고, 세 번째는 전혀 다른 무대인 프랑스 파리 몽비쥬 공원에서 젊은이 여럿이 용감하게도 오가는 인파 속에서 길거리 버스킹으로 그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딱 낭만의 분위기였다.
최인식 친구의 그 게시가 참 고마웠다.
그래서 답을 붙였다.
붙인 답, 곧 이랬다.
‘뻗어가는 우리의 국력이 확 느껴지는 영상이었네. 고맙게 들었고, 이 영상에 실린 '낭만에 대하여' 그 노래는 두고두고 내 쓰는 글의 배경음악으로 실어 써먹겠네. 감사 감사’
내 그렇게 답을 붙일 때, 내 딱 한 편 글쓰기로 마음먹고 생각에 떠올린 풍경이 하나 있었다.
딱 일주일 전인 지난 2021년 10월 9일 토요일의 일로, 우리들 ‘실개천♡흘러가듯’ 밴드 회원들과 어울려, 우리 고향땅 문경의 명산인 해발 1,106m의 백두대간 주흘산을 오르던 바로 그때의 풍경이었다.
우리 모두 가슴 가득 낭만을 품고 오른 주흘산 그 암봉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