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수미정사(주지 종연스님)는 지난 22일 동국대 정각원장 법산스님을 초청, 경인불교대학 1기 개강법회를 봉행했다. ‘불교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법문에서 법산스님은 “불교는 믿고 배우고 실천하는 종교”라며 “끊임없이 정진하며 미래를 새롭게 열어가라”고 불자들을 격려했다. 스님의 법문을 요약.정리했다.
“거울보고 화장을 고치듯 자신을 고쳐가라”
사진설명: 법산스님은 “업은 곧 습관이고 이 습관을 올바르게 만들기 위해 늘 참회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란 무엇이며 올바른 불자의 삶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말씀드리러 찾아왔습니다. 깨달음의 가르침인 불교는 생명존중의 종교입니다. 모든 중생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평등사상을 부처님은 주창했지요. 때문에 모든 생명을 나와 같이 소중히 여기고 따뜻이 보살펴야 참 불자라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깨달음에 다다랐을까요. 부처님은 크샤트리아 계급의 왕자로 태어났지만 모든 부귀영화를 버렸습니다.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나 왜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을 당하느냐는 의문을 품고, 해답을 찾기 위해 출가의 길을 나선 거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다 괴로운 일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고통스럽습니다. 온 세상이 괴로움의 바다, 고해(苦海)입니다.
여러분들, 괴롭죠? 살아가는 자체가 숨쉬는 것조차 괴로움입니다. 경제가 잘 안 돌아가니까 괴롭고, 부모자식 사이에도 이웃 간에도 괴롭습니다. 하다못해 주차 하나 하는 것도 괴롭습니다. 더워도 추워도 괴롭습니다. 온갖 스트레스가 곧 괴로움입니다. 부처님은 모든 중생이 시달리는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수행을 시작합니다. 부처님은 6년 동안 괴로움의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스승을 찾아 공부합니다. 그러나 아무에게서도 명쾌한 해답은 듣지 못하고 결국 붓다가야에서 홀로 골몰히 마음을 참구합니다. 스승은 다만 길을 가르쳐줄 뿐이지 지극한 경지는 스승을 떠나야만 오를 수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보리수나무 아래 앉아 마음을 단단히 먹습니다. 내가 깨닫지 못하면 이 자리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마침내 부처님은 깊은 명상을 통해 불법의 요체인 연기법을 깨닫습니다.
업은 곧 습관…참회.반성 통해 변화
자주 법문듣고 바르게 살도록 애써야
연기(緣起)는 무엇이냐. 바로 ‘환경’을 의미합니다. 환경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나를 둘러싼 환경을 스스로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자신 앞에 펼쳐질 미래는 달라집니다. 연기는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다고 가르칩니다. 즉 사람이 괴로운 것은 잘못된 원인을 심었기에 무언가를 저질렀기에 괴로운 결과가 나타난 것이죠. 달리 말하면 복된 원인을 짓는다면 결과도 그에 맞게 복됩니다. 아무리 좋은 배추씨라도 수분과 자양분, 기온이 알맞지 않으면 싹도 틔우지 못하고 죽습니다. 반면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좋은 친구나 스승을 만나서 다듬어지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심었다고 끝난 것이 아니고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되도록 정성스레 가꿔야만 비로소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불교는 이런 인연의 원리를 잘 깨달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불교는 좋은 인연을 쌓아 자신의 환경을 차츰 고쳐나가 밝은 미래를 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더 나은 삶, 더 행복한 미래를 이루려면 불교를 먼저 ‘믿어야’ 합니다. 불자들은 교리공부를 시작할 때에 열심히 정진하면 부처님과 같은 성자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발심의 동기엔 이미 깨달음이란 결과를 품고 있지요. 농부들이 씨앗을 심을 때는 수확을 염두에 두고 심는 것과 마찬가지죠.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 신(信)임을 명심하십시오.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난 부처님을 믿고 따르면 나 역시 부처님처럼 해탈할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을 가지십시오. 의사를 믿지 않으면 그 어떤 명의라도 병을 고쳐주지 못합니다. 꼭 쾌유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자신을 돌보는 의사를 신뢰해야만 병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침을 놓아도 아프기만 할 뿐이죠. 부처님은 〈대방광불화엄경〉에서 “믿음은 도의 근원이요 공덕의 어머니이며 일체 선근을 잘 길러주는 것”이라고 설합니다. 도(道)는 곧 길, 믿음 없이는 아무리 좋은 길을 가르쳐 줘도 못갑니다.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아무렇게나 운전한다면 그 종착지가 어디겠습니까.
녹차의 맛을 제대로 우려내려면 물의 온도를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정확히 맞추어야 합니다. 시금치도 물에 살짝 데쳐야만 제 맛을 내지요. 어느 곳에 갈 수 있다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에서 행동이 출발하는 것 아닙니까.
사진설명: 수미정사 경인불교대학 제1기 개강법회서 설법하는 법산스님.
믿었으면 배워야 합니다. 개강하면 한번도 빠지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십시오. 혼자서는 공부가 안됩니다. 여럿이 모여 불법을 배우십시오. 불교는 마음의 종교이니 굳이 절에 가서 꼬박꼬박 예불할 필요는 없다고 잘못 이해하는 불자를 종종 봅니다. 그러면 나는 그분들께 목마르면 내가 대신 물을 마셔줄테니 물을 먹지 말라고 받아칩니다. 밥을 실제로 먹지 않고 밥을 먹었다고 생각만 하면 배가 불러집니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지혜가 생기고 생활은 반드시 나아집니다. 부지런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귀에 듣고 마음에 익히십시오. 불교는 마치 안개에 옷 젖는 것과 같아요. 자주 절에 와서 수업을 경청하고 스님의 법문도 귀담아 들으며 불교에 젖어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이 시간에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다른 시간에 이해가 돼 깨우치는 보람을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배운 것을 묵혀놓아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끊임없이 실천해야 합니다. 법회에 들어갈 때 늘 삼귀의를 봉송하시죠.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한다는 건 믿는다는 것이고, 가르침에 귀의한다는 건 배운다는 것이고, 스님들께 귀의한다는 건 실천하겠다는 뜻입니다. 스님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솔선수범하는 분들입니다. 스님들이 가르치는 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실천하세요. 복은 내 스스로 지어야 하는 것. 부처님이 말씀한대로 믿고 배우고 실천하며 복 많이 지으십시오.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믿고 배우고 실천하면 아무리 가난하고 무능한 사람도 유능하고 행복해집니다. 왜냐하면 부처님을 믿으면 우선 마음이 맑아집니다. 마음이 맑아지면 공부를 해서 지혜로워집니다. 그러면 현재 내가 주어진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이 섭니다. 생활 속에서 불교를 실천하게 되지요. 깨달음의 가르침을 믿고 배우고 실천하고, 이것이 불교입니다.
모든 중생은 불성으로 인해 평등합니다만 제각각 업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납니다. 업은 곧 습관이고 이 습관을 고쳐나가기 위해 늘 참회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예컨대 어제 시금치를 무쳤는데 맛이 영 시원치 않았다면, 불이 너무 세서 그랬는지 너무 오래 데쳤는지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잘못된 점을 발견하고 고치면 오늘 무치는 시금치는 맛있겠지요. 그게 바로 참회입니다. 여러분들 화장할 때는 늘 거울을 봅니다. 잘못 화장한 것을 고치고 다시 그리는 것이 곧 반성입니다. 시금치를 잘 무치기 위해 노력하듯, 화장을 할 때 거울을 보듯, 참회와 반성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것. 그것이 불교입니다.
조계종 제14교구본사 범어사(주지 대성스님)는 오는 7월5일부터 10월14일까지 오전10시 설법전에서 100일 지장기도 및 고승대법회를 봉행한다.
이번 법회는 영가천도를 위한 100일간의 지장 기도 기간동안 12명의 고승을 초청해 법문을 듣는 자리다. 7월5일에는 범어사 조실 지유스님이, 14일에는 내원암 회주 능가스님이, 17일에는 범어사 주지 대성스님이, 24일에는 영주암 회주 정관스님이 법문한다. 3재인 8월3일에는 쌍계사 조실 고산스님, 13일에는 전 조계종 포교원장 무진장스님, 23일에는 대각사 주지 흥교스님이 각각 법회를 연다. 9월2일부터 진행되는 법회에는 범어사 출신이 아닌 스님들을 초청해 법문을 들을 예정이다. (051)508-3636
화엄.법화산림 백고좌
대구 법왕사(주지 실상스님)는 오는 7월18일부터 10월29일까지 큰법당에서 제13회 화엄.법화산림 백고좌대법회를 봉행한다. 이번 백고좌법회는 100일간 100명의 스님에게 화엄경과 법화경의 한 품씩 나눠 법문을 듣는 자리다. 7월18일 법왕사 회주 정무스님을 시작으로, 법랍 30년 이상의 스님 100명이 차례대로 법문을 할 예정이다.
신도회 고우스님 초청 법문
조계종 중앙신도회(회장 백창기)는 오는 7월13일 오후7시30분 조계사 극락전에서 각화사 태백선원장 고우스님을 증명법사로 초청해 ‘중도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법회를 연다.
이번 법회는 중앙신도회가 하안거 기간동안 성철스님의 〈백일법문〉을 교재로 펼치는 ‘하안거 백일법문 논강’의 일환으로 고우스님은 논강으로 증명법사로 법문과 문답을 하게 된다. 또 8월24일에도 고우스님이 증명법사로 나서 ‘선(禪)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법문할 예정이다. (02)733-7277
삼보회 〈벽암록〉 특별법회
대한불교삼보회(이사장 윤종길)는 6월부터 조사어록인 〈벽암록〉 특별법회를 개최한다. 중앙승가대학교 송찬우 교수가 벽암록을 논강하는 이번 특별법회는 매주 토요일 오후6시30분부부터 7시30분까지 서울 삼보정사 대법당에서 열린다. (02)943-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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