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문학동인 시와산문』 하계 문학기행을 마치고
후끈 열기 안고 선녀와 나무꾼 되길 기대했는 데 여름의 끝자락이 아쉬운 듯 비가 주적 거리며 내렸다. 하지만 웬만한 자연적 여건을 수용할 장소로 현장답사 했던 터라 일정대로 진행했다. 8시에 솔나리 님과 달마 님이 요모조모 장을 보고 있을 때 약속 시각에 맞춰 집결지에 도착한 안개나루 님은 배달 온 기정 떡을 알아서 받아 주었다. 가마실 님과 볼귀 님은 늦게 온다기에 동인들은 살가운 수인사를 건넨 후 승용차 2대로 연이어 출발했다. 가는 동안 멀미로 속이 메스껍다는 남산제비 님은 앞좌석에 앉아 아들 이야기와 기정 떡으로 빈속을 달랬다.
하동 방향으로 가다 어치계곡으로 접어 들었다. 굽이굽이 물줄기 품고 운치 있는 수어댐이 가슴 열어 반기고 백운산 억불봉이 와락 안겨 기 넣어 주었다. 얼마를 갔을까? 폭우로 아픈 흔적이 여기저기 눈에 밟힌다. 묵언으로 감싸는 운무의 위로를 너울너울 받으며 백운산 자락 감고 깊숙이 들고 들어 10시 경에 산장에 도착했다. 우중 날씨는 계곡 뒤흔들 매미 울음도 삼키고 찬기만 내뿜어 선뜻 마루에 앉기를 주저하며 방석을 챙기고 긴소매를 걸쳤다. 불과 보름 전만 해도 아이들은 첨벙대며 더위를 잊었고, 그늘 찾아 발 담근 피서객들이 듬성듬성 자리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던, 그 평상은 흔적도 없이 국지성 소나기가 쓸고 간 큰 생체기로 남았으니 실로 자연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더운데 문학기행을 꼭 여름에 가야 합니까?’ 라는 가마실 님이 담아냈던 우려의 목소리는 궂은비 내리는 차가운 초록계곡에 발 담글 생각조차 접게 했다. 소명이라 생각하고 뱅글뱅글 도는 일상을 잠시나마 멈추고 유유히 내닫는 계곡물을 들여다봤다. 못난 시름 흐르는 물에 띄워 보내니 금새 정결한 마음 들고 주어진 하루가 내면을 위해 누리는 보너스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끈끈한 정으로 만든 팥 든 둥근 기정 떡, 알알이 희로애락 배여 탐스럽게 영근 포도송이, 매 순간 시심 터지길 바라는 고소한 팝콘, 부드럽고 유연하여 오지랖 넓은 뽀얀 한치, 근심 풀 때도 조심하라는 열정의 복분자 등으로 화기애애 실타래 풀린 듯 안부가 오갔다. 이 틈에 경청의 대가 정다 님이 미국 여행 기념으로 물 좋은 유성펜을 참석 동인 모두에게 전했다. 25집 작품 준비에 빛을 발할 것이다.
달마 님이 준비한 카세트에서 흐르는 시낭송을 들으며 참숯불에 자글자글 부드럽고 구수한 닭구이는 익어갔다. 빨간, 하얀, 노랑 입맛 따라 아리랑 고개를 한참 넘기다보니 달마 님이 보이질 않는다. 계란이 한 판 하고도 반 넘었는데 뭔 걱정이랴 무거운 눈꺼풀에 꺽인 모양이다.
안개나루 님의 역발상적이고 원초적인 입담에 실소가 터지면서 웃음의 전령이 이어졌다. 웃음소리에 놀라 줄달음치는 다람쥐를 놓칠세라 목청 돋우는 갈마골 샌님 동심 덕에 눈이 한곳에 쏠리기도 했다. 다시 분위기가 무르익자 잘 어우러진 닭죽이 산나물을 앞세워 끼어들었다.
분위기가 물씬 익어가고 거문도 문장가 이야기가 뜰 무렵 공사다망한 가마실 님이 먼저 출발하게 되어 회비를 건네자 그 참에 솔나리 님의 총무 수행이 이어졌다. 내친 김에 25집 동인지에 한 몫을 할 단체사진은 요염하게 폼 잡고 안개나루 님 원판불변의 법칙을 삼각대에 고수하며 여러 장 남겼다.
동인들은 애송시 담긴 시집을 챙겨왔다. 볼귀 님의 감성적인 플루트 연주 선율 타고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갈마골 샌님이 선행적으로 진지하게 애송시 낭송을 해 주었다. 이내 준비한 시를 남녀 조화롭게 낭송하고 감상 소감을 자유 토론한 신선한 나눔은 시·산 동인들의 특별한 시간이 되어 긴 울림으로 자연의 합주곡 되었다. 솔나리 님은 안경 없이 시낭송하다 춤추는 시어들 앞에 두 손 든 충격이 컸다. 낭송한 애송시는 카페 작품토론방에 올리기로 했다.
문학모임의 중요성과 활성화 방안을 늘 고민하는 매화 님은 젊은 피에 촉각을 세우며 예상 신입회원으로 늘푸른나무 님을 살짝 선보였다. ‘조홍 같은 순수한 열정으로 탄탄하게 노력하는 기대주! 온전한 꿈을 안고 문학 창고에 영혼의 실타래 풀기를 바라니 정색하지 말고 기꺼이 환영받으며 입회할 것을 지지한다.’는 저력 있는 동인들의 따뜻한 눈빛이 느껴졌다. 어쩌다 보니 시·산을 대표하는 가수 남산제비 님의 노래 한 자락 듣지 못하고 선걸음에 계곡 풍광 배경으로 다시 추억담아 출발했다.
6시 30분쯤 순천에 들어서는 길목에 볼귀 님이 먼저 귀가했다. 담소와 시심을 일구어 꼬지에 끼울 마무리 자리에 도착해보니 갈마골 샌님과 정다 님이 오랜만에 함께해 주어 특별히 감동했다. 꼬마김밥과 따끈한 어묵 국물에 여담을 풀고 있는데 갈마골 샌님의 통계 내는 독특한 취미 이야기로 배를 잡았다. 저녁 모임 관계로 달마 님이 자리를 뜨게 되어 느슨한 기분 들자, 기쁨조 꽃삽 님이 합류하여 바리톤으로 화음을 맞춰 나름 포근하고 즐거웠다. 사려 깊은 달무리 님은 품고 온 자작시를 시·산의 보배 안개나루 님 앞에 선보였다. 서로 감상하고 나누다 보니 화색이 돌았다. 화기 애매한 뒤풀이 자리는 9시쯤 귀가를 서두르며 손을 흔들었다.
이번 하계 문학기행을 준비하고 진행함에 전원 참석을 기대하면서 당일 일정으로 계획하고 달마 님과 사전답사를 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불참이 많아 아쉬움이 컸다. 함께 한 동인들은 부족함이 있어도 두 배로 품어주고 자연 속에 동화되어 긴 시간 넉넉한 마음을 나눈 정겨운 모습이었다.
동인들은 “시인은 시 따로 삶 따로 가 아니다.”라고 낮은 목소리를 냈다. 삶이 시가 되어 책임질 수 있는 시·산 동인들의 각자 몫으로 희망의 불씨가 되길 공감하며 친목을 다지는 추억이 되었다.
볼귀(김기옥) 달무리(김우영) 달마(박귀주) 갈마골 샌님(박범석) 가마실(성갑숙) 매화(성승철) 안개나루(안철수) 정다(정운기)
남산제비(주정희) 솔나리(최영숙) / 꽃삽(조경심) / ‘ ’ 표시는 조온정 님을 삼행시로 표현하였음. / 시·산은 시와산문의 약자임.
첫댓글 상세한 스케치로 다시한번 그 날의 웃음지어봅니다. 여유로운 하루를 좋은 이들과 보낼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 (남산제비꽃 입니다- 꽃을 빼니 전혀 다른...)
다른 이미지 연출 관계로 꽃도, 부인도 기타 등등
멋집니다. 기행문.
그리 세세하고 수려하여 그날을 다시 눈감고 뒤짚어 가는 듯 합니다.
총무님의 세심함으로 이번 기행은
참으로 값지고 여유로웠던 시간이었습니다.
누군가의 노력으로 인하여 동인들이
만족할 수 있음이 더욱 좋았던 기행이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님 감사해요!
여여롭게 누리시는 배려가 더욱 좋았어요.
와................ 좋다......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시간들을 이렇게 멋지게 표현해주시니 감사할뿐........ 행복합니다. 다들 행복하셨죠???
아쉬워요~~~함께 하지 못해서요.
우리 솔나리님 수필도 잘 쓸듯 싶은데 한편 써 보면 어떨까요?? 자세한 풍광 묘사 등이 자질이 있어 보여요. 감사해요
기회 되면 진품으로 솜씨를 선보여주셔요.
멋지게 찰지게 풀어내셨군요. 감사......
동아리 저변 활동의 중요성과 역할을 늘 지지해 주시니 느낌 봐 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