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9 전남대 부속고등 특강원고> 최종수정본
나의 삶 나의 문학
- 변산시대와 지리산 시대를 중심으로
//최근자료 참조// 자료조사/ 「학산문학」(2014.2,여름호),「유심」(2014.2),「문학사상」(2014.4), 「서정시학」(2013.겨울), 「시와소금」(2012,가을), 「시선」(2012,가을호), 「원로에게 듣는 호남이야기」(2013,전나대 호남 연구원 발행), 「월간중앙」(2013,가을호), 「대산문학」(2012,가을호)
1.변산시대
①줄포茁浦마을 사람들
그래서 근동에서는 씨종에다 씨문서를 가진 벙어리 쌍것들로 구메 혼인*에도 가마에 흰 띠를 못 얹혔다지만, 그래도 귀 떨어진 엽전 하나는 꼭꼭 때워 쓰는 착한 사람들이더라는 것이다.
한번은 읍내 장터거리 그 쇠전머리 윷판막의 말뚝을 뛰어올라 반벙어리 장쇠아범이 혀를 집게로 뽑혀도 쌍놈의 말은 쌍놈의 씨로 남는 법이여, 그라믄 쓰간디 그래도 우리 동학장이들이 바구미같이 바글바글 끓던 그때 그 장날이 멋있었당께. 이러고서는 한참 외장을 놓더라는 것이다
아 동헌 마루를 우지끈 부수고 알상투를 끌어내어 수염을 꼬시르고 깨를 벗긴 채 볼기를 쳐 三門 밖으로 내쫓았더니 그래도 양반 때는 알았던지 옴팡진 씨암탉처럼 두 손으로 쇠불알을 끄슥드랑게. 활텃거리에 작것, 죽창 끝에 안 걸렸드랑가. 뚝소리 내고 떨어졌당깨, 옴마. 그란디 한 여편네가 엎어지드니만, 옴마, 이 작것. 이 작것. 우리 딸니미 잡아 먹은 갓끈 달린 이 작것 하드니만 치마폭에다 싸들고 줄행랑을 쳤드랑깨. 혀는 뽑혀도 말은 바로 허지만 말이여. 내가 그 달딴 녀석 아닌가 말이여. 알긋써. 이러더니란다
-1987 동학서사시집「새야새야 파랑새야 」3,4연
o서정시와 서사
①고향~섬생활(1980.5.18 사건 이전시대)
②광주시대(무등산) - 「새야새야 파랑새야」(동학서사시집), 「아도」(5.18사건 시집, 창작과비평사)
③변산시대(떠돌이 시대) - 「수저통에 비치는 저녁노을」(시와 시학사), 「만다라의 바다」(작가)
④지리산시대(여순사건「달궁아리랑(2010)」,「 빨치산(2012)」 ) - 순천대 교수 및 정년 퇴임시대
⑤한라산시대:4.3사건, 「흑룡만리(2014)18시집」
내 시세계의 언어와 정신
①황토의 정신. ②대(竹)의 정신, ③뻘의 정신: 국토의 3대 정신 = *풍류정신(나의 시세계)
o시인은 언어로 남는가? 정신으로 남는가?(언어의 성취도와 사상/ 아놀드)
②대숲 바람소리
대숲 바람 속에는 대숲 바람소리만 흐르는 게 아니라요서느라운 모시옷 물맛 나는 한 사발의 냉수물에 어리는우리들의 맑디맑은 사랑봉당 밑에 깔리는 대숲 바람소리 속에는대숲 바람소리만 고여 흐르는 게 아니라요대패랭이 끝에 까부는 오백 년 한숨, 삿갓머리에 후둑이는밤 쏘낙 빗물소리.....머리에 흰 수건 쓰고 죽창을 깎던, 간 큰 아이들, 황토현을 넘어가던징소리 꽹과리 소리들....남도의 마을마다 질펀히 깔리는 대숲 바람소리 속에는흰 연기 자욱한 모닥불 그을음 내, 몽당빗자루도 개 터럭도 보리숭년도 땡볕도얼개빗도 쇠그릇도 문둥이 장타령도타는 내음.....아 창호지 문발 틈으로 스미는 남도의 대숲 바람소리 속에는눈 그쳐 뜨는 새벽별의 푸른 숨소리, 청청한 청청한댓이파리의 맑은 숨소리
③大役事
너는 서해 뻘을 적시는 노을 속에
서본 적이 있는가
망망 뻘밭 속을 헤집고 바지락을 캐는 여인들
한 쪽 귀로는 내소사의 범종 소리를 듣고
한 쪽 귀로는 선운사의 쇠북 소리를 듣는다
만 권의 책을 쌓아 올렸다는 채석강 절벽
파도는 다시 그 만 권의 책을 풀어흘려
뻘밭 위에 책장을 한 장씩 넘긴다
이곳에서 황혼이야말로 大役事를 이루는 시간
가슴 뜨거운 불꽃을 사방으로 던져
내소사 대웅보전의 넉살문 연꽃 몇 송이도
활짝 만개한다
회나무 가지를 치고 오르는 청동까치 한 마리도
만다라와 같은 불립문자로 탄다
곰소의 뻘강을 건너 소금을 져나르다 머슴 등허리가 되었다는
저 소요산 질마재도 마지막 술빛으로 익는다
쉬어라 쉬어라 잠시 잠깐
해는 수평선 물 밑으로 가라앉는다
④ 개양할미
마음눈을 열고 나면 산막집에 걸린
외로운 등불 하나도 헛것이 아니다
대인동 시장이나 자갈치 시장바닥 그 어디서나
무수히 만났던 순대집 욕지기 할머니 같은 개양할미가
그 당집엔 산다.
굽달린 나막신을 신고 딸각딸각 해안 절벽길을 걸으며
바다 수심을 재어보기도 하고,
낼은 비가 올테니 집에 자빠졌거라, 그 물나울을 세어보기도 하며
먼 바다 피난길 돛대 위에 부는 바람도 큰 부채 흔들어 밀어낸다
낼은 샛바람이야, 샛바람, 아항, 늙은 말 울음소리 낼 때도 있다.
고집불통으로 나 또한 할 일 없이 그 절벽 밑 낚시터에 나와 앉았으면
개수통에 구정물을 퍼다 버리듯 샛바람에 비를 몰아다
된창 물우박을 뒤집어씌우기도 한다.
어느 날 밤은 모포 한 장에 살추위를 녹이려고 개양할미 집에 갔다.
할멈, 나 예서 하룻밤 유하고 갈테니 그리 알아.
아랫목을 파고 들었더니
야, 이 놈아 어디에나 살 섞고 피 섞고 빗장거리하러드누,
귓쌈을 패버린 덕에 정신이 번쩍 새로 들었다.
칠산 조기떼가 몰리고 위도 파시가 한장일 때는
치맛바람에 욕설도 한 사발씩 튀어 순대국도 잘 말았을 개양할미
오늘은 전주 남문시장에 나가 그 순대국에 욕이나 한바탕 먹고 왔으면 싶다.
2. 지리산 시대
① 지리산의 봄
꿈속에서 만났던 그 사람 종적을 알 수 없더니
백무동 골짝 용유담 맑은 물속에 숨어 살고 있었다
겨울 건기乾期를 지나 눈 녹고 봄비에 골짝물 불어나
폭포가 물기둥을 세우면
박치기, 박치기로만 물기둥을 뛰어넘는 가사어袈裟魚
봄에만 석 줄의 붉은 띠를 두르고 나온다는 가사어
백무동에서 달궁을 넘고 피아골 청학동을 돌아
삼남의 지붕을 제 집 삼아 한 생애를 다한다 하니
빨치산의 넋들림이라고도 하고 빨치산의 두목
이현상이 빗점골에서 사살된 후 새로 생긴
산천어라고도 한다
그도 어쩔 수 없이 전생에 죄를 얻어 나처럼
금란가사 한 벌 두르지 못하고
이 산천을 떠돌았던 몽구리 중놈이었던가 보다
근 현대사 이후.
이 산천에 웬 곡비哭婢들 이리 많은지
햇뻐꾸기 벌써 나와 공글공글 반 되짜리 울음 울고
소쩍이는 밤새도록 소탕掃蕩, 소탕掃蕩
한 되짜리 울음 운다.
②서시
-지리산에 눈내린다
내 시는 눈 내리는 지리산에 바쳐진다
아흔 아홉 골짜기 눈 내리는
해방특구 그 민주마을
통비마을
그 불타버린 마을들에
바쳐진다
네가 버리고 떠난 마을
그 산자락 따라 돌며
줄초상에 줄제사
한날한시에 통곡이 일어났던 밤
그 밤 열두 시에 바쳐진다
너의 창 끝에 너의 총구
혹은, 혹은,
불을 뿜던 빨치산의 마을들
그 외공리*를 지나 구례 산동모스크바 지나
너희들 그 흔적 없는 범죄 위에
내 시는 쓰여진다
일찍이 삼한 적 하늘 밑
울바자 튼 집자리
노고단 너머 첫동네
못다 핀 사랑이야기
그 달궁** 마을에 눈 내린다
빨랭이 빨치산 붉은 녹물이 들어서
눈 내린다
그 무쇠솥 뚜껑 위에
산마루 태성 성成돌을 베고 누운
잠든 얼굴 위에
지리산에 눈 내린다.
-2012,시집<빨치산에서>
*여순사건(신빨치,1948.10.18) - 4.3사건(1948.4.3)
③날아가는 새가 되지 않으려고 밤마다 가슴에 돌을 얹고 잠들었다
-<빨치산・1>
4)정순덕 열전
망실유격대장(최후빨치산);
o1948년
정순덕: 17세 입산, 34세로 빨치산 투쟁을하다 산청군 내원골(리) 800고지 야산 벌판에서 1963.11.11 새벽 이홍이는 즉사하고 그녀는 부상입어 수감 도어 자술서를 쓰고 석방되었다
o2005년 비전향 장기수 60명이 북으로 넘어갈 때 그녀는 양심선언을 했다.
5)이현상 사살(로상명): 1953.9.18 빗점골에서 서전사 차일혁 총경부대에게 사살(차일혁은 태극무공 훈장도 받지 못함)
6)빨치산 잡는 지리산 2대 귀신은 강삼수, 차일혁 총경인데 강삼수는 역빨치산으로 대원 20여 명으로 빨치산 300염 명을 잡았고, 차일혁은 대원 200명으로 2500명의 빨치산을 잡았다.
차일혁 총경은 보천교 교주 차경석의 아들, 이현상과는 만주 독립운동을 함께한 동지였다. 공주경찰서장, 그 아들 차일진(불교산문 사장 역임)은 생존, 이현상의 처 하수복도 생존
o콩고기 o승소 o도끼나물/ 미팔군 지령/
7)지리산 사찰 3백개를 불태워라: 차일혁 반항, 화엄사 각황전 문짝만 살짝 불태웠다.
현대시란 무엇일까
-시는 노래의 체계에서 비평의 체계를 넘어와 있다(paz)
①북치는 원숭이
-야생의 식탁・1
차이 쮜센의 팔순잔치가 있는 날
지난 여름은 칭따오를 거쳐 광저우까지 내려갔었다
수박 한 통을 쪼갠 오랜 경험으로
한 녀석의 골통을 까부수기 위해서였다
회전무대의 주인은 북치는 원숭이 레서스가 적격이었다
조명이 켜지자 은은한 불빛 원형탁자 구멍 속으로 불쑥
머리를 내밀고 빨간 두 눈알을 번뜩이는 그놈
발목에는 차꼬를 차고 있었다
뜨겁게 불을 달군 쇠북을 깔고 앉은 그가 엉덩이를 놀려
북을 치기 시작했다
북소리 둥둥둥, 밀림의 숲 속을 가로질러 간다
또 몇 차례의 스콜이 퍼붓고 꼬리를 물고 뒤따라왔다
이건 사막 한가운데서 듣는 레위기의 북소리가 아니었다
출애굽기의 딱정벌레와 흰개미 떼, 전갈 도마뱀 떼의
날것을 씹는 식탁 이야기도 아니다
산해경을 쓸 무렵, 밀림 속에서 들었던 토테미즘의
원시의 북소리도 아니며,
대놓고 말하자면 마빡 깨지는 이 시대의 정수박에서 뚜껑 열리는 소리였다
현대시를 이해하려면 뜨거운 김이 오른다고 하잖던가
먼저 혀가 오그라붙고 발광한다고 하잖던가
나의 애드리브는 서툴고 자, 어금니로 씹는 이 맛은 어떤가
원숭이 꼴통을 한 숟갈씩 떠먹는 이 맛,
골통이 텅 빈 채로 마지막까지 북을 치는 레서스
그 북소리 따라 광저우의 일급 熟手가 결정되는 시각
한여름 밤의 꿈은 무르익고 턴테이블은 빙빙 돌고
차이 쮜센의 안내를 받아 밀림 속 우리에 갔을 때
습관적으로 구석으로만 몰리던 원숭이 떼들
골통이 잘 익은 친구를 먼저 등 떠밀던 원숭이들,
나는 지난 여름 그 밀림 속 골 때리는 詩
북치는 원숭이 레서스를 찾아
광저우에 갔었다.
- 제15시집<퉁>,2013
②허공에 거적을 펴다
허공에 거적을 펴고
시를 써온 것이 몇 년인가
새로 핀 벚꽃
꽃눈보라 왁자히 내리는데
내눈에선 자꼬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이는 지상에 발을 대고
걸어가는 때문
죽는 날까지도 그러리라
-제17시집 <허공에 거적을 펴다>(지혜),2014』
o뮤즈의 신 오르페우스가 지옥에 갇힌 애인을 구하려고 지옥문 앞에서 칠현금을 탔을 때 케르베르개도 감동했다.
o현대시를 이해하려면 시 한편에 100여명의 평론가가 있어야 하고 ‘원숭이 골’을 까듯이 머리에서 뚜껑 열리는 소리가 나고 뜨거운 김이 나야 한다고 한다. <북치는 원숭이>는 더 이상 현대시가 어려워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풍자한 시다.
o<허공에 거적을 펴다>는 40년 시를 써왔지만 ‘시가 무엇이다’라고 정의를 내릴 수 없는 안타까움에서 쓴 시다.
o쉬운 것을 어렵게 쓰기는 쉬워도, 어려운 내용(인문학)을 쉽게 말하기는 어렵다.
o앞에 짖는 개를 따라 짓는 개는 개도 아니다. 나의 40년은 전통서정만 고집했기에 법고창신은 몰라도 완전 창작은 아닌 것 같다.
o藏天下於天下장천하어천하
-장자
o텍스트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해체시학, 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