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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육의 어원은 무엇인가?
by 벌레책 2022. 10. 25.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육의 어원은 무엇인가?
이번 포스팅은 앞으로 오랫동안 공부하게 될 교육학 관련 첫 번째 포스팅입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교육의 개념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교육의 개념을 교육의 정의, 어원, 비유를 통해 다면적으로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이번 시간의 목표는 ‘교육’이라는 개념이 직접적으로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럼 바로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육이란-교육의-정의-어원-비유
교육의 정의, 어원, 비유 표지
#1. 교육의 정의
‘교육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시오.’라는 문장은 마치 ‘사랑’ 또는 ‘정의’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교육이라는 것은 단순한 추상 개념이나 사물처럼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닙니다. 교육은 그보다 더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에 대한 정의는 정의하는 방식마다 그리고 정의하는 학자마다 다릅니다. 따라서 이번 파트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교육학을 체계화한 정범모의 교육 개념과 서양의 ‘현대 영국 교육철학의 선구자’라고 평가받는 피터스(Peters)의 교육 개념을 토대로 교육의 정의를 알아보겠습니다.
1. 정범모의 교육 개념(1968)
교육은 인간 행동의 계획적 변화이다.
정범모의 정의는 교육의 조작적 정의입니다. 조작적 정의는 어떤 개념과 그 개념의 작용 과정을 실제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 정범모의 정의를 단어별로 쪼개서 이해해 보겠습니다.
‘인간행동’이라는 것은 흔히 신체적, 물리적 행동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때의 ‘행동’은 심리학적 개념입니다. 즉, 바깥으로 드러나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외현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지식, 사고, 주의 집중, 지각 능력, 성격, 가치관 등 내면적, 인지적 행동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계획적 변화’라는 것은 교사가 주먹구구식으로 교과서의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교육 목표를 근거로 세워진, 체계적인 교육 계획(교육과정)을, 효과적인 방법(교육 이론에 기반을 둔 중재)으로 학생에게 전달하여 교육적 성취를 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 피터스의 교육 개념
가치 있는 활동으로의 입문, 문화유산으로의 입문, 교육의 세 가지 준거
위의 세 가지 개념은 피터스의 교육 정의의 대표적인 개념입니다. 위의 개념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가치 있는 활동으로의 입문’ 과정을 교육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가치 있는 활동’이란 ‘바람직함, 규범, 좋음 등’을 의미하고, 교육은 가치 있는 활동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떤 점에서 가치를 갖는지 밝히는 활동입니다.
‘문화유산(공적 전통)으로의 입문’ 역시 교육의 중추적인 개념입니다. 여기서 ‘문화유산’은 인류가 오랜 시간 공동의 기여를 통해 쌓아온 전통의 총체를 의미합니다. 교육적 용어로 ‘지식의 형식(form of knowledge)’이라고도 합니다. 교육은 ‘문화유산’을 미성년에게 전달하는 모든 과정을 의미합니다. 교육을 통해 미성년은 정식적으로 사회구성원이 되는 관문에 들어서게 된다는 점에서 교육은 일종의 성년식을 의미합니다.
‘교육의 세 가지 준거’는 피터스가 생각하는 교육의 기준을 의미합니다. 피터스는 '최소한 교육은 이래야 한다'는 세 가지 문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준거가 충족되지 않는 활동은 교육으로 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규범적 준거: 규범적 준거는 ‘교육은 학생에게 가치 있는 것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육은 그 자체로 내재적 가치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교육이 위에서 설명한 ‘가치 있는 활동’, 즉 규범적 활동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교육은 그 자체로 좋은, 규범적인, 바람직한 활동이어야 합니다. 이는 교육을 받은 사람은 배운 것이 지금 당장 쓸 일이 없고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배움 그 자체만으로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는 내재적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교육은 외재적으로 정의되어서는 안 됩니다. ‘외재적’이라는 것은 교육 활동이 교육 그 자체를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육 외부의 어떤 것에 의해 교육이 정의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에 공교육이 대학 입시를 위한 수단이 되는 현상은 피터스의 입장에서 규범적 준거를 충족하는 교육은 아닌 것이죠. 왜냐하면 교육이 갖는 그 자체의 의미가 퇴색되고, 대학 입시와 관련이 없다면 그 의미를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인지적 준거: 인지적 준거는 교육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고 있습니다. 교육의 내용으로 학생에게 전달되는 것은 사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포괄적이고 통합된 안목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위의 규범적 준거에서 말하는 ‘가치 있는 활동’이 실제 교육 내용으로 구체화된다면 교육의 인지적 준거 역시 충족됩니다. 어떤 활동이 인지적 준거를 충족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교육이 아닌 ‘훈련’이 됩니다. 훈련은 교육처럼 가치 지향적인 활동이 아니라 어떤 기술이나 신체적 동작을 반복된 연습을 통해 전달하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과정적 준거: 과정적 준거는 교육이 그 과정에서 학습자의 의식과 자발성을 전제해야 한다는 준거입니다. 다시 말해, 교육이라는 것은 학습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자발성을 갖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도덕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내용을 학습자에게 강제로 시키거나, 세뇌의 방법으로 무의식적으로 전달한다면 그것은 피터스의 기준에서 교육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피터스(Peters)의 교육 정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특히 제가 교육의 세 가지 준거를 설명하면서 ‘-합니다’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이런 표현을 많이 사용한 이유는 피터스의 교육 정의가 ‘규범적 정의’이기 때문입니다. 즉 피터스의 정의는 ‘어떤 것이 옳은 것인가, 교육이라면 모름지기 어떠해야 한다’는 규범 내지 가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 교육의 어원
동서양을 막론하고 교육의 개념이 오랜 과거부터 있었습니다. 교육의 어원을 확인한다고 해서 현대 교육의 개념을 전부 이해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지역에서 어떤 단어를 사용하여 교육을 표현했는지 그 어원을 알면 교육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 교육의 의미를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동양, 영어, 독일어에서의 교육 어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동양의 어원: 교육(敎育)
교육(敎育)은 가르칠 교, 기를 육 한자를 사용한 단어입니다. 한자를 보더라도 교육은 성숙한 부모 또는 교사가 미성숙한 자녀나 학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성숙한 사람은 교육의 능동적 주체이고 미성숙한 사람은 수동적으로 교육을 받는 사람이므로, 교사와 학생은 수직적인 관계입니다.
2. 영어의 어원
1) pedagogy(페다고지): 그리스어의 파이다고고스(paidagogos)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이는 귀족의 노예 중 교육을 담당하는 노예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페다고지는 ‘아동을 이끌다’라는 의미로, 이 용어 역시 교사와 학생의 수직적인 관계를 내포합니다.
2) education(에듀케이션): 가장 친근한 교육의 어원입니다. 이 단어는 라틴어 에듀카레(educare)와 에듀세레(educere)에서 유래했습니다. 에듀카레는 ‘양육하다’의 의미를 갖기 때문에, 교육하는 사람이 주체가 되는 교육 개념입니다. 반면에, 에듀세레는 ‘이끌어내다’라는 의미를 갖고, 교육을 받는 대상의 역할을 좀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에듀세레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상대적으로 수평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3. 독일어 어원
1) pedagogik(페다고긱): 영어의 페다고지와 같은 어원입니다.
2) erziehung(에어지훙): ‘밖으로 이끌어 내다’의 의미를 갖기 때문에 에듀세레와 유사한 의미를 갖습니다.
#3. 교육의 비유
교육의 개념은 위에서 보았듯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교육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학교에서 가르치는 선생님의 이미지만 떠오르며, 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은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교육학자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교육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비유를 통해 교육을 설명했습니다. 각각의 학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하려는 이야기는 몇 가지로 굵직하게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다음의 비유들을 통해 교육의 의미에 대해 접근해 보겠습니다.
1. 주형의 비유
‘주형’이라는 것은 거푸집을 의미합니다. 주형의 비유에서는 교육을 교사가 마치 학생을 일정한 모양의 거푸집 틀에 부어 만들어 낸다고 표현합니다. 즉 교육에서의 주체는 교사이고, 학생은 교사에 의해 만들어지는 수동적 존재로 묘사됩니다. 교육에서 교사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주형의 비유가 와닿을 수 있겠죠. 다만 주형의 비유에서 의미하는 교육은 교사의 엇나간 권위주의나 학생의 인권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존 로크(John Locke)나 행동주의 철학자 왓슨(Watson)이 주형의 비유와 비슷한 방법으로 교육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2. 성장의 비유
주형의 비유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성장의 비유에서는 학생을 스스로 잘 성장해나가는 식물에 빗대어 표현합니다. 교사는 식물을 잘 자랄 수 있게 지원하고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성장의 비유에서 교육의 주체는 학생입니다. 해당 비유는 교사의 역할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성장의 비유와 유사한 교육관을 가진 학자는 루소(Rousseau)가 있으며, 미국의 진보주의 교육관이 이와 유사합니다.
3. 대안적 비유
대안적 비유는 주형의 비유와 성장의 비유를 절충하는 입장에 대해 설명하거나, 그 어느쪽에도 속하지 않는 다른 의견을 표현하는 비유가 있습니다.
1) 예술의 비유
예술의 비유는 마치 예술가가 예술작품을 만드는 과정에 빗대어 교육을 표현합니다. 예술 작품을 만들 때 예술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만큼, 예술가와 그 재료의 상호작용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일방적이지 않고, 상호작용하는 관계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술의 비유는 주형의 비유와 성장의 비유를 절충하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성년식의 비유
성년식의 비유는 미성년을 성년의 사회로 이끄는 성년식처럼, 교육 역시 미성숙한 존재인 학생을 인류의 문화유산에 입문시키는 과정이라고 설명합니다. 성년식에 비유에서는 교육의 주체가 교사로서 주형의 비유와 유사합니다.
3) 만남의 비유
만남의 비유는 위의 모든 비유들과는 다른 입장을 보입니다. 이전의 비유들이 교육을 학생의 점진적인 변화 과정으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만남의 비유는 참된 스승과 학생이 인격적으로 만난다면, 갑작스럽게 또는 비약적으로 교육에 의한 성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비유에서 성장은 선형이 아니라 계단식(단속적)이라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교육의 개념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교육의 정의와 어원, 비유를 통해 교육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이해되는 시간이셨기를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과와 서재
공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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