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퀸즈랜드와 사우스오스트렐리아에 걸쳐 700km에는 붉은 황토사막을 가로지르는길이 있다. 하루 2,30대의 오토바이와 보급차량,50여대의 오프로드 차량이 사람들을 그곳에 실어 나르고 있다.아무도 걸어서는 다가설 수 없는 곳이다. 혼자 차를 모는 이도 거의없다. 커플이거나 가족들이 휴가를 나서는 곳이다. 우리는 한국에서도 호주에서도 원하던동행은 찾지 못하였다. 하지만 호주로 이민 온 증심사 계곡에서 나서 자란 이의 세심한 배려로 그의 튜닝된 오프로드 차량으로 여행하게 되었다.
우리는 시드니에서 서쪽으로 북쪽으로 1,800km를 달려왔다. 길 가장자리에 내장을 드러내고 줄 지어 누워있는 캥거루들을 지나왔다. 우리가 다가설때 까마귀 떼는 급히 날아오르고 용맹한 독수리가 그 자리에서 마지막까지 먹이를 지키고 있다. 가도가도 인적이 없는 대륙의 목장엔 소들과 양들이 그들에겐 한이 없이 기나긴 삶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모두 소유주가 붙혀논 형광빛의 플라스틱 인식표를 귀에 달고 있다. 도로가에 서 있는, 사람보다 더 지혜로운 어미 소의 눈망울을 마주칠 때마다 나는 세상이 나의 주인인양 붙혀논이름을 떠올린다. 나는 휴가를 떠나기 위해 여권속 영문 이름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호주 목장의 소들보다도 얼마 더 남지 않은 여권속 이름인 나는 휴가 말고 무엇을 꿈꿀 수 있을까? 이름표를 떼고 자유로워 질 수는 있을까?
하루 100km 부드런 황토의 등성을 앞선 자동차가가 지나간 자욱을 따라 올라섰다 내려간다. 다가서는 둔덕 멀리 자동차 몸체가 보이기 전에 그의 위치를 알리는 주홍빛 샌드프래그가 나타나면 오르던 길에 멈추어 서서 운전중 무전기 채널 10에서 통신을 주고 받았던그들에게 손을 흔든다. 오늘 커피 타임엔 둔덕사이의 평지에서 멜번을 떠나온 지 오래된두명의 호주인과 마주치었다. 이 두 명의 호주인들은 우리차에서 회전할때 덜컹대는 이상음을 체크해주고 사륜을 작동하는 휠이 부서진 소리를 내는듯 하다고 알려주었다. 이번 사막횡단을 시작하면서 타이어 공기압을 뺄때도,빅레드샌드듄을 오를때 물 탱크에서 물이새는 것도 알려주고 도와주던 사람들이 있었다. 심슨사막을 횡단하는 한 개의 오가는 길에서로를 도와주고 안부를 전하려는 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주인 없는 개들처럼 낡은 몸매무세여서인지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순간 붉은 sand dune 에 듬성등성 자리한 가시덤불이 집처럼 아늑해지었다.
나는 밤마다 모닥불 앞에서 모닥불과 그 빛에 붉어진 나무를 그린다. 사막에서 바이올린을 천천히 긋자 이제껏 배워둔 기술을 기억해내기 전에 몸이 현을 가볍고 일정한 소리로 울리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지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over the rainbow를 그가 하모니카로 부르면 나도 따라 바이올린을 키기도 한다. 은하수 다리가 동쪽으로 살짝 기우는 동안 우리는 함께 밤새 그들을 지켜보았다. 셀 수 없는 별 만큼 수 많은우리의 욕망들을 차분한 목소리로 불러본다.
나는 심슨사막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차라투스트라가 말한 나의 최고의 지혜보다 몸과 영혼이 합일하는 더 큰 이성, 인 나로 새롭게 태어난다.사막에서 새롭게 태어난 나는 대지가토해 낸 유칼립투스 마른 장작더미와 사막위를 구르는 가시덤불에 붙은 춤추는 모닥불이고, 작고 경쾌하고 어리숙하고 사랑스럽고 명랑하게 피어나는 창조의 불꽃이다. 나의 시간은 새벽 이슬을 찾아 나르는 연두빛 작은 앵무새의 지져귐으로 시작된다. 나는 노란 꽃망울을 날리는 푸르른 나무들 사이 잿빛으로 나 뒹구는 잡목들이 황토빛 가는 모레를 뚫고 뻫어가는 숨길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붉은 해가 호주대륙 너머 태평양으로 떨어지면 연분홍 하늘위에 춤추는 장작불 연기가 된다. 그렇게 나는 대지에 둥그스런 양 다리를 걸친 남반구의 은하수를 어루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