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여름방학을 맞아 한 달 동안 우리 청소년을 위한 문화유산 배움터인 2009년도 고궁청소년문화학교가 열렸다. 자원봉사 요원으로 구성된 시민단체인 사단법인 '한국의 재발견'은 매년 여름방학마다 4대 궁궐과 종묘에서 조선시대 왕실문화에 대한 공부마당 을 진행하고 있다. 7월 27일에 시작되어 8월 21일까지 계속되는 청소년문화학교 프로그램 중에서 지난주 월요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경복궁문화학교를 다녀왔다.
8월 3일 아침 9시 30분. 자선당에 모인 학생들은 '한국의 재발견' 소속의 자원봉사자인 한성희 선생님이 준비한 차트와 교재를 보면서 경복궁의 역사에 대하여 배우기 시작했다. 1시간 가량의 열정적인 강의가 끝난 다음에는 조를 편성하여 각 조별로 궁궐지킴이 선생님들의 안내를 받으며 드디어 본격적인 문화재 답사 실습에 들어갔다. 조당 약 15명씩 편성된 학생들은 선생님을 행여 놓칠 세라 뒤를 따르며 교실에서는 배울 수 없는 체험에 꽤 흥미를 보였다. 설명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진지한 눈빛과 교재를 꼼꼼히 챙겨보는 모습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자선당은 동궁 영역으로 왕세자의 교육이 이루어지던 의미 있는 장소가 아닌가. 어린 학생들이 성장하여 훗날 이곳을 다시 찾을 때 그 추억과 감회는 남다를 것이다.
북악산과 인왕산을 바라보며, 궁성과 문을 살펴보면서, 경복궁의 남문-광화문, 동문-건춘문, 서문-영추문, 북문-신무문의 위치와 의미를 생각하면서, 또 근정전 안의 박석과 품계석을 보면서, 익히고 또 익히기에 열중인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는 일은 무척 즐거웠다. 우리는 임금님이 백성들을 생각하며 정치를 한다는 사정전, 왕과 왕비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침전인 강령전과 교태전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인공산인 아미산과 농업발전을 위해 천체의 운행을 이해하고 시간을 정밀하게 측정하고자 노력하였던 오늘날의 연구소 기능을 갖춘 흠경각과 함원전에도 들렀다. 흥선대원군의 신정왕후 조대비(24대 헌종의 어머니)를 위하여 지었다는 침전의 전각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자경전 일원과 십장생 굴뚝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에는 모두 감탄사를 연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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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에서 왔다는 한 중학생은 "선생님, 십장생 굴뚝에서도 연기가 나와요?"하며 순수하고 호기심 어린 질문을 던져 모두를 웃음짓게 만들었다. 왕이 신하와 외국 사신들의 연회를 베풀었다는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건축 미학을 선생님이 설명하시는 동안에도, 연못의 물고기에 눈을 떼지 못하는 천진난만한 학생도 있었다. 경회루 옆으로 이동했을 때는 세종 때 교서관에 근무하는 구종직이란 자가 숙직 중에 경회루에 몰래 들어갔다가 출세한 사연을 들려주니 산만하던 학생들까지 귀를 기울이며 관심을 보였다.
그렇게 경회루를 뒤로 하고, 우리는 북쪽 후원 영역인 향원정과 연못을 둘러보았다. 건청궁과 명성황후가 시해된 비극의 현장이 바로 이곳이라는 말과 함께,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학생의 경우 힘은 실력이다, 그리고 인성을 겸한 지성이다, 그리고 문화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짧은 멘트로 마무리했을 때는 이미 2시간이 훌쩍 지난 뒤였다.
학생들에게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한 후 관리소측에서 준비한 기념품을 제공했는데, 한 학생은 향원정 벤치에 앉아 계시던 한성희 선생님께 멋진 강의에 감사드린다며 답례 인사를 하기도 했다. 궁궐지킴이 선생님들의 수많은 땀방울이 궁궐 구석구석에 흘러 떨어진 만큼, 우리의 새싹들에게는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안목과 이해를 높이는 뜻 깊은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젊은 친구들이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애써주시는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
첫댓글 일어반에서 잠깐 만났던 한성희 선생님,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