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비가 내렸나봅니다.
천마산역에서 내려 등산로에 접어들었을 때 나뭇잎은 더 푸르렀고 아침햇살은 맑았고 바람은 신선했고 등산로는 촉촉이 젖어 부드러웠습니다.
항상 등산 전날 전야제를 치루는 박선생님은 속이 풀린다며 개운해 했고 이선생님은 초장부터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능선을 잡기 위해 오를 때 버거워 하셨습니다.
지난 번 지리산 백중종주 때 얼굴이 노랗게 됐던 김선생님은 겁을 먹고 앞 전철을 타고 먼저 오를테니 뒷차로 천천히 따라오라고 했습니다.
호평동 이선생님은 나와바리를 방문한 손님들을 맞기 위해 호평동에서 지금 쯤 열심히 오르고 계실겁니다. 오르고 오르다 못오르면 산중턱에서 쉬고 계시면 하산하면서 만나게 될 것이라 호언장담했습니다.
나중에 정상에 올라서야 그것은 오만이자 편견이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힘들게 능선에 올란 탄 후 이선생님은 노송 밑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아직은 가려져 정상이 어디쯤 있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멀리 아래 골짜기에서 확성기로 노래거 울려퍼집니다. 숲속 수련원이라 생각됩니다. 조금은 힘을 덜어줍니다.
키큰 참나무 군락지 사이로 노송이 간간이 자리를 잡고 있어 숲의 구색을 맞춰줍니다.
깔딱고개를 기어올라 뾰족봉에 섰을 때야 천마산 봉우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앞의 봉우리들이 굴곡을 만들고 있고 그 뒤에 서있는 정상까지 아직은 갈길이 멉니다.
그래도 3분지 2는 해치웠습니다. 남은 길은 쿼터 십리입니다.
이곳에 머무르고 있었던 김선생님은 이미 정상에 올라섰을 것 같습니다.
마석 쪽 관리사무소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도 갈림길 바위레 걸터앉아 가쁜 숨을 몰아쉽니다.
이선생님도 뒤늦게 올라와 바위에 걸터앉아 같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나는 걱정 말고 먼저 올라가라고 하시기에 보성이한테 욕 먹을 각오하고 엉덩이를 털고 먼저 일어섰습니다.
또 하나의 봉우리에 올라서서 바닥에 깔린 마석시가지와 솔잎 사이로 비추이는 호평동아파트단지를 내려다보고 천마산스키장을 봅니다.
정상이 조금 더 다가섰습니다.
예전에 암벽 철사다리구간은 계단이 덮어 암벽 기어오르는 묘미는 없어지고 발 쉽게 마지막 고개에 올랐습니다.
이선생님이 올라오셨을 때 우리는 또 일어섰습니다.
이제 정상은 옆으로 비스듬이 빠져나가는 길로 이어집니다.
마치고개 갈림길 호평동 갈림길을 차례로 통과하고 정상은 한발짝 앞에 있습니다.
정상을 만들어 놓은 거칠은 바윗길을 딛고 올라섭니다.
정상에 올라섰을 때 언제나 올라오려나 졸면서 기다리고 있는 김선생님은 그렇다치고 산중턱에서 기다리라던 호평동 이선생님이 정상에서 웃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래서 5명의 멤버가 정상에 같이 서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5명이 같이 찍었길래 하산해서 족발집 사장으로부터 쟁반막국수를 서비스 받아 5명이 같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정상주 타임입니다.
호평동 방향 하산길로 코스를 잡고 정상에서 조금 내려선 곳에 고시래를 하고 잔을 돌렸습니다.
구름을 타고 나는 듯한 기분이 됐을 때 호평동으로 하산을 합니다.
전망대에서는 오남리저수지가 훤히 펼쳐집니다. 오리알을 먹었더니 저수지에 오리가 떠다니는 것 처럼 보입니다.
재작년 겨울인가? 눈보라 칼날바람이 몰아칠 때 임꺽정바위굴에 몸을 웅크리고 돼지껍데기를 굴렸을 때를 추억하며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순조롭게 내려와서 마지막 쉼터 벤치에 앉았을 때 무언가 번쩍 눈에 띄었습니다.
패션 라이방이었습니다.
산은 나에게 평온을 주고 건강을 주고 재물도 챙겨주고 기쁨도 줍니다.
스틱도 거저 얻고 라이방도 거저 얻었습니다.
언젠가 부터 산을 오르면 주변을 훑어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머리이식을 할 수밖에 없었나봅니다.
산을 왜 오르느냐? 거기에는 무언가 있기 때문이다!
천마의 집을 지나 호평동 뒤풀이 장소로 가는 발걸음이 더욱 가벼웠습니다.
호평동 이선생님 가이드에 의해 호평동아파트단지 한방족발집에 들어서서 뒤풀이로 족발을 주문했습니다.
새로 얻은 라이방으로 족발을 쳐다보니 기름이 좌르르 흐르는게 라이방이 좋긴 좋은 것 같습니다.
건장하게 생긴 젊은 사장이 자기는 천마산을 백번도 넘게 올라갔었다고 합니다.
설악산은 열번을 갔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설악산은 백번도 더 갔었고 백두대간은 한번 뻥쳐서 세번 했었고 오늘도 다른 산을 헤매기 때문에 못온 사람은 집보다 산에서 사는 날이 더 많고 백대명산 두번 한 사람을 대려와 볼까부다 했습니다.
젊은 사장은 자기는 배우 대역 스턴트맨이 본업이고 산은 심심풀이로 다닌다고 합니다.
그냥 입 다물었습니다.
사장이 정말로 정상에 올라갔었냐고 합니다.
정말로 올라갔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정상에서 찍은 사진 보여주면 쟁반막국수 공짜로 주겠다고 합니다.
정상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한사람도 빠짐 없이 5명이 쟁반막국수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족발집에서 나오면서 공짜 막국수에 보상으로 젊은 스턴트맨 사장을 홍보차원에서 사진에 올렸습니다.
아파트단지 개울가 산책로를 따라 걸어서 평내호평역에 들어섰을 때 마침 상봉역행 전철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첫댓글 힘든 산행이었습니다.
여러분의 배려로 천마산 정상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너무 힘이들었는지
입맛도 없어 좋와하는 족발도
많이먹질 못했습니다.
함께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수고하셨습니다.
회장님 고생하셨지만
수입도 생기셨다니
횅재 하셨습니다.
더운날씨에 고생들 하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