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드 오세훈

[냉정]

노래를 재생해 주세요.

지독한 트랩에 걸려버렸다. 오세훈이라는 이름을 한 트랩에. 현실을 변명으로 친절을 가장한 다정을 부리면 안 됐었다. 


이미 늦은 후회였다.  

너드 오세훈

무단배포 및 2차 가공 금지.




취업준비를 한다는 구실로 집에만 박혀있으니 괜히 눈치가 보였다. 동시에 비어가는 통장도 내게 소리를 치고 있었다. 얼른 뭐든 하라고. 그렇다고 태생이 게을러서 몸을 쓰는 노동은 하기 싫었다. 대학생 땐 주야장천 한 과외 소개는 졸업을 하자 뚝 끊기고 말았다. 그러다 지은이가 과외를 소개해준다는 소리에 덥석 물었다. 단순하게 일반 고등학생일 것으로 생각했다. 유학을 갔다 와 같은 학년 학생들보다 한살이 많은 채로 학교를 들어가는 복학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땐 약간 놀라긴 했지만 뭘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괜히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부내가 펄펄 나는 대문 초인종을 누르자 도우미 아주머니로 보이시는 분이 인상 좋은 미소를 하시며 나를 반겨주셨다.

"세훈 학생 선생님이시죠?"

"네.안녕하세요"

"세훈 학생이 낯을 좀 가려요~그래도 너무 겁 먹지는 마시고."

사람 좋은 미소를 눈에 걸어낸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무게가 담겨있는 듯 했다. 보통 선생이 될 수도 있는 사람에게 겁을 먹지 말라고는 하지 않으니. 

"그럼요, 걱정마셔요."

자동적으로 눈을 접어 그녀에게 맞 눈인사를 했다. 이어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앞으로 가르칠 학생의 방으로 날 안내했다. 그럼, 수업 잘 하세요-. 그녀가 가볍게 목례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굳게 닫힌 문이 괜히 위압감을 주는 듯 했다. 후, 뭘 이런 걸 가지고 긴장이 되고 그래. 과외를 안해본 것도 아닌데. 스스로를 다독이며 헛기침을 해 인기척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문 건너편에 노크를 하려 손을 들어올렸을 까 문이 벌컥 열려 놀라 뒷걸음질을 했다.

"..."

아니 방 안에 있으면 들어오라고 하지 왜 갑자기 문을 열고 그러니, 라고 분위기를 풀어보려 자연스레 나오려던 농담을 입끝에서 멈추었다.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그의 모습에 입이 절로 다물어졌다. 몇 달을 자르지 않은 건지 눈을 다 가리는 더벅머리에, 얼굴을 다 숨길 수 있는 큰 뿔테안경. 그의 호리호리한 체격을 가릴 수 있는 펑퍼짐한 옷. 아, 벌써 쉽지 않았다. 사람의 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지만 그의 행색뿐만이 아니라 그가 풍기는 분위기 또한 그러했다. 그의 뒤로 보이는 그의 방이 단정했다. 전혀 놀라지 않은 척 호호호 웃으며 그의 어깨를 살짝 밀었다.

"깜짝 놀랐잖아, 얼른 들어가자.난 오늘부터 네 과외를 맡게 된 김여주라고 해."

그가 하염없이 밀려나다 과외 선생이라는 소리에 놀란 듯 고개를 팍 치켜들곤 날 내려봤다. 더벅머리에 가려진 눈이었지만 와중에 투명한 시선을 한 것이 참 아름답다, 라고 딴 길로 새려는 생각을 애써 멈추고 그의 옆으로 지나쳐 방으로 들어갔다. 그의 뒤로 보였던 단정한 방은 직접 들어오니 그 분위기가 또 달랐다. 단색의 가구들, 사람이 사는 것 같지 않은 분위기의 방에 약간 소름이 돋을 뻔했다. 본능적으로 느끼는 이질감이었을까.

하지만 그를 티내는 것은 전혀 프로답지 못한 태도였다. 전혀 놀라지 않은 척 책상으로 가 의자를 빼 앉았다. 오랜만의 과외라 그런지 약간 긴장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꽤 감당하기 버거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가 나를 말없이 내쫓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긴장하지 않은 척 얼른 앉자~ 라며 그를 보지 않고 책을 꺼내자 그가 말없이 옆자리에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다행이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괜히 어색해서 그를 바라보지도 않고 책을 꺼내어 한 장 한 장 넘겼다. 어디까지 배웠댔지? 외국에서 살았으니 영어는 잘하겠다. 별 쓸데없는 말도 여러 개 내뱉었다. 어색함을 못 버티는 나의 성미였다. 나의 노력에도 정적은 계속해 이어졌다. 메마른 입을 축이며 다시 정적을 깨고 싶어 입을 떼려 했을까,그의 목소리가 먼저 그 정적을 깨트렸다.

"선생님."

"응?"

"우리 과외. 공부하는 거 아녜요."

"응?"

이게 또 무슨 생뚱맞은 소리람. 이지은에게 과외 내용은 뭔지 굳이 묻지는 않았다. 이제까지 내가 맡은 과외 과목을 나보다 더 잘 아는 그녀였으니까. 근데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의 이해되지 않는 말에 고정한 듯 앞만 바라보던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의 시선을 - 정정하자면 그의 더벅머리를 - 바라보자 그가 입술을 달싹이다 겨우내 입을 뗀다.

"ㅈ..저 친구를 잘 못 만들어서... 친화력 과외...라고 들었는데."

자신이 말하고 부끄러운지 꼼질 거리는 손끝이 발갛다. 아, 그래서 내가 책을 펼치고 공부는 잘했니?라고 물을 때 아무 대답이 없었던 건가 싶기도 했다. 과외 내용도 모르고 온 선생처럼 보일까 괜히 책을 탁탁 치며 소리를 크게 했다.

"알지~ 원래 친구는 공부하면서 친해지는 거라 내가 시뮬레이션?그런 거 해 본 거야."

존나 개소리였다. 그냥 창피해서 아무 말 한 거다. 그러자 그가 아, 그렇구나. 라며 이제야 책에 시선을 둔다. 친화력 과외라니.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과외였다. 평소 같았으면 내가 어떻게 그런 걸 맡느냐고 당연히 거절을 했을 테지만, 나는 물,불을 가릴 처지가 아녔다. 유일한 수입원을 나의 까다로운 성격 때문에 놓칠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에 전혀 당황하지 않은 척 노트와 펜을 꺼내며 그를 바라봤다.

"일단 세훈이가 친구를 만들고 싶으면, 세훈 이에 대해 먼저 알아야겠지?"

그냥 생각나는 대로 내뱉었다. 당황했다는 거다. 내가. 이 김여주가. 당황해서 아무 말대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손에는 삐질삐질 식은땀이 다 나는 듯했다. 다행스럽게도 그가 내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아래위로 끄덕였다. 휴, 벌써 안도의 한숨을 두 번이나 쉬었다. 10분 만에. 

"세훈이는 어떤 사람을 좋아해?"

딸깍딸깍, 나름 프로처럼 보이려고 샤프를 엄지손가락 끝으로 꾹꾹 눌러대며 그의 시선을 맞추었다.-다시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의 더벅머리에- 그가 입술을 꾹 닫고 있더니 용기를 낸 듯 입을 겨우내 뗐다. 

"저는... 저와 반대되는 사람이요."

"예를 들면?"

"...당당한 사람."

"음~ 본보기가 있을까?"

"...선생님 같이."

응? 내가 뭘 잘 못 들었나? 라는 착각을 할 만큼 예상외의 답을 한 그의 답에 놀라 눈이 휘둥그레 커 질 뻔 했다. 사람이 당황을 하게 되면 몸과 머리가 연결이 되지 않고 뚝딱거리게 되는데, 그런 모습은 전혀 나답지 않았다. 재빠르게 사고를 회전시켜 전혀 당황하지 않은 척 하하 그래? 선생님도 세훈이 같은 사람 좋아해~라며 얼버무렸다. 

그의 귀가 발갰다. 하하하 로봇 같은 웃음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딱 타이밍 맞게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네~ 당황스러움에 덜덜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대답을 하자 도우미 아주머니께서 잠시 내게 나올 수 있느냐고 여쭤보셔서 얼른 몸을 일으켜 그녀에게 향했다. 그녀가 나를 거실로 끌고 가더니 호호호 웃으며 두 번째 폭탄발언을 한다.

"어머 세훈 학생이 선생님께서 마음에 들었나 봐."

"예?"

"원래 선생님들 다 쫓아냈거든~"

"아..."

컥, 사레가 걸릴 뻔했다.  이 집에 도착하고 나서 연속되는 당황스러운 발언들에. 첫째로 그의 친화력 과외 선생님께서 내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과, 두 번째로 그가 나를 어떤 감정으로 마음에 들어 했다는 것이. 본능에 따라 외치고 있었다. 그건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고. 그래서 그렇게나 당황을 했는지도 모른다. 아주머니가 내일 오실 거죠?라고 물어오셨다. 삐용삐용- 여기저기서 경고음이 들려왔다. 과외 학생이 널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다고. 아니다, 어떤 누가 첫눈에 반하냐, 아니 학생 행동을 보면 모르느냐. 내 안의 여러 자아가 부딪혔다. 그러다가 이성이 소리쳤다. 

'통장 잔액을 생각해.'

이미 물은 엎질러진 지 오래였다.

그렇게 시작된 과외가 잘될 리가 만무했다. 그는 나에게 이성적 호감을 품고 있었고, 나는 그걸 애써 모른 척 무시하며 친화력을 길러준다는 빌미로 그의 집을 들락날락했다.

"선생님."

"응?"

"선생님은, 원래 그렇게 잘 웃으세요?"

"으응.."

"그렇구나."

그의 화법은 굉장히 직설적이었다. 그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스스럼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정의하지 못하는 듯했다.

"...질투 나요."

"응?"

"다른 사람들한테.. 그렇게 웃어주시면 질투 나요."

그래도 적잖이 당황하는 일이 많았다. 나는 그의 감정을 함부로 판단하고 그 감정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무던한 노력을 했다. 예를 들면 친구들한테는 그러지 말라는 둥, 가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등. 그는 내가 과외를 가장한 연설을 할 때면 듣는 척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흐린 눈을 하고 그의 "과외"를 이어갔다. 

"선생님."

"응?"

"...선생님을 보면 심장이 콩콩거려요."

"으응?"

"원래 이런 것인가요."

그는 자신도 모르는 감정을 내게 정의하라고 하고 있었다. 당황했지만, 전혀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누가 친구를 보는데 심장이 콩콩댄단 말인가. 하지만, 그의 너무나도 투명해 투과가 될 것만 같은 순수한 애정을 모른척하려면 어쩔 수가 없었다. 나의 통장 잔액이 눈앞에서 흐릿거렸다. 곧 찢어질 듯한 통장잔고에 애써 현실을 타협하며 그에게 그렇다고 했다. 

나는 불투명한 선을 그었고,

그는 선을 아주 느릿하고 확실하게 넘어가고 있었다. 

"선생님."

"응."

"선생님의 손을 잡고 싶어요."

"세훈이는 친구의 손을 잡고 싶은 걸까?"

"그런가 봐요."

"그럴 수 있지, 자."

이런 식으로 아주 천천히. 나는 그에게 내 손을 내어주고, 그는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내 손가락을 맞추어 오며 깍지를 끼워왔다. 그의 손가락 마디마디가 붉었다. 괜히 나까지 부끄러워지는 느낌이었다. 이 아이의 감정을 왜곡된 시선으로 보는 것만 같아서. 순간 드는 생각은 그가 나에게 잘못 배운 친화력을 진짜 사회생활에서 사용하면 어쩌지라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그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라는 것을 가정한 것이고, 그에게 그 마음은 선생님께 옳지 않은 감정이야 하고 하기엔 이미 나는 너무나도 많은 선을 넘어버렸다. 현실에 타협한다는 비겁한 변명을 이유로. 

"세훈아."

"...네."

"손 좀... 이제 주면 안 되겠니?"

"..."
"싫어요."

그가 처음으로 내게 거절을 한 날이었다. 

그는 직설적이다. 

그는 그의 감정에 솔직하다.

"선생님의 손이 좋아요."

"..."

"선생님."

"...응?"

그가 꼭 쥔 손을 아래로 내리더니 다른 손으로 뒤통수를 잡아온다. 훅,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진다. 그의 숨소리가 앞에서 색색 댄다.

"선생님하고 이런 것도 하고 싶어요."
"친구는 이런 건가요?" 

그의 지긋한 시선은 아래로 내려가 입술을 향했다. 그의 촘촘한 속눈썹이 눈앞에서 바들거렸다. 그의 행동은 서툴고, 직관적이며, 순수했다.

순진하지 않을 뿐. 

눈을 꼭 감는다.  

친구는, 

이러면 안 돼 세훈아.


차마 하지 못할 말을 속으로 삼킨다. 

나는 참 속물적이다. 자신의 감정도 모르고 내게 호감을 표하는 아이에게 그건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모든 걸 '평범한 친구 관계'인척 치부하고 입까지 맞대어 버렸다. 그의 뜨끈한 숨이 얼굴에 맞닿았다. 이어 자연스럽게 입술을 벌리는 그에 놀라 밀쳐내자 그가 멍한 표정을 하고는 나를 바라본다.

"...선생님은 제 친구가 되기 싫은 건가요?"

"..아냐, 아냐.그런 게 아니라..."

말끝을 흐렸다. 현타를 거세게 맞아버렸다. 학생과 지금 무얼 하는 건지. 입까지 벌려오려는 그의 마음을 받아줄 수도 없으면서, 감히 나는 그의 감정을 나의 이득을 위해 멋대로 정의하고 순익을 취하고 있었다. 멍하게 풀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에게 아냐,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젓자 그가 다시 고개를 비틀며 내 입술을 향해 다가온다. 그런 그를 억지로 한 손으로 막아내며 괜히 말을 돌렸다.

"세.. 세훈이는 옷 안 불편해?"

"... 옷이요?"

"응!"

갑자기 말을 돌리는 나의 분위기가 이상한 걸 자각하지 못하고 다시 몸을 뒤로한 그가 고개를 갸웃하며 옷.. 옷..이라며 중얼거린다. 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분위기가 그대로 흘러갔다면 키스로 이어질 게 뻔한 뻔 자였다. 맨정신에 학생이랑 무슨 짓인지. 이지은이 들으면 기함할 짓을 벌인 내가 믿기지가 않는다. 다행히 그가 눈치를 못 채고 그가 자신의 옷을 바라보는 모습이 귀여워 프슬 웃었다. 

"...선생님은 제 옷이 싫으세요?"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머리도 길고 눈도 가리고 불편할 거 같아서."

"딱히 불편하진 않은데..."

"친구들이 불편해할 수도 있으니까!"

"선생님은요?"

"..응?"

"선생님은 어떠시느냐고요."

"어...음.. 난.."


또다. 또. 한결같이 대화의 주체가 나로 변한다. 그가 더벅머리 뒤로, 그 두꺼운 안경 뒤로 숨겨진 눈으로 나를 지긋이 주시한다. 나의 반응이 궁금한 것이겠지. 머리가 지끈거려온다. 난..난.. 학생이 상처받지 않고 어떻게 돌려 말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겨우내 입을 뗀다.

"난 친구들이 예쁜 세훈이 눈이랑 모습을 보면 좋아서 그러지~"

"...지금은 별론가요?"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

"요즘 애들이 좀 까다롭니, 조금 짜증 나도 애들한테 맞추는 게 좋으니까."

"선생님은요."

"나도 세훈이 새로운 모습 보면 좋지~"

휴, 겨우 고비를 넘겼다. 나의 대답에 고개를 아래위로 끄덕인 그의 뒤로 시계가 탁탁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과외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이 -나만- 어색한 분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적절한 시기였다.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며 몸을 일으키자 그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낸다. 

"인사해주려고? 세훈이 착-"

하네... 말을 끝내지 못하고 그의 품에 안기어 버린다. 그의 쿵쿵대는 심장 소리가 귀로 바로 울려온다. 이제까지 헤어지며 그가 포옹한 적은 없는데, 입을 댔다는 것 하나만으로 그는 더욱 과감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이걸.. 어떡하지 밀쳐낼 수도 없고, 고민하고 있었을까 그가 슬쩍 팔을 풀며 몸을 떨어트린다.

"다음 주에 봬요."

이제까지 항상 멍하다고 생각했던 그의 시선이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다음 주에 봬요. 꼭. 그가 말하지 않아도 그의 목소리가 귀에서 울려오는 듯하다. 

"와 김여주 너도 대단하다."

이 복잡한 마음을 결국 변백현에게 털어버렸다.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쪽쪽 빨던 변백현이 결국 오세훈이랑 키스 아닌 키스까지 했다는 말에 사레까지 들려 컥컥 대다 내가 건네준 휴지를 받아들곤 입을 닦으며 숨을 가다듬는다.

"어떡하려고."

"나도 몰라."

눈앞에 놓인 자몽에이드가 담겨있는 컵을 괜히 건드린다. 계속해 마셔도 건조한 입이었다. 입술을 축이려 에이드를 한모금해도 갈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변백현은 나의 고민이 웃긴지 그저 실실 쪼개기만 한다. 쪼개버리고 싶게. 

"그래도 말해야 하지 않겠어?"

"뭘."

"걔가 가지고 있는 감정은 그냥 친구 감정이 아니라는 거."

"..."

"그러다 나중 가서 더하면 어떡해, 야 걔가 20살이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넌 그냥 철컹..."

"야 그랬으면 나도 분위기 안 탔어, 내가 외롭긴 한가보다."

"존나 외로운 듯."

"닥쳐."

낄낄거리며 나를 놀리는 변백현의 어깨를 아프지 않게 때리자, 온갖 엄살은 다 부리며 울상을 짓는다. 그 와중에 낯선 향기가 느껴져 그의 목에 코를 가져다 대자 그가 왜 왜 이래!라며 나를 밀어낸다.

"향수 바꿨느냐?"

"엉, 개 좋지."

"어 나쁘지 않네."

세훈이한테도 어울리겠다는 잡생각을 하며 과외 시간에 맞추어 몸을 일으킨다. 변백현이 가냐?라며 일어서는 나를 올려다본다. 엉. 그에 고개를 끄덕이며 결심을 한다. 오늘도 같은 일이 반복되면 분명히 말을 해야겠다고.







*






분위기를 바꾸려고 괜히 내뱉은 말이 그에겐 엄청난 영향을 끼쳤나 보다. 대문을 열고 아주머니를 뵐 때부터 분위기가 이상했다. 평소같이 반갑게 맞아주시는 게 아닌 음흉한 표정을 하고 나를 맞아주시는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눈치를 챘어야 했다.

머리를 단정하게 자르고, 항상 쓰던 안경은 어디를 가고, 어벙한 옷이 아닌 깔끔한 느낌의 반소매를 입고 있는 세훈이가 보였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내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던 세훈이 몸을 일으키며 내 뒤로 팔을 뻗어 문을 닫는다. 머리를 잘라 더 잘 보이는 그의 표정이었다. 그는 한결같이 무표정이었다. 그의 확 바뀐 스타일에 전혀 당황하지 않은 척 책상으로 가 가방을 내려놓으며 세훈 이를 일부러 안 쳐다보고 말을 꺼냈다.

"머리 잘랐네?"

"네."

그러자 그가 뒤로 와 허리를 감싸오며 그의 볼을 나의 머리에 기댄다. 아, 그의 바뀐 스타일 때문인지 그의 벅찬 마음인지 이젠 나도 감당 되지 않을 만큼 가슴이 콩콩대기 시작한다. 김여주 내가 미쳤지. 그런 그의 행동에 뒤척이며 그를 떨어트리려고 하자 그가 더욱 세게 몸을 안아온다. 그의 숨소리가 목 근처에서 아른거린다. 괜히 간질거리는 느낌에 그에게 한소리를 하려고 했을까, 그의 말에 먼저 정적이 깨진다.

"선생님."

"응?"

"선생님께서 낯선 냄새가 나요."

"...응?"

"남자 냄새."

"..."

"저 말고 다른 친구는 질투 나요 선생님."

"..."

미치겠다 진짜. 이런 직설적인 표현은 오글거린다며 질색을  하는 나였는데, 그가 말하니 또 다르게 들려오는 이 단어들의 나열에.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그가 꼭 감싼 손을 애써 떼어내고 뒤를 돌았다. 결심했다. 그에게 사실을 알려주기로. 확실하게 이 관계를 정립하자고. 그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것이 맞는 것이라고. 다짐하고 그를 올려다봤다.

"세훈아."

"네."

"선생님이 잘못 알았어."

"..."

"세훈이가 선생님께 가지고 있는 감정은, 친구한테 가지는 감정이 아니야."

"..."

"연인 사이. 좋아하는 사람한테 가지는 감정이야."
"선생님께서 늦게 말해서 미안..-"

"선생님."

"응?"

"저도 알아요."

"...?"

"저는 선생님의 남자친구가 되고 싶은 거지, 친구가 되고 싶은게 아니에요."

"..."

"순진하시네요 선생님."

그가 다시 나를 꼭 안아온다. 그의 가슴께에 내 머리가 닿는다. 쿵쿵대는 그의 심장 소리가 귀를 울려온다.

"좋아해요."
"선생님."

그의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울려온다. 머리가 띵하고 지끈해져 온다. 쿵쿵대는 심장 소리가 그의 것인지 나의 것인지 구별이 되질 않는다. 

*

틱 툭툭 그의 뒤로 시계 초침이 흘러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고요하다. 처음에는 멍하다, 그다음에는 당황스럽다가 마지막으론 화가 났다. 속았다는 사실에. 그의 마음을 알면서도 내가 그를 속인 것이 아닌 그가 나를 속였다는 사실에. 그의 몸을 손을 올려 밀쳤다. 그가 힘없이 뒤로 물러간다. 선생님. 그의 단조로운 목소리가 나를 향한다. 

"갈게."

그를 쳐다 보지도 않고 책상에 놓은 가방을 들어 챙겼다. 서둘러 방을 나서려는데 그가 손목을 잡아채온다. 선생님. 그의 말을 듣고 싶지도 않아 그가 잡은 손목을 내치고 방을 나섰다.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며 앉아계시던 아주머니께서 내가 갑자기 나오는 것을 보고 벌떡 몸을 일으키시곤 내게 다가온다.

"벌써 가시게요?"

"네, 갑자기 일이 생겨서."

환멸이 났다. 그녀에게 꾸벅 목 인사를 하곤 그의 집을 나섰다. 가슴이 답답했다. 술이 생각이 났다. 익숙한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건다. 지금 이 상황을 다 아는 사람. 변백현에게. 

"김여주 무슨 일..."

"됐고, 가자."

나오라는 한 마디에 후드를 대충 걸쳐 쓰고 나오는 변백현이였다. 해는 어둑어둑 져 가고 있었다. 한숨이 나왔다. 당장 들어온 과외비는 이미 월세를 내 버려 그의 과외를 그만하기에는 찣어져있는 통장이었다. 아, 평소에 동관리 좀 할 걸. 엄마의 잔소리를 그저 귀가 아프다며 넘길 것이 아녔다. 이렇게 내게 돌아올 줄 알았다면 진즉... 아, 과외도 필요 없었겠지. 온갖 잡생각에 변백현을 데리고 눈앞에 보이는 술집으로 바로 향했다. 술을 잘 못하는 변백현은 앞에 사이다를 가득 채운 잔을 바라보다 내게 겨우내 입을 뗀다.

"과외 가서 무슨 일 생겼냐?"

이럴 땐 눈치가 참으로 빠른 변백현이였다. 가슴 밑에서 올라오는 한숨을 죽 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주를 잔에 채우고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러자 그가 마치 자기가 마신 듯 쓴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다 다시 대화를 이어나간다. 무슨 일인데. 그게 그러니까-. 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의 입이 점점 벌어진다. 와, 미친. 대박. 그의 추임새는 덤이었다. 

"그래서 어떡하려고."

"아 그니까 월세는 이미 냈는데."

빈 소주잔을 다시 채워 입에 털어내려고 하자 변백현 손이 내 잔을 입술 바로 앞에서 막아낸다. 천천히 마셔. 내일 어떡하려고. 그의 걱정스러운 시선을 무시하고 손을 잔을 쥐지 않은 다른 손으로 스윽 밀어내곤 다시 입안으로 소주를 넘긴다. 그가 어휴라며 고개를 저으며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을 뒤집는다. 

"돈이라도 빌려줘?"

그가 고기를 뒤집으며 내게 묻는다. 그에 고개를 도리질 쳤다. 친구사이엔 금전관계가 이루어져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나의 신조였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 고기를 다 뒤집은 변백현이 사이다를 한 모금하며 나를 바라본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나도 몰라,하. 절로 나오는 한숨을 마구 뱉으며 손에 얼굴을 묻었다. 

*

변백현이 천천히 마시라고 할 때 천천히 마실 걸 그랬다. 빠르게 취해버렸다. 그것도 아주 거나하게 취했다. 눈앞이 흐릿흐릿 거렸다. 이 상황에 대한 해결책은 없고, 그저 뻔뻔하게 그를 마주 해야 하나 하는 잡생각이 충돌했다. 그러나 나의 자존심이 그걸 허락할 리가 만무했다. 야 괜찮아? 변백현이 휘청거리는 나의 어깨를 잡아오며 풀린 나의 시선을 마주해온다. 그는 당연하게도 말짱했다.

"갠차나-"

"괜찮긴 무슨. 혀 다 풀린 거 봐. 얼른 가자."

"시러!"

집으로 가긴 더욱 싫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취기가 더 오른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변백현이 고개를 내젓고는 나의 코트를 챙겨 내게 입혀준다. 싫어- 몸에 힘도 없이 그의 챙김을 받으며 결국엔 술집을 나섰다. 그가 택시를 잡으려 도로로 향한다. 으슬으슬한 게 아직도 겨울은 다 가지 않았나 보다. 변백현이 택시를 잡으러 간 동안 휴대폰을 꺼내 확인한다. 한동안 익숙하지만, 지금은 낯선 네 글자가 화면에 뜬다. 메시지와 함께.

[세훈 학생]
선생님

흐릿하게 흔들리는 글자에 괜히 인상을 찌푸리며 화면을 뚫어지라 본다. 세훈이였다. 그의 이름에 다시 지끈거려오는 머리와 치밀어오르는 배신감에 그가 보낸 채팅창으로 들어가다 그가 보낸 한 마디에 더 인상이 찌푸려진다. 하, 헛웃음이 나왔다.

[세훈 학생]
선생님
다음 주에 봐요.

뻔뻔하기 그지없었다. 뻔뻔하고도 뻔뻔했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나의 화를 돋운 거는 알고 있을까. 그가 나를 속였다는 사실이 나의 자존심을 지독하게 긁었다는 것을 알까.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 네가 이렇게 나온다면. 어떻게든 돈을 구해서 과외를 그만하고 말겠다고, 내내 갈피 못 잡은 마음을 다잡고는 화면을 껐다. 변백현이 저 멀리서 택시를 잡고 내게 손을 흔든다. 그에게 휘청휘청 걸어간다. 시선이 어지럽다. 

*

일단 어머니께는 일이 생겨 당분간 과외는 못하겠다고 연락을 드렸다. 다행스럽게도 이해를 해 주셨다. 과외 당일이 됐는데도 나타나지 않는 나의 존재에 그는 미친 듯이 연락을 해 왔다. 선생님. 어디세요. 오늘 수업 안 하나요? 괜찮으세요? 여러 가지였다. 

그의 행동에 신물이 난 나는 그냥 그를 차단했다. 뭐 될 대로 되라는 심보였다. 나를 그렇게 만만하게 봤다는 사실이 치가 떨리게 싫었다. 이를 으득갈며 과외를 하지 않는 동안 돈을 벌기 위해 익숙한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로 들어간다. 단기 알바, 단기 알바. 휙휙 스크롤을 내려도 도무지 할 만한 게 없었다. 하. 한숨이 나왔다. 엄마한테 돈이라도 빌려야 하나. 아 그럼 또 뭐라고 할 텐데. 다시금 골이 지끈거려왔다.

그를 피하고 다닌 지 3주였다.

일이 생겨 학교에 갈 일이 생겼다. 너무나도 귀찮았지만 미루고 미루던 일이라 결국에는 해야 했기에 몸을 일으켜 학교에 갈 준비를 했다. 졸업하고도 오랜만이네. 머리를 묶고 옷을 입으며 회상을 했다. 과거를 되짚으며 회상을 하고 있었을까, 가장 가까운 과거에 존재했던 그의 모습이 스멀스멀 떠오르려는 기미가 보여 얼른 고개를 저었다. 휴, 짧게 숨을 뱉어내곤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교수님을 만나고 학교를 나오던 길이었다. 저 멀리서 보이는 익숙한 형체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세훈이였다. 

그것도 헌팅을 당하고 있는 모습으로. 쟤가 왜 여기에. 당황스러웠다. 그는 자신의 옆에서 말을 끊임없이 거는 사람을 무시하다 지독하게 느껴지는 나의 시선을 발견하곤 고개를 든다. 아차, 눈이 마주쳐 버렸다. 깜짝 놀라 아닌 척 몸을 재빨리 돌려 빨리 걷기를 시작했다. 아닐 거야. 날 찾아온 게 아닐 거야. 애써 최면을 걸던 나의 모습을 기만이라도 하는 듯 그가 금새 나를 따라 잡아 나의 손목을 잡아챈다. 숨을 다듬지도 못하고 나를 찾는다.

"선생님..."

"..."

계속 피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나도 안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갑작스럽게 만나고 싶지는 않았단 말이다. 더군다나 그가 나를 찾아 우리 학교를 온 것이라면. 그것도 내가 나온 이날에 있었던 것이라면 분명히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를 찾아왔다는 말이 되는 것 아닌가. 한숨을 쉬며 그를 올려다봤다.

"왜."

나름 오랜만에 본 그의 얼굴은 꽤 야위어 있었다. 눈가는 붉었고, 잔뜩 부르터 있었다. 그가 잡은 손목을 놓지 않고 다른 손을 꼼지락거리며 말을 망설인다. 할 말 없으면 나갈게. 그의 행동에 짜증이 일어난 나는 손목을 다시 내치고 몸을 돌려 걸음을 하려다 그의 말에 막힌다. 

"잘못했어요."

물기가 가득한 목소리가 나를 붙잡는다. 다시 뒤돌았다. 애써 넘치려는 감정을 억누르려는 듯 아랫입술을 입안으로 밀어넣어 앙 다물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발갛게 부어오른 눈가가 내가 없었던 그의 시간을 보여주는 듯 했다.  

"잘못했어요. 선생님...."

안간힘을 다해 눈물을 참아내던 그가 결국 느릿하게 눈꺼풀을 감았다, 뜬다.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던 눈물이 그의 볼줄기를 따라 내려간다. 제 눈물을 감당하지도 못하면서 나를 붙잡는다. 잘못했다고 한다. 그가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내게 걸어온다. 선생님. 너무 보고 싶었어요. 덜덜 떨리는 손이 나의 뒤통수를 잡고는 꼭 안아온다. 나를 자신의 품안에 가두자, 이내 내 어깨에 고개를 묻은 그는 애써 소리를 잇사이로 넘기려 부던한 노력을 한다. 하, 눈을 천천히 끔뻑이며 그대로 고개를 들어올려 하늘을 바라봤다. 요동치는 우리들의 감정을 조롱이라도 하는 듯 시선의 끝은 고요하다. 그래, 순전히 그만 잘못한 것이 아님에도 나는, 나를 배신했다는 감정을 변명으로 나의 행동을 정당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 나도 참 한심하다. 시선 끝에 닿은 구름이 천천히 움직인다. 바람이 불어와 그의 머리칼 사이를 지나간다. 그의 향이 변백현이 쓰던 향수로 변해있었다. 그의 등을 살살 쓸어주며 그를 달랜다. 그래. 

참으로 미성숙한 우리들이었다.

그가 나를 더 세게 안아온다. 오랜만의 포옹에서 나는 또 안정감을 느낀다. 그를 피한다고 될 일이 아녔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나도 이미 그에게 물들여졌는걸 인정하기 싫어 그에게 화살을 돌린 것도 있어 더욱 그에게 분노했다. 나 자신의 양면성을 받아들이기 싫었다. 
빈 손을 들어 올려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잘못했어요..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내가 어디로 사라질까, 계속해 나를 향해 말을 하는 그의 목소리는 물기가 죽죽하게 젖어있다. 한숨을 쉬며 그를 토닥인다. 그의 온기가 나를 향해 전해진다. 

"선생님."
"좋아해요."

인어공주가 물거품이 되기 직전 왕자에게 고백을 할 수 있었다면

"아주 많이."

이렇지 않을까. 

내가 어디로 또 사라질까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고백을 한다.

"다시는.. 어디로 사라지지 마요."

이어선 부탁을 한다. 

"...절 버리지 마요."

부탁이었을까?

그가 허리를 더욱 세게 감싸온다. 그가 얼굴을 묻은 어깨가 축축하다. 그를 토닥여준다.

"다른 친구들 만나고, 다른 친구들하고 안 순진한 것들 해도 괜찮아요,"

"사라지지만 마요."

철컥

아, 난 지독한 트랩에 걸려버렸다. 오세훈이라는 트랩에. 
벗어나면 할수록 나를 더 옭아오는 트랩에 아주 지독하게 걸려버렸다.


후회는 이미 늦은 것이었다.

과외의 본 목적은 이미 벗어난 지 오래였다. 그의 진심 어린 사과를 못 이기는 척 받아준 나는 다시 과외를 이유로 그의 집을 들락날락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자신의 사과를 받아준 것이 그의 마음을 받아준 것으로 받아들였는지 더 과감하게 내게 호감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선생님."

"응?"

"선생님은 어떤 사람을 좋아하세요."

"그건 왜?"

"아시면서 굳이 물어보시네요."

같이. 나의 취향에 맞추어 가려고 그는 무던한 노력을 했다. 좁지는 않지만 한 방에 혈기왕성한 남녀 두 명이 있으니, 또 한 명은 상대에게 확실한 호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 한 명은 자신의 감정을 애써 부정하는 상황에 현실을 변명으로 그를 만나러 가는 나를 그는 너무나도 잘 이용했다. 신체접촉은 이루어 말할 수도 없었다. 헤어지는 인사가 포옹이었다. 포옹.   깍지를 끼고 하는 수업은 불편하기 그지없었지만, 어린아이를 다룬다는 심정으로 수업을 이어나갔다. 이건 이것대로 문제였다. 그도 그럴게. 그와 언제까지 이런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몰랐고, 이걸 들킨다면... 등골이 오싹했다. 





*

"미치겠어."


눈앞에 놓인 아메리카노를 쪽 들이켰다. 세훈이의 과외를 다시 시작하고 더욱 잦아진 나의 고민상담 시간이었다. 상담 담당은 당연하게도 변백현이였다. 변백현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자신의 에이드를 쭉 마신다. 너도 대단하다며. 그와의 상담시간은 참으로 무쓸모 했다. 주로 그의 잔소리로 이루어졌기 때문이겠지. 그러나 이 답답한 마음을 누구에게라도 털어야 풀리는 작성이었다. 하, 절로 나오는 한숨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서 과외는 언제까진데."

"세훈이 개학하기 전까지 아닐까?"

"그때까지만 버텨, 뭐 어떡해."

"진도가 멈추지 않으니까 그렇지!"

그렇다. 나는 그가 넘은 선을 나도 홀린 듯 허락을 해줄까 골머리였다. 그도 그럴게. 이미 입은 맞춘 사이고 또 언제 분위기를 타 입술을 탐할지 모르기 때문에. 벌써 저번만 해도 그에게 허리를 감싸는 걸 허락해줬다. 하 미치겠다 진짜. 아무리 마셔도 타오르는 목에 이미 아메리카노는 반 잔이 사라져있었다.

"아 그래, 세훈이 너랑 같은 향수 쓰나 봐."

"뭐 진짜? 이거 한정판이라 구하기 힘든 건데."

"아 그래?"

"신기하네."

변백현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우연의 일치겠지. 생각하며 가방을 챙겼다. 과외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




"선생 ㄴ,"

"세훈아 집중하자."



또다 또. 그가 내가 하는 말은 들은 척하지도 않으며 지그시 나를 바라보는 것이. 손깍지 끼게 해 주시면요. 뒤에 따라오는 말소리가 꽤 단정하다. 그가 허리까지 내려오는 내 머리칼을 비비 꼬며 나를 바라본다. 씁! 어린아이를 다루듯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소리를 내자 그가 피실 웃으며 네? 허락을 구한다. 결국은 포기를 하고 손을 턱 내밀자 그가 배시시 웃으며 손가락을 하나하나 끼워온다. 빈틈 하나 남기지 않겠다는 듯 깍지를 껴오는 그를 포기한 눈을 하고 바라보자 그가 깍지낀 손을 들어내 손에 쪽 입술을 대곤 뽀뽀를 한다.

"뭐하는 거야!"

"뽀뽀했어요."

"그니까 왜!"

"선생님 입술에 하고 싶은데 하면 도망갈까 봐요."

"하,"

와중에 말은 또 잘한다. 어이가 없어서 허,하,허! 소리를 내며 그를 바라보자 쪽쪽 입술을 손등에 계속 맞대어 오는 그였다. 손등이 간질거렸다. 




아,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



"아 좀 천천히 걸어. ㅡㅡ"

"니가 다리가 짧은 거라고는 생각 안 하냐?"

"뒤질래? 진짜?"

"헹 ㅋ"

답답한 속에 변백현을 불러 한강으로 나왔다. 선선한 바람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변백현이랑 걸으면서 달빛을 맞고 있다는 게 좀 기분이 이상하긴 했지만 아무 생각 없이 걷기에는 딱 좋은 친구였다. 변백현이 내 걸음걸이에 맞춰주지 않고 저 앞으로 일부러 먼저 걸어가자 짜증이 나서 야!!소리를 치자 그가 죄송 죄송이라며 불쌍한 표정을 짓고는 내게 돌아 걸어왔다. 진짜 뒤질래?? 괜히 주먹을 위협답게 들어 휙휙 저어대자 그가 아이코 아이코 하며 더 얄밉게 굴었다. 

그렇게 변백현과 장난을 치며 산책을 하고 있었을까, 징-하며 주머니에 넣어놓은 휴대폰이 울려왔다. 이 시간에 연락할 사람이 없는데. 의문을 가득 가지고 휴대폰을 확인하자 익숙한 네 글자가 나를 반기고 있었다. 멀티가 안되는 내가 휴대폰을 확인한다고 갑자기 말이 없자 변백현이 옆에서 정신없이 뭔데 라며 말을 걸어왔다. 그런 변백현을 밀어내며 겨우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세훈 학생]
선생님

세훈이였다. 세훈이가 이 시간에 왜 연락을 한 거지?  왜?라고 답장을 보내자 바로 전화가 온다. 징- 문자를 보내자마자 울리는 휴대폰에 놀라기도 잠시 전화를 받고는 대답을 했다.

"여보세요"
-...

"세훈아?"

-선생님.

"응."

-지금 산책 중이세요?

"응 어떻게 알았어?"

-...
-아니에요 끊을게요.

뭐야. 용건은 이것이 끝인가. 참으로 갑작스럽게 연락을 하더니 또 갑작스럽게 사라지는 그였다. 뭐야. 뭔데. 갑자기 전화를 받고 끊은 나를 변백현이 바라보며 뭔데?라고 물어봐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나도 몰라."

*

그렇게 모른다고 넘어갈 일이 아녔다. 사건은 그 다음 날 과외를 하러 가 벌어진다. 여느 때처럼 아주머니께 꾸벅 인사를 하고 들어가자 평소 같으면 책상 의자에 앉아 내게 인사를 하던 세훈이가 침대에 누워있는지 볼록한 이불 더미였다. 뭐야, 어디 아픈 건가. 평소와는 달라 이상한 그의 모습에 문을 닫고 그가 누워있을 거라 예상된 침대로 가자 이불 끝에서 그의 머리칼이 보여왔다.

"세훈아?"

"...."

"선생님 왔는데."

"..."

"인사 안 할 거야?"

"..."

대답이 없다. 자는 건가 싶어 이불을 살짝 열어보려고 했을까, 이불을 들쳐내려는 내 손목을 잡고 당기더니 몸을 일으켜 앉은 세훈이에게 얼결에 안긴 꼴이 되었다. 뭐야 자는 거 아니었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놀라기도 일렀다, 그의 눈가가 붉었기 때문에. 코는 발갛게 부었고 눈은 또 언제 운 것인지 눈가가 촉촉했다. 걱정을 일으키는 그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가슴팍에 안겨 그를 올려다보자 그가 이제까지 하지 않던 답을 드디어 했다.

"선생님."

"으응?"

"싫어요."

"엉?"

"선생님이 다른 남자랑 있는 거 싫어요."

"...??"

"어제 한강 갔다가 봤...어요.."

"..."

아 그래서 전화를 한 거구나. 나인지 확인하려고. 갑작스럽게 걸려온 전화가 인제야 이해가 간다. 그가 사선으로 그의 가슴팍에 안긴 나를 내려다본다. 아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그에게 물러서려 했을까. 다른 팔로 나를 가두는 그 댐에 옴짝달싹하지도 못하게 생겼다. 세훈아 일단 이것 좀 노. ㄱ..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그에게 먹혔다. 정확하게는 그의 입술에. 그가 그대로 고개를 숙여 내게 입술을 맞추어 왔다, 그가 바로 전에까지 흘린 눈물이 볼에서 느껴진다. 갑작스러운 입술의 부딪힘에 당황한 눈을 어떻게 못 하고 있었을까 그가 나를 가둔 손을 들어 올리더니 눈을 가려왔다. 그의 입술이 벌어지며 웅얼댄다. 그의 움직임이 입술을 타고 흘러온다. 와중에 그의 볼줄기를 따라 흘러내린 눈물도 같이 느껴진다.

"미안해요."

 눈을 가리던 손을 내려 내 턱선을 그러쥐곤 입술을 벌릴 수 있도록 턱을 누른다. 살짝 벌어진 틈 사이를 통해 유려한 혀가 미끄러지듯 들어온다. 어느 한 곳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입속을 파헤친다. 

"다른 친구들 만나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너무 아파요."

벌써 과외가 막바지로 달라지고 있었다. 그의 개학이 다가옴으로써 나의 과외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와의 과외에서 가르쳐준 내용을 그가 잘 사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가지고 세훈이의 집으로 발걸음 했다. 

"세훈아 안녕~"

눈물 젖은 키스를 나누고 어색할 거란 생각은 오산이었다. 나는 그보다 연상, 어른이기에 이 과외를 잘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그가 방으로 들어온 나를 꼭 껴안으며 내 목에 코를 파묻었다.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그의 머리를 살살 쓸어주며 그래그래 다독여줬다. 평소 같았으면 일상같이 변백현을 만나고 왔어야 했지만, 그는 촉이 좋아 그걸 금방 눈치를 챘기에, 또 그 만남 때문에 그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변백현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온 과외의 시작은 참으로 좋았다. 그가 뒤로 꼭 껴안은 손을 팔을 뒤로 해 푼 다음에 책상으로 가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가 여느 때와 같이 의자에 앉으며 나를 지그시 바라본다.  왜인지 모르게 피실 나오는 미소를 애써 집어넣으며 말을 하려 했을까, 먼저 말을 꺼내어 오는 그에 의해 입이 다물어진다.

"선생님, 기분이 좋아 보이세요."

"응? 아니야~"

곧 이제 학생과 선생의 이 애매함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아주 기쁘다고 나의 본능은 외치고 있었다. 차마 그 사실을 말할 수는 없기에 아닌 척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가방에서 준비해온 자료를 꺼내었다. 그도 그럴게. 이 과외가 계속 진행되었을 땐 나도 나의 감정을 더는 이성적으로 제어 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본능에 따라 느끼고 있었다. 타의적으로 끝나는 이 관계가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전 슬픈데."

"왜?"

"다음 주가 마지막이잖아요."

"...그래도 만나면 되지~"

빈말이지만 그를 달래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만나주실 거예요?"

"당연하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준비한 자료에는 정갈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친해지고 싶은 친구들과 그 특징.] 친화력과 외, 이 말도 안 되는 과외의 본질을 잘 마무리 하기 위해 전날 머리를 꽁꽁 싸매며 생각해낸 아이디어였다. 그가 친해지고 싶은 친구를 찾으면 새끼오리가 어미를 쫓는 것과 같은 종속적인 감정, 나에 대한 이 불가항력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떠오른 아이디어였다. 자료를 꺼내어 그에게 스윽 밀자 그가 받아들곤 조용히 눈으로 글을 읽어내려간다.

"다음 주면 개학이잖아, 세훈이가 친해지고 싶은 친구를 찾아서 그 친구랑 왜 친해지고 싶은지, 그 친구의 특징은 어떤지. 그런 걸 알아보고 나에게 알려주는 거야. 그럼 선생님이 그 친구랑 더 친해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거지. 어때?"

"... 좋아요."


마냥 싫다고 할 줄만 알았는데 다행스럽게 수긍을 하는 그에 안도의 한숨을 속으로 뱉었다. 이 집만 오면 왜 이렇게 긴장이 되는지. 이것도 곧 끝이지만. 다시 피실 미소가 피어오른다. 그가 자연스럽게 그의 방향에 있는 손에 깍지를 껴 오려 하길래 그것도 내버려두었다. 곧 있으면 이런 일도 없을 것이기에. 그가 자연스럽게 손깍지 낀 손을 들어 올려 손등에 쪽쪽 뽀뽀해 온다. 아, 또 간질거리는 심장이었다. 나도 미쳤지. 학생한테 이런 감정이나 느끼다니. 그의 감정을 받아줄 수도, 받아줘서는 안 되는 이 상황에서 나도 무뎌지고 있었다. 나의 감정을 애써 무시하고 그의 감정을 받아내고. 참 누군가 보면 손가락질을 하고도 남을 것이었다. 



*

기다리고 기다리던 개학 날이 지나고 마지막 과외 날이 다가왔다. 아악!!! 아주 좋아!!! 괜히 신나 허공에 발길질을 마구 해대며 과외를 갈 준비를 시작했다. 궁금증도 슬슬 피어올랐다. 그가 친해지고 싶은 친구는 어떤 친구일까, 어떻게 그에게 좋은 친구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언젠가는 그가 내게 친구에 대해 고민도 하게 되길 바라며 준비를 마치곤 그의 집으로 향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안녕~"

집으로 향하자마자 방이 아닌 거실에서 나를 반기는 그였다. 아주머니는 어딜 가셨는지 보이질 않았다. 일주일 만에 보는 그의 얼굴은 조금 상해있던 거 같다. 눈가도 붉었고. 설마 과외 마지막 날이라 울고 있었던 건가.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티를 내지 않으며 그의 방으로 향해 짐을 내려놓았다. 방으로 따라 들어온 그가 뒤에서 포옹해 오며 문을 닫았다. 내 목에 코를 묻은 그가 목에 대고 웅얼거려 간질거리는 살결이었다. 

"선생님."

"응?"

"저 숙제 열심히 했어요."

"정말? 잘했어~"

"그럼..."

"응?"

"오늘은 선생님께서 안아주세요."

숙제라면 학생이 당연히 해야 할 것을 가지고 그는 내게 보상을 바라고 있었다. 당당한 그의 태도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뻔 했지만 더욱 시시한 그의 요구에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몸을 휙 돌려 그를 꼭 안았다. 처음으로 내가 그를 제대로 안는 날이었다. 

그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한 손으론 내 등을 안고 한 손으론 내 머리를 잡으며 거세게 안아왔다. 마치 내가 곧 사라질까 겁이라도 나는 것처럼. 그렇게 말없이 안고 있기도 잠시 그가 예상을 벗어나고 먼저 팔을 풀며 책상으로 향했다. 이제까진 내가 먼저 그의 손을 풀어 포옹을 끝내었는데, 뭔가 오묘한 감정이 저 끝에서 피어났다. 

그가 의자에 앉더니 가방에서 숙제를 꺼내 책상에 올려놓는다. 참. 솔직했다. 그의 모든 행동은. 그는 지금 내가 숙제를 해 왔으니 얼른 봐라. 라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의 귀여운 행동에 픽픽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의자에 앉았다. 내가 내준 숙제를 보려고 하기도 잠시 벌써 깍지를 껴 오는 그에 그를 바라보며 일단 잠시만. 이라고 그를 달랬다. 

그가 입술을 앙다물며 숙제를 흘겨봤다. [숙제] 그의 단정한 글씨가 종이 위에 정갈하게 새겨져 있었다. 팔랑팔랑 그가 열심히 적어온 숙제를 기대하며 읽었다. 그가 친해지고 싶은 친구는 어떤 친구일까, 생각하며 읽은 종이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이름 석 자가 박혀있었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 김여주. 이유...- 내 이름 석 자가 또렷하게 박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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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친해지고 싶은 사람: 김여주 

특징

1.첫눈에 반했다.
2.다정하다.
3.미소가 아름답다.
4.귀엽다.
5.항상 내 곁에 있으면 좋겠다.


이유
1.나를 편견 없이 바라보아 준다.
2.내가 좋아하는 향기가 난다.
3.한결같다, 변함이 없다.
4.볼이 말랑말랑하다.
5.키가 나랑 딱 맞다.
6. 부끄러워 할 때 너무 귀엽다.
7.손이 부드럽다.
8.나랑 잘 어울린다.
9.계속 선생님께서라고 선을 긋는데,
10.선생님도 저한테 마음 있잖아요?


여주야,

이제 선생님 학생말고

진짜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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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 그의 진심 어린 고백에 가슴이 쿵쿵거려온다.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선생님께서라는 이유로 그에게 계속해 선을 그어왔다는 사실을. 또, 이 과외가 끝이 나면 우린 사회에서 그냥 일반 성인이라는 사실을. 눈을 끔뻑거리며 내가 읽은 것이 맞는지 다시 읽어내려갔다. 펜으로 적어간 글은 변함이 없었다. 그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선생님,"

그가 턱을 괴지 않은 손을 가지고 내 얼굴을 옆에서 덮고 있는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준다.

"좋아해요."
"처음 본 순간부터 항상."
"변함없이."

그가 머리칼을 넘겨주는 손길이 뜨겁다. 홧홧거리는 볼에 그가 몸을 숙여 뽀뽀해온다.  그의 잔잔한 목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운다. 멍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종이를 내려다보자 그가 나 좀 봐.라며 말을 걸어온다. 눈을 끔뻑 끔뻑거리며 그를 바라보자 그가 씩 미소를 지어온다.

"누나,"

"..."

"나랑 만나요."

"..."

"오세훈과 김여주로서"

"..."

"연애할래요. 우리."

색색 그의 숨결이 느껴진다. 그의 시선은 나의 입술로 가 있다. 아, 이를 어쩜 좋아. 와중에 미칠 듯이 뛰는 심장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겠다. 이미 과외는 끝이고. 이 감정은 지속할 것이다. 눈을 감았다.

그의 따뜻한 입술이 내게 닿는다.

그의 첫 연애의 시작이었다.

너드 오세훈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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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게도 저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아 늦었지만 새해 선물로 글 남기고 갑니다.

지금까지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드 오세훈은 공유한 텍파를 제외하고 온라인으론 방석 위에서만 읽을 수 있습니다. 글삭은 없을 예정입니다.]

[위아더챔피언]

🤍

[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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