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 관기초등학교
우리는 의례 마라톤의 시작과 끝은 무슨무슨 공설운동장이라고 생각한다.
잔디로 잘관리된 운동장, 높다란 스탠드, 시끄러운 마이크 소리
낮익은 방송사의 이벤트 담당 아나운서의 목소리, 쭉쭉빵빵한 에어로빅 땐서들의
다이내믹한 준비운동 무슨무슨 단체장의 축사와 개회사 등등...
폄범한 시골의 운동장, 핸드마이크를 든 여수마라톤 클럽의 진행자가 교장선생님이 조회를 하시던 그곳에 서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고 대회시작을 알리고 우리와 같은 달림이 한사람과 함께 준비운동을 하고 우리는 초등학교 운동회의 달리기 선수마냥 뛰어나갔다.
삼려통합으로 여수시와 여천시, 여천군이 하나로 되기 전엔 여천군 화양면의 어디쯤 될까? 한적한 시골마을 도로를 따라 1.5km정도를 지나가니 논과 논사이를 가로지르는 시멘트 포장의 농로(?-경운기도 몇대 봤다)가 나오고, 다시 일반도로에 들어서니 여~자만(여자만이 아니고)의 갯내음과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이 제법 세게 불어서인지 바닷물은 온통 뻘과 뒤섞여 푸른 빛은 거의 없다.
쪽빛 고향바다를 회원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는데... 겨울엔 바람이 많이 불어 푸른 빛의 바다 모습은 보기 힘들다. 이곳은 가막만과 여자만(순천만이라고도 한다) 사이의 조그만 반도로서 우리는 여자만쪽의 바다를 끼고 달린다. 바로 옆에 바다를 끼고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달리다 보니 언덕이 이어진다. 고개를 오른다기 보다는 바닷물이 바로 내 옆에 있다가 점점 발아래로 내려간다고 해야할까???
달림이는 고개를 오르고 바다는 점점 더 내려가고...
올라가면서 보니 순천마라톤클럽의 회원들이 6-7명정도(여성회원 한명도 끼어있다) 무리를 지어 달리고 있다. 마라톤이 고독한 운동이라해도 역시 같이 달리는 모습은 아름답다. 올라가면서 그네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고개가 여섯이란다. 고개가 있고 굴곡이 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너무 많다. 반환점까지 여섯이면 완주할려면 열두고개...
에라 모르겠다 가보면 알겠지!
내가 고개를 올랐는지 바다가 나를 밀어 올렸는지 바다는 저만치 아래에 있고 또 저멀리도 있다. 바람이 세다. 겨울바다의 칼바람을 맞고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이 생각난다. 따뜻한 겨울바다란 그냥 여름바다의 아류일 뿐이고 겨울바다의 맛(?)은 엮시 저먼 바다를 바로질러 나를 직접 파고드는 찬바람이다.
올랐으니 이젠 내리막길이다. 인생이 그렇듯 마라톤도 내려가기 위해 올라가고 또 올라가기 위해 내려갈 뿐...
... 그러나 경사가 너무 급하다. 무릎에 무리가 올까 걱정된다.
이제5km가 지나 고개를 하나 넘었으니 고개는 세개 있을 것 같고 바닷가에서 마을 안쪽으로 난 긴 커브를 지나고나니 두 번째 고개가 시작이다, 완만하다. 조금오르고, 평평해지고, 또다시 오르막... 고개숙이고 바로 앞만보고 달린다. ...다올랐을까? ...아니다 아직 수양(?)이 부족하느니라. 긴오르막이나 평지의 긴 직선주로는 시선을 절대 멀리 두지말아야 한다. 광달와서 대회 몇 번 참가하고 얻은 소중한 깨달음이다.
앞서가던 순천마라톤클럽의 회원 둘이 뒤쳐지고 여성회원이 힘이 부치나보다. 앞서나갔다. ...왠지 미안하다.
또 내리막이다. 급하다. 내겐 완만한 오르막 급한내리막보다, 급한오르막 완만한 내리막이 더 편하다. 갈때 불편하니 올때 편하겠지...
이제 바다를 뒤로 하고 7.5km를 지나 내륙쪽으로 들어가니 또 오르막 이것이 마지막오르막인가보다. 선두가 돌아서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멋있다. 힘차다. 당당하다. 나의 미래의 모습이었으면... 그냥 꿈이라도 기분좋다. 몇 명이 지나갔다. 기다리던 모습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열몇명이 지나가고 드디어 강종원님의 무한질주가 눈에 들어왔다. 이때 두손을 높이 들고 외치는 "광달 히~ㅁ" 이게 내게 더 힘을 준다. 웃으며 지나가고 조금있으니 광달의 희망 안남욱님, 항상 그렇듯이 한손을 약간 회전을 그리면서 젓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번에도 날 위해서 광달 힘을 외치고 지나간다. 이고개가 얼마나 남았는지 묻고 싶다.
저앞에 끝이 보이는 것 같다. 고개푹숙이고 고개를 넘는다. 이고개도 마찬가지로 완만한 오르막 급격한 내리막이다. 돌아올 때 은근히 걱정이 된다. 10km ...저앞에 반환점이 보인다. 오늘 새로오신분이 지나가신 것 같고... 초반 1km 정도 동반주 했던 신참광달 나용주님이 지나가신다. 초보광달일뿐 초보달림이는 결코 아니다.
반환점 거의 다와서 배중권 총무님이 지나가고 ... 어... 그러면 내가 여섯번짼가?...? ... 그럴리가 없는데... 반환점 돌아 나오는데 원상철님이 웃으면서 뛰어오신다. 순천대회때처럼 나의 페메를 안해주시고 왜 이제 오시나?(나중에 들으니 광마 여자회원 페메하느라고 그러셨다는데) ... 혹시 작업하신건 아닌지... 광마회원 광달로 빼오시려는 작업(?)
김기흥부회장님과 정신연님 사이좋게 지나가면서 웃어주시고... 이제부터 심한 오르막... 백팔번뇌 계단도 오르고, 최근에 산악달리기도 했으니 오를 수 있겠지... 그런기분으로 오르니 정상이 보인다. 고개 넘어가니 이제 지나가는 달림이들 거의없으나 뒤에 오시는 세분 회장님, 정병용님, 이미경님. 이제 그뒤에 더이상 광달회원은 없고 주로에 달리는 이들도 별로 없다. 이언덕은 어찌 오르고 반환점 돌아 그고개는 또 어찌 오를꼬!! 지나간 이들도 날보고 그런 생각을 했을까? 그러나 힘들어 보이지는 않는다. 잘 완주 하시겠지?
이제 두개의 고개가 남았다. 저앞에 배중권님이 보인다. 같이 갈 수 있을까? 어렵겠지! 멀어졌다가 다시 조금 가까워지고 두번째 고개 넘고 나니 많이 가까워졌다. 물먹고 기운내서 뛰어가니 마지막 고개에서 드디어 옆에 섰다. 같이 뛰고 싶었으나 속도를 줄이니 더 힘든다. 안되겠다. 바로 앞만보고 뛰었다. 이렇게 힘든 동반주를 원상철님은 그때 어떻게 했을까?
3km, ...2km, ...1km, 무릎이 아프다. 속도를 줄였다. ...800m, ...500m, ...300m, 골인지점에서 격려해주는 소리들이 들린다.
이젠 무릎도 안아프다. ...200m, ...150m, ...100m,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드디어 ...골인...
1시간 49분
첫댓글 추운날씨에 수고하셨습니다. 그런데 왠 '감나무와 티벳불교'는 무슨 뜻인지?..
추운 날씨에 고생 많았습니다. 항상 열심히 봉사하시고 활동하시는 문상문님 감사합니다. 겨울 훈련을 열심히 하셔서 내년 대회에는 더 좋은 기록을 달성하시기 바랍니다.
바닷바람 칼바람 .. 수고많으셨습니다.
여수가 고향이시군요. 문상문님! 첫 인상만큼이나 자상하시고, 광달을 위해서 애써 주시는 거 감사 드립니다. 늘 즐겁게, 행복하게 달리시기 바랍니다.
날도 추운데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예비회원으로서 참가족의 느낌을 받은 일요일하루였던것 같습니다.
한용희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성함을 깜빡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 계속 같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