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 약세 상황인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운데 6억원 이하 규모는 가격이 뛰고 거래도 활발하다.
강남구 수서동 신동아아파트. 이 단지는 소형(49~69㎡) 중심의 대단지(1162가구)다. 입지 여건도 좋은 편이다. 지하철 3호선 수서역이 걸어서 3분 정도 걸린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지난해까지 별다른 가격 움직임이 없었다. 최근 몇 년새 강남권 다른 지역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할 때에도 “남의 나라 얘기”였다.
“일부 단지는 부르는 게 값”
또 지난해 말 대통령 선거 이후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에 강남권 재건축과 고가 아파트값이 상승세 국면으로 돌아설 때에도 신동아아파트는 가격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그러던 이 단지의 매매가격이 올 들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 매매시장이 침체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소형 저가아파트는 올 들어 매수세가 늘면서 가격도 오름세다. 사진은 소형 아파트 단지인 강남구 수서동 신동아아파트 전경. |
매입 문의가 늘면서 실제 거래가도 지난해 말에 비해 껑충 뛰었다. 이 아파트 49㎡는 두 달새 3000만원 올라 최고 2억7000만원 선이다. 56㎡는 3억~3억4000만원으로 올 들어 4000만원 가량 뛰었다. 수서동 서울공인 관계자는 “집을 사려는 수요자는 꾸준하나 지금은 매물이 달려 부르는 게 값일 정도”라고 말했다.
수서동 까치진흥아파트도 매매 호가가 강세다. 49㎡는 지난해 말 2억 3000만~2억7000만원에서 지금은 최고 3억원으로 넘보고 있다. 69㎡는 4억5000만~5억2000만원으로 올 들어 2000만~4000만원 올랐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공인 채은희 사장은 “개포주공 등 재건축 단지는 매수세가 뚝 끊겼지만 인근 수서동 일대 소형 저가아파트를 찾는 수요는 꾸준하다”고 전했다.
전셋값 오르자 인근 저가 아파트로 눈길 돌려
일원동 수서아파트 72㎡도 최고 4억2000만~4억3000만원을 호가한다. 일년 새 5000만원 가량 오른 것이다. 일원동 한 공인중개사는 “강남권에서 전세로 살다가 전셋값이 오르자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먼 곳으로 이사할 수 없는 세입자 중 상당수가 주변의 저가 아파트 매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문정동 문정시영 59㎡ 역시 올 초보다 1000만~2000만원 가량 올라 2억8000만~2억9000만원을 호가한다. 문정동 래미안공인 박삼미 사장은 “소형아파트가 앞으로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믿는 수요자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또 “6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의 경우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등 대출 제한으로 매수세가 뚝 끊겼지만 저가아파트의 경우 전셋값에 목돈만 조금 보태면 매입이 가능하다는 점도 수요 증가의 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