糊 (풀, 죽) 호
부수 (部首)米 (쌀 미)
老 (늙을) 로
충분한 수분이 존재할 때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전분입자가 팽창하고 결정형 구조가 파괴되는 현상을 호화(糊化)라 하며,
온도가 낮아짐에 따라 호화로 인해 용해된 전분분자들이 재배열되고 일부 결정형 구조들을 회복하는 것을 노화(老化)라고 한다.
전분의 호화(糊化)
전분에 물을 가하고 가열함으로써 일어나는 변화를 전분의 호화 (gelatinization) 라고 한다.
호화현상은 아밀로오스에 의해 이루어지며 아밀로펙틴은 호화되기 어렵다.
전분 입자가 작고 단단한 구조를 가지는 곡류 전분보다 감자, 고구마 등의 서류 전분이 낮은 온도에서 더 쉽게 호화된다.
전분의 겔화(gel化)
호화된 전분액을 냉각시키면 유리되었던 아밀로오스들은 분자들간의 수소결합을 통해 화합하거나, 전분 입자의 외곽에 있는 아밀로펙틴 분자의 가지와 결합한다. 그 결과, 아밀로오스는 팽창한 전분입자를 서로 연결시켜 입체적 망상구조를 형성하게 되고, 그 내부에 물이 갇히면서 반고체 상태인 겔 (gel) 을 형성한다. 호화된 전분액이 식으면서 부분적으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겔화 (gelation) 라고 한다.
전분의 노화(老化)
전분의 호화(糊化), 겔화(gel化), 노화(老化 ; retrogradation) 는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즉 전분을 찬물에 분산시킨 후 가열하여 교질용액이 형성되면 호화, 호화액이 식어서 흐르지 않는 상태가 되면 겔화된 것이며, 겔이 굳어서 단단해지면 노화(老化)된 것이다.
전분의 종류 : 입자 크기가 작은 곡류 전분은 노화가 쉽게 일어나고, 감자, 고구마 등의 서류 전분은 속도가 느린편이다. 아밀로펙틴 함량이 높을수록 노화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아밀로펙틴 가지가 수소결합을 방해하여 노화를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호화(糊化)와 노화 (老化) 또는 (α화와 β화)
녹말은 찬 물에는 녹지 않지만, 뜨거운 물에는 겔 형태로 녹아 풀처럼 된다. 녹는다고 해서 설탕이나 소금처럼 단순히 용해되는 것은 아니고, 호화(糊化, gelatinization) 또는 알파(α)화라는 좀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노화 (retrogradation)
녹말은 원래 반결정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녹말을 뜨거운 물에 넣으면 녹말 입자 사이로 물이 침투해서 녹말입자가 부풀어 오르고, 결국에는 녹말의 반결정 구조가 붕괴된다. 이 때 갇혀있던 아밀로스 분자가 녹말입자로부터 빠져나오고, 이 아밀로스 분자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녹말액의 점성이 높아져서 풀처럼 끈적하게 된다. 이것이 호화 또는 알파화라고 하는 반응이다.
녹말이 호화되면 맛도 좋아질 뿐 아니라, 소화 효소가 쉽게 작용할 수 있게 되어 소화도 잘 되게 된다. 녹말이 주 성분인 식품을 가공할 때 필요한 과정이다.
호화된 녹말액을 찬 곳에 오랫동안 내버려 두면 아밀로스가 다시 반결정 상태로 돌아간다. 이를 노화(老化, retrogradation) 또는 베타(β)화라고 한다.
노화가 일어나면 녹말액이 진해지고, 이 과정에서 물을 배출하기 때문에 녹말액 윗부분에 물이 생긴다. 빵이나 떡이 딱딱해지는 것도 노화와 관련이 있다.
빵이나 떡이 딱딱해지는 것은 단순히 수분이 말라서만은 아닌데, 축축한 환경에서도 딱딱해지기 때문이다. 찬 곳에 놔둘수록 더 쉽게 딱딱해지며 대략 섭씨 0~4도에서 노화의 속도가 가장 빠르다.
이것은 냉장고에 넣어둔 밥이나 옥수수 등 녹말류 음식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노화된 녹말류 음식은 맛이 떨어지고 소화하기 불편하다. 수분이 응결되는 영하의 온도에서는 노화의 속도가 크게 떨어지므로 호화된 상태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떡이나 밥, 옥수수 등을 노화 전에 냉동 보관한 후 데우면 그냥 실온보관이나 냉장 후 데웠을 때에 비해 어느 정도 더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이러한 예이다.
일부 식물은 아밀로스가 없이 아밀로펙틴만으로 된 녹말을 생산한다. 찰옥수수와 찹쌀 등이 그런 종류. 아밀로펙틴만으로 된 녹말은 노화가 일어나지 않아 안정적이다. 찹쌀로 지은 밥은 식어도 멥쌀로 지은 밥보다 덜 딱딱한 것이 이 때문이다.
참고로 녹말에 설탕을 많이 넣으면 노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데, 이는 설탕이 탈수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용도
녹말은 2008년 기준으로 1년에 6천 6백만 톤이 생산될 정도로 쓰임새가 많은 탄수화물이다. 크게 나누어 식품용과 산업용/제조업용으로 이용된다.
식품용
녹말은 그 상태 그대로 요리에 쓰이기도 하고, 가공되어 당의 형태로 변형된 후 쓰이기도 한다.
녹말이 주재료가 되는 것에는 당면이 있다. 잡채나 군만두속 등에 쓰이는 투명한 국수인데, 감자나 고구마의 녹말로 만든다. 북한의 함경도에서는 농마국수라 해서 감자의 녹말로 국수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쫄면은 전분과 밀가루를 섞어서 만든다.
중국 요리에서는 튀김옷으로 사용된다.
중국식 튀김은 밀가루가 아닌 녹말을 쓴다. 물에 풀고, 잘 가라앉힌 후 밑부분의 앙금만 사용한다. 일본의 가라아게 역시 닭고기에 전분을 묻혀서 튀기는 음식이다.
요리에서 첨가제로서 사용되기도 한다. 첨가된 녹말은 음식을 걸쭉하게 만들어 주며, (특히 서양요리에서는) 모양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식이나 중식에서는 물과 녹말을 1:1 비율로 섞어서 "물녹말(녹말물, 전분물)"을 만들어 쓰는 경우가 많다.
물녹말은 특히 중국 음식에서 많이 쓰이는데,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짜장 소스와 탕수육 국물이며, 울면, 유산슬, 팔보채 등 그냥 걸쭉하다 싶으면 다 전분물을 넣은 음식이라고 보면 된다.
녹말은 국물이나 소스를 걸쭉하게 만들거나 스프 음식이 빨리 식지 않게끔 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볶음요리에는 윤기를 더해 주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한식에서도 낙지볶음이나 아귀찜에 물녹말을 넣는 경우가 많으며 해물덮밥용 등의 소스에도 녹말이 들어간다. 서양 요리에서는 푸딩이나 커스터드 등에 쓰인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이렇게 녹말물이 첨가된 음식에 입을 너무 많이 대다 보면 침의 아밀라아제에 의해 점점 분해되어 흥건하게 물이 생긴다. 식감도 나빠지고 맛도 없어지므로 가급적이면 앞접시에 따로 덜어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직접 식재료로 쓰이기도 하지만, 가공되어 다른 형태로 사용되기도 한다. 사실 이쪽의 사용량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더 많다.
녹말은 산이나 당화효소에 의해 좀 더 간단한 형태의 당류로 가수분해 될 수 있는데, 이렇게 분해된 산물을 전분당(starch sugar)이라 한다.
전분당에는 말토 덱스트린, 액상 포도당, 액상과당, 물엿 등이 있다.
전분당은 녹말을 원료로 하는 식재료 중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며, 각종 식품과 음료에 단맛을 내는 감미료로 사용된다.
그리고 전분당을 환원시켜 당알코올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에는 자일리톨, 소르비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