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명 : 미스 사이공
공연장 : 고양 아람누리 아람극장
공연일 : 4월 4일 오후 1시
캐스트 : 김성기 / 김보경 / 마이클 리 / 김선영 / 김우형
2007년 2월에 대구에서 보고 3년 만에 보는 작품.
미스 사이공이 다시 올라온다고 할 때 내 반응은 "뭐야? 그걸 6개월이나 해? 레미즈나 올려주지? -_-;;;" 였었다.
김문정 음악감독님이 미스 사이공 때문에 바쁘셔서 라만차 반주하러 안 오셔서 미스사이공이 살짝 원망스럽기까지 했었는데...
슬슬 궁금한 것이었다.
정확히는 그분의 반주가............... -_-
그래서 반주를 들으러 가기로하고, 그나마 성남보다는 아람극장이 오케스트라 듣기엔 괜찮을 듯해서, 공연관람을 빙자한 일산 나들이를 다녀왔다.
스토리도 마음에 들지 않고 무대 위의 공연에는 2007년 대구에서 좋은자리에서 이미 봤던지라 큰 관심이 없었던 지라,
시야장애석으로 끊어서 1시까지 힘들게 일산에 갔다.
그나마 가까운 LG에 2시공연가기도 힘든데...일산에 1시 공연이라니.
일이 꼬여서 지하철 한번 놓치고, 대화행을 타야하거늘, 구파발 행이 오는 바람에 한번 더 기다리는 바람에 내리자마자 뛰어야했고,
공연 10초 전에 객석에 앉았다.
앉고 보니까 좌석이 시야장애석 치고 너무 좋은 것이었다. 앞줄에 아무도 앉지 않아서 시야는 확 트였고. 가격대비 좌석수준이 아주 좋았다.
결론은....
반주 들으러 갔다가 보경 킴에게 스트라이크 펀치 먹고 2막 내내 펑펑 울다가 나왔다. 1막때도 좀 울긴 했다만은..
어쩜 애도 안 낳아본 여자가 저렇게 처절한 모성이 가능할까?
1막 마지막에서 "너의 꿈을 다 이루어줄거야, 내 목숨 다 바쳐서라도" 라며 노래부르는데,
멀리서도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면서도 느껴졌던 그 절박함, 모성애, 슬픔, 두려움, 사랑, 의지...
김보경씨.. 신내린 게 틀림없다. 어디서 진짜 킴 같은 여자한테...
어떤 캐릭터에 신내린 것 같이 완벽히 일치되는 배우가 있다.
킴과 김보경은 또 완벽한 매칭. 이 극이 완벽히 여주인공 원탑인 공연이다 싶었다.
크리스랑 처음 만나서 키스를 하고 끌어안고 있을때도 어쩐지 심장이 간질거리는 기분이었고,
그들은 서로서로 절박했던 거다.
모든 걸 다 잃은 킴에게는 크리스가 세상을 잡게 되는 구명줄이었을 것이고.
그 순간만큼은 크리스 역시 진심은 진심이었고, 앞일은 모르지만 진심으로 킴을 구해내고 싶었을 것.
하지만 더이상 악몽의 베트남을 .... 떠올리기 싫었을지도.
만약, 킴과 크리스가 무사히 함께 미국에 갔었어도 그 둘은 과연 행복했을까?
전쟁이라는 상황이 걷히면, 눈 에 덮인 콩깍지가 떨어질 것 같고 마찬가지로 불행했을지도 모르겠다.
생활비를 보내주자 운운하는데 좀... 화가 나더라.
킴이 죽는 순간, 엘렌은 탬을 품 안에 안아든다.
그게 바로 킴의 희생이었구나.
전부 아니면 무.
킴이 있는 한, 엘렌은 탬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니까.
그렇다면 탬은 여전히 방콕에서 자신과 살아가야했을것이고, 미국으로 갈 순 없을것이라고 이미 예상한거지.
(그 순간 지나간 망상 한 자락, 더 많이 가진 엘렌이 킴에게 크리스를 양보해주면 안되냐.... 존이랑 재혼하고... )
크리스가 킴에게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상처를 줬지만 그래도 핑커톤보단 낫긴 낫다. 그거는 정말 개자식인지라.
김우형
내츄럴 본 ...미군놈.
어쩌면 저렇게 잘 어울려? 딱 자기 옷이다.
1막 첫부분에서도 확 눈에 띄더라. 덕분에 미국인의 소박한 양심이라는 프로그램의 문구를 보고 픽 하고 비웃었다.
바에서 여자들이랑 질펀하게 놀고, 미국가는 비자 어쩌고 할 때마다 화 내는게 더 인상적이라서..........
다른 미군들과 확연히 다른 저 갑바.
분위기 자체가 미국인 같았다.
김성기씨의 엔지니어는 정말 바닥까지 떨어져 진창을 구르는 영혼.
진짜...다시 이 공연이 올라가지 않았으면 억울해서 어쩔 뻔 하셨나... ㅎㅎ
초연 때도 회복하고 공연하시긴 했지만 대구공연이랑 김해밖에 안되어서..
베트콩들의 행진사이를 정말 들쥐 처럼 빠져나가는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진짜로 변한 것 없는 진창을 구르는 영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궁금하다. 엔지니어가 미국에 가는걸 성공했을까? 아닐까?
갔다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을까? 그렇진 않았을거 같은데...
앙상블들 대박.
역시... 초연때도 너무 훌륭했었는데, 미스사이공 앙상블들 대단하다.
이 기획사 능력으로 레미제라블 만드는 것도 기대가 된다. 제발 좀 올려주세요..ㅠㅠ
영웅에서 보고 정든 이정선씨랑 이주완씨도 프로그램에서 이름을 발견하고 매우 반가웠었다. 하지만 멀어서 얼굴을 제대로 못봐서...
설마 초연 때 윤길 씨가 했다고 하는 그 야사시한 방콕댄서는 이정선씨? -_-;;
음악.
미스 사이공이 이렇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음악 덕분이다.
멜로디 자체도 너무 아름다웠지만, 음악의 사용이 절묘했다.
07 때 대구에서 볼 때는 거의 처음 듣는 음악인지라, 그냥 저냥 봤었는데 오늘 보니까 음악이 참 정교하게 여러가지로 변주되고 있었다.
크리스와 킴이 처음 만났을 때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Sun and Moon 이라던가...
베트콩들이 나올 때 나온 음악이 처음 등장할 때는 (투이의 상징)
크리스와 결혼식을 올리는 킴에게 배신감을 치 떨면서 박차고 뛰어나갈 때이다.
이게 바로 화가 난 투이가 베트콩에 들어가게 된거라는 걸 암시했다는 걸 이번공연에서 알 수 있었다.
또 2막에서 죽은 투이가 킴 앞에서 유령으로 나타날 때라던가..
세세하게 생각이 다 나는 것은 아니지만, 공연 내내 어머! 이 부분음악은 이렇게 또 변주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되었었다 .
더군다나 김문정 음악감독님이 정말 미스 사이공에 올인 하실 수 밖에 없구나 싶었다.
쉴새없이 나오는 선율들. 반주 역시 그분이구나! 싶기도 했고.
성의있게 잘 만든 작품.
무대 사용도 정교하고, 연출도 촘촘했다.
회상과 현실이 씨실과 날실처럼 정교하게 엮여있었다.
진짜 잘 만든 작품, 뮤지컬이라는 것의 표현방식. 이런것을 보려면 진짜 미스사이공을 봐야하는게 맞다.
화제의 헬기씬은...시야장애석이라서 그런지 화면이 조금 잘렸지만 뭐 그정도는 괜찮다.
(별다른 시야장애가 없었는데 헬기씬이 장애가 되어서 시야장애석이 된건가? )
헬기씬이 중요한건 아니니까.
아시아 인 여자로서 정말 기분이 나쁘고, 참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미스 사이공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도 킴 같은 여자가 있었을 것이고, 크리스 같은 남자가 있었을 것.
부이도이가 존재하는 만큼 베트남엔 라이따이한이 있고, 킴과 지지같은 여자들이 있었던 만큼 우리나라에는 기지촌 여성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포주가 엔지니어가 아니라 국가였다는 점이 달랐을지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여성들도 미군과 결혼해 기지촌을 벗어나 미국으로 가는 것을 꿈꾸고 몸을 팔고 힘들게 살아갔던 그 사람들.
오래전에 TV에서 봤던 영화가 생각났다.
한국에서 그럭저럭 살던 20살 정도 된 처녀가... 언니의 부름을 받아서 미국으로 갔더니.
미국에서 거친삶을 살게된 언니가 일단 영주권이 필요하다가 미국남자와 형식상의 혼인을 시키고, 얼떨결에 동생은 결혼한다.
그러나 이민국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 일단 함께 침대에 누웠다가 그 순간 남자한테 .... 강간 당하고. 버림받고,
임신하고 마약까지 하게 되는 종국의 비참한 모습.
영화제목도 기억 안난다. 우연히 스치고 지나갔던 영화인지라.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과 비참한 결과를 이야기해줬던 그런 영화였었던 기억만 남아있다.
미국이란 나라자체가 모든 걸 다 해결해줄 것이라는 시선은 우리에게도 있었던 것이고 저렇게 희생되어가는 인생들 역시 베트남 만큼 우리에게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더 불편하고 안타까웠다.
불편하고 짜증나는 내용..은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웃기게도 난 이번 미스사이공 고양 공연의 보경 킴 막공을 보면서 정말 마음이 움직이고 와버렸다는 것.
공연 본 후 어딘가 찜찜한 기분과 달리 객석에 앉아있던 그 순간만큼은 박수를 보낼 수 있었다.
사실 ... 가까운 성남에서 한번 더 볼까 생각까지도 들긴 든다.
첫댓글 저도 예전 성남 미스사이공 보고 엄청나게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저도 I'd give my life for you......뒤이은 오케스트라 반주도 어찌나 좋은지...
크리스를 사랑했는지 어쩐지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면이 있다 하더라도 어린 아들을 위한 희생은 이해되고도 남아요.
(앨렌과 존의 재혼은 좀 ㅋㅋㅋ)
님의 글보니 다시 보고 싶어요.....태국 파타야의 밤거리에서 젊은 태국 아가씨들과 덩치큰 서양남자들과 어우러져 다니는 걸 보고 뜬금없이 미스사이공이 생각나기도...(태국과 베트남은 상관없지만~~^^;;;)
끈적거리거나 애절한 넘버들도 듣고 싶네요!
저는 그때 김성기씨가 뇌출혈로 쓰러지셨다가 복귀하신 게 너무 좋아서.. 대구에서 할때 보러갔거든요. 대구부터 복귀하셨잖아요. 크리스는 그당시 킴에게 구명줄같은 존재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든걸 다 잃고 난 후, 만나게 된 구명줄요..(엘렌과 존은...그게 김선영씨와 김우형씨가 아니었으면 그 망상은 안했겠지만...ㅋㅋ) 한동안 잔상을 벗어나기 힘들거 같아요. 음악도 너무 좋아서... 그때 볼 때는 별로 기억에도 남지 않고 그랬는데, 그래서 김연아가 미스사이공으로 피겨했을때도 이거 내가 본 뮤지컬 맞아? 익숙한 음악이 왜 하나도 없어? ㅋㅋ 그랬거든요. 근데 두번째로 보니까 진짜 음악사용도 절묘하고 음악자체도 좋아요..
오늘은 하루종일 미스사이공 듣고 있어요 ㅋㅋ
저도 보고와서 자꾸 듣게 되더라고요;;;
아......무지 기다리고 있는 미스 사이공.......전 충무공연을 볼려구 하는데...후기 읽고 나니 더 빨리 보고 싶은 욕구가...ㅎㅎ
충무공연... 많이 기다리시긴 하셔야겠어요. 성남도 괜찮을텐데...(충무나 성남이나 음향이 별로였던가... 싶긴 하네요. 충무가 워낙 음향이 안 좋아서리..)
미스 사이공 좋아요. 역시 고전은 고전이라지요 ㅋㅋ
맞아요. 계속 고전은 고전이구나. 이 생각했었어요 . ㅎㅎ 언니~ 잘 지내시지요? 언니 뵈려면.. 신촌가야하는겁니까? ㅎㅎ
기대하고 있던 공연이었는데ㅎ 후기 잘보고 갑니다 ^^
ㅎㅎ 네~~ 뮤지컬 음악, 무대, 연출 이런걸 보기엔 참 좋은 공연인 것 같아요.
담달에 올라가서 한번 볼까 고민중인데....내용이 너무 맘에 안들어서...ㅠㅠ
저도 내용이 너무 싫어서 ... 초연 때도 안 볼 뻔했는데, 막상 보니까 생각만큼 그렇진 않은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나비부인 핑커톤보단 크리스가 백배 낫습니다...)
저도 2007년 대구공연을 봤었는데.. 내용도 맘에 안들고..초보 관람자로 음악이 .. 와닿지도 않고.. 다시 보고싶단 생각이 없었는데.....제냐님이 후기글에 맘이 살짜쿵 ... 움틀거립니다~^^
ㅎㅎ 영광입니다. 근데 저도 07때 첨 볼 때는 음악도 그저 그렇고 그랬었어요. 단지 킴이 불쌍하긴 했지만....... 그때에 비해 김보경 킴 더 훌륭해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