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근현대철학, 현대신학, 현대문화: 절대적 규범의 상실과 삶의 파편화(7)
*<하나님과 인간>(2)
그러면 객관적으로 실재하시는 하나님은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하여 쉐퍼는 하나님은 인격적이고 무한하신 하나님이라고 답변한다.
첫째로, 하나님은 인격적인 분이시다. 하나님은 인격을 가지신 분이시기 때문에 인간과 연속성이 있다. 또한, 인간은 인격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인격성을 지니지 않은 다른 동물과 구분된다.
둘째로, 하나님은 무한하신 분이시다. 무한하신 하나님은 무한성 때문에 유한한 인간과 구분되며, 인간은 유한하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과 연속성을 가진다.
이 두 가지 속성들은 현대인들이 직면한 두 가지 문제에 대하여 해답을 줄 수 있는 신적인 토대들이다. 이 두 가지 속성들에 대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하나님이 무한하시다는 말은 하나님은 인간을 초월해 계시며, 인간보다 크시며, 인간의 삶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계신다는 뜻이다. 따라서 하나님은 인간에게 삶의 통합점 곧 삶의 의미, 가치, 목적, 규범을 제시하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계시는 분이시다. 또 한 하나님은 인격성을 지니고 계시기 때문에 인격성을 지닌 인간에게 삶의 의미, 가치, 목적, 규범을 언어의 형태로 인간에게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며, 인간은 또한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설정하고자 할 때 양자를 연결해주는 끈이라고 할 수 있는 인격성의 문제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살펴보자. 하나님이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 하나님이기 위해서는 통일성을 가지고 계시는 동시에 다양성을 가지고 계셔야 한다. 이 말의 의미는 하나님은 한 분이신 동시에 다수의 인격체 -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 - 이셔야 한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인격의 특징은 "의사소통"과 "사랑의 교제"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소통과 사랑은 인격을 가진 자의 삶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핵심적인 특징들인바, 의사소통과 사랑의 교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인격자들이 반드시 둘 이상의 다수로 존재해야 한다. 독백은 의사소통이 아니며, 자기에는 사랑이 아니다. 하나님은 성부, 성자, 성령으로 존재하신다. 만일 하나님의 다양한 위격들로 존재하지 않으셨다면 하나님은 의사소통하고 사랑하기 위하여 필히 인격적 존재가 포함된 우주를 창조하셔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사랑과 의사소통을 위하여 인격적 존재가 포함된 우주를 창조하실 필요가 없으셨다. 인격적 존재를 포함한 우주가 하나님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하나님이 인격적 존재가 포함된 우주가 필요로 했던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이미 다수의 인격체인 성부, 성자, 성령의 세 인격체로 실재하셨기 때문이다. 성부 성자 성령은 창세 전에 이미 상호 간에 의사소통하면서 서로를 사랑하셨다. "아버지께서 창세 전부터 나를 사랑하시므로"라는 요한복음 17장 24절 말씀은 창세 전에 이미 삼위의 위격들 사이에서 사랑이 오고 갔음을 증거하고 있으며, "그는 창세 전부터 미리 알린 바 되신 이"라는 베드로전서 1장 20절 말씀이나 "하나님이 영원 전부터 약속하신 것"이라는 디도서 1장 2절 말씀은 삼위의 위격들 사이에서 의사소통이 이루어졌음을 증거한다.
인격자이신 하나님은 자신의 무한한 능력을 통하여 우주와 인간을 창조하셨다. 그중에서도 특히 하나님은 인간을 자신의 형상을 지닌 존재로 창조하셨다. 쉐퍼는 하나님 형상의 내용으로서 인격성을 중시한다. 하나님이 인격적 존재이듯이 인간도 인격적인 존재다. 인격성을 매개로 하여 인간과 하나님 사이에는 연속성이 존재한다. 동시에 인격성 때문에 인간은 다른 동물이나 기계와 구별되며, 이들보다 우월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며, 인격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인간은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기계가 아무리 인간보다 강해도 기계에 압도당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하나님과 인간이 모두 인격성을 지니고 있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상원, 《프란시스 쉐퍼의 기독교 변증》, p.9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