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5가 미군부대
아사리밧 시인 일 소
폐허가 된 미군부대 정문 앞을 지나간다
까마득한 날에 이 근방에서 생존했다
부대에서 무엇을 하는지 살필 여유가 없어
지나면서 자주 눈도장만 찍은 지난 시설
오늘따라 잠시 폐허가 된 정문 앞에서
고철이 된 부처님 말씀을 듣고 싶었다
들여다보니 회전철문의 쓰임새가 갸우뚱
철문은 잠겨 있고 표면은 녹이 슬었다
안쪽은 텅 빈 공간 둘레는 철조망
정문 곁에 포장마차 주점은 아직도 있다
한 때는 곱창 노점이 늘어섰고
지금은 변해서 튀김집만 두어 집
썰렁한 곳에서 잠시 생각을 불러
소주에 옛날을 녹인다
이곳도 어느 날 불도저에 밀려날 팔자
인심(人心)도 밀어재칠 수 있는
현대 개발의 각종 이론, 어쩔 수 없겠지
또 하나 가슴 울린 추억이 번쩍
골목에 단골집 황주집이 있었다
어려울 때 직원 식사를 꾸준히 감당했던 집
없는 돈에 외상을 갚으려 하니
사장 아줌마는 손해 많이 봤다면서라며 사양
억지로 일부를 주고 동정으로 갚았다
최소한에 마음 편해서 글썽이며 돌아섰던 집
그래 그날의 일엽편주가
용하게도 하류까지 도달
이것 또한 기적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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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5가 미군부대. 중시 및 사진 아사리밧 일 소
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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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6 10:2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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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을지로5가 미군부대' 잘 읽었습니다.
미군부대 앞 골목은 한 때 문전성시를 이룬 적 있지요.
미군 철수로 인해 폐허가 다 되어있는 을씨년스런 풍경이 눈에 잡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