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여음> - 정선 아리랑과 정선 사람들
1. 2023년 추석연휴가 시작이다. 아침 뉴스 대신 다큐가 방영되었다. 제목과 화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음, 아직 남겨진 소리>, 정선 아리랑이 흘러나온다. 가장 한국적인 정서와 깊은 슬픔이 깊게 배어있는 노래다. 한국의 민요는 슬픈 가락이 많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전라도 지역의 <육가배기> 가락과 서도지역의 <수심가> 그리고 강원도 정선의 <정선 아라리>이다. 각각의 곡조는 비슷한 듯 다른 듯 가슴을 서늘하게 적셔준다. 특히 정선 아리랑은 다양한 노랫말을 통해 고단하고 힘겨운 우리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후렴구의 쓸쓸함은 슬픔을 통한 위로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비슷한 가락이지만 부르는 사람들마다 슬픔의 색깔은 다르다. 또한 그 슬픔을 받아들이는 태도 또한 다르다. 그렇게 비슷하지만 다양한, 소박하지만 깊고 옹골진 소리를 통해 삶의 정수가 드러나는 것이다.
2. 정선은 산이 깊고 오랫동안 화전마을이 많았던 곳이다. 지금도 산 속에서 고립된 삶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를 이용하여 쟁기를 끄는 모습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흘러간 상징인 듯하다. 하지만 화면 속 정선 사람들은 여전히 산비탈을 개간하기 위하여 소와 함께 땀을 흘리고 있다. 대부분 80세가 넘은 사람들이 벌이고 있는 여전히 힘겨운 삶의 현재형은 그들이 부르는 정선 아리랑 가락과 함께 고단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화면 속 정선은 여행을 통해 만나는 정선과 많이 달랐다. 다큐가 촬영된 2022년 나도 정선을 떠돌았다. 내가 이동한 동선은 역과 역 사이의 길을 따라 걷는 것이다. <정선역>에서 <나전역>으로 다시 <아우라지역>과 <구절리역(폐역)>으로 이동하는 코스는 화면 속 정선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정돈되고 발전된 농촌의 모습이었다. 길은 잘 만들어졌고 하천 옆에 꽃과 나무는 세련되게 정리되어 있었다.
3. 하지만 다큐를 통해 다시 보게 된다. 숨겨진 정선은 여전히 과거의 힘든 흔적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그리고 힘든 삶을 위로하는 노래를 여전히 부르고 있음을. 하지만 노래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80세 넘은 노인이라는 점은 이제 생활 속에서 ‘정선 아리랑’은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돈되어가는 기찻길과 주변 풍경처럼, <정선 아리랑>은 특정의 전수생들을 통해서 특별한 무대에서만 이어진다. <정선 아리랑>의 가장 큰 매력이었던 삶과의 정직한 밀착은 이제 종결되고 있는 것이다. 다큐의 제목 <여음>처럼 점점 사라지는 또 하나의 일상에서 발견했던 아름다움의 퇴장이다.
첫댓글 - 모든 소리가 그러하듯 '정선아리랑' 또한 구슬픈 소리가 마음을 파고 든다. 삶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