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한달걷기 7일차 12코스
무릉외갓집에서 용수 포구까지 17.5킬로
4.3위령비를 지나는데 길동무 쌤이 별말씀 없이 그냥 지나십니다. 어제부터 함께 하시는 길동무 쌤은 제주 토박이십니다. 제주에서 나고 자라면서 제주의 아픔을 누구보다 가까이 곁에서 보아온 분이시라 그럴 겁니다.
대학3학년 때 제주로 수학여행을 왔었어요 한껏 들떠 친구들끼리 신나 있는데, 당시 운동권이었던 동기애가 4·3 관련 유인물을 나눠주는 거에요. 제주에 왔으니 여기서 일어났던 참혹한 역사를 알아야 한다며. 그러나 이제 막 생애 처음 제주에 도착한 아이들 귀에 들릴 리 만무했지요. 그 땐 그랬어요. 이제서야 비로소 그 아픔을 새깁니다. 죄송합니다.
무밭에 무 수확이 한창입니다. 제주 무. 육지 마트에서 판매중. 요즘 보리와 마늘이 아직 수확 전이고 양파며 양배추는 이미 수확하고 밭 갈아 놓았더군요.
마늘밭에는 삼춘(제주에선 여자 남자 안 가리고 다 삼춘입니다. 예전 우리 통영에서 남자 여자 안 가리고 다 이야였던 것과 같습니다) 들이 양손에 가위들고 마늘쫑을 잘라내고 있습니다. 수확전에 3번은 잘라야 마늘이 튼실해진다고 합니다
돌담에 다육이라, 잘 어울림
걷는 길 모두 꽃길
도원 연못을 지나 녹남봉을 빠져나오면 바다가 보입니다. 녹남은 녹나무의 제주어랍니다. 산에 녹나무가 많아서 녹남봉
중간 스탬프가 있는 도예촌은 폐교인데 이승복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동상이 다있습니다.
구럼비나무(까마귀쪽나무), 길동무 쌤 어릴 때 드셨다는 이 열매는 관절에 좋답니다
퐁낭 신팀장이 사온 '쉰다리'를 맛봅니다. 달지않은 식혜 맛. 원래는 좀 더 시큼하고 덜 달아야 진짜 쉰다리의 맛이랍니다. 여름에 먹다 남은 밥이 쉬면 그냥 버리기 아까우니 아예 발효시켜 먹었다는 제주 어머니들의 지혜가 낳은 음료.
신도리 바닷가에
하멜일행 난파희생자위령비가 있습니다.
하멜이 여기 바다로 들어왔다 합니다.
도구리가 있다는 바다입니다. 석방렴처럼 육지 바다에선 인공으로 만드는데 여긴 자연이 만들어 준 옴폭한 웅덩이가 있습니다.
가끔 돌고래도 만날 수 있다는 곳, 오늘은 아니지만,
물이 얉게 남겨진 바닷가, 애들 놀기 좋은
서귀포와 제주시의 경계를 넘어왔습니다. 들을 드르라고 히는데 넓으면 진드르, 더 넓으면 하늘드르. 여기는 하늘드르. 제주시 밭에는 돌담이 안보입니다. 제주와 서귀포를 구분짓는 점이라 합니다.
여기도 꽃길
수월봉에 올랐습니다. 벌써 두번째 오르막 길.
공기질을 관측하는 기상대가 옆에 있습니다. 여기서 20분 정도 자유시간을 줍니다. 좋그로. 평화로이 앉아 토끼풀 꽃으로 화관 하나 만드는데 옆에 앉아 계시던 제주 아주머니, 남편이 텔레비전 앞에만 앉아 있다고 흉을 한참 보십니다. 완전 제주어로 말씀하시는데 내용은 알아듣겠더라는 ㅋ
수월봉은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졌답니다. 분화구는 저 옆의 바다구요
엉알길로 내려갑니다. 희한한 모양의 지층이 보입니다. 엉은 바위 알은 아래라는 뜻입니다. 엉알=바위 아래
오랜시간에 걸쳐 흙이 쌓인 게 아니라 화산 폭발로 인한 화산재와 굳은 용암이 단기간에 만들어낸 자연의 신비
그런 신비한 지층에다가도 일본군이 포탄 저장할 갱도 진지를 만들었다는
우리가 올랐던 수월봉
수월봉을 돌아 나오면 차귀도 가는 여객선 선창가에 오징어를 빨래 널 듯 널어 말리고 있습니다. 누군가 한치라고도 하는데, 오징어 맞습니다. 한치는 귀가 길어요.
조금 지나면 당산봉으로 오르는 길이 나오고 윤슬에 빛나는 차귀도가 또 보입니다
차귀도. 첫날 서명숙 이사장님이 들려준 설문대할망 전설에 나오는 할망의 막내 아들.
일곱 아들이 밖에 일하러 간 사이 엄마가 팥죽을 끓입니다. 엄청 큰 솥에 가득 팥죽을 끓이다가 큰 나무주걱으로 저어야 하는 팥죽을 끓이다보니, 실수로 엄마는 팥죽 속에 빠져 죽습니다. 아들들이 집에 돌아왔는데, 팥죽은 끓고 있고, 엄마는 보이지 않습니다. 형들이 배고프다며 팥죽을 한그릇씩 떠서 먹기 시작합니다. 막내만 엄마를 기다려야 한다며 끝내 팥죽을 먹지 않고 있었지요. 팥죽을 계속 떠 먹던 형들은 팥죽 솥 아래 엄마를 발견합니다. 놀란 형들은 죄책감에 한라산에 가 돌이 되었고, 그런 형들이 보기 싫어 한라산이 보이지 않는 이곳에 와서 섬이 되었다는 설문대 할망의 막내 아들입니다.
길동무 쌤이 다른 이야기도 들려주십니다. 중국을 침략할 영웅호걸이 나올 섬이라는 걸 알고, 중국에서 장수가 와서 이곳의 수맥 지맥을 다 끊고 돌아가려는데 매가 날아와 돌아가는 것을 차단했다고 하여 차귀도라 했다는.
기왕 막을 거 맥 끊기 전에 침몰시키지.. 라며 혼자 생각했습니다.
여기를 지나면 차귀도의 각도마다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제주 서쪽 끝을 돌아가는 거기..
종점에 도착. 김대건 신부님 표착기념관.
중국에서 신부가 되고 배를 타고 오시다 풍랑을 만나 차귀도에 먼저 닿았다가 이곳에 오셔서 배 수리하고 다시 떠나셨다는.
어제는 정마리아, 오늘은 김대건 신부님. 제주엔 콘텐츠가 다양하게 많네요
오늘은 어제 보다 컨디션이 좋았어요. 점점 적응해 가는 모양입니다.
아침은 달걀후라이 식빵 샐러드
점심은 올레 맛집. 어촌계 식당
저녁은 특별 외식, 오분자기 푸짐하게 올린 해물탕, '기억나는 집'
특별2차. 박쌤의 초청으로 한달걷기 식구들, 센터 근처에서 회 안주를 곁들여 소주와 맥주로 입가심. 시원한 맥주 한 잔 달게 마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올레길 완주는 가급적 한 살이라도 적을 때, 한 달이라도 빨리, 하루라도 서둘러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운동도 평소 좀 해서 근육을 키우든지... 시간 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제일 필요한 건, 역시 체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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