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협상이 어렵고 힘든 근본적인 원인

17여년 전 어느 대기업의 지역 책임자 생활을 하면서 연봉제를 경험했었다.다음 해 연봉협상을 하면서 내게 할당된 목표와 그 실적달성률 그리고 채산성 등을 따져 모두 계수화 된 연봉 협상자료를 들이미는 회사의 담당 임원 앞에서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느끼며 오직 짤리지 않고 다시 내년에도 일할 수 있게 된 것 만으로도 감사했었던 그날의 그 쓰라린 추억... 그 뒤 우여곡절끝에 다시 시작 된 근로소득자로서 관리소장이라는 운명적인 직업의정체성은 매년 예산편성이라는 미명하에 인건비 조정이라는 급여협상의 테이블에나를 다시 밀어 넣었다. 단지 달라진 것은 옛날에는 내 1명만을 위한 급여협상이라면이제는 네가 이끌어가는 관리사무소라는 조직의 전원에 대한 급여협상이라는 것... 매년 년말 관리사무소 급여협상을 하면서 느끼는 화두는 "관리직원인 나의 급여가오른다면 과연 좋아할 사람이 누구겠는가?"이다. 우선 내 급여가 오른다면 그 누구보다도 나를 비롯한 내 가족들은 조금 더 가처분 소득이 늘어날 소지가 있으므로좋아할 것이다. 그 다음 내 형제.자매들이나 친척들은 좋아할까? 사이가 좋다면 내 일처럼 좋아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별로 사이가 좋지 않거나 대면대면 하다면 오히려 배아파 할지도 모른다. (원래 사촌은 땅만 사도 배아프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의 사고라면 해당 단지의 입주민이나 동대표는 관리직원의 급여가 오른다는 것은 곧 인건비의 상승 즉, 매월 부담하는 관리비의 인상을 의미한다.그리고 그것을 의결하고 결정해야 하는 동대표는 관리직원의 급여인상으로 인한 관리비 상승을 부추킨 입주민 입장에서는 공공의 적이나 배신자의 굴레를 뒤집어써야한다. 그래서 급여인상을 반대하는 동대표는 정당한 것이고 단 1명이라도 반대하면 급여를 동결할 수 있는 당당한 정당성이 확보되어 있다. 500세대가 조금 넘는 우리 단지는 동대표의 정원이 10명이다. 그런데 동대표 구성을 위한최저인원(2/3) 7명을 간신히 채워 매번 운영을 한다. 원래 단지내 동대표의 구성을 위해서는 엄청난 물밑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작업을 해도 동대표가 나오지 않는 선거구가 있다. 그때 마치 구세주처럼 자진해서 동대표를 하겠다는 사람을 주목해야 한다. 이 사람이 과연 몇명이냐에 따라 그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운명과 그 단지 전체의 운명이 좌우된다. 15개월이 지난 이번 기수 동대표회의 구성을 할때 봉사와 희생정신이 투철하여 자진해서동대표에 출마하신 분이 3명이었다. 한분은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가지셨지만 소장은 안나가고관리비가 단 돈 1,000원이라도 오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으로서 감사직을 수행하시고한 분은 90후반의 치매걸린 노모를 모시고 있는 스트레스를 모았다가 한달에 한번 동대표회의에와서 소장인 나에게 모두 해소하고 가시는 분이고, 마지막 한분은 이제 갓 6학년이 되신 관리소장직에 철천지 원한이 맺힌(자기 남편도 주택관리사이고 관리소장) 여자분이다. 이정도 되면 매월 벌어지는 동대표회의의 개 드라마틱한 모습이 충분히 상상이 가실 것이다.작년 년말은 새로운 기수가 출범한지 3개월만에 급여협상을 했고 워낙 기록적으로 최저임금이인상되어 그래도 만족할 만하게 급여인상을 시켰다. 그런데 이번 급여협상은 쉽지않을 것이라는 것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거의 올 초부터 공작을 벌였다. 우선 회장님.총무님, 감사님 한분은직원들 급여를 올려주지 않으면 당신이 미안할 마음이 들만큼 가족같은 인간관계를 형성해 두었다. 그 다음 한분은 스스로 상식적인 판단을 충분히 하실 분이라 따로 협조를 구하지는 않았지만스스로 객관적인 판단을 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렸다. 그렇지만 나머지 세분은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중요한 결정사항이 있을 적마다 나는 최대한 마음을 비우고 또 비우고 중간자적인 입장에 서려고애쓰고 그 분들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동대표회의에서 인지한 정보를 가지고관할 구청에 차 실시간으로 민원을 내고 그에 따른 감사를 받고 결국 행정처분(털면 다 먼지난다)을받고 행정심판청구를 하고 별 희안한 일을 다 격으면서도 결코 증오로 승화시키지 않고 오히려더 살갑게 잘해드리고 웃으며 친절하게 접근했다. 이번 급여협상을 하는 중에 위 세분 중에서 한분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도저히 몸이 않좋다는 핑계로 집으로 들어가 버리고(찬성도 아니고 반대도 아닌 묵시적인 동의같은 기권) 나머지 두분 중에서 한분은 냉정하고 차갑게 반대, 한분은 온갖 극악한 말로 극렬하게 반대(심지어 장기근속자는급여만 높아지고 하니 다 짜르고 신삥으로 채용하고 기전실 직원도 T/O를 2명 줄이자는 등)하는데급여인상에 찬성하시는 감사님 한분이 끝까지 물러서지 않으셨다고 한다.(소장은 나가서 전혀모름)만약 회장님이 그러셨으면 오해받기에 충분했지만 그동안 내내 깐깐하게 관리주체의 일에 감독하시던분이 그러시니 결국 모두 다 급여인상으로 결말을 내고 말았다. 우리 직원들도 회장님도 총무님도 다른 동대표들도 나와 그 감사님이 그동안 서로 어떤 인간관계를 쌓고 내가 어떻게 대해 드렸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그 감사님의마음에 흡족할 만큼 여러가지 혜택을 드렸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순간에 그에 대한 보답을 해주신 것이다. 굳게 닫힌 문을 열수 있는 키맨이 그분 이었던 것이다. 정말 쉽지않은 일이다... 어찌됐든 우리 방의 모든 분들이 내년에는 흡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모두 급여협상에 성공하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적습니다. 미천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