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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감동글 스크랩 찰자세 시즌2 제42호 ★ 태국 남쪽으로 출발
허재회 추천 0 조회 13 08.12.15 11:00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2008년 11월 29일

방콕에서의 꿈같은 휴식으로 과잉 충전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살을 찌우고

다시 안장위에 오르는 날이 왔다.

흐르는 물이 고이면 썩는 법.

계속 흐르자, 계속 달리자, 계속 느끼자, 계속 배우자, 그리고 세계를 품자.



휴식 중 자전거 깜순이에게도 변화가 있었다.

사용빈도수가 낮은 것은 한국으로 보내거나 버리고

타이어를 1.75인치 로드용으로 바꿨고 뒤 짐받이(리어랙)를 신제품으로 보완하고

연습용 겸 호신용으로 쓰일 골프 클럽의 추가와 조금 더 편한 안장으로 교체하였다.

(변화의 자세한 내용은 여기)



 

 

자 그럼 찰리도 머리털 깎고 코털 깎고 출발!



 

 

우선 서남쪽으로 뻗은 35번 국도를 찾아 복잡한 방콕 시내를 벗어난다.

35번 국도는 경인 고속도로와 비슷하게 가운데는 직진만 할 수 있는 차량 전용도로가 있고

양옆에 옆길로 들어가고 나갈 수 있는 도로가 또 있는 복합 도로이다.



 

 

2시간쯤 달렸을까, 혼잡한 교통에서 헤어나자마자 펑크가 났다.

쉴 새 없이 달렸는데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조금 쉬었다 가라는 뜻인가 보다.

아니면 살이 너무 많이 쪄서 그런 것인가?ㅋ

지금껏 항상 몸을 굴리며 살아서 아무리 먹어도 체중이 심각하게 늘어날 일이 없었지만

몸무게에 한번 고민한 적이 있다면 그때는 신체의 움직임이 가장 적었던 군 말년시절이다.

그때 80kg까지 가서 처음으로 몸무게의 심각성을 느끼고 사치라고 여겨왔던 체중관리에 들어갔었는데

방콕에서 얼마나 잘 먹고 다녔는지 그때 보다 4kg나 더 나가니 말 다했다.ㅋㅋ

다만 요번에는 심각하기보다는 비축해둔 거라 생각되어 든든하다는 거.^^



 

 

어디 보자...

도로 한쪽에 자전거 눕히고 펑크 난 부분을 찾으려고 바퀴를 뺐는데 이건 뭐 찾을 필요도 없게 만든다.

여러 종류의 펑크를 봤지만 이렇게 리얼하게 철심이 밖에서 안으로 관통한 펑크는 또 처음이다.



 

 

간단하게 패치 하고 다시 출발.

오늘은 바람이 전적으로 내편이어서 아주 마음에 든다.^^



 

 

그리고 점심시간.

오늘 아침을 육개장으로 토니형과 너무 든든하게 잘 먹어서 점심은 빵 하나로 때운다.

빵도 아침에 커피 마시다가 남은 거 버리면 여행 떠난 후 생각 날 것 같아서 챙겨온 크로쏭이다.ㅋ

여유로운 생활을 하다보면 오래된 거, 식은 거에 손이 잘 가지 않게 되는데

역시 자전거 여행이 식욕을 다시 돋구어준다.



 

 

계속 이어지는 소금밭을 옆에 두고 달린다.



 

 

태국 국도를 달리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소, 휴게소.

화장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먹을 것도 많이 팔고

그늘 밑에서 쉬었다 갈 수 있도록 편의 시설이 잘 되어있다.



 

 

아까 점심이 빵으론 부족했는지 늘어난 배에서 신호가 와서 아껴뒀던 김밥이랑

사돈댁 분식집 아저씨가 여행 잘 하라고 서비스로 마구 챙겨주신 수정과로 목을 축인다.

이집의 김밥 속이 알차서 자주 애용했는데 이게 이제 마지막 줄이구나. 흑흑.



휴게소의 오두막에 앉아 간식을 먹고 있는데 무슨 재미난 구경거리가 있는지

사람들이 웅성웅성 대며 주유소 쪽을 바라보고 있다.

무엇인가 했다니 인간3대구경거리 안에 속하는 싸움구경 아닌가.

그것도 여자 둘이.

태국에서 4개월 있으면서 태국 사람끼리 말싸움 하는 것도 제대로 본적 없었기에

남의 일에 크게 관섭 안하고 의견충돌이 생기면 그냥 웃고 넘기는 사람들이 싸우는 것을 보니 충격적이다.

주유소 알바 소녀와 주유하러 온 오토바이 소녀와의 싸움인데 원래 서로 아는 사이인 것 같기도 하다.



오토바이 소녀의 동행도 있고 주유소의 다른 직원들도 있기에 말려서 바로 상황종료 될 줄 알았는데

말리는 사람들에게 오토바이 소녀가 뭐라 뭐라 하더니 말리던 사람도 그래 둘이 싸우고 풀게 내버려두자고는

둘만의 스파링 분위기로 바뀐다.



태국 여자들도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머리를 끄집어 당기고 싸우는데 주유소 소녀가 많이 불리하다.

오토바이녀는 목까지 잠기는 헬멧을 쓰고 있어서 주유소녀가 머리카락 잡기를 계속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한쪽 손으로 머리카락을 잡고 다른 손으로 펀치까지 시도하는 오토바이녀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물론 여자 손이라 주유소녀의 얼굴에 큰 데미지를 입히지는 않지만 자존심엔 치명적이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토바이녀가 주유소녀의 머리를 잡고 360도 회전 스윙하면서 주유소녀의 OTL로 상황은 종료된다.

오토바이녀는 목을 양쪽으로 한 번씩 꺾더니 다른 3명의 동행과 오토바이 두 대로 나눠 타서 주유소를 빠져나간다.



우이씨. 뭐야.

안 그래도 긴 휴식 끝에 다시 하는 여행이라 살짝 긴장되고

요즘 수완나품 공항 시위대 때문에 태국이 시끄러워서 마음 한쪽 구석이 편치 않았는데

성질 있는 두 여자를 보고나니 그 공포 분위기에 괜히 내가 바싹 졸아버렸다.

남쪽으로 갈수록 사람들 성격이 강해지는 건가?

제발 나의 골프클럽이 연습외의 용도로 쓰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ㅋ



 

 

주유소를 빠져나와 더욱 긴장하게 되어 뻣뻣한 자세로 다시 페달을 밟는데

거리에 200m 간격으로 경찰들이 한명씩 서있다.

경찰이 많아서 마음이 약간 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왜 이리 많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혹시 반정부 시위와 관련된 것일까?

조금 더 달리자 무슨 때가 되었는지 남쪽방향 도로에는 차량 한 대도 없이 한산해지고

나도 도로에서 나오라고 경찰이 도로 밖으로 불러낸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경찰이 시키는 대로 움직여 오토바이 센터 앞에 잠시 멈춰 섰다.

그러면서 아까 그 젊은 여자들이 무슨 이유 때문에 그렇게 과격하게 싸웠을까 나름 추리를 해본다.



태국 뮤직 비디오나 드라마를 보면 남자 하나를 두고 여자 둘이서 싸우는 내용을 많이 볼 수 있다.

내가 보기엔 분명히 남자가 잘 못 한 것 같은데 왜 여자 둘이 싸우나 의아해 했다.

태국엔 남자보다 여자가 많아서 그렇다나?

아무튼 어떤 이유든 다음엔 폭력 없이 서로 잘 풀렸으면 좋겠다.



 

 

잠시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경찰차 몇 대가 텅 빈 도로를 휑하고 달리더니

고급세단 몇 대, 그 뒤에 묵직한 검은색 경호 차량 몇 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또 경찰차 몇 대로 총 15~20대 가까이의 차량들이 지나간다.

그 후엔 도로변에 몇 백m 간격으로 서있던 경찰들이 철수하고 일반 차량들도 다시 다니기 시작하면서

협조해줘서 고맙다며 나도 다시 가던 길 계속 가도 된다고 한다.

혹시 방금 왕이 움직인 것이냐고 물어보니 King's Sister 라고 한다.

방콕 시내에서만 왕실이 움직일 때 도로를 통제하나 했더니 지방 국도까지 통제하는 구나.



한 시간쯤 더 달렸을까, 다시 경찰들이 도로위에 나타나고 또 통제하기 시작한다.

요번에도 같은 순서로 여러 대의 차량들이 지나가고 요번엔 누구시냐고 물었더니 왕이라고 한다.

태국에서 왕의 끗발은 역시 끝내준다.



 

 

더 달리다라 펫부리(Phetchaburi) 조금 못 가서 슈퍼에서 물이랑 빵을 사는데

슈퍼에 앉아있던 수리야라는 아저씨가 자전거에 관심을 보이며 얘기를 나누다가

오늘은 어디서 자냐고 물어본다.

텐트 치고 잘 것이라고 하니깐 자기가 경찰서에 친구들 많다며 거기 가서 텐트 치라고

경찰서까지 대려다 준다.

경찰서라기보다는 방범초소 같은 곳이고 닉네임이 타이거라는 경찰 아저씨가 아주 잘 해준다.



 

 

저녁 안 먹었으면 같이 먹으러 가자고 하고 뭐 마시고 싶냐 며 물이랑 맥주 가져다주고

텐트 치지 말고 초소 안에서 자도 된다고 한다.

도시 생활을 오래하고 여행을 조금 쉬었더니 어울리지 않게 낯을 가리게 되고

과다한 친절에 어찌 할 바 몰라 우선 배부르다고 하고 텐트가 더 편하다고 했다.

오늘 첫날이라 조금만 달리려고 했는데 도로도 좋고 바람까지 뒤에서 밀어줘서 주행거리 100km를 넘겼다.

그래서 다른 경찰아저씨들 더 와서 같이 손짓 발짓 얘기하며 놀다가 어느 순간 골아 떨어졌다.



 

 

다음날 아침 경찰 아저씨들은 일찍부터 바쁘다.

왕이 후아힌에 들렸다가 오전에 다시 방콕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어제 사복입고 있었을 때는 경찰 맞나 싶었는데 경찰 복장으로 갈아입으니깐 타이거 아저씨도 폼 난다.^^

태국 갈색 경찰 유니폼은 몸에 딱 달라붙어서 멋진 것 같다.

경찰 아저씨들과 인사를 하고 다음 보이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다.



 

 

펫부리를 지나 계속 달리는데 도로에 녹색 귤을 파는 곳이 많다.

이곳의 특산품이라 생각해서 30밧 어치만 달라고 했다.



 

 

귤인 줄 알고 손으로 까려고 하는데 껍질이 딱딱하다.

칼로 반 토막 내보니깐 귤이 아니고 음식에 짜서 먹는 레몬 아닌가.

이런. 그래도 이미 샀으니깐 반 토막 내서 즙만 열심히 짜 먹었다.

반쯤 먹었을까. 쉬어서 더 이상은 못 먹겠다.

아마 비타민 1주일분은 섭취하지 않았을까 싶다.

레몬 보다는 아줌마가 먹어보라고 준 새우 과자랑 바나나 잎에 싸인 풀빵을 훨씬 맛있게 먹었다.



 

 

태국 도로에서 보이는 화려한 버스들.

안에 있는 승객 보다는 밖에 있는 사람들 들으라고 하는 건지

스피커가 밖에 달린 버스들이 많다.



 

 

차암(Cha-am)을 지나 태국의 가장 오래된 해변 휴양지라는 후아힌(Hua Hin)에 도착하였다.

1926년에 라마 7세가 이곳에 왕실의 여름 별장을 세운 뒤부터 발전하기 시작하였고

어제 봤듯이 아직도 왕족들이 이곳에서 휴가를 보낸다.



 

 

후아힌으로 달려오는 내내 거리엔 리조트나 콘도의 광고뿐이었고

해변에서 보이는 높은 건물들도 온통 호텔이나 리조트 들이다.



 

 

메인 해변으로 가는 골목을 따라 들어가 봤다.



 

 

파타야가 화려하고 번화한 분위기라면 이곳은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흐르는 곳이다.



 

 

모두가 참 행복해 보인다.



 

 

메인 해변에서 남쪽으로 더 내려가니깐 하늘에 날아다니는 것들이 보인다.

처음엔 패러세일링 많이 하는구나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깐 아래 보트가 없다!



 

 

카이트 서핑(Kite Surfing)이라고 서핑과 패러글라이딩을 짬뽕시킨 수상 스포츠란다.

파도가 일지 않는 날에도 서핑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심하던 중 고안되었고

파도가 없어도 바람만 불어 준다면 서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발하다.



 

 

수상 스포츠라고는 할 줄 아는 게 수영밖에 없고

카누나 서핑 몇 번 타봤다고 관심 종목도 얼마 없었는데 이것도 바로 추가시켜야겠다.

바람과 파도를 동시에 쥐락펴락하며 바다 위를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서퍼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요동친다.



 

 

나도 언젠간 저렇게 날아 보리라.









 

 

후아힌에 머물러서 카이트 서핑을 해보고 싶다고 한쪽 구석에서는

‘엄마, 엄마~ 나 저거 탈래.’라고 조르지만 딱 잘라서 ‘안 돼!’이다.

필요 이상의 휴식은 독이 될 수 있다.



(사실은 형편이 안 돼서..ㅋㅋ)



 

 

대신 맛있는 거 사줄게.ㅋ

카오팟끄라파오 하나 먹고 유혹에서 멀리 도망간다.



 

 

슬슬 날도 저물고 다시 잠자리를 찾아 마지막 페달 질을 한다.

오늘은 어디서 잘까 고민 하다가 우연히 방범초소가 또 보이기에 가서 물어보았다.

“까울리”에서 와서 “말레이시아”로 가는 자전거 여행자인데 여기에 “깸삥다이마이?”

뭐 대충 이런 식의 코타이(KoThai)어로 말한다.

멋지게 생긴 젊은 경찰이 선임 경찰과 의논하는 얘기 중에 다행이도 ‘다이’가 들린다.

(참고로 ‘다이’는 ‘can’이라는 뜻이고 ‘마이다이’는 ‘can not'이라는 뜻이다.)



 

 

경찰은 텐트 칠만한 장소에서 차를 빼주고 빗자루로 쓸어주며 화장실 위치도 알려준다.

오늘도 방범초소 앞에서의 캠핑이구나. 태국 경찰에게 신세 참 많이 진다.^^;;



첫날에는 무릎에서 삐꺽거리는 소리가 약간 들리고

오래간만에 머리에 햇볕을 쬐서 그런지 두통도 조금 있더니 둘째 날엔 다행히 아무 이상 없다.

슬슬 몸이 헝그리 사이클링 투어에 적응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자전거 여행의 또 다른 시작은 가벼운 워밍업으로 조금씩 달구어져 갔다.



 

 

2008년 11월 29,30일

29일 이동거리 : 117km

30일 이동거리 : 122km

세계일주 총 거리 : 11087km

마음의 양식 : 갈라디아서 6장, 에베소서 1장.

29일 지출 : 생수 15, 생수 15, 빵 16. 계 : 46Baht (1.3$)

30일 지출 : 아침 국수 25, 레몬 30, 점심(휴게소) 30, 아이스크림 10, 저녁 40. 계 : 135Baht (3.9$)




 
http://7lee.com

찰리의 자전거 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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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1.19 22:44

    첫댓글 나두 휴식뒤엔 다시 구동하기가 참 쉽지 않던데 찰리는 잘 적응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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