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100이 종영된지 3년이 지난 후에, 사실상 퀴즈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에선 공기화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있는 프로그램 모두 화제성이 별로 높지 않고, 그나마 우리말 겨루기가 우리말이라는 특이한 주제와 연예인 특집 남발로 겨우 살아남는 수준이다. 장학퀴즈는 시청률 비공개라서 알 수 없지만, 반응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장학퀴즈나 도전 골든벨은 왕중왕전을 정기적으로 해 주고, 섭외 폭도 크니 그나마 유지하고, EBS가 공익성을 강조하다 보니 연명하는 추세다. 우리말 겨루기는 사실상 달인은 방치 상태고, 왕중왕전 특집이나 100회 특집도 적은 수준이다.
물론, 특집은 필수가 아니긴 해도, 실력자들을 위한 이벤트도 일반인 퀴즈쇼에서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1대 100은 딱히 왕중왕전이라는 호칭이 따로 없긴 해도, 간간히 실력자들을 위해서 특집을 열곤 한다. 그래서, 100회 단위 특집이나 왕중왕전 같은 특집에 대한 소감을 정리해 볼까 한다.
<2008년 1주년 특집 - 51, 52회>
이 때는 제작진들이 섭외도 열심히 하고, 실력자들간의 한판승부를 선호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추세였다면, 좀더 롱런했을텐데... 1인은 14단계까지 가고도 무일푼이었던 분과, 8단계까지 자력으로 풀고 찬스 2개를 썼음에도 우승하지 못했던 1인이다. 최종 결과는, 14단계까지 간 1인은 다시 한 번 아쉬움을 삼켰고, 다른 한 분은 아쉬움을 풀었다. 전자의 경우 후에 그 분과 같은 문제를 풀고도 100인에게 우승을 내줬던 마술사와 같은 입장으로 보인다. 그 마술사는 나중에 전화 연결로 '상금을 도둑 맞은 것 같다'고 했으니... 어쩌면 1대 100은 100점을 맞아도 70~80점 맞은 사람에게 장학금을 넘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저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러다 보니 우승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 있고, 유민상이나 성혁처럼 100인 운이 좋아서 우승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1대 100이 롱런했던 게 아닐까 싶다.
특히 이 특집에서는 2447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거금, 1인 우승 상금의 절반 가까이 쌓였다는 것이다. 이는 5~8단계에서 20명 씩 떨어져서 이 상금이 가능했고, 당시에는 2단계만 해도 5만원이었기 때문에 3단계에서 떨어지더라도 100만원 이상은 가고, 크루아상이나 밥공기 같은 버프를 받으면 300만원 이상도 가능했다.(전자 역시 상금이 1600만원이었다. 결과는 제작진에게 갔지만...) 그 대신, 단계 상금이 높아서 그런지 1단계에서 20~30명 탈락도 부지기수였고, 심하면 카르보나라처럼 1인이 나온다든가, 10명 이하인 경우도 많이 있었다. 지금은 0단계가 음수 문제인 경우가 많아졌지만...
참고로 이 도전자 이후에는 김태우 빼고 재도전자 우승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쇠뿔도 단김에 빼라'처럼 첫번에 5000만원 못 타면 거의 탈 확률이 없다고 봐야 함.
<2009년 100회 특집 - 100, 101회>
이 특집은 1대 100의 새 역사를 쓴 한 개그우먼, 박지선의 활약이 돋보였고, 100인 우승자들도 많이 나와서 재밌게 보았다. 물론, 스포일러가 방송 전에 나왔기 때문에 결과를 안 사람들은 김이 샜지만... 후에 그 개그우먼은 10주년 특집에서 김용만의 전화 찬스로 등장했고, 마지막에는 유민상과 같이 출연해서 대미를 장식하기도 했다. 지금은 안타깝게 자료 화면으로만 볼 수 있지만... 이 때부터는 K본부의 인기 있는 프로그램에 편승해서 1인들을 특집에 섭외하고 있다.
이번 100회에는 인기를 끈 드라마인 '꽃보다 남자'의 김준, 전성기를 누린 개그 콘서트의 코미디언 박지선 등을 섭외했고, 200회에는 1박 2일의 김종민, 은지원, 300회에는 안녕하세요 팀을 섭외했다. 400회에서는 먹방에 편승해서인지 이연복, 레이먼 킴을 섭외했고, 500회는 사정상 보통으로 치러졌는데, 아마 당시를 감안하면 살림남 쪽에서 섭외했을 것으로 보인다.(후술하겠지만, 400회는 평이 갈린 의견이 많았다)
어쨌거나, 이번 회차에서는 더블 찬스 제도도 도입되었고, 실력자들도 많이 섭외되어서 재밌었고, 특히 우승자들이 직접 나와서 문제를 출제했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참고로 2012년에 개그콘서트 팀을 섭외해서 특집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거는 그냥 개콘 토크쇼하고 PD에게 5000만원 선물 주었다고 해도 무방함. 뭐, 지금은 당시 개콘의 인기가 높았다는 것을 생각하는 선이지만...
<2011년 200회 특집>
보통 100회 단위 특집을 하면 2편을 찍는데, 이번 편은 1번으로 끝냈다. 보통은 상금 탄 분들이 나와도 2회를 찍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게 이때부터 커진 것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200회는 앞서 서술했던 분들이 등장했고, 더블찬스나 문제 재활용을 빼면 별다른 건 없었다. 그래도, 100회에 이어서 상금을 두 번 탄 출연자가 탄생했고, 당시 시청률도 14% 가량을 찍었을 정도 1대 100도 전성기를 누렸던 시절이었다.(당시 1박 2일은 과도기였음에도 시청률이 20%를 호가했음)
참고로 390회부터는 최후의 1인 리턴즈를 통해서 상금을 탈 수 있는 기회를 더 주었고, 이렇게 해서 2번 상금을 탄 사람은 22명이다.
<2013년 300회 특집 - 안녕하세요 팀>
300회 특집에선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밥공기 문제가 나왔고(후에 마지막 문제로 등장함), 당시 인기를 끌었던 안녕하세요 팀이 게스트로 나왔다. 이 때까지만 해도 1대 100 PD의 섭외력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요즘에는 신동엽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게 드무니까 말이다. 이영자도 그렇고... 컬투 역시 지금은 라디오 프로그램을 계속 맡을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고... 후에 게스트로 요즘엔 잘 안 나오는 이휘재도 1인으로 섭외했으니...
이번에는 최후의 1인이나 재출연한 100인의 숫자를 줄이고, 평소와 다름없이 예심 고득점자를 섭외해서 진행했다. 또한 100인들 입장에서는 돼지고기를 공짜로 받아갔기 때문에 어쩌면 횡재했을 듯? 원래는 대표 1인을 뽑은 대다수 100인에게만 주려고 했다가, MC들이 간청해서 모두에게 주기로 했다고 한다.(나중에 떨어진 이유는 방송 스케줄 맞춰야 해서 고의 탈락했다는 얘기가 있지만, 진실은 저 너머에...) 어쨌거나 이번 회차도 제작진들의 노력이 엿보인다.
<2015년 400회 특집 - 세프 특집>
400회 특집은 전술했지만, 본 사람에 따라 평이 갈렸다는 의견이 많다. 400회 특집을 당시 인기를 끌었던 먹방에 편승해서 특집을 꾸몄다는 점에서 성의가 없다는 얘기가 있었고, 굳이 셰프 특집을 그 때 해도 됐었냐는 얘기도 있었다. 또한 400회였음에도 1대 100 역사를 정리하는 시간조차도 없었다. 뭐, 100회 특집을 무조건 성대하게 치르고 특별하게 치러야 한다는 의무는 없긴 하지만, 문제는 찬스 사용 게임이다.
이 때는 100인 찬스는 그대로, 특별히 출연진의 이름을 딴 복이 찬스와 킴이 찬스가 있었다. 이 때에는 다 써도 되지만, 게임에서 이겨야 찬스를 쓸 수 있었다. 찬스는 조우종 아나운서보다 자장면을 빨리 먹으면 찬스를 쓸 수 있는 게임인데, 아시겠지만 갑작스럽게 음식을 먹으면 질식할 수 있는 사고가 생길 수도 있다. 예전에 자사 프로그램에서 가래떡 빨리 먹기 하다가 한 성우의 목소리를 옛날 자료로만 들을 수 밖에 없게 했고, 한 가수에게 커피를 빨리 마시라고 한다든가, 위탈에서 찹쌀떡 목에 걸려 청소기로 빼낸 사례나, 냉면먹다 질식사한 사례도 소개했는데, 자장면 빨리 먹기를 계획했다는 건 안전에 신경을 안 썼다는 것이다.
다행히 방송에선 무사히 넘어갔지만, 잘못해서 면이 목에 걸렸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마치 개콘의 전기충격 사건이나, 무대 감전사고처럼 말이다. 게다가 자장면을 즉석에서 배달할 수는 없으니, 미리 배달한 자장면으로 했을텐데, 맛도 문제지만 사고 우려도 커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조우종이 승리해서 찬스는 무산되었는데, 아마 찬스는 예전에 있었던 2인의 답이나 1인의 답, 우승자의 답 같은 거로 추측된다. 어쨋거나 이번 특집은 자장면을 빼면 별 다른 게 없었다.(만에 하나, 찬스를 안 썼으면, 자장면은 어떻게 됐을까...?
<2017년 10주년 특집 - 김용만>
이번 특집은 10주년 특집으로 초대 MC였던 김용만을 섭외했다. 참고로 MC 그리도 1인으로 녹화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김용만 편을 10주년 특집으로 방영하고, MC 그리 편은 7월 초순에 방영했다.(그래서 이 방영분을 본 사람에게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었다)
이번 편에서는 2017년부터 2인 팀 한정으로 도입되던 패자부활전이 도입되었다. 패자부활전은 어떻게 보면 1인에게는 불리할 수 있는 반면, 100인 입장에서는 기회도 생길 뿐더러 상금을 더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2인 팀과의 형평성을 맞추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왕이면 정규적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그렇게 되면 1인은 상금타기가 힘들어지지만... 이번 회차에서는 10번 이상 출연한 100인도 계셨고, 박지선 씨의 목소리를 전화로 만나 볼 수 있었다.
<2017년 500회 특집>
한 마디로 정리하면, 파업 때문에 날아간 500회와, 43만원으로 마무리했다고 보면 된다. 사실 그 이전 회차에서 마술사가 강력한 임팩트를 남겨서 묻힐 가능성도 있었지만, 차라리 그 회차를 500회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물론 파업으로 제작진들이 많이 빠져나갔고, 섭외도 힘들어서 무산되었다고 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후술하는 마지막회는 미처 꾸미지 못한 500회 특집으로 다시 꾸민 것으로 보인다.
차라리 490회 초반이었다면, 재정비해서 500회 특집을 기획할 수 있을텐데, 하필이면 타이밍이 좋지 못해서... 그 때 도전 골든벨은 900회를 성대하게 꾸몄는데, 일반 퀴즈 프로그램은 특집 기획도 쉽지 않다는 걸 느끼게 한다.
참고로 2017년은 짧고 굵은 해라고 할 수 있다. 이 해엔 결방이나 특집, 파업으로 방영 횟수가 적었지만, 전단계 완주 1인이 있고, 10단계 통과 1인이 3명이나 되는 등 명승부들도 많이 생겼다는 점이다. 이 때 1대 100의 결방이 적었다면, 상승세를 탈 수도 있었는데, 결방이 많은 점이 아쉽기만 하다. 후반기에는 한상권 아나운서로 하다가, 2018년에는 17대 우승자였던 유민상이 스페셜 MC로 참여하기도 했다.(2017년 하반기에 녹화한 김동현 편은 2018년 1월이 되어서야 방송에 나왔다) 결과적으로, 유민상은 2018년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고 할까?
<2018년 마지막 회 특집>
마지막 회 특집은 제작진들도 느낀 게 있는지, 심혈을 기울였다는 걸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마지막은 제작진의 승리로 끝났지만, 초창기 1대 100을 재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서 좋았다는 의견이 있었다.(결과적으로 100만원은 소수에게 나누어 주긴 했지만...) 비록 시간이 지났지만, 초창기처럼 했다면 그래도 오래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만약 오래갔으면 트로트에 편승해서 소소하게 인기를 끌었을 테지만, 아무리 길게 가도 2020년 초까지였을 거라고 생각된다. 이 때의 1대 100은 사실상 산소 호흡기에 의지하는 상황이다 보니, 아마 도전 골든벨처럼 역사의 한페이지로 이사시켰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이 역사의 한페이지로 이사간 이유에 대해 제작진은 포맷 계약한 네덜란드 방송사와의 계약이 종료되어서 종영되었다고 하지만, 사실상 시청률 부진으로 사라진 걸 에둘러서 표현했다고 보면 된다. 시청률이나 인기가 좋았다면 어떻게든 계약을 연장해서 했을테지만, 인기가 없으니 버리는 거나 다름이 없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마지막인데, 역사를 되돌아보는 마지막 엔딩 신이나 최후의 1인 팀 특집을 한 번 밖에 안 해서 아쉽긴 하다. 이왕이면 다른 출연자의 형평성에 알맞게 2회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뭐, 그 이전 100회 단위 특집이나, 개콘 특집 같은 것도 있었지만) 한 팀을 더 뽑았다면, 저는 김태우나 한혜연을 섭외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마지막이라 그런지 제작진들이 노력한 부분이 많이 보였고, 400회를 성의없이 때우고 500회가 방송사 사정으로 무산된 것에 대한 반성의 의미라고 보면 될 듯? 이 편에서는 밥공기, 사위 문제, 카르보나라 같이 100인들을 대거 잡아먹은 문제의 복습이 있었고, 마술사의 심정도 들을 수가 있었다. 또한 5자리 탄 사람도 나왔는데, 지금은 추억으로 생각하고 그 1인과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이번에 대거 탈락 때 맞힌 최후의 1인도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어쨌거나 이 프로그램이 이사간지 2년이 다 되가네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퀴즈 공기화가 심해지고 있고, 요즘 일반인들의 실력 발휘할 때는 사라져 가는 추세라서 아쉽기만 합니다. 특히 5000만원을 탄 1인들도 다시 문제를 풀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물론 달도 차면 기울고, 기운 달도 다시 찰 때가 오듯이, 조만간 1대 100과 비슷한 일반인 프로그램이 부활해서, 많은 분들이 퀴즈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랍니다.
어쨌거나 앞으로 퀴즈 프로그램의 부활을 마치면서, 1대 100 왕중왕전을 정리해 봤습니다. 부족하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다음에는 우리말 겨루기 왕중왕전 정리를 해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