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 '예미랩' 탐방
우주 26% 차지한 암흑물질
지상에선 사실상 포착 불가능
지하 1㎞에 실험실 만들어
숨소리조차 안 들리는 공간에
영하 272도로 관리되는 검출기
인류의 난제 풀어줄 열쇠로
지난달 29일 강원도 정선군 예미산 지하에 조성된 연구단지 예미랩에서 연구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현재 텅 비어 있는 이 공간에는 조만간 연구시설이 설치될 예정이다. [사진 제공 = IBS]강원 정선의 지하 1000m. 지상의 모든 빛과 소리가 사라진 이 깊은 땅속에 우주의 비밀을 밝힐 기초과학연구원(IBS) 예미랩이 있다.
'우주의 비밀을 땅속에서 찾는다'는 기치를 내건 예미랩을 지난달 29일 찾았다. 땅속 1000m에서 우주의 비밀을 밝힌다는 것이 다소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이유가 있다. 우주에서 인류가 알고 있는 물질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 4%에 불과하다. 광활한 우주를 채우고 있는 것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다. 암흑물질은 26% 수준을 차지하고, 나머지 70%는 암흑에너지로 추정된다. 예미랩에서 찾으려고 하는 물질은 암흑물질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윔프다. 윔프는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란 뜻이다. 김영덕 IBS 지하실험연구단장은 "(암흑물질의 정체는) 현대 물리학을 넘어 자연과학 전체의 가장 큰 질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을 합친 것보다 질량 5배는 더 있어야 별들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다"며 "암흑물질 존재를 증명하는 실험 결과가 많다"고 설명했다.
우주의 암흑물질을 찾아 지하로 내려온 것은 우주 방사선 때문이다. 암흑물질이 내는 신호는 아주 미약해 지상에서는 검출이 어렵다. 우주에서 내려오는 우주 방사선이 잡음을 일으켜 검출기를 설치해도 암흑물질이 내는 신호를 포착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암석과 흙 등이 '천연 보호막' 역할을 하는 땅속 1000m는 상황이 다르다. 지표면 대비 우주 방사선을 100만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비교적 잡음 영향 없이 암흑물질이 내는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셈이다. 지하로 내려와도 여전히 방해꾼이 많다. 먼지가 혼란을 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암석조차 방사능을 방출해 잡음을 일으킬 수 있다. 다행히 예미랩이 있는 예미산은 화강암 등에 비해 훨씬 방사능을 덜 내뿜는 석회암으로 된 산이다.
연구시설 핵심인 검출기는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취재진도 검출기를 싸고 있는 폴리에틸렌을 차폐체 문 밖에서 확인하는 것까지만 가능했다. 이 폴리에틸렌이 차폐체 안 중성자를 차단하고 있다. 그 안에 물탱크가 있고 그 안에 영하 272.99도, 에너지 흐름이 0이 되는 '절대영도'보다 0.01도 높은 온도로 유지되는 검출기가 있다.
검출기는 과거 요오드화나트륨으로 불리던 아이오딘화나트륨 결정을 모은 것으로 무게만 200㎏이다. 이 검출기에 암흑물질이 충돌하면 미세한 신호가 기록된다. 박강순 IBS 지하실험연구단 책임기술원은 "숨소리만 내도 검출기에 신호가 잡힐 정도"라고 말했다.
예미랩의 또 다른 핵심 과제는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베타붕괴 연구다. 중성미자는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물질의 최소 단위 입자 중 하나다. 현재까지는 전자·타우·뮤온 중성미자 세 가지만 발견됐다. 예미랩에서 진행되는 실험은 이 세 중성미자의 질량을 확인하고, 이들의 뒤를 이을 네 번째 중성미자를 찾는 것이다. 중성미자와 물리적 성질이 같지만 전하가 다른 '반(反)중성미자' 존재 여부도 주요 실험 목적 중 하나다.
전 세계적으로도 지하에 구축된 실험실에서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예미랩 규모는 전 세계 지하 실험시설 가운데 여섯 번째다. 노도영 IBS 원장은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예미랩이 잘 구축돼 기쁘다"며 "다양한 국가과학기술 분야 성과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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