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마눌님과 우연히 들어간 화원에서 똥글똥글한 녀석을 보고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짓는 마눌님의 얼굴을 보아요. 저 똥글똥글한 녀석이 다육식물이라는 녀석이라는데, 까짓 이천원이면 마눌님의 양손에 쥐어주고 보답으로 고기반찬 얻어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귀여운 화분까지 세트로 8천원에 고기반찬 득템하고는 속으로 무지 좋아라 해요. 역시 여자들은 작은걸로 감동받는다 생각하며 맛있게 밥을 먹어요.
한 번의 득템후 남자는 다육 식물이라는 존재에 대해 까맣게 잊고 살아요. 남자는 그런 종족이예요.
그러던 어느 날이예요, 우연히 베란다에 나갔다가 신기한 풍경을 발견해요. 베란다 창틀에 주먹만한 것들이 일렬종대로 배치되어 있어요. 이미 남자는 자기가 사준 다육이가 어떤 건지 구분도 못하고 있어요. 대충 갯수를 세어보니 한 이만원 어치가 되는거 같아요. 아싸 가오리~
"언제샀어? 이쁘네~" 한 마디면 며칠은 고기 반찬 먹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올라요. 가끔 기분 전환 삼아 화원에 가서 다육이 한두 개라도 사주면 임금님 수라상을 득템할 수 있어요. 좋아서 팔딱팔딱 뛰는 마눌님을 보면서.. 다육이들이 외박 가능쿠폰으로까지 보이기 시작해요.
그런데 정말 이상해요.다육이라는것들은 아메바처럼 자가번식을 하는지 며칠만에 베란다에 나가보면 거의 두배로 불어나 있어요. 이제 슬슬 저것들이 신경이 쓰이기 시작해요.코딱지만한 것들이 상전인 양 베란다를 다 차지하고 있어요. 주말에도 마눌님과의 오붓한 대화는 불가능해졌어요. 주말엔 보모로 투잡 뛰는 기분이예요. 베란다에서 눈이 하트가 되어 자리를 뜰 줄 모르는 마눌님 때문에 애들은 아빠랑 놀고 싶다며 아우성치고 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베란다에 가보니 다육이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요. 드디어 내가 주말에 보모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대감에 기분이 좋아져요.
그런데 이런 덴장... !!!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가관이예요. 도데체 저걸 언제 매달았는지 다육이들이 죄다 베란다 난간대에 줄 맞춰 진열되어 있고, 도데체 뭐하러 저걸 해놓았는지 모두다 이쑤시개를 하나씩 품고 있어요. 생전 듣도보도 못한 진귀한 풍경이예요.
비라도 오는 날이면 마누라는 베란다 블랙홀로 들어가서 나올 생각을 안해요. 비오면 죄다 들였다가 비그치면 죄다 내놨다가를 반복하고는 그날 저녁에 짜장면을 시켜주고 자기는 허리 아프다며 드러 누워요. 이젠 진수성찬이나 고기 반찬은 바라지도 않아요. 쌀밥을 먹고싶을 뿐이예요.
어느날이예요. 퇴근하고 보니 마눌님이 생글생글 웃는얼굴로 반겨요. 항상 베란다에서 목소리로만 반기던 마눌님이 친히 현관까지 마중을 나와주시니 황송하기 그지없어요. 마눌님의 손에 이끌려 베란다로 가보니.. 허걱이예요.
창밖에 비닐하우스가 있어요. 형광등도 갈 줄 모르는 마눌님이 저런 건 도데체 어떻게 한 건지 신기할 뿐이예요. 이제 비오는날 쌀밥 해 주겠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요.
그런데 이상해요. 이젠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반찬이 점점 부실해져요. 식탁에서 뱀이 기어 다닐 것만 같은 착각을 해요. 내가 애들처럼 부족한 영양을 우유로 날마다 채울 수 있는것도 아니고, 갑자기 웰빙 식단으로 바뀐 이유를 알 수가 없어요. 아무래도 베란다에서 자가 번식하고 있는 저 녀석들이 수상하게 느껴져요. 검색해 보니 짐작이 맞았어요. 저것들 때문에 돈이 없어서 시장을 못 간 거였어요.
어이가 없지만 마눌님 심기를 건드렸다간 그나마 쌀밥도 못 얻어먹고 라면으로 연명해야 할것만 같아서 말도 못 꺼내고 혼자 끙끙 앓아요.
다육이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키우기 쉽다는 화원 아줌니가 원망스러워져요.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8천원에 고기반찬 득템을 하는게 아니었어요. 이미 베란다에는 더 이상 걸이대를 걸 수 있는 공간도 없고, 어림잡아도 백 개는 훨씬 넘을 것 같은 저 다육이들만 보면 짜증이 밀려와요. 비닐하우스도 모자라 이상한 초록색 그물 같은것도 뒤집어 쓰고 있는 꼬라지를 보면서 저것들한테 내 밥상을 뺏긴 것 같아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예요.
마눌님도 슬슬 내 눈치를 보는것 같아요. 아무리 봐도 그놈이 그놈이고, 빨갛거나 초록이거나, 아니면 배추이거나 뚱뚱하거나.. 다육이는 딱 두가지로 분류되는데. 왜 저렇게 열광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겨울이 되니 베란다는 발 디딜 틈도 없어요. 도대체 저 많은것들이 다 언제 생겼는지. 잠 안 올때 다육이 갯수 세면 반도 못 세고 잠들 수 있을 것만 같아요.
아직 2월인데.. 마눌님은 봄이 찾아 왔다며 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요. 저 다육이들 때문에 온가족은 2월에 집안에서 몽고메리를 입고 있어야 해요.
이젠 옥상 있는집으로 이사가자고 조르는 마눌님을 보면서 무슨 사이비종교나 다단계에 빠진 사람 같은 생각마저 들어요. 차라리 도박에 빠졌으면 머리채 잡고 끌고라도 오지.. 이건 뭐라 말하는 것도 쪼잔해 보이고, 다육이 열번 들여다볼때 서방 얼굴 한 번만 쳐다봐 줘도 황송하겠구만, 날마다 보이는건 베란다에서 흙장난 하는 마눌님 등짝만 보여요.
남자는 생각해요.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고... 한 달에 한두번만 물주면 잘 자라니까 키우기 쉬운 게 다육이라는 화원 아줌니는 울트라 슈퍼 사기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눌님이 다육이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게 될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8천원에 고기반찬 득템은 하지도 않았어요. 그냥 혼자 삼겹살 1인분을 사먹고 들어오는게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첫댓글이 글은 봐도봐도 배꼽빠져요 정말 원작자가 누군지 위트있게 잘 쓴글인듯 해요
희노애락이 다 있네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1.09 01:59
어마낫 ㅋㅋㅋ 죄송해유저완전 빵 눈물까지 ㅎㅎㅎ
은경언니 대박이세요 ㅎㅎ 어쩜 울랑군 맘을 저리 표현하셨을까 ㅎㅎ
이 시간까지 왜 안주무실까?
한밤중에 배란다에서 서성거렸던건 아니지요? ㅎ
몇년전 이글보며 어찌나 웃었던지
지금도 보며 웃어보네요
오늘 난 커피를 많이 마셔서 그런지 도통 잠이 안와서...
한밤중 반찬 만들고 있었네요
@은경 뎃글달고 바로 아웃 ㅜㅜ어제 안방에 있던 장농을 버릴라고 큰아들이랑 씨름하다 결국 포기했어요 그농은 어디에? 현관앞에 방치 오늘따라 랑군이 보고잡네요>
@다빈이 ㅎㅎㅎ 다빈님도 힘자랑 중이였군요?
장농은 넘 덩치가 커서...
낭군님 어디 가셨어요? 출장?
오시면 버리세요
@은경 ㅜㅜ다음주 월요일날 와요 지금 훈련중이라 못나오져 ㅎㅎ 오늘 다시 도전해 볼려고요 안방에서 현관 까지는 가져 나왔는데 밖으러 도저희 안나가져요 ㅜㅜ
진짜어째저리 글을 잘썼는지 볼때마다 배꼽 빠저요
남편에게 읽어주고 어떠냐했드만 자기는 그남자의 반 정도라네요
일단 내가 행복해하니깐 자기는 좋대요 ㅎㅎ
현명하신 분이세요
옆지기가 행복하면 만사 좋은거예요 ^^*
ㅎㅎㅎㅎㅎ상상되네요 ㅎㅎ
ㅋ 볼때마다 웃긴 글이예요
누가 쓰셨는지 저도 궁금하더라구요
제 애기 같애요
슬금슬금 하나씩들인게 이제는 몇개인지 잘 몰라요
글쓰신분이 센스있는 분이시네요
글 넘 잘써서
다육 매니아님들은 한번쯤 읽어본 글이지만
재방으로 읽어봐도 넘 재미있어요
아침부터 읽다 사무실이라 혼자 실룩실룩 넘잼나요
울집도 다육이로 ㅋ 그러다 남편이 지나가다 스쳐서 깨트리면 난리가나죠ㅋ
ㅎ 본인이 실수로 분 떨어트리면
어머나 아프겠다 어쩌니 미안해
옆집에서 들으면 아마도 저집 애들있나 그럴꺼예요 ㅎ
남편이 실수로 깨면 배로 보상요구
다육농장 끌고 가겠지요? ㅎ
어느집에나 같은 풍경이겠지요
난 사실 손목이 자주 아파요
어쩔땐 아파서 속옷도 못올려요
그런데 햇님만 반짝 하면 그 무거운걸 밖으로 내놓아요
그러구 아플땐 아무말 없지요
다른거 하구 아프면 엄살이
요즘 울집 식탁엔 김장김치밖에 없시유
ㅎㅎㅎ 열심히 사러 다닐때는 한철 입을옷이 없더라구요
생일. 어버이날은 당연히 다육이로...
다육이 사려고 현찰로 요구 ^^*
저도 손가락이 요즘 아프더라구요
자리 바꿈도 힘들던데
난간대까지라면 더 하시겠지요?
ㅋ 마트도 덜가게 되구요 ^^*
ㅎㅎㅎ
잼 있어요
딱 우리들~~~♡♡♡♡♡
맞아요 우리들 이야기지요?
전 베란다 나갈때 파카 꺼내 걸치고 나가네요 ^^*
그래도 아이들보면 행복해요
ㅎㅎ
어쩜 저리도 글이 공감가게끔
잘 썼을까나
ㅋ그러게요
비싼옷도 잠시
다육이 사들고 들어올때가 더 행복하더라구요
아~~~어뜩해요 간만에 눈물나게 배꼽빠지게 웃었어요
저희신랑 보여줬더니 그래도 사진 올라온 회원님은 잘키우신다 울마늘은 맨 사서 불쌍하게 죽이기만 하는데 그러네요
아~~~~^^넘 웃었더니 배아파요 ㅎㅎ
그렇게 한번씩 웃어주면 좋아요
정원맘율님도 잘 키우시더만요
이글 오래전부터 돌던건데
넘 공감되어 저도 예전에 엄청 웃었어요
다시봐도 웃기지만...
어제 묘향심님 올린글 있어 읽고 저도 빵 터졌어요
그래 찾아 함 올려보았네요
즐거우셨다니 고맙지요 ^^*
200 %공감이에요 혼자 미친듯이 웃었네요
우리들 이야기지요? ^^*
허락없이 퍼가요
저도 허락 안받고 퍼왔시유 ^^*
ㅎㅎ. 웃겨욤. 울집도 남푠 모르게. 슬금 슬금 늘어요 ^^
ㅋㅋㅋ 글솜씨가 대단하세요~
눈이아파도 끝까지읽어봤어요^^*
ㅋㄱ ㄱㄱㄱㄱㄱㄱ ㄱ아진짜 너무웃겨요.이밤에 크게웃음.내주위 다유거들한테도 보여줘야지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