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인 사촌동생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자신은 이제 2년차인지라 아직 걱정 없지만, 연차가 쌓인 주변 선생님들 말씀을 들어보면 일종의 '매너리즘'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기야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만 생각해봐도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중학생 때부터 여러 체육 선생님을 거치며 체육을 배웠지만, 그들 각자의 스타일은 꽤나 달랐다. 한 분은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만 얼른 한 다음 자유시간을 주시곤 했다. 어떤 한 분은 매 시간이 축구 시간이었고, 심지어는 본인도 함께 우리와 땀 흘려 공을 찼다. 솔직히 싫지만은 않은 시간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아마 자율형사립고 특성상 그러했겠지만, 골프 등 평소에 접하기 힘든 운동을 시도하는 등 색다른 수업을 하셨다. 결국엔 그 분도 축구 시간을 많이 주시긴 했지만. 이렇듯 나는 다양한 체육 수업을 경험해왔으며 동시에 그들의 단조로운 교육 시스템을 몸소 느끼고 있었다. 학생일 때는 축구만 하니 마냥 좋았지만 교사를 준비하는 입장이 된 지금은 그때처럼 맘 편히 좋아할 순 없는 상황이다. 그분들도 처음에는 당시보다 훨씬 더 열정있고 비전이 있었을 것이다.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현상이 절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나중에 자연스레 같은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다면 그것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생각해보고 싶었다.
본 논문에서는 새로운 교재개발 연구를 통해 발전해나가려고 하는 세 교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그들이 연구하고 준비하던 교재는 완제품으로 출시되지 못했으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첫 번째로 그들은 '체육 교재개발의 프로슈머'로서 교재를 스스로 만들고 소비하였다. 이때 기존의 교재를 모방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교육과정을 구축할 수 있었다. 내가 예전에 생각하던 체육교사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체육교사라 하면 단순히 나라에서 주는 커리큘럼을 받고 곧이곧대로 그것들만 학생들에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 교사는 그것을 넘어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학생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주고 싶다는 열망과 합쳐져 한계를 뛰어넘고 있었다. 아직 경험이 전무하여 상상이 잘 되진 않지만 교사가 된 나는 어떨까 궁금했다. 체육교육의 가치를 보다 획기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애쓸까? 아니면 주어진 것들만이라도 잘 전달하려고 할까? 전자의 경우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실제로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쉽게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두 번째는 '학습공동체'로서 혼자일 때보다 더 효율적이고 폭넓게 학습활동을 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도 스터디를 경험해보아서 잘 알 것 같았다. 마음과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힘을 모았을 때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교직에서 그런 동료 교사들을 만나는 것도 정말 행운이겠다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나도 부족함이 끝이 없는 체육교사일 것이기에, 집단 차원에서 개인의 지식을 가공하여 의미 있는 지식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 스스로에게도 큰 발전일 것이며 이는 곧 교육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세 교사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익숙함 속에서 자기객관화를 하고 반성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학생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주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교육학, 전공만 잘 해서 될 게 아니었다. 학생들이 본받을 수 있는 어른이 되려면, 학생들에게 멋진 어른이 되라고 조언할 수 있으려면 나부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