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의 고산고는 지난 주 해병대 극기훈련을 다녀왔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학생들에겐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목도 쉬고 얼굴도 검게 그을렸지만 눈빛은 더욱 형형해졌다. 그곳에서 학생들은 나태한 심신을 버리고 새롭게 태어났다. 부모님을 생각하고, 살아온 삶과 자신의 현재 모습을 되돌아봤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고산고의 해병대 극기훈련은 학교가 추진하는 리더십향상 프로그램의 일환. 고산고는 이 프로그램 운영으로 지난해 2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특색있는 학교만들기' 선도학교로 지정됐다.
학력향상에 올인하는 여느 고등학교와 달리 고산고가 '리더십 향상'을 특화사업으로 적극 추진하고 나선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고산고는 전주의 변두리 종합고에요. 학생들이 중학교까지 다니면서 회장은 고사하고 반장을 해 본 경험도 없는 실정이죠. 가정형편 등으로 학교부적응 자도 많고요. 그래서 아이들이 무기력하고 생활에 활력도 없어요. 학력보다 매사에 자신감을 회복하는게 우선이다 싶었죠."
초빙공모형 교장으로 4년 전 부임해 온 주인택 교장은 학교의 실상을 정확히 진단했다. 그래서 동창회와 학부모, 지역사회, 교사들을 설득해 'TPF(trust, pride, fun) 형성을 위한 리더십 향상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우선 교문에 'I can do. We can do'라고 쓰여진 현수막을 내 걸었다. 학생들이 등교하면서 마음속으로라도 자신감을 되새기게 하자는 취지에서였다. 보충수업 등으로 활용되던 0교시를 소양교육 시간으로 과감히 돌렸다. 바른 인사법, 뇌체조, 명상교육을 교내방송으로 실시하고 시사한자, 생활영어 등 가벼운 교양수업으로 워밍업을 했다. 주로 모자란 잠을 보충하거나 잡담으로 시간을 때우던 학생들이 서서히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매주 1회는 외부강사를 초빙해 리더십 전문교육도 했다. 조금이라도 개선된 점이 있으면 마일리지를 제공해 성취욕을 북돋웠다. 마일리지를 많이 취득한 학생들은 여름과 겨울, 래프팅과 스키캠프에 참가해 리더십을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랬더니 학생들이 경쟁하듯 생활태도를 바꿔 나갔다. 가장 큰 변화는 결석률이 '0'으로 떨어진 것.
주 교장은 "학생들이 학교에 오는 걸 즐거워하게 됐다"며 "교사도 학생도 신이 나서 수업에 적극적으로 임하니 신뢰도 쌓이고, 학력도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고 말한다.
고산고는 그러한 학생들의 '등교의 즐거움'을 학습동기 유발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다양한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문화공연 관람 계획서 작성대회도 그 중 하나. 경제적 어려움, 지리적 여건 등으로 접하기 어려운 문화공연 관람 기회를 학교가 제공해 줌으로써 다양한 분야의 꿈을 스스로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장래에 공연연출가가 꿈인 1학년 황서정양은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톡톡히 봤다. 지난 주말 학교의 도움으로 뮤지컬 '맘마미아'를 관람한 이양은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선 기분에 요즘 학교생활이 마냥 즐겁다. 이재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