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갔다 오신 칠순 노모가 제법 큰 보따리를 풀어 놓으셨습니다. 싸하면서도 향긋한 냄새가 집 안 가득 퍼집니다. 바로, 쑥입니다. 아직은 이른 철이 아닌가 싶은데도, 손 큰 노인네가 많이도 뜯어 오셨습니다. 아이들은 좋아라 합니다. 쫄깃 향긋한 쑥떡이 머릿속에 그려진 때문입니다. 하지만 쑥으로 해먹을 수 있는 게 어디 떡뿐이겠습니까. 밥에 넣어 쑥밥을 해도 좋고, 부치는 전의 재료로도 좋습니다. 말려서는 차로 먹기도 하지요.
어른들이 특히 좋아하는 건 쑥국입니다. 향으로 봄을 대표하는 좋은 음식이지요. 그런데 쑥국 가운데 유명한 것이 도다리쑥국입니다. 가자밋과의 생선인 도다리는 이즈음의 것이 제일 맛나답니다. '봄 도다리'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닙니다. 산란철이라 살이 올라 최고의 맛과 영양을 자랑합니다.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소화가 잘돼 특히 환자나 노약자의 영양식으로 좋다고 합니다.
향긋한 쑥 향기와 펄떡펄떡 싱싱한 생선 절묘한 조화
깔끔하고 개운한 국물 "입안 가득 봄이 밀려옵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news20.busan.com%2Fcontent%2Fimage%2F2011%2F03%2F30%2F20110330000184_0.jpg) 왼쪽이 광어, 오른쪽이 도다리다. 두 눈의 위치에서 확실히 구별이 된다.'좌광우도'
도다리쑥국은 통영 등 경남 남해안을 중심으로 퍼진 음식입니다. 요즘 통영에 가면 웬만한 음식점에선 다 도다리쑥국을 내놓습니다. 제철이거든요. 가격은 1인분에 1만 2천 원 안팎입니다. 별미로 맛보는 것이라 가격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일부러 시간을 내 먼 곳까지 가기에는 부담이겠습니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롯데호텔부산의 일식점 '모모야마'에선 도다리쑥국을 내놓는데, 가격이 1인분에 5만 원입니다. 세금에다 봉사료까지 치면 6만 원은 줘야 먹을 수 있습니다. 제 돈 주고 먹기가 쉽지 않은 가격인데, 이왕이면 이런 고급 호텔에서 만드는 도다리쑥국을 흉내내 보자, 그리 결정했습니다. '모모야마'의 요리사 장익대(44) 주임에게 도다리쑥국 만드는 과정을 보여달라 졸랐습니다.
세상 모든 요리가 그러하듯, 맛은 기본적으로 재료가 좌우합니다. 쑥이야 요즘 나오는 해쑥은 워낙 여리고 보드라우니 따로 말할 건 없고, 도다리가 중요합니다. 요 며칠 사이 부산 자갈치시장에선 도다리 1㎏에 2만 5천 원 정도 받고 있습니다. 워낙 시세 변동이 심한 게 도다리다 보니, 그때그때 잘 알아보고 사야겠습니다.
광어를 도다리로 잘못 살 리야 없겠지만 그래도 비교는 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좌광우도'란 말이 있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앞에서 봤을 때 두 눈이 왼쪽으로 쏠렸으면 광어, 오른쪽으로 쏠렸으면 도다리란 뜻입니다. 비늘도 차이 납니다. 광어는 민들민들 해서 비늘이 흐릿한 데 비해 도다리는 둥글고 작은 비늘이 오돌토돌합니다. 또 입이 크고 이빨이 있으면 광어고, 입이 작고 이빨이 없으면 도다리라 구별됩니다.
도다리는 너무 커도 맛이 떨어집니다. 400g 정도 크기가 제일 좋답니다. 장 주임이 주방 내 수조에서 도다리 두 마리를 건져내 와 도마 위에 놓습니다. 펄떡펄떡 뜁니다. 뒤집어 놓으면 이렇게 뛴다네요. 장 주임이 꼬리를 누르니 얌전해집니다.
"일단은 살이 도톰한 놈이라야 하는데요, 특히 상처가 나지 않은 걸 잘 골라야 합니다. 바다에서 잡혀서 수송돼 오는 과정에 이런저런 상처를 입기 쉽기 때문입니다. 등 쪽에선 잘 발견하기 어렵지만, 배 쪽은 바탕이 하얗기 때문에 약간의 상처도 빨간색으로 잘 나타납니다. 여기 봐요. 한 놈은 군데군데 빨간 부분이 보이는데, 다른 한 놈은 거의 없지요. 살 때 꼭 뒤집어 배쪽 상처를 확인해야 합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news20.busan.com%2Fcontent%2Fimage%2F2011%2F03%2F30%2F20110330000186_0.jpg)
향긋한 쑥, 담백한 도다리. 봄을 알리는 두 전령사가 도다리쑥국이라는 이름으로 하 나가 됐다. 롯데호텔부산 일식당 모모야마 조리팀의 장익대 주임이 도다리쑥국 요리를 시연하고 있다. | 생선은 국 끓이기 전에 반드시 피를 빼야 합니다. 피를 덜 빼면 맛이 탁하고 비린내가 더 강해집니다. 장 주임의 칼이 주저 없이 아가미와 몸체 사이로 들어가 반 정도 잘라 냅니다. 거기서 핏물이 죽 흘러 나옵니다.
"신선한 생선은 바로 잡아서 피를 빼야 돼요, 그래야 맛이 있어요. 보통 사람이 피 빼기가 어렵지 않냐고요? 간단한데…. 정 그렇다면 시장에서 도다리를 구입할 때 피를 빼달라 하면 됩니다. 오히려 그게 나을 수도 있어요. 피 빼서 집으로 가져오는 동안 살이 굳어져 더 신선하게 요리할 수 있습니다."
칼 다루는 솜씨가 능숙합니다. 가볍게 쓱쓱 긁어 비늘을 제거합니다. 잘린 아가미 쪽으로 칼집을 내더니 내장을 훑어 냅니다. 그러더니 다섯 토막으로 큼직큼직하게 잘라 냅니다.
"내장 제거하는 게 조금 까다롭지만 크게 어렵지는 않아요. 손으로 콱 잡아채면 돼요. 아가미와 내장, 쓸개는 버립니다. 대가리와 알은 국물맛 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정도 다섯 토막이면 2명 정도 먹기에 좋아요."
냄비에 물을 붓고 다시마를 넣고 끓입니다. 통영에선 보통 쌀뜨물에 마른 멸치로 국물을 내는데, 장 주임은 다시마로 냅니다. 쌀뜨물과 멸치로 내는 국물은 감칠맛이 좋지만 약간은 무거운 맛이 납니다. 들깨가루도 넣어 구수한 맛을 내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 주임은 다시마 국물이 만들기 편하고 깔끔해서 선호한답니다. 어느 쪽이든 좋아하는 취향에 따라 선택할 일이겠습니다.
10분 정도 지나 다시마를 꺼내고 된장을 체에 받쳐 살살 풀어 냅니다. 장 주임은 별도의 간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 된장이 그 역할을 한답니다. 생선과 된장이 만나면 희한하게도 맛이 깨끗해진다네요. 사용하는 된장이 독특한데, 우리 된장과 일본의 미소된장을 섞어서 사용합니다.
일본식 된장은 아와세미소와 사쿠라미소를 이용하는데, 아와세미소는 맛이 부드럽고 적당히 달고, 사쿠라미소는 풍미가 진합니다. 둘 다 백화점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장 주임이 일식 요리사다 보니 일본 음식 특유의 달차근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려는 것인데, 얼큰한 맛을 원한다면 그런 일본식 된장 대신 고춧가루를 이용해 매운탕으로 끓여도 무방하다고 장 주임은 말합니다.
된장 푼 물에 어슷 썰어 놓은 무를 깔고 그 위에 도다리 토막들을 넣습니다. 끓이는 시간이 중요하답니다. 되도록이면 불을 세게 해서 15분에서 20분 정도면 적당하답니다. 너무 오래 익히면 도다리 살이 풀어져 못쓰게 된다네요.
도다리가 대충 익을 무렵 다진 마늘, 대파, 어슷 썬 풋고추, 버섯, 채소 따위를 두부와 넣습니다. 채소나 버섯은 신선한 것이면 집에 있는 다양한 걸 넣어도 다 좋답니다. 단, 너무 많이 넣지는 말랍니다. 도다리 특유의 부드러운 맛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랍니다.
도다리가 다 익었을 무렵 거품을 제거하고 손질한 쑥을 집어 넣고는 1분 정도 있다 불을 끕니다. 그 전에 청주를 약간 넣으면 비린 맛이 말끔히 사라진다고 합니다. 쑥이 잠겨들면서 국물은 푸르스름한 빛깔을 띠고 진한 쑥향을 피워 올립니다. 마침내 완성됐습니다. 도다리쑥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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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에 담아낸 도다리쑥국의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습니다. 단맛이 약간 도는 맑은 맛입니다. 개운하다고 해야 할까요? 쑥향이 코에서 머리로, 곧 온몸으로 퍼져 나갑니다. 새하얀 도다리 살은 보들보들하고 촉촉하며 담백합니다. 도다리와 쑥의 만남이 이리 사람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봄의 포근한 나른함이 온몸에 밀려오는 듯합니다.
그런데 만드는 거 보니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호텔에선 왜 그리 비싼 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장 주임이 웃으며 말합니다. "호텔이니까요. 회 같은 곁들여 나오는 음식, 부대시설, 분위기, 서비스…. 그리고 무엇보다 전문 요리사의 손맛과 마음이 그 안에 담겨 있지 않습니까?"
그래요, 손맛! 그게 쉬운 게 아닌 겁니다. 여하튼, 보기는 봤는데, 집에서 제대로 된 도다리쑥국이 만들어 질지,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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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도다리쑥국 꼭 드세요~
너븐드르님이 가장 잘하실 요리일것 같습니다.
예뻐요~ 사랑합니다.
우미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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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븐드르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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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정보 잘 보고 갑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봄 도다리 남해에는 지금 한창 올라 오낀데...
잘 보고 갑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여~~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