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certo for Piano No.1 in E flat major, S 124
Franz Liszt 1811∼1886
쇼팽의 친구이자 '피아노의 왕자'라고 불렸던
리스트도 쇼팽과 마찬가지로
피아노 협주곡을 두 곡 밖에 쓰지 않았다.
이것도 참 우연한 일이다.
하긴 리스트의 경우에는 이밖에도
습작 정도의 것을 몇 곡 썼던 모양이지만
현재 일반적으로는 두 곡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두곡도 거의 같은 무렵에 착수한 것이다.
이 제1번은 1849년에 작곡되었다.
리스트가 카롤리네 비트겐슈타인 공작부인과 사랑에 빠진 뒤,
그녀의 권고에 따라 화려한
피아니스트로서의 연주생활을 그만두고
바이마르 궁정악단의 지휘자 겸 작곡가로서 활약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 전해인 1848년이므로,
그가 인간적으로나 일에 있어서나
점차 성숙해 갔던 시기의 작품이다.
그러나 이곡은 완성된 뒤 6년 동안은 공개석상에서
한번도 연주되지 않았고
그뒤 1851년에는 더 완전을 기하기 위해서 가필 수정되었다.
리스트가 자기에게 있어서
첫 피아노 협주곡인 이 곡을 발표함에 있어서
얼마나 신중을 기했는가 하는 것은
이와 같은 창작태도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초연은 1852년 2월에 바이마르 궁정 연주회에서 행해졌다.
피아노 연주는 작곡자 자신이 했고
지휘는 마침 리스트를 찾아온 베를리오즈가 맡았다.
이 두 사람은 다 개성이 강한 음악가였으며,
이 연주회는 참으로 상상 이상의 재미로 끝났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만든다.
이 곡은 구성에 있어서
종래의 고전적 협주곡의 스타일을 완전히 깨뜨리고
있는 것이 큰 특색이다.
첫째, 전체는 네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는데
각 부분은 중단 없이 연주되므로 마치 교향시 같은 느낌을 준다.
둘째, 베를리오즈가 <환상교향곡>에서 사용한 것과 같은
고장악상처럼 제1악장의 서두에 나타나는
특징적인 동기가 전체를 통하여 중요한 구실을 한다.
셋째, 제3악장에 협주곡으로서는 드물게도 스케르초를 두고 있으며,
또 트라이앵글을 사용하고 있어서 한슬릭(E. Hanslick)같은
독설가는 <트라이앨글 협주곡>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리스트는 이 곡에서 피아노가 갖는 기능을
최고도로 발휘시키고 있다.
당시는 마침 피아노가 급속히 개량되고 있었는데,
그 기능의 한계점까지 구사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와 충분히 맞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완전히 압도하기도 한다.
이 곡을 들어보면 피아노는 마치 오케스트라와 같은
다채로운 효과를 내고 있다.
고금의 피아노 협주곡을 통틀어서
피아노를 이처럼 찬연하게 하는 작품은 그 예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