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의 거의 모든 것 - 강화도 해안도로, 장구한 역사와 대자연의 교향곡
인기멤버
hanjy9713
2024.05.07. 22:02조회 2
댓글 0URL 복사
자전거의 거의 모든 것
강화도 해안도로, 장구한 역사와 대자연의 교향곡
강화도는 우리나라 전 역사를 집약시킨 축소판이다. 경주, 평양, 개성, 서울도 역동적인 역사의 무대였지만 강화도처럼 모든 시대에 걸쳐 역사가 소용돌이 친 곳은 드물다. 먼저 고대로 거슬러 오르면, 청동기시대 유물인 고인돌이 지천으로 널려 있고,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마니산 참성단과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산성이 전한다.
삼국시대 말의 풍운아였던 연개소문이 이곳에서 태어나 힘을 길렀으며, 고려 때는 임시수도였다. 조선시대에는 밀려드는 열강의 세력과 처음 부딪힌 근대화의 접점이었다. 실로 고조선에서 조선 말까지 5천 년 역사의 역동이 여기 한 섬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특히 강화도는 고려와 조선에 걸친 약 천 년간 수도권을 지키는 최고의 보루였다. 고려의 수도 개경(개성)에서 20km, 조선의 수도 한양(서울)에서는 40km 남짓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큰 섬이기 때문이다(제주도, 거제도, 진도 다음 가는 크기다). 육전(陸戰)이 대세이던 시대에 섬은 천연요새였다. 조선 말까지만 해도 100km에 달하는 해변에는 약 2km마다 대포와 군사가 주둔한 보루가 있었다.
이런 강화도의 군사기지는 5진(鎭), 7보(堡), 8포대(砲臺), 54돈대(墩臺)로 나뉘는데 진·보·포대·돈대는 차례로 기지의 규모를 나타내며, 지금도 대부분의 흔적이 남아 있다. 때문에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자전거여행은 사실상 보와 진을 징검다리처럼 하나씩 찾아가는 역사기행이 된다.
지금도 강화도는 거대 도시의 분주하고 삭막한 생활에 지친 수도권 주민들의 휴양처다. 공장이 없어 자연이 깨끗하고, 서울 지척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적하고 시골의 정취가 물씬하다.
강화도는 유적과 유산이 넘쳐나는 역사의 섬이면서도 자연경관도 다채롭다. 김포와의 사이에는 마치 강물 같은 염하(鹽河, 이름 그대로 소금강)가 급한 해류로 흘러내리고, 남쪽과 서쪽에는 바다가 탁 트여 있다. 간만의 차가 커서 썰물 때면 몇 km에 달하는 거대한 갯벌이 섬 전체를 에워싼다. 이 갯벌까지 땅으로 친다면 강화도의 면적은 거제도에 육박할 것이다.
강화 남단의 갯벌과 배
무엇보다 강화도는 산이 예사롭지 않다. 높지는 않으나 기세가 옹골차고, 오랜 전설까지 스며 있어 신령스럽게 느껴진다. 속설에 따르면 마니산(469m)은 우리나라에서 기(氣)가 가장 센 곳으로, 산 곳곳에 기의 세기를 나타내는 표시까지 있다. 산정에는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천제단이 남아 있다. 여기서 바라보는 일망무제의 조망은 일품이다. 섬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넓은 들판도 곳곳에 펼쳐져 있다.
강화도 해안 일주는 약 100km에 달하지만 해안자전거도로는 절반 정도만 조성되었다. 해안자전거도로의 출발점은 강화대교 옆 해안에 자리한 갑곶돈대로 잡는 것이 편하다. 강화도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강화역사관과 넓은 주차장, 매점, 화장실 등이 잘 갖추어져 있다.
해안자전거도로는 갑곶돈대 북쪽의 용정리에서 남해안의 선두리까지 23km가량 이어진다. 낮은 고개가 세 군데 정도밖에 없고, 대부분 평지여서 누구나 완주할 수 있다. 바다 쪽 도로변에 차도와 분리된 자전거도로도 잘 조성되어 있다. 폭도 넓어 교행 공간이 충분하고, 중간중간 있는 쉼터와도 바로 연결된다.
해안도로 왼쪽에는 폭 700m~1km의 마치 강물 같은 염하가 흐르고, 오른쪽에는 소담스런 들판이 낮은 산들 사이를 메운다. 1km 정도 내려가면 더리미 장어마을을 지나 선원사지 갈림길이 나온다. 선원사는 13세기 몽골의 침략을 불력(佛力)으로 막기 위해 팔만대장경을 판각한 곳이다. 갈림길에서 선원사까지는 2km 정도이고, 자전거도로는 따로 없다.
삼거리에서 해안을 따라 계속 직진하면 잘 복원된 용진성이 나오고 화도돈대, 오두돈대를 거쳐 규모가 가장 크고 경치도 좋은 광성보에 이른다(갑곶돈대에서 약 9km). 광성보를 지나면 길은 약간 내륙으로 들어가 덕진진 입구를 지난다. 보(堡)는 보루, 진(鎭)은 선착장을 갖춘 비교적 큰 규모의 군사시설이다. 덕진진은 그윽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덕진진 입구에서 1.3km 가면 전등사 방면의 도로가 갈라진다. 초지진에는 신미양요 때 포탄을 맞은 흔적이 남은 소나무가 아직도 살아 있다.
광성보 안해루
길은 초지대교를 지나 계속 이어지며 남쪽의 넓은 바다와 만난다. 날씨가 좋으면 영종대교가 훤히 보이고, 썰물 때는 엄청난 규모의 갯벌이 펼쳐진다.
자전거도로는 길상산(336m)을 돌아 가천대학교를 지난 선두리까지 이어진다. 택지돈대가 자리한 선두리는 길상산 남쪽의 바닷가 언덕에 자리해서 분위기가 화사하고 넓은 바다가 확 펼쳐지는 매혹적인 해안마을이다. 선두리 바닷가에는 싱싱한 횟감을 값싸게 파는 횟집들이 모여 있어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자전거길이 끝나는 택지돈대
추천 코스
갑곶돈대 → 용진성 → 화도돈대 → 오두돈대 → 광성보 → 덕진진 입구 → 초지진 → 황산도 입구 → 소리체험박물관 → 가천대학교 → 택지돈대 → 선두리(총 23km, 1시간 40분 소요)
맛집
활어회
저렴하면서도 싱싱한 생선회는 초지대교 남쪽 황산도 어판장이나 가천대학교 맞은편에 있는 선두리 어판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장어요리
강화역사관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1km 가량 내려온 더리미에 장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많다. 그 중 더리미집(032-932-0787)과 별미정(032-932-1371)이 유명하고, 초지대교 입구의 영빈관(032-937-9212)과 장흥리의 장어마을(032-937-0592)이 많이 알려져 있다.
강화도짬뽕
화도돈대 앞에 있다. 푸짐한 해물짬뽕과 자장면이 일품이다.
(070) 4239-2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