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오늘 병운, 남진과 함께 케세이퍼시픽 항공으로 홍콩을 거쳐 카트만두로 간다. 랑탕, 고사인쿤드, 헬람부 코스를 십여일 트레킹할 예정이다. 장동이도 같이 가려했으나 요로결석이 심해 빠졌다. 원래는 긴 일정으로 쿰부 3패스를 생각했었는데 장동이가 랑탕 코스를 가고싶어 해서 변경했다. 코스를 바꿔놓고 빠졌네.
랑탕은 4년 전에 다녀왔다. 지금까지 다녀온 고산 트레킹을 세어보니 ABC 2회, 마르디히말 1회, 안나푸르나 서킷 1회, 랑탕 1회, EBC 2회, 킬리만자로 1회로 꽤 다녀온 셈이다. 내가 고소적응이 잘 안되는 체질이라 EBC와 킬리만자로에서 목표점까지 오르지 못하여 2번의 쓴 실패를 맛보았다. 내가 고소적응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가 몇년전 친구들과 안나푸르나 서킷을 돌면서 매일 정해진 시간에 혈중산소포화도를 측정했더니 내 수치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10ㅡ20% 낮게 나와서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올라갈 때는 특히 조심하고 혈중산소포화도를 자주 측정하고 이 수치를 보며 일정과 속도를 조절하는 편이다. 전에는 갤럭시 폰에 산소포화도 측정 기능이 있었는데 요즘 폰에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2만원 정도되는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구매해서 가지고 다닌다.
병운은 그 동안 2번 히말라야에 같이 가려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못갔고 이번이 첫 동행이다. 평상시 자주 등산하고 있어 세명 중에서 체력은 가장 좋을 것이다. 다만 고산 트레킹이 처음이라 고소적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나보다는 낫겠지. 남진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와 몽블랑 트레킹 경험이 있다. 남진은 전체동창모임에서만 마주친 정도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교장선생님 출신답게 학구적이고 질문도 많고 완벽하게 이해하려 애쓰는 편인데 약간의 꼰대스럼도 있어보인다.
이번 여행은 노포터 노가이드로 간다. 그 동안 혼자갈 때는 항상 노포터 노가이드였고 친구들과 같이 갈 때는 가이드와 포터를 고용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본인 짐은 스스로 들고가는 것을 선호한다. 물론 포터를 고용하면 짐이 가벼워지고 짐이 가벼워야 풍경이 눈에 잘 들어온다고 하지만 내 짐을 내가 들고가는 여행이 여행답다는 생각을 한다. 체력은 또래에 비해 좋은 편이라 체력문제는 없다.
코로나로 여행이 침체되었다가 회복되고 있으나 아직 네팔행 항공료는 무척 비싼 편이다. 보통 백수십만원 정도이다. 몇 달 전에 우연히 케세이퍼시픽 항공이 77만원인 것을 발견해서 급하게 트레킹을 계획했었다. 중국이 여러 면에서 맘에 들지 않지만 중국항공을 이용한 네팔 여행은 참 좋았다. 환승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30만원 대 왕복 항공료에 무료 환승호텔이 제공되어 자주 이용했었다. 중국의 코로나가 나아져서 예전같이 저렴한 항공권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중국의 코로나 상황으로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부터 입국하는 사람들에게 코로나 검사를 요구하여 홍콩을 경유하고 홍콩시내로 나오는 경우 인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pcr이나 신속항원 음성결과가 있어야 한다. 홍콩에서 10시간 정도 경유하는 일정이어서 공항에만 있기 지루할 것 같고, 시내로 나가면 코로나 검사 등 일이 복잡해진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항에서 긴 시간을 죽치고 있을 예정이다. 못견딜 친구는 홍콩 공기를 마시러 나갔다 와야겠지만 대가는 치러야 한다.
2월 중순에 트레킹을 하니 아주 추운 시기는 지났다고 볼 수 있지만 고산에서는 여전히 한겨울일 것이다. 추위에 유난히 약한 나로서는 추위가 여전히 걱정이다.
카트만두 타멜 지역 호텔을 2박 예약했다. 처음에는 공항에서 호텔까지 무료로 데려다주는 호텔을 예약했다가 인원이 변경되어 취소하고 다른 호텔의 3인실을 예약했다. 카트만두는 저녁 늦게 도착하고 다음날은 시내를 둘러보며 유심, 퍼밋 구매를 하며 트레킹을 준비하려한다.
퍼밋, 유심, 차비, 숙박, 식비를 모두 포함해서 보름 여행을 항공료 제외하고 1인당 60만원으로 해결해 보려한다. 하루 인당 3만원으로 계산했는데 높은 지대에서는 모든 것이 2배 이상으로 비싸져서 3만원으로 도저히 맞추지 못하지만 저지대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보면 최근 네팔 물가 정확히는 롯지 비용이 많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는데 낭비없이 잘 꾸려서 예산에 맞춰보려 한다. 몇 년전만 해도 1일 2만원으로 충분했는데..
히말라야 트레킹 하기 전에 몸상태가 온전하지 않은 적이 종종 있었다. 이번에도 1월 중순에 팔에 통증이 심해서 한방 침치료도 받고 통증과에서 신경차단시술 3회 1세트를 받기도 했으나 완전히 낫지 않았다. 1월 하순 태국 골프여행 때 통증으로 좀 고생하기도 했다. 지금도 아주 온전하지는 않다. 그러고 보면 고산 트레킹을 좋은 컨디션으로 간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좋겠고 트레킹하다 낫는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환전에 관해서 보통은 한국에서 달러로 바꾸어 나가서 현지에서 그 나라 통화로 또 환전을 한다. 우리나라 국력에 비해 외국에서 원화를 취급도 하지 않거나 대접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서 달러를 준비해 나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데 요즘은 원화를 어느 정도 대우해 주기도 하니 어느 편이 좋을지 따져봐도 좋을 듯하다. 달러로 한번, 현지에서 또 한번, 총 두번 환전하면 환전수수료가 많이 들어 어떤 때는 현지에서 원화 환전을 하는 것이 유리할 때도 있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 국가에서 원화를 직접 환전한 경험이 있다. 네팔에서 환전하는 경우에 두가지 방법을 비교해서 계산해본 적이 있는데, 달러환전을 우대받지 못하고 현찰구매가격으로 달러를 사고 현지에서 현지화폐로 환전하면 현지에서 원화를 바로 환전하는 것보다 불리하다. 요즘엔 주거래은행에서 환전하거나 인터넷으로 달러를 환전신청하면 90% 정도 우대해주는 경우가 많으니 이런 경우라면 달러로 환전한 후 현지화폐로 환전하는 쪽이 유리하다.
짐을 최소화하면 8킬로 대에 맞출 수 있지만 보온병 등 몇가지를 더 챙겨넣으니 10킬로 가까이 되었다. 이 정도 무게면 어려움 없이 잘 다닐 수 있다.
항공편명 CX411을 검색하니 1터미널 L 카운터에서 수속을 밟는다고 나온다. 친구들과 여유있게 출발 3시간 전에 L에서 만나기로 했다. 예전에 유효기간이 지난 예전 여권을 모르고 들고 공항으로 갔다가 식겁했던 경험이 있어 항상 일찍 가는 편이다.
지난 여권들을 쓰레기로 버리기 꺼려져서 모아두다보니 현재 여권으로 착각해서 잘못 들고갔었고 공항에서 수속을 밟는 과정에서 알게되었다. 다음 날 출발할 수도 있지만 여러가지 예약이 되어있고 다음 일정에 연결되어 있어서 못 떠나면 큰 문제가 되는 상황이었다. 경비실에 전화해서 경비아저씨에게 집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어느 서랍 어느 칸에 있는 내 여권을 찾아서 아무 택시나 잡아 기사에게 인천공항으로 가서 어느 게이트에서 내게 전달하게 부탁했다. 경비아저씨를 믿으니 가능한 방법이었다. 실로 007 여권 전달 대작전이었다. 국제선은 탑승 50분 전인가에 수속이 마감이 되고 그때까지 체크인을 안하면 예약이 무효가 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매니저에게 사정사정해서 늦었지만 겨우 수속을 밟을 수 있었다.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인천공항까지 전철로 2시간 걸리니 10시 쯤 집을 나선다.
딸이 태워줬다고 병운이가 일찌감치 도착했고 남진과 나는 같은 열차를 탔는지 비슷한 시각에 도착했다. 케세이퍼시픽 카운터는 3시간 이상 전인데 열려있고 줄이 좀 길다.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직원에게 셀프체크인이 되냐고 물으니 셀프로 하면 줄안서고 짐을 부칠 수 있단다. 외국항공인데 셀프체크인이 된다니 괜찮네. 셀프체크인 하고 수하물 태그를 인쇄하여 짐에 붙인다. 그런데 탑승권을 프린트하려니 뭐가 문제인지 창구에서 처리하란다.
줄을 안서도 된다고 해서 줄이 없는 1등석 창구에 섰다. 직원이 다음부터는 이코노미 표로 1등석 줄에 서지 말라고 점잖게 말한다. 아까 직원이 하라는 대로 했는데..
홍콩에서 환승여유 시간이 1시간 15분에 불과해서 환승이 가능한지 물었다. 어떤 공항은 환승객도 입국절차를 밟게하기도 하는데 홍콩이 그런 곳이면 엄청난 새치기 신공을 발휘해도 시간을 맞출 수 없을 것 같다. 홍콩 환승은 그렇지 않다고 알고있지만 확인할 필요가 있어서 물은 것이다. 직원은 괜찮을 것 같지만 앞좌석으로 옮겨주겠다고 한다. 우리가 원하는 복도쪽 좌석을 배정해준다.
보안수속 줄은 길었지만 짧은 곳을 찾아가면서 일찍 통과했다.
두 사람은 식당에서 식사하고 나는 라운지 카드가 있으니 라운지에서 한다. 각자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2시20분에 게이트에서 보기로 했다.
옆 테이블에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사람이 자리잡고 여기저기에 쉬지 않고 전화한다.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지 않지만 가까이 있으니 다 들린다. 별 내용이 없다. 지금 라운지에 있다 나중에 보자 등등. 이런 친구에게 휴대폰을 쓰지 못하게 한다면 대단한 형벌일 것 같다. 나는 전화통화는 거의 하지 않지만 유튜브나 검색, 인터넷 서핑 등을 쉬지 않고 하고 있으니 휴대폰 금지는 내게도 비슷한 수준의 형벌이 될 것 같다.
35번 게이트는 윙의 끝에 위치해있어서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해외항공사에게 좋은 게이트를 주지 않겠지. 탑승동 게이트가 아닌 것에 만족해야지. 게이트에는 친구들이 와있다. 탑승은 5분 지연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그 정도는 괜찮다. 30분 쯤 지연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기내는 2+4+2 구조이고 만석 정도는 아니지만 꽤 찼다.
시간이 넘었는데 비행기가 움직이지 않는다. 기장의 멘트가 나오는데 일부 승객이 타기를 기다리고 있단다. 어떤 인간이 속썩이는군. 시간이 흘러도 떠날 기미가 안보이니 슬슬 불안해진다.
46분에 이륙한다. 좀 불안하긴 하지만 잘 되겠지? 탑승권 가진 승객들이 안나타나면 기다려주겠지.
4시반인데 기내식을 준다. 숟가락, 포크, 나이프가 스테인리스라서 좋다. 맨날 저가항공만 타다보니 밥주는 것이 생소하다. 개인 모니터도 생소하다. 맥주도 공짜로 주니 고맙다.
4시간 정도 날아 홍콩 도착. 게이트에 도달하기까지 한참 걸린다. 조그만 도시 공항이 꽤 크네. 더불어 맘도 조마조마. 서둘러 환승하려 했는데 비행기에서 내리니 한 직원이 CX603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카트만두 가는 비행편이다. 직원이 탑승권을 확인하고 스티커를 옷에 붙여준다. 직원이 안내하니 비행기를 놓칠 걱정이 없어졌다. 카트만두 행으로 환승하는 사람들이 30명 정도 된다. 이 정도의 인원과 함께 움직인다면 가려던 비행기도 멈출 수 있겠다.
직원이 안내하여 환승 수속을 밟게 한다. 보통의 출국 때와 같은 절차를 따른다. 보안수속을 하니 라운지에서 가지고온 생수를 버려야했다. 앞쪽에 서서 일찍 수속을 마쳤지만 마지막 사람이 끝나야 이동할 수 있으니 마찬가지다. 남진이 좀 늦게 나왔다. 조금 후에 보안수속 직원이 휴대폰을 들고 주인을 찾는다. 화면에 아이 사진이 있는 것을 병운이 보고 남진에게 저 휴대폰을 놓고왔냐고 묻는다. 아이 사진 때문에 다행이 휴대폰이 주인에게 돌아왔다. 플라스틱 박스 옆벽에 세워넣고 깜빡 챙기지 못했단다. 요즘에 휴대폰의 중요성은 엄청나니 잃어버리면 손실이 어마어마할 듯하다.
직원이 인원체크를 하고 게이트로 안내한다. 아무튼 걱정했던 환승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다만 엄청 긴 탑승 줄이 이미 있고 그 뒤에 서야했다.
비행기는 전에 것과 같은 크기이다. 딱 보기에 네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거의 만석이 되었다. 네팔 사람들이 홍콩에 관광을 올 것 같지는 않으니 해외근로자인 듯하다. F G 좌석인 사람들이 A B 쪽 통로로 와서 앉아있는 사람들을 일으키고 들어가 앉는다. 입구에서 승무원이 통로를 알려줬을텐데 왜 이러냐.
카트만두까지는 7시25분 홍콩 출발에 카트만두 현지시간으로 10시35분 도착인데 시차가 2시간15분이므로 비행시간은 5시간 25분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환승과정에서 이미 지연이 발생했으니 원래 10시35분 카트만두 도착 예정시간보다 훨씬 늦어질 것 같다. 8시25분출발 예정이 57분에 이륙한다.
홍콩시간 9시 좀 넘어서 기내식을 준다. 아까 이른 저녁을 먹었으니 저녁을 2번 먹는 셈이다. 배고픈 것보다는 낫지.
기내 영화가 재미있어 보이는 것이 없다. 아이구 지겨워라. 시간은 더럽게 안간다.
도착시각이 10시 16분이다. 지연이 된 듯한데 예정시각보다 일찍 도착한다. 이건 뭐지?
승무원들이 쓴 마스크를 보니 KF94같은 것이 아니고 덴탈마스크다. 이건 마스크를 썼다고 볼 수 없다. 기내에서 마스크 안써도 되나?
트랩에서 내려서 입국장으로 버스타고 간다. 케세이퍼시픽 승객수가 많아 복잡하다. 도착비자 신청서를 프린트해 와서 비자피 내는 곳에 30불씩 3인 90불과 함께 냈는데 원화로 달라고 한다. 원화로 달라는 액수가 달러보다 많다. 계속 일처리를 안해주면서 요구하길래 원화가 없다고 했다.
입국수속을 하고 짐찾으러 갈 때 금속이 없는 상태로 엑스레이를 통과해야 한다. 줄이 엄청 길고 진도도 안나간다. 병운이가 새로운 줄이 만들어지는 것을 눈치채고 바로 가서 선다. 금속탐지 문을 통과할 때 금속이 있으면 삑소리가 난다. 허리띠를 풀었는데도 소리가 난다. 등산화 줄매는 고리가 금속이라고 신발을 벗으란다. 겨우 통과.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짐찾으러 캐로셀로 가서 기다린다. 엄청 많은 사람들이 짐을 기다린다. 병운이 배낭은 나왔는데 나머지는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둘러보니 배낭들이 이미 나와서 모아두었다. 짐들이 많으니 나오는 대로 쌓아둔 것 같다. 예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다.
택시를 타려는데 타멜까지 기사가 1500을 부른다. 그동안 500이상을 준 적이 없다. 거절하고 가다보니 다른 기사가 인원이 많다고 1000을 달란다. 700으로 딜해보지만 씨알이 안먹힌다. 자정이 거의 다되어 그냥 1000으로 가기로 한다. 숙소인 캉사르홈 위치를 안다고 한다. 밤중이라 차가 없어 시간이 얼마 안걸렸다.
자정에 도착. 숙소 로비 소파에서 자던 직원이 일어나 체크인을 해준다. 방은 열악하다. 인터넷에 나온 사진은 근사했는데 실상은 형편없다. 친구들에게 미안하네.
트레킹할 배낭
카트만두 행 케세이퍼시픽 비행기가 거의 만석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라서 길이 한산
문제의 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