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의 거의 모든 것 - 여의도~덕적도, 서울에서 배 타고 가는 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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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5.06. 23:26조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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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의 거의 모든 것
여의도~덕적도, 서울에서 배 타고 가는 섬 여행
서울이 다시 항구가 되었다. ‘다시’라니, 그렇다면 예전에 서울이 항구였다는 말인가? 물론이다. 한강 하류에 자리한 서울의 마포·용산·양화진 등은 조선시대만 해도 전국에서 가장 번잡한 항구였다. 서해안과 한강을 통해 전국에서 조운선을 비롯한 온갖 배들이 들락거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6·25 전쟁 이후 한강 하구가 휴전선과 겹치면서 뱃길은 끊어지고, 서울은 바다와 단절된 내륙 도시가 되고 말았다.
2011년 인천 앞바다와 서울 한강을 잇는 아라뱃길이 열리면서 서울은 60년 만에 다시 바다로 트인 항구가 되었다. 그러나 현재 바다와 서울을 오가는 배는 주말에만 운항하는 작은 여객선(여의도~덕적도) 한 척뿐이다. 큰 배가 지날 수 있도록 한강 교량(양화대교)의 교각을 넓히는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큰 배를 댈 수 있는 부두도 없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배를 타고 서해 먼바다의 덕적도로 자전거여행을 떠나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아름다운 덕적도를 자전거로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배를 타고 가는 과정까지 여행의 일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의나루역 근처 한강공원에 설치된 ‘하이서울’ 부두를 출발해 덕적도를 왕복하는 현대아일랜드 호는 토·일요일 이틀만 운항한다(오전 7시 여의도 출발). 여객선이라지만 70명 정원의 37톤급의 작은 배라서 얼핏 보면 조금 큰 요트 같다. 배는 최대시속 25노트(약 45km)의 쾌속선이지만 뒤편의 개방 갑판에 자전거 20대 정도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자전거 적재요금은 따로 받지 않는 대신에 요금은 다소 비싸다. 여름 성수기를 제외한 왕복요금이 5만 7,400원이다.
온통 자갈로 이루어진 덕적도 능동자갈마당
여의도와 덕적도를 오가는 현대아일랜드 호
여객선은 한강유람선은 가지 않는 양화대교 서쪽의 서울 강변 풍경을 볼 수 있고, 아라뱃길을 거쳐 서해로 나가 영종대교, 인천대교, 팔미도를 지난다. 날씨가 좋으면 배 위에서 한강 다리 위로 뜨는 일출을 볼 수 있다.
돌아오는 배에서 보는 여의도의 휘황한 야경
행주대교를 지나면 아라뱃길이 바로 나타난다. 물길이 이어진 것이 아니라서 아라뱃길 입구는 갑문으로 굳게 닫혀 있다. 인천 앞바다는 조수간만의 차가 최대 9m에 달해서 갑문이 없으면 바닷물이 역류하거나 수위를 조절할 수 없어 배가 다니기 어렵다.
아라뱃길은 길이 18km로 폭 80m, 깊이 6.3m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한다. 한강과 아라뱃길 수위도 차이가 나서 갑문을 거쳐야 한다. 한강은 강우량에 따라 수위가 크게 변동하기 때문에 아라뱃길과 바로 연결하지 않았다. 바다로 나가기 위해서는 다시 서해갑문을 통과해야 한다.
여의도에서 33km 떨어진 인천터미널까지 거의 2시간이 걸린다. 자전거로도 더 빨랐을 테지만 이렇게 느린 여정도 나쁘지 않다. 바쁘게 살다가 맛보는 느린 시간과 넓은 공간은 정서적으로도 유익하다.
서해갑문을 벗어나면 인천국제공항으로 이어지는 영종대교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길이 4.4km, 주탑 높이 107m, 상하 2층 교량은 토목공학 기술의 절정을 보여준다. 자동차로 지나면 다리는 도로의 한 부분으로만 느껴지지만, 바다에서 보면 독자적인 위용을 뿜어낸다. 그러나 영종대교의 존재감은 인천대교 때문에 결정적으로 무너졌다.
바다 위로 아득히 도열한 수많은 교각들은 거대한 설치예술이고, 까마득한 주탑은 조물주에 도전하는 바벨탑이다. 바다 위로 드러난 해상교량만 18.4km에 달한다. 주탑은 높이가 230.5m로 63빌딩(249m)과 맞먹는 높이다. 도로의 가장 높은 곳은 수면에서 90m나 된다.
인천대교를 지나면 배는 오른쪽으로 무의도를 바라보고 왼쪽으로는 팔미도를 지난다. 팔미도 등대는 1903년 국내 최초로 세워진 등대로, 인천상륙작전 때 우리나라 특공대원들이 장악해 상륙작전의 신호를 올린 곳이다.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인천대교의 위용
팔미도를 벗어나면 본격적으로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저 멀리 덕적군도의 섬들도 한층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남쪽으로는 이제는 육지가 된 영흥도와 대부도가 아스라하다. 덕적도에는 11시 30분 쯤에 도착한다. 여의도에서 4시간 30분이나 걸린 먼 거리다(여의도에서 뱃길로 약 90km). 하지만 오후 3시 30분에 다시 출항하기 때문에 섬에서 4시간의 여유가 있다. 섬을 여유롭게 일주할 수 있는 시간이다.
덕적도는 면적 20.87km2로 대도시의 구(區) 정도 크기다. 국수봉(314m), 비조봉(292m) 등 산이 많고 평지는 극히 드물다. 등산코스로 인기가 높아 배를 타는 사람 대부분이 등산객이다. 자전거 코스로도 유명한데, 섬 일주도로를 기본으로 27km 정도의 자전거코스가 나 있고 표지판도 잘되어 있다. 가파르고 높은 벗개고개와 성황당고개를 비롯해 크고 작은 고개가 많아, 로드바이크보다는 MTB가 적당하고 체력적 부담이 적지 않다. 거리에 비해 일주 시간도 생각보다 많이 걸리지만 휴식과 관광을 포함해서 3시간 정도면 초보자도 넉넉한 시간이다.
덕적도 밧지름해변의 운치 있는 소나무숲
덕적도 벗개방조제에서 바라본 갯벌과 문갑도
고즈넉한 신비감이 감도는 밧지름해변, 둔덕진 백사장이 아름다운 서포리해변, 온통 자갈로 이루어진 능동자갈마당이 볼 만하다. 인구 1천 명 남짓한 작은 섬이지만 선착장 주변에는 식당과 편의시설 등이 모여 있다. 서포리해변에도 식당과 편의시설이 있어 큰 불편이 없다. 여유롭게 섬을 돌아보고 싶다면 하룻밤을 묵고 일요일 배를 타고 나와도 된다.
덕적도 일주 자전거코스 표지판
덕적도 최고의 명소인 서포리해변의 광활한 백사장
덕적도를 한 바퀴 돌고 서울로 돌아오는 배의 항로는 아침에 왔던 길을 그대로 되짚는다. 아라뱃길을 지나면서 천천히 어둠이 내린다. 한강에 들어서면 어느새 밤배 여정이다. 12시간 만에 다시 돌아온 여의도는 아침의 잿빛 침묵과는 천양지차로 휘황찬란한 불야성을 이룬다.
그렇다. 여의도 역시 섬인 것이다. 여의도는 인간의 욕망이 응축된 도시의 섬이고, 덕적도는 인적이 드문 먼 바다의 외딴 섬이다. 극도로 대비되는 두 섬을 몇 시간 사이에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놀라운 행복이다.
문의
현대유람선 (032) 882-5555, www.aracruise.co.kr
추천 코스
여의도 하이서울 부두 → 아라뱃길 → 덕적도 도우선착장 → 밧지름해변 → 서포리해변 → 벗개고개 → 능동자갈마당 → 성황당고개 → 도우 선착장(27km덕적도 일주, 2시간 30분 소요)
찾아가기
여의도 하이서울 부두는 여의도 동쪽 원효대교 남단 부근에 있다. 승용차를 가져간다면 여의도 63빌딩 앞 둔치 주차장에 주차하면 된다. 전철 5호선 여의나루역 3번 출구로 나오면 한강에 떠 있는 작은 부두가 보인다. 한강 자전거도로를 따라 접근하기도 편하다.
맛집
덕진각
덕적도 도우선착장 해변에 있다. 신선한 해산물을 듬뿍 넣은 양푼해물짬뽕과 양푼해물짜장(각 1만 원)이 일품이다.
(032) 831-3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