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는지라
기억이 사라지거나 흐려지기 전에 어머님을 떠나보내며
느꼈던 몇 가지 소회를 몇 차례에 걸쳐 적어보고자 합니다.
제 어머님은 향년 만 86세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사망진단서에 기록된 사망 원인은 협심증과 패혈증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심근경색이 와서 소천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설 이후로 아버지께서 두 번에 걸쳐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던 중 지난 주 월요일(2024년 4월1일)에 퇴원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날 누나와 동생들이 와서 물김치도 담아드리고
저하고도 기쁜 마음으로 통화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버지께서 어머니와 함께 한의원에
보약을 지으러 같이 가셨다가 쳇끼가 있고 구토 증세가
있으시다고 해서 그날(화요일) 병원에 입원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목요일에 퇴원을 하려고 했지만 약간의 미열이 있어서
그냥 금요일(4월5일)에 퇴원을 하기로 하셨답니다.
저도 전날에도 통화도 하고, 어머님은 다음날 퇴원을 앞두고
목요일 밤에도 정상적으로 식사도 하시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밤에 화장실에도 다녀오고
샤워도 하시고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금요일 새벽 2시 10분쯤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병실의 침대로 향하는 길에 구토증세가 심해지고
호흡이 곤란해지면서 같은 병실에 계신 환자분에게
아무래도 당신이 오늘 죽으려나 보다고 말씀하시고는
크게 세 번 호흡을 하시고는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셨답니다.
다행히 같은 병실에 계신 다른 환자분이 응급호출을 해서
간호사와 의료진이 곧장 달려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다시는 의식이 돌아오지 못하고 그 길로 떠나셨습니다.
어머니도 가족들 모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죽음을 맞아야 했습니다.
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이 진행되는 동안 저는 급한 연락을 받고
일어나서 급하게 차를 몰고 집을 나선지 불과 십여분 후에
또 다시 어머님께서 숨을 거두셨다는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이 정말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황망'이라는
단어 외에는 그 상황을 설명할 길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장례절차는 급하게 시작이 되었습니다.
3일째가 주일이어서 4일장으로 장례를 진행했습니다.
<성도의 죽음을 준비하시는 하나님>
누구나 그렇듯 죽음은 너무나 잔인하고 죽은 자나 살아남은 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폭군입니다.
장례가 시작되어 저희 가족 모두는 폭군의 폭압에 슬픔이 장례식장을
덮었습니다.
그러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어머니의 소천을 앞두고
지난 설 후로 진행되었던 일들을 복기를 하면서
어머니와 우리 모두에게 죽음이 뜻밖의 일었지만
하나님께도 그런 것은 아니었음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설에 저는 하루 전에 부모님을 방문했습니다.
이야기가 길지만 어쨌든 저는 어떤 일로 인해
다시 한 번 저희 부모님이 저희 형제들을 기르시기
위해서 얼마나 큰 희생을 치르셨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그 일을 책임감있게 치르셨는지를 새삼 느끼게 되는
어떤 일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부모님을 모시고, 감사의 절을 했었습니다.
"이것은 세배가 아니라 저희를 기르시면서 치르신 희생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절을 하는 것입니다"라며 절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아버지께서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면서
감회에 젖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그때로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지만 자식한테 인정을 받는다면
부모로서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씀을 드리면서
부모님이 치르신 희생에 헛되지 않았고
그 희생에 대해 자식이 그 가치를 인정하고 감사해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건 제 생각이지만 아마 부모님께 특히
어머니께 유의미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비록 마지막에는 황망하게 떠나셔서 아무도 감사인사도 못했지만
돌아보면 이것이 자녀들과의 헤어짐에 대한 준비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다음날 부모님과 저희 가족들과 함께 설 감사예배를 드리면서
시편 23편을 가지고 말씀을 전했습니다.
전한 내용을 다 전할수는 없고, 마지막 6절을 전하면서
박효진 장로님의 아버지께서 떠나시면서 하셨다는 일을
말씀을 드렸습니다.
손으로 한 행동을 글로 옮기자니 어려움이 있지만,
그분은 마지막에 말씀을 못하시는 상황에서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치고
다시 손을 모은 다음에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셨답니다.
내용인즉, 나는 예수님 믿고 천국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임종을 지켜보는 가족들 중에 예수를 안 믿는 가족들을
일일히 손으로 가리키면서,
다시 손을 모으고,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셨답니다.
내용인즉, 너도 나처럼 예수 믿고 천국가자는 내용이었답니다.
이 얘기를 소개하면서 부모님께도 마지막에 그렇게 가실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전했습니다. 겨우 이런 저런 신앙의 파편들을 모아서
이랬으니 아마 천국에 갔을 거야 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봐도 천국에 갔을 것을 확신할 수 있는 그런 모습으로
살다 천국에 가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씀을 전했습니다.
말씀을 전할 때와 기도할 때 유독 어머님이 많이 우셨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어머님이 내가 우리 아들 때문에 은혜 많이 받았노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집으로 돌아왔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설 연휴가 끝나자 마자
아버지께서 갑자기 쓰러지셔서 병원에 입원을 하시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역시 쳇기가 있고 구토증세가 있으시다고 했는데
돌아보면 이 증세 역시 심근경색 전조증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감사한 것은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하시고 약 2주 정도 입원가료를 하시고
퇴원을 하셨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 어머니는 아버지가 바로 당신 눈앞에서 맥없이 쓰러지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패닉에 빠지셨습니다.
아버지가 안 계시면 혼자서는 어디 멀리 여행을 하시지 못할 정도로
어머니는 아버지를 많이 의지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가 당신 눈앞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아버지가 그 길로 돌아가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이라는 것이 어머니에게 매우 가깝고 실제적으로 인식하게 된
첫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입원해 계시는 동안 어머니는 혼자 생활을 하게 됩니다.
저희 어머님는 평소에 새벽기도를 빠지지 않으시는 분이셨습니다.
장례식장에 조문하셨던 동네 형님이 말씀하시길,
어머니의 얼굴이 땅에서 60CM도 안 떨어진 채로
그렇게 허리가 굽은 채로 새벽기도를 가시는 모습을
거의 매일 지켜보았다고 하시더군요.
그러시던 분이라 아버지가 안 계시는 동안에도
새벽기도회를 가셨는데, 어느날 그만 길에서 넘어지셔서
얼굴이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혀서 찰과상을 입고
코가 어머니 말씀으로 한 바가지를 흘리시는 일이 있었습니다.
피가 안 멎어서 응급실에 가서 치료를 받으셨습니다.
이 사건 역시 어머니에게는 이제 자신도 죽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사건이었습니다.
죽음이라는 것이 두 분에게 너무나 가까이 와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나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집에서 해도 되신다고 말씀드렸고
그 날 후로는 집에서 새벽기도를 혼자서 드리셨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퇴원을 하시게 되었는데
퇴원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하시게 되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시다가 자동차가
살짝 박았는데 넘어지는 바람에 허리를 다치시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또 다시 병원에 입원을 하시게 됩니다.
이런 일이 설 지나고 불과 두 달도 안 된 사이에 연달아 일어났습니다.
저는 이런 일을 지켜보며 2주전 오후예배 때
아무래도 저도 부모님과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말을 할 때는 아버지를 염두에 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먼저 가시게 된 것입니다.
어쨌든 이런 일들일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중에 어머니는
집에서 새벽기도를 하게 되셨고
어느날(돌아가시기 한 주 전쯤) 저와 통화 중에
그날은 모처럼 기도가 되었다며 속 시원하게 하나님께
마음을 쏟아 기도하셨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하나님 앞에서 많이 울면서 기도하게 되었는데
저희 아버지가 불쌍해서 그렇게 많이 우셨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이때까지도 아버지가 먼저 가실 줄 알았습니다.
저희 아버지의 영혼의 상태에 대해 저는 불안합니다.
안수집사님이시는 하지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어머니도 그런 것을 인해 기도가운데 그리 섧게 우시지
않으셨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저의 기도 제목이기도 했었고요.
아무튼 그런 기도 가운데 어머니의 영혼도
어느 정도 위로를 얻으셨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부활주일을 맞으신 겁니다.
이것이 저희 어머니의 마지막 부활주일이 되고 말았네요.
아버지의 입원으로부터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은
죽음이라는 것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들이었습니다.
그런 중에 부활주일을 맞으신 겁니다.
아마도 남다른 부활주일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버지께서 두 번째 퇴원을 하셨고
그 다음날 한의원에 약을 지으러 가셨다가
위에서 언급한 증세가 있으셔서 입원하셨다가
끝내 퇴원을 못하시고 낙원에 가신 겁니다.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는 첫 날(금요일) 방금 말씀드린
내용들이 제 안에서 떠오르면서
우리 가족들에게는 너무나 갑작스러운 것이었지만
하나님은 당신의 사랑하는 자녀를 맞이하기 위해
이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어머니를 준비시키고 계셨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퇴원을 앞두고 샤워까지 하신 것도 저에게는
유의미하게 다가온답니다.
마지막 순간에 어느 누구에게도 작별인사를 하지 못하셨지만
마지막 모습은 너무나 평안하셨다고 저희 누나들이 전해주더군요.
아마 나중에 천국에서 만나게 되면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하나님께서 어머니를 어떻게 인도하셨는지
더 자세히 알게 되겠지만
장례 첫 날, 저에게 어머니의 죽음이 하나님께서 준비의 과정을 거치면서
맞게 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어느새 슬픔이 가득한 마음에 기쁨이 조금씩 비집고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 그의 경건한 자들의 죽음은 여호와께서 보시기에 귀중한 것이로다 "(시 116:15)
장례식 첫째 날 제마음에 떠올랐던 말씀입니다.
갑작스럽게 보이지만 일련의 과정을 통해 죽음을 준비하게 하시고
죽음의 공포 없이, 그리고 저희 어머니의 경우에는 샤워까지 하게 하시고
데려가시는 것을 통해 당신의 자녀를 존귀하게 하시는 하나님을 인해
위로를 얻으며 그렇게 장례식 첫째 날이 끝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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