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에 출범한 KBL은 지난 시즌에 크나큰 홍역에 시달렸었다. 사상 최초로 일어난 '몰수경기' 파문을 비롯해 '임대 트레이드'와 '기록 밀어주기 추태' 등 갖가지 사건들이 KBL을 옥죄었기 때문. 일련의 사건들은 결국 농구인으로는 처음으로 KBL의 수장이 됐던 김영기 총재와 집행부가 자진 사퇴하는 불상사로 귀결됐다.
'안 좋은 추억'을 뒤로하고 새로 취임된 김영수 총재와 집행부의 첫 시즌이기도 했던 올 시즌은 다행히 지난 시즌과 같은 불상사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정규시즌 최초로 100만 관중(100만 6,547명)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밖에도 아마농구협회, 중국 CBA, 필리핀 PBA 등과 교류에 물꼬를 트는 등 김영수 총재의 첫 시즌답게 의욕적인 행보가 돋보였다. 또한 공중파 TV 중계를 위해 금요일 오후 3시 경기를 신설했고, KBL의 깨끗한 이미지 조성을 위해 '클린팀 상'을 만들기도 했다. 용병 선발제도도 과감하게 자유계약제로 전환하는 등 그야말로 거침없이 매스를 댔다.
그렇다면 거침없는 개혁의 성과는 어떨까? 일단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이다.
오래 전부터 단절된 프로와 아마를 간만에 연결시키는 '프로-아마 최강전'은 한국농구의 발전을 도모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당초 김영수 총재가 구상했던 것에 비해 결과는 좋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KBL 시범경기 우승팀과 스탄코비치컵에 출전하는 아마대표팀의 친선경기로 치러졌지만, 오후 2시라는 애매한 시간에 경기가 치러지는 바람에 주목을 끄는 데 실패했다.
한중 올스타전도 한국의 KBL과 중국의 CBA의 교류에 물꼬를 트는 좋은 계기가 됐지만, 지나친 강행군으로 선수들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이 많았다. 특히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시기에 '국가대항전' 성격의 올스타전은 양국 선수들에게 지나친 부담감으로 작용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게다가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2차전은 입추에 여지가 없을 정도로 1만 3,000석의 경기장이 꽉 차 흥행에 성공했지만, 서울에서 열린 1차전은 KBL 주말 관중수인 6,482명에 그쳐 망신살을 뻗쳤다.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 컸다.
'프로-아마 최강전'과 '한중 올스타전' 모두 시기를 잘못 잡아 흥행에 실패했지만, 일단 교류의 물꼬를 틀었다는 점에 의의를 둬야 할 것이다. 특히 '한중 올스타전'의 경우, 어느 정도 한국농구에 대한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금요일 오후 3시 경기는 찬반 논란에 놓여있다. 공중파 중계를 통해 프로농구를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오후 3시라는 시간대가 계속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대체적으로 금요일 경기가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는 평을 얻고 있지만, 일부 팀에서는 주위 학교 등지에서 관중을 동원하는 등 애로사항이 많았다는 후문. 하지만 진정한 농구 팬들을 위해서는 금요일 경기의 시간대를 7시로 바꾸는 것이 옳은 길이 될 것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팬들에게 감동을 주고 상대 팀을 배려하며 페어 플레이하는 팀'에게 주어지는 클린팀 상은 선정 기준이 애매해, 그 실효성에 의문점이 생긴 상태다. 일각에서는 '클린팀 상으로 추천할만한 팀이 없다'고 비아냥거릴 정도다.
그리고 새로이 바뀐 용병 자유계약제는 장점 못지 않은 단점이 나타나 또 다른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물론 수준급의 외국인 선수들이 몰려오면서 전력평준화를 이루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한 리그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자유계약제임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용병 교체가 일어나는 등 장점 못지 않은 폐해가 드러나 적절한 보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지난 2월에 열린 KBL 신인 드래프트는 도중에 중단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김효범(미국명 브라이언 김), 한상웅(미국명 리차드 한) 등 해외동포들의 잇단 지명으로 대학 지도자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반발하며 드래프트 현장을 집단 퇴장한 것이다. 다행히 드래프트는 더 이상의 파장 없이 마무리됐지만, 합리적인 제도 보완이 절실히 요구된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프로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산다는 점 말이다. 최초로 정규시즌에 관중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올 시즌 프로농구는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농구 팬들의 사랑과 성원 덕분이 이루어낸 쾌거인 것이다.
물론 적극적인 교류와 제도 손질도 좋다. 하지만 KBL을 사랑하는 팬들을 항상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KBL이 잊어서는 안 된다. 농구 팬들이 보다 농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KBL은 기필코 조성해야 할 것이다. KBL의 캐치프레이즈가 무엇이던가? 바로 'Bounce your heart(당신의 게임입니다)'가 아니던가? 이젠 KBL이 팬들의 사랑에 보답해야 할 때다.
(스포츠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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