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자유로운 카약킹을 원한다해도 솔로로 타는 것을 극구 말리는 경우도 있다.
[2부]를 읽어보셨다면 준비만 잘하면 솔로 카약킹을 해도 괜찮겠네라는 판단을 할 수도 있을텐데요.
하지만 "그래도 제발 그것만은 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듣게 되는 카약킹도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 잔잔한 물에서 타고, 멀리 가지도, 오래 타지도 않는 편이니 혼자 생뚱맞게 장난을 심하게 치지 않는 한 레크레이셔널 카약킹이나 가벼운 카약 투어링 정도 즐기는 것이라면 별 문제 없다고 봅니다.
또 거의 해안 가까이에서나 완만한 흐름이 있는 강, 호수에서 가볍게 또는 생활 낚시 정도 즐기는 카약 피싱이라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싶네요.
잔잔한 물에서 프리스타일 카약킹 기술을 단련하거나 서퍼들 틈에서 서핑을 즐긴다거나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에 강이나 호수에서 즐기는 피트니스 카약킹은 어쩌면 솔로가 더 어울린다고 봅니다.
거의 영화의 한 장면 같죠.
하지만 다음 두 가지 카약킹만큼은 웬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솔로 카약킹을 시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도 현명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카약킹은 중급 이상의 카약커들조차도 쉽게 시도하지 않는 편이니 초보 수준의 카약커가 시도한다는 것은 용기라기 보다는 과욕 또는 무모한 시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Whitewater
그 첫째가 홀로 급류 리버 러닝(whitewater river running alone)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카약을 타는 횟수가 증가하면서 점점 자신감이 생기면 초보 카약커들도 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1~2급 정도의 급류가 혼재된 급류 구간에는 생명까지도 위협받을 수도 있는 치명적인 위험 요소들이 다수 잠재되어 있습니다.
초보 수준은 이러한 잠재적 위험 요소들의 위험성은 물론 그 위험이 어떤 원인과 과정으로 발생하는 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시기이기도 하며, 실제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 능력도 미숙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급류 카약커 중에서 사고를 당하는 비율을 봐도 초보 수준이 절대 다수를 차지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위험 요소라 함은 초보자들이 우려하는 급류에 휘말려 떠 내려가면서 물을 먹게 되는 것 같은 정도가 아닌 대부분 어떤 지점에 고착되어 스스로 빠져 나오지 못하는데서 빚어지는 사고들을 말하는데, 사고가 발생한 순간으로부터 목숨을 잃는데까지 불과 몇 분 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라는 점과 사고의 심각성을 인지한 후 119에 긴급 구조 요청을 한다해도(솔로라면 이마저도 불가능하겠지만) 거의 99.99% 골든 타임을 놓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전세계 급류 카약커들 사이에서는 '솔로(solo)'라는 개념은 아예 없고 '팀(team)'이 있을 뿐입니다.
그 팀의 최소(minimum) 구성원이 바로 세 명입니다.
예를 들어, 단 몇 km에 불과한 1-2급 수준의 급류를 어쩔 수 없이 두 명의 초보 카약커가 타게 되었다면, 아마 그들은 '각자도생'하는 각오로 최대한 위험한 지점을 피해서 방어적으로 강을 타고 내려갈 가능성이 큽니다.
세 명이 함께 탄다면 그런 두려움이 좀 덜할테니 카약을 타는 자세도 한결 공격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솔로 카약커라면 어떻겠습니까.
물론 솔로 카약커도 그렇게 탈 수는 있겠지만 그것의 결과에서 기술적 향상(skill improvement)이나 경험 획득(experience gaining)을 이룬다거나 자유를 만끽(enjoy freedom)하겠다는 마음보다는 '어떻게든 안전하게 무사히 통과해야겠다'라는 심정으로 카약을 탈 가능성이 크겠죠.
온전히 집에는 가야하니 말입니다.
Sea
두번째는 바다에서 격렬하게 파도를 타거나 장거리 항해를 주로 하는 씨카약킹(sea kayaking)과 카약 투어링(kayak touring)을 홀로 시도하는 것입니다.
바다에서 처할 수 있는 위험은 급류에서의 그것과는 달리 마치 '숨어있으며 예측불가능한 거대한 것'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심대하며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인간은 바다의 무서움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 '숨어있고 예측불가능한 거대한 위험'을 쉽게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바다에서는 급류에서처럼 카약커가 극히 짧은 순간에 생명을 잃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하지만 스스로 복구하지 못할 경우 장시간 차가운 바다에서 표류하면서 서서히 체온을 잃게 되어 생명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고(심지어 드라이 슈트를 입었다 하더라도), 해양경찰에 구조를 요청한다해도 광범위한 수색 범위로 인한 구조 시간 지체는 물론 험한 바다 환경에서는 신속한 구조도 쉽지 않으며 아예 실종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듯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게 된 '골든 타임'의 개념은 외딴 계곡을 흐르는 급류나 광활한 바다에서는 애시당초 기대하기 힘들다고 봐야 합니다.
최근 발생한 해상에서의 카약킹 사고나 구조 요청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이 바다가 급류보다 훨씬 그 발생 빈도도 높고 치명적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4부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