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와 함께 송년회를 마무리한 해피가족
(기행 수필 송년회 제1편)
루수/김상화
닭의 해가 저물어 가며 찬바람이 불어온다. 겨울을 잉태한 바람은 비록 양쪽 볼이 시리도록 스치지만 신선하고 상큼하다.
하늘에선 정신이 나도록 차디찬 뽀얀 바람을 선물로 쏟아붓기 때문이다. 계절의 오묘함을 알려주는 이 바람은 인간의 정신세계까지 바꾸어 놓는다. 찬
바람이 달려와 12월을 만들어 낸다. 그 열매로 벽에는 11달의 고달픔을 참아 오느라 힘들었는지 마지막 한 장의 빛바랜 달력이 덩그런 이
걸려있다. 더욱이 이달은 한해의 일을 마무리하는 달이기도 하다. 하던 일들을 끝을 맺고 고달팠던 일 년을 뒤돌아보며, 새해를 맞이할 설계를
하려는 급한 마음이 깔린 달이다. 열심히 달려온 일 년의 결과는 과연 어떠했는가? 지나간 한 해를 지금 조용히 뒤돌아보자. 남을 미워하지는
않았는지? 자기의 부를 위해 욕심은 부리지 않았는지? 또 사회에 좋은 일을 한 것은 무엇이 있는지? 이웃을 자기 가족처럼 사랑했는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는지?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생각해 보고 잘했다고 생각되는 것은 뜨거운 마음의 박수를 보내고 더 잘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잘못했다고 생각되는 것은 그 원인을 분석해 잘 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뒤돌아보는 삶은 부끄러운 일도 있었지만 언제나
향기가 배어 나온다. 우리는 사회에 봉사하는 참된 마음으로 베풂과 배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자기의 발전을 위한 좋은 생각과 아름다운 마음을
담을 그릇도 가슴에 품고 있어야 한다. 추운 겨울이라 할지라도 늘 사랑이 돋아나고 향기가 물씬 풍기는 삶을 우리는 가슴 한편에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마음으로 행복하고 보람되게 살아보겠다는 정신을 기르기 위해 해피 가족은 오늘 강원도 영월에 있는 송학산으로 송년회 겸 산행을
하러 간다.
우리가 가는 송학산은 닭의 해를 보내기 아쉬워 전 세계 25개국에 있는 닭의 모형을 한 눈으로 볼 수 있게 전시해
놓은 전시관과 연수원이 있다고 한다. 더욱이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인 올 7월에 코세스 그룹에서 설립해 개관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해피
임원진은 이곳을 택해 송년 산행 겸 단합대회를 하는 뜻깊은 날이다. 버스는 코세스 그룹 연수원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필자는 닭에 대한 상식은
거의 없다. 단지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유년시절(幼年時節) 집에서 닭을 기르는 것을 보았을 뿐이다. 봄에 달걀을 둥지에 암탉과 수탉이 사랑
나눔을 통해 생산된 유정란을 20여 개 넣어 놓으면 암탉이 그 달걀을 품는다. 암탉은 전란(轉卵)=알을 뒤집어 주는 것)을 알아서 골고루 한다.
즉 전란(轉卵)은 부화가 잘되도록 달걀을 수직 상태에서 앞으로 45~90도, 뒤로 45~90도로 기울여 주는 것이다. 그러곤 21~23일 정도
기다리면 노란 새끼병아리가 예쁘게 부화하는 것을 보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화 온도와 습도이다. 부화 온도는 약 37.5도가 유지되어야 하므로
알을 품고 있는 암탉은 열의 손실을 방지하려고 꼼작도 하지 않는다. 달걀 부화 기간이 21일이다. 이 사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닭은 놀랍게도 끔찍할 정도로 모성애가 강한 동물이다. 필자가 순수한 마음을 지닌 어린 시절 감명 깊게
보았던 암탉의 모성애에 대해 본대로 적어본다. 새끼를 데리고 다니다 앞에 적이 나타나면 곧바로 투사로 변한다. 새끼를 보호하려고 온몸에 있는
깃털을 종 곧 세워 몸을 크게 부풀려 상대가 위협을 느끼게 한다. 그러곤 사정없이 적을 공격해 물리친다. 모든 동물은 자기 새끼를 보호하는
마음은 대동소이하겠지만, 닭은 특이하게도 타 동물과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모성애를 가진 동물인 것 같다. 또 날씨 변화 때문에 온도가 내려가면
양 날개 속으로 새끼들을 따뜻하게 품는다. 그런가 하면 암탉은 막 부화한 새끼를 데리고 다니며 교육을 한다. 먹이를 찾는 법, 어미가 새끼들에게
베푸는 사랑, 적이 앞에 나타났을 땐 슬기롭게 대하는 모습과 싸우는 모습, 먹이를 먹을 때 서로 뺏지 않고 양보하며 먹어야 한다는 예의, 정답게
살아가는 법 등 삶의 세계를 가르친다. 보편적으로 새들은 거의 암수 힘을 합쳐 먹이를 물어 날러 새끼를 기른다. 그러나 수탉은 수정란을 만드는
것 이외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부성애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동물이다. 오직 암탉 혼자서 그 많은 새끼를 돌보며 기르는 독특한
동물이다.
동료들에게 나누어 줄 사랑과 행복을 한 아름 가슴에 품고 있는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는 초겨울의 찬바람을 가르며
목적지인 영월의 송학산 코세스 연수원에 도착했다. 그때가 오전 11시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전 세계의 닭 모양을 예쁘게 만들어 전시해 놓은
것이 여기저기서 눈에 들어온다. 위쪽엔 아담하게 전시관이 자리를 잡고 밑에는 식당 겸 커피숍이 있다. 그리고 옆에는 가족 단위로 행복하게 쉴 수
있는 펜션이 있다. 우리는 짐을 풀고 가볍게 등산을 하기로 했다. 신께서는 등산하려는 우리에게 좋은 날씨를 선물로 준다. 하늘은 파랗게 물들어
있고 구름 몇 점 동동 떠다니며 풍류를 즐기고 있다. 햇살은 초겨울을 알리는 듯 약간의 따사로움으로 우리를 보살핀다. 그러곤 조용히 대지에
내려앉아 피조물들과 속삭인다. 회원들은 모두 싱글벙글하며 즐거운 표정으로 올 마지막 산행을 한다는 기쁨에 들떠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산을
오르며 차가운 공기를 마셔도 행복해 보인다. 잎이 떨어져 앙상한 나무지만 겨울 준비를 하느라 힘들어하면서도 의연한 자태를 보여준다. 지나간 한
해의 삶을 뒤 돌아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다.
등산이라 할 수는 없다. 가볍게 기분 좋은 산책을 하고 온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한자리에 모여 백봉현 회장의 닭에 관한 명강의를 들었다. 인류의 삶과 함께한 닭으로부터 많은 것을 깨우치는 강의다. 백봉현 회장은 경찰학
박사이시며 코세스 그룹을 창설하신 분이다. 강의가 끝난 다음 전시관에 가서 각국의 모형 닭을 원 없이 보았다. 꼬꼬 토피아는 20여 년 동안
세계 25개 나라에서 닭과 알 공예의 다양한 작품을 사들여 왔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정크 닭과 역사적인 닭 유물들을 비롯하여 닭 민화,
닭 서예, 닭 공예품, 장식용 닭 모형 등을 감상하였다. 또한, 직접 제작한 300여 점의 알 공예 작품도 감상하였다. 알 공예는 수공예로
손끝으로부터 나온 정교함과 섬세함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알 공예는 백봉현 회장의 부인이신 이미옥 여사께서 손수 만든 것이라 한다.
전시해 놓은 닭과 알 공예가 하도 아름다워 전시관을 몇 번 돌며 보고 또 보기를 거듭했다. 이미옥 여사께서는 본 전시관의 관장을 맡고 계신다.
다음의 글은 전시관에 붙여놓은 글을 카피한 것이다.
2017년 정유년 닭띠 해를 맞이하여
중국에서 유래한 십이지(十二支)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고, 우리 문화 속에는 "띠"라는 이름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2017년은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로, 닭은 십이지 중 열 번째 동물이다. 예로부터 닭은 울음으로 새벽을 알려 어둠으로부터 밝은 기운을 불러들이는 동물로써
시조 설화에서는 새 나라를 통치할 인물의 탄생을 알리는 동물로 등장하기도 했다. 유교 문화에서는 문(文), 무(武), 용(勇), 인(仁),
신(信)의 다섯 가지 덕을 갖춘 길조로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닭 벼슬은 그 모양이 관(冠)과 비슷하게 생겼다 하여 "문(文)"을 상징하는데,
조선 시대에는 관직에 뜻을 둔 사람들이 입신출세를 바라는 마음으로 닭 그림을 그려 서재에 두었다고 한다. 한편 닭은 의외의 공격성을 갖춘
동물로, 날카로운 발톱은 "무(武)"를, 적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싸우는 성격은 용(勇)"을 상징하기도 하며 늘 무리 지어 다니며 자신의 것을
나누는 사랑과 풍요의 상징이자 끊임없이 알을 낳는 다산의 상징이기도 하다. 또한, 닭은 "신(信)"을 상징하며 시계가 없던 시절, 때를 알려주는
시보(時報) 역할을 했다. 닭은 어둠 속에서 울음을 통해 여명을 알리는 동물로, 선조들은 이를 밝은 빛의 도래를 예고하는 길한 존재로 여겼다.
닭이 울면 귀신도 달아난다 하여 새해를 맞이한 가정에서는 닭이 그려진 그림을 벽에 붙여 평온한 한 해를 기원하였다. 특히 농가에서는 설이나
대보름날 꼭두새벽에 첫 번째 우는 닭의 울음소리를 세어 점을 치기도 하였으며, 열 번 이상 울면 그해에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이처럼 우리 삶과
아주 밀접한 관련을 갖은 닭에 대하여 에그 아르떼 세계 닭 박물관 "꼬꼬 토피아" 에서는 2017년 희망찬 한 해를 기원하는 의미로 "2017
정유년 닭띠해" 전시를 준비하였다. 조상들의 옛 생활문화와 오늘날 우리 문화 깊숙이 스며든 닭의 모습에서 밝은 기운과 희망을 받으시길 바란다.
송년 산행 수필 제1편은 여기서 마무리한다. 제2편에서는 닭은 어떤 동물인가와 처음 접하는 신기한 섶다리에 대해 쓸
것이다.
2017년 12월 0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