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 휴가중인
대구 동생이 묵고 있는 팬선을 찾은 시간은
오후 한시가 훌쩍 넘어서였다
서울 누님을 태우고 의정부 동생네를 연락해 가면서
아침 8시 조금 넘어 출발했는데...
하루전날 남이섬을 다녀온 대구 동셍네는
늦잠까지 잔 뒤라 만나자마자 먹거리 타령이다
가평이지만 춘천에 거의 인접한 강촌스토리 팬션은
북한강변 춘성대교 아래쪽에 위치한 전형적인 강변하우스
물좋은 곳은 어디나 사람이 붐비고 놀거리 볼거리가 있다
이곳도 다양한 놀이 기구가 강변 양쪽에서 손님들을 유혹하고
조사들의 속 깊은 마음은 물속 고기들과 신경전을 벌여도 좋은
북한강의 강심은 여유롭고 평화스러운 풍경으로 한폭의 그림이다
모밀국수는 이미 먹어 보았고 춘천 닭갈비도 맛자랑이 입이 마른다
숙소 가까운 곳으로 자리를 잡고 올갱이 해장국을 먹으니 곤드레 만드레
오늘 일정도 빠듯하다 쁘띠 프랑스 마을과 제이드 가든을 돌아 보는 코스인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지만 휴가막바지 손님들의 열정으로 끝이 안보인다
좌측으로 남이섬 표지판을 보면서
산길을 약 10여분 정도 달려 도착한 쁘띠 프랑스
유럽풍 작은 마을을 옮겨 놓은 향수에 대한 정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골짜기 한쪽면은 이미 마을이 들어서 있고 반대편 산면도 벌목은 이미 끝난 모습
계곡 아래쪽 물가엔 물놀이 기구가 휴가객들의 마음을 훔치기에 바쁘다
유럽에서 원자재를 가져와 지은 집들로 황색 지붕만 보면 이국인것 같다
유럽 특유의 넓은 거실 벽난로 피아노가 있고 작은 갤러리도
선대 문화를 잘 보존하는 민족의 우월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그져 밀고 깍다가 덮어버리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문화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아직도 먼 나라 이야기
개발의 우월 논리가 어떤 명분보다 더 앞서고 있으니
작은 유산조차 우리는 정을 붙이는 정성이 한참 부족하다
오히려 새로운 것에만 쫓아 가는 떠돌이 정신문화가 부끄럽다
누님이 사주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남매들 여유로운데
의정부 막내가 몇시간을 달려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밥타령
찾아간 맛집은 닭갈비 전문점
먹어도 좋다는 주인의 서빙이 끝나기도 전에
소맥을 벌써 몇잔째 비우고 있는 막내 매제 큰눈이 더 커진다
시끄러운 시국 이야기, 무더웠던 여름이야기 그리고 가을이야기
남매들이 많은 우리 집안은 반만 모여도 시끌벅적 하다
그런대로 취기도 오르고 배도 부르니 별천지가 따로 있을까
숙소로 돌아 가기전 술도 깰겸 하여 빛의 정원이라는 제이드 가든으로
밤이지만 도랑을 끼고 만들어 놓은 정원의 모습이 그러려니 했다
개인 정원이라 입장료도 성인 한명에 8500원, 들어 가보고 싶은 마음은 벌로인데
홍일점 질녀가 꼭 가보고 싶다니 마다할 수가 없다 열여덟 꽃나이 미운데가 없는데
어제는 남이섬 번지 점프를 한치 망설임 없이 바로 뛰어 내렸다는 겁없는 십대
그래도 큰아버지 하면서 언젠가는 옛이야기 하겠지
제이드 가든 입구 왼쪽 건물벽에는 형형색색의 그림이 레이져 빔의 조화를 그리내고 있었고
정원 전체는 쌍쌍의 데이트족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조명이 멋지게 배경이 되어 준다
그리 크지 않은 정원이지만 볼거리로 자리를 잡은 듯
야간 손님의 대부분은 정춘 남녀 들이거나 신혼부부들이 대부분
아쉬운 것은 왜 우리나라 땅인데 외국 사람 이름을 딴 가든에 구경꾼이 몰릴까
아마도 정원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의 호기심 때문일까
아님 먹고 사는데 바빠서 그져 일만 하느라 여유가 없어서일까
좋게 생각해서 우리는 자연 전체가 정원이기 때문에
애써 인공적인 정원을 만드는 그 자체가 어색 할지도 모른다
방문을 나서면 바로 산자수명의 대자연이 아닌가 우리의 멋진 땅은
숙소로 돌아 가는 길이 십리 안팍인데 네비가 속을 썩여 가평읍내를 세번 이나 돌았다
전용 대리기사에게 운전대를 맡겨서인가 술기운이 도는데 네비도 따라 돈다
집사람과 티각태각하며 엉퉁한 길로 한참을 따라 가다 겨우 숙소로 돌아 오니 별밤이다
계기월식에 유성울 볼 수 있다는 누님의 순수한 마음이 하늘까지 올라 가고
대구에서 준비해온 닭백숙과 집사림이 가져간 맥주와 과일로 방바닥상 가득 한데
밤 12시가 넘어서야 의정부 막내 내외를 보내고 잠자리에 든다
잠깐 눈 붙였나 싶었는데 배꼽시계는 늘 하던대로 4시반을 알리고
대구 동생도 늙은이가 되어 가는지 새벽잠을 깨더니 테라스 창가로 간다
조금 남은 잠을 보내고 강변길을 나서보니 옛길 속으로 빨려 들어 가는듯
물안개가 산허리를 감싸며 돌아 가고
저만치 걸리듯 휘어지는 길가엔 달맞이 꽃이 빙그레
조금 더 걸으니 이번엔 원츄리 한쌍이 귓속말을 주고 받고
무궁화꽃의 영원함을 가슴속에서 풀어 내며 자꾸만 그길 같은 길을 걷는데
돌아 보니 저만치서 집사람이 내 뒷길을 걸어 오고 있다
30년을 넘게 동행해준 아내가 ...
늘 그랬다
남매들의 만남은
편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오래전 부모님 살아 계실때 보다 달라진건
우리도 이젠 나이가 들어 가고 있다는 것 그 외는
부지런히 살아 가면서 삶의 재미를 느끼며 산다는 것
옛말은 틀림이 없고
우리는 그 길을 또 걷고 있다
강촌의 한 팬선을 빌려서 1박과 2박을 하면서
짧고 긴 남매들의 이야기를 남긴다
첫댓글 국내에 이런 멋진곳도 있었네.
역시 좋은집안 자손들 답게 우의도 돈독하고.
긴애기들 했으면 올 종반들 모임장소도 대충 답 나왔겠네.
휴가는 다녀오셨는지요
폭염에 많은 비로 올여름은 별나기도 합니다
남매들 번개모임이라 준비없이 즐겁게 보냈습니다
종반모임은 아직 상의해보지 못했습니다
좋은 구상이 있으면 연락주십시요 의견모아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