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내면의 독백을 통한 성찰의 서정
시는 마음 닦는 거울이라고 한다. 내면을 들여다보며 성찰하는 글발의 내포성인 박세이의 출품작 중 「밀물」 「무게」 「존재의 의미」를 당선작으로 뽑는다.
이 작품들은 예정에 없던 타지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현실과 추억의 편린들이 오버랩 되면서 빚어진 사색의 글발이 아닐까. 자아발견 적 내면을 세월의 거울에 빗대면서 성찰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밀물」 은 조수 간만의 차이로 빠져 나간 물이 다시 들어오며 바닷물이 상승작용 하는 것을 말한다. 마음이든 몸이든 떠났다가 다시 만남을 빗대어 표현 한 것이 아닐까. 조수(潮水)는 밀물과 썰물을 말함으로, 만났다가 해어지고 다시 만남을 표현한다. 마음은 떠나가도 기어이 다시 돌아오는, ‘파도에 실어 보낸 마음은 밀물처럼 기어이 다시 돌아온다’ 의 종결에 여운의 의미를 부여해 놓았다.
「무게」 인생행로에서 한창때는 삶의 무게가 버겁기만 하다. 그만큼 책임감과 하고 싶은 일들이 많고 꿈이 있다. 일의 욕심, 성장하는 2세들의 보살핌과 책임감등, 그러나 나무의 나이테가 늘어나면 고목이 되는 것처럼 인생도 마찬가지다. 현실 속에 존재하는 시적체험을 표현하는 것이므로 화자의 입장에서 조명한다면 시댁 어른의 모습을 그려놓은 것이 아닐까. 얼마 전까지 분신처럼 함께하던 차량이 이방인처럼 마당 넘어 덩그러니 서 있는 것을 보고 차와 주인과 연결해서 안타깝게 바라본다. 그러나 정작 어른은 편안하신건지 그렇게 평온해 보인 것이다. 그만큼 할 일을 다 하고 넌지시 세상을 관조해 보는 모습일 것이다. 문단의 정상에 오른 박경리 시에서 ‘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 한 것을’처럼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존재의 의미」 존재의 의미는 존재의 부정에서부터 서서히 반전되어 간다. 빠르고 폭풍 같은 시간을 보내고 정상에 오르면 낮선 반가움이 놓여 있다. 노력의 결과물처럼 산의 정상을 오르거나 아이들 교육에 열정이든, 인간관계이든 노력이나 존재의 가치는 허상이 아님을 깨닫는다. 지난 기다림의 시간들도 존재의 가치가 있으므로 다시 활기의 숨을 쉬는 것이다.
시는 관념이나 시각적 감상에만 빠져 설명하듯 하는 보이는 대로 직유의 표현이 많다. 그러나 박세이 글은 은유적으로 내면에 살짝 감추고 간접적이고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맛이 있다. 그리고 전하고자는 메시지가 있고, 독자의 상상력이 다르게 느끼도록 하는 글맛이 살아난다. 그러한 면에서 박세이의 글은 깊이와 성찰의 무게감이 베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문장이 자칫 모호한 느낌을 줄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꾸준한 노력으로 정진한다면 좋은 글을 발표할 기회가 많고 선배 문인들이 인정하는 작가가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