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는 특별한 교통체증이 있다.
승용차로 아이들 학원 바래다주기 체증과 백화점 쇼핑 행렬이다. 학원 강의가 시작하고 끝나는 시간에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변을 한바퀴 도는데 30여분 걸린다. 주말과 공휴일이면 압구정동과 대치동.반포 일대 백화점 주변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건설회사 L부장(43)은 지난해 말 대치동 M아파트로 이사했다. 올해 중3인 아들과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의 교육을 위한 중대 결심이었다. 경기도 고양시 화정지구 아파트를 팔고 전세를 얻는데도 돈이 모자라 부모에게 손을 벌렸다. 지난 12일 현재 강남구 아파트의 평균 거래가격은 평당 1천3백49만원. 성급한 사람들은 평당 2천만원 시대를 내다본다. 25개구 가운데 가장 낮은 금천구(4백83만원)의 2.8배다.
(2년 반 전의 이야기므로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겠죠... 현재 강남 평균은 2300만원 정도라고 하네요)
서울에는 인천시.경기도 등에서 하루 평균 1백9만명이 들어오는데, 특히 강남구행 통근.통학인구가 45만6천명으로 가장 많다.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 못지않게 같은 서울 하늘 아래서도 강남(강남.서초,송파구)과 비(非)강남지역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 사람과 돈을 따라 교육.교통.문화.산업활동 등이 강남으로 빨려들어가는 `강남 블랙홀 현상`이 심각하다. 주민의 학력과 고급차 소유도 강남이 저만큼 앞서간다. 새 제품은 강남에서 명함을 내밀어야 히트상품 대열에 오를 수 있다. 백화점 고객 1인당 평균 구매액도 강남이 강북의 1.5배다.
강남구의 올해 예산은 2천9백억원으로 충북 충주시와 맞먹는다. 경기도 의왕시.동두천시.연천군 세곳을 합친 규모다. 강남.서초,송파구 관내 7개 세무서에서 2000년에 거둔 소득세는 2조3백69억원으로 나라 전체 소득세의 11.6%에 이른다. 기업체의 본사와 서비스업체가 강남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기업도 30%가 강남.서초,송파구에 몰려 있다. 이같은 특정지역 독주 현상은 선진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본 도쿄(東京)와 미국 뉴욕 맨해튼도 그렇다. 따라서 현실을 인정하면서 강남 블랙홀 현상을 완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남궁근(행정학)서울산업대 교수는 "무조건 강남행을 막을 수는 없다"며 "다른 지역에 투자를 늘려 강남에 비해 처지지 않는 교육.주거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인진(사회학)고려대 교수는 "강남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집이 없어서가 아니다"며 "지방과 수도권에 명문고를 부활시키고 문화시설에 대한 투자를 강북지역에 우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강남 대표아파트 변천사
강남은 1970년대 개발이 시작된 이후 줄곧 이슈를 몰고 다닌 `부동산 투자 1번지`다. 처음 강남에 들어선 대단지 아파트는 서초구 반포동 반포1단지. 70년 주택공사가 강남 개발에 맞춘 주거단지를 제공하기 위해 3천7백86가구를 분양한 뒤 2,3단지가 차례로 선보였다. 당시 반포 주공1단지 32평형 분양가는 6백14만8천원. 현재 평균 시세는 5억1천만원으로 31년 만에 83배 오른 셈이다. 그동안 쌀값은 21배 올랐다. 69년 분양가가 46만~50만원이던 종로구 옥인동 시민아파트 15평형은 현재 7천만원으로 1백46배 올랐지만 당시 서민용이라 워낙 싸게 공급했기 때문이다.
강남에서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분양되면서부터다. 이 아파트를 지은 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75년 3월 분양가는 평당 27만~28만원이었다. 강남 개발에 따른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청약시장이 과열되면서 복부인이 활개를 쳤다. 당시 아파트 분양에 참여했던 장붕익 풍화산업개발 대표는 "강남개발 붐이 일면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하룻밤새 당시 평당 분양가격인 30만원(현재 1천만~1천5백만원)씩 오른 적도 있었다"며 "지금은 우스운 얘기지만 `아파트 평당 1백만원 시대가 왔다`며 법석을 떨기도 했다"고 말했다. 82년 유류 파동으로 자재값이 급등하면서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이 크게 뛰었는데도 분양 때마다 엄청난 청약인파가 몰렸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금지 조치가 나온 것도 이 무렵이다.
이후 지하철이 잇따라 개통돼 도심 진입여건이 좋아지고 도로사정도 강북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강남권 선호현상은 더욱 확산됐다. 97년 외환위기를 맞아 아파트 가격이 20~30% 떨어지기도 했지만 지난해 종전 시세를 완전 회복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강남 개발 초기 저층으로 지은 아파트들에 대한 재건축이 본격 추진되면서 값이 뛰어 전국 아파트값 상승의 진앙지가 됐다.
강남의 주거중심도 많이 바뀌었다.80년대까지만 해도 강남 아파트의 대명사는 압구정동 현대. 한양아파트. 신흥 개발지에 들어선 중.대형이어서 사회 지도층이 많이 분양 받았고, 인근에 고급상권이 발달하면서 자연히 부유층이 사는 곳으로 꼽혔다. 87년 서초동 법조타운 조성계획이 확정되고 88년 입주를 시작한 서초동 삼풍아파트에는 입주를 시작하면서 법조계 인사 등이 대거 몰렸다. 압구정동의 고급 아파트 주민 상당수가 옮겨갔다.
그러나 95년 삼풍백화점이 붕괴되면서 인근 아파트 단지의 가치도 떨어졌다. 이때 대치동 일대가 새로운 고급 주거지로 부상했다. 주거환경이 쾌적하고 유명 학원 등이 많다는 이유 등으로 신흥 부유층이 찾아들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밑그림 없이 그때그때 삽질
강남 지역은 1960년대 중반 개발 초기부터 땅 투기와 땅값 상승의 발원지였다. 정부는 문제가 터질 때마다 투기억제 대책을 내놓고선 잇따라 굵직한 개발 계획을 발표해 결국 땅값이 치솟았다. 그 결과 `투기→개발→투기→개발`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래도 이제 강남은 수도 서울의 메카다. 서초동에는 법원. 검찰청사가 자리 잡았고,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금융기관과 벤처가 밀집한 비즈니스의 중심지가 됐다. 정부가 성장산업으로 꼽는 고부가 서비스업도 강남을 중심으로 발달해 있다.
아파트 값이 오르고, 교통이 복잡하며, 사설학원이 진을 친다고 해서 강남에서 이런 기능을 인위적으로 떼낼 수는 없다. 이제 강남을 어떻게 하기보다 다른 지역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면서 `강남 신드롬`의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 장기 청사진 없다=강남이 수도 서울의 어떤 기능을 분담하고 개발 규모는 어느 정도로 할지 등에 대한 마스터 플랜이 없다. 강남은 67년 경부고속도로 건설 계획 확정과 함께 고속도로 부지 확보를 위한 구획정리사업으로 본격 개발이 시작됐다. 이때까지도 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것이지 강남을 어떤 모습으로 개발할지에 대한 장기 구상은 없었다.지금도 강남 문제에 대해 단발적인 대증요법만 쓸 뿐 근본적인 대안 제시가 없다.
◇ 구획정리 방식 개발이 투기 부추겨=60년대 중반만 해도 강남 일대 땅값은 평당 2백원 선으로 당시 파고다 담배 다섯갑 수준이었다. 그런데 제3한강교 착공 이후 땅값이 뛰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산이나 논밭을 대지로 만들면서 도로 등 공공용지로 빠지는 35%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를 토지 소유주에게 주는 구획정리 방식으로 개발했다. 그 결과 땅 주인은 가만히 앉아서 땅값이 수십배씩 오르는 불로소득을 챙겼다. 지금은 미리 계획을 세워 땅을 수용한 뒤 대지를 조성하는데,당시는 토지 수용 없이 대지를 조성한 뒤 일정 비율만 공제했던 것이다.
◇ 강북 명문고의 이전도 문제=정부는 안보상 이유를 내세워 강북 지역의 인구 집중을 억제한다며 경기고. 휘문고. 서울고. 숙명여고 등을 강남으로 옮기도록 했다. 그 결과 서울 강북 도심의 공동화와 함께 강남 8학군 신화가 탄생하면서 강남 집 값이 더 오르는 부작용을 낳았다. 90년대 고교 내신성적의 반영 폭이 커지며 8학군 열기가 식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수능시험이 어려워지면서 다시 교육 여건이 좋은 강남이 주목받게 됐다.
◇ 지역 격차 해소 방안=아파트와 건물에 매기는 재산세의 과세표준을 현실화해 편리하고 환경이 좋은 지역에 사는 만큼 부담을 지우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선진국에도 대도시 내 지역 편차가 있지만 한국처럼 위화감 문제나 부작용은 적은 편이다. 강남의 경우 교육 여건과 녹지대 등 환경이 상대적으로 나은 데 비해 주민 부담은 다른 곳과 별 차이가 없다.
강남과 비슷한 신도시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건혁(도시계획학)서울대 교수는 "강남 현상에 대한 욕구와 수요를 소화할 수 있는 제2의 강남 개발이 현실적인 해법"이라며 "판교와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예정 지역이 후보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치동 증후군`
학부모들의 `강남행(行)열풍`은 2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내용적으로는 많은 변화를 보인다. `8학군병`으로 불렸던 1980~90년대의 강남행은 좋은 학교를 따라가는 `공교육` 측면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의 강남행은 보다 나은 `사교육` 환경에서 자녀를 가르치려는 `대치동 증후군`으로 구분된다.
8학군병은 경기. 서울. 휘문. 경기여. 숙명여고 등 강북의 중심지역에 있던 명문고들이 70년대 후반부터 강남지역으로 옮기면서 도지기 시작했다. 8학군 내 명문고에 진학해야 명문대 진학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강남행에 합류했다. 그러다 보니 고교 추첨배정 때마다 정원에 비해 학생이 넘쳐 강남 거주기간이 짧은 순서대로 강북 고교로 강제 배정하는 `거주기간 적용제도`가 도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97학년도부터 대입에서 내신성적 반영비율이 늘어나자 8학군 인기가 떨어지고 강남 이주 현상도 주춤해 8학군병이 잠시 잦아들었다. 하지만 몇년도 되지 않아 강남행 열풍이 재연됐다. 대치동을 중심으로 강남지역에 유명학원이 집중되면서 이사를 오거나 학원을 찾는 `대치동 증후군`이 생겨났다.
이 지역 학원가엔 없는 게 없다. 수강생이 5천명을 넘어서는 대형학원은 물론이고 학생수준을 고려한 맞춤식 전문학원, 과학실험학원, 초등학생 철학학원, 유명 어학원, 특목고 진학지도학원, 해외 귀국자 자녀 진학지도학원 등….`대치동 증후군`은 오늘도 진행형이다.
2. `사교육 천국`의 허실
서울 강남지역의 사교육 열풍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 대로변은 물론이고 뒷골목까지 빼곡이 들어찬 각종 학원마다 문전성시다. 학원 수강이나 과외를 하지 않으면 인생에서 낙오라도 하는 것처럼 안절부절 못하며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고교생은 물론이고, 초등학생과 유아까지 학원으로 몰리고 있다.
유명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1년 넘게 대기하는 경우도 있고 학원 수강생 선발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학원입시용` 과외마저 성행할 정도다. 학교 교육만으로는 명문대학에 갈 수 없다는 인식에다 "내 아이만은 특별하게 키워 보겠다"는 학부모들의 극심한 경쟁심리가 강남을 `사교육 천국`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강남식 교육`은 얼마나 효과가 있는가. 여러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명문대. 특목고 등 진학률만을 놓고 볼 때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학벌이 아닌 능력이 존중되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바람직한 교육이냐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 사교육 열풍과 부작용=강남 일대에선 종합학원보다 학생 수준에 맞춰 한 과목만 집중 강의하는 과목별 맞춤 전문 학원이 성행한다. 주부 李모(42)씨는 "아이(D중3)의 고교 진학에 대비, 수학과 국어 전문학원. 영어토플학원.과학 단과반 등 4개 전문학원에 보내고 있다"며 "평소 학원비는 강좌당 20만원 정도지만 방학 중엔 두 배를 받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자녀 교육을 위해 대치동으로 이사한 주부 朴모(35)씨는 초등학생인 아들을 인근 유명 글쓰기학원에 등록시키려다 학원측에서 "2년 이상 대기해야 수강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이 학원 게시판에는 `도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작가가 꿈인데 빨리 좀 등록시켜 주세요` 등 학부모. 학생들의 애절한 호소 사연이 가득하다.
과외 급팽창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다. 서울 개포고 노재훈 교무부장은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내신을 강화하면 내신을 관리해 주는 학원마저 생기는 판"이라며 "교실에서 자율학습을 하거나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없어진 지는 이미 오래"라고 말했다. 지난해 봄 대치동으로 이사해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있는 李모(38.여)씨는 "이 지역 교사들은 아이들이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고 온다는 전제 아래 수업을 하고 있다"며 "학생들도 방과 후 교내 특별활동은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 `강남식 교육`의 허실=본지 취재팀이 14일 서울 강남.북 지역에서 각각 `명문고`로 꼽히는 고등학교 5개교씩을 선정해 지난해의 서울대 진학률을 조사한 결과 학교별로 최대 5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강남지역 고교의 경우 졸업생 1백명당 서울대 입학생 수가 ▶A고 5.1명▶B고 4.6명▶C고 4.18명▶D고 3. 37명▶E고 3.09명이었다. 강북지역 고교는 ▶F고 2.47명▶G고 2.15명▶H고 1.81명▶I고 1.4명▶J고 1.08명이었다. 평균적으로 강남지역 고교의 서울대 진학률이 강북 고교의 두배 가 넘는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이주호 교수팀이 서울지역 일반계 고교 졸업생의 2000학년 명문대 진학률을 구청별로 분석한 결과는 강남.북 지역간에 더 극심한 차이를 보인다.
졸업생 1백명 중 서울대 진학자가 강남구 2.7명, 서초구 2.5명인 반면 강북의 한 구는 강남구의 10분의 1도 안되는 0.25명에 불과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3개 대학의 진학률도 강남구는 졸업생 1백명 중 8명,서초구는 7.7명인데 비해 가장 적은 강북의 한 구는 1.8명에 그쳐 5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외국어고 진학에서도 강남지역 중학교 출신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한영외고의 경우 오는 3월 입학할 신입생 2백89명 중 62%인 1백79명이 강남지역 학생들이다. 대원외고도 신입생 4백20명 중 50%가 강남 출신이다. 강남에서 멀리 떨어진 대일외고 등에도 강남 출신 학생들의 지원이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주호 교수는 "명문대 진학률이 사교육 열풍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이들이 능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물리학과 오세정 교수는 "서울대 재학생 중 사교육을 많이 받은 강남 출신 학생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반드시 우수한 것은 아니다"라며 "훈련 위주의 교육을 받아서인지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창의적이지도 못해 고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 대안은 뭔가=한양대 교육학과 정진곤 교수는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대학에 학생 선발권을 대폭 넘겨 특기.리더십.봉사활동 등을 비중 있게 반영케 하는 입시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교 평준화가 학교 교육의 질을 떨어뜨려 과외 수요를 만들었다는 주장을 펴는 쪽에선 평준화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중.고교생의 강남 전입이 급증한 것도 올해부터 일부 수도권 지역이 평준화 제도를 실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대 교육학과 백순근 교수는 "교육이 다양화. 전문화. 특성화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립형 사립고 설립을 권장하고 학생선발 방식을 다양화하는 등 학교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입시 컨설팅`도 등장
"한국의 사교육(私敎育)은 카멜레온과 같다. 대입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해 학부모.학생들의 기대(?)에 부응한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10여년간 입시지도를 해온 한 학원강사의 말이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대학진학 때까지 수능대비. 내신관리 등 대학입시의 모든 것을 관리해주는 입시컨설팅 회사까지 등장했다.
대입 전형방식이 복잡해지고 전형자료 또한 다양해지면서 교사. 학부모가 해오던 진로지도 기능을 전문성을 갖고 대신 해주는 새로운 업종이 생긴 것이다. 사설 입시기관들도 최근 이 같은 1대1 입시컨설팅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강남의 학부모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업체는 학생의 적성.학력.장래희망 등을 고려해 `진학모델`을 만든 뒤 대학진학 때까지 수능 대비. 내신관리는 물론 경시대회 입상경력 관리. 비교과 영역 가산점 관리. 논술 및 심층면접 대비 등 총체적인 관리를 해준다. 필요한 과목별로 개인강사를 알선해주는 브로커 역할까지 담당한다.
대치동에 사는 D고 2년생 K모군은 최근 이 업체에서 상담을 받은 결과 지망하는 S대 공학부에 가려면 `내신을 1등급으로 올리는 것은 물론 부족한 비교과 영역 점수를 보충하기 위해 봉사활동 참여와 경시대회 수상경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처방을 받았다.
K군처럼 수능시험을 목전에 둔 예비 고3생들은 물론 중학생들의 등록도 쇄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등록한 30여명의 학생 대부분은 대치동 인근의 중.고생들로 반 이상이 중학생이다. 업체 관계자는 "과외비는 별도이고 기본적인 상담료만 연간 1백50여만원에 이르지만 하루에 문의전화가 20여통 이상 걸려온다"고 말했다.
강남의 문화는
공연.전시.영화분야에서도 서울의 강남.서초구는 풍부한 기반시설과 구매력을 바탕으로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취향은 "값은 비싸도 좋다. 고급이고 세련되고 편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약문화가 발달한 데다 씀씀이도 크다는 게 특징이다.
공연 티켓 판매대행사인 티켓파크가 지난해 10~12월을 기준으로 집계한 회원 1인당 월평균 티켓 액수를 보자. 강남구가 9만여원, 서초구가 5만4천원으로 1,2위를 차지했다. 3위인 종로구는 3만2천원에 불과했다.
KBS 교향악단 개인회원 비율도 마찬가지다. 강남구.서초구 거주자가 26%(전체 5백11명 중 1백35명)를, R석 티켓을 제공받는 VIP회원의 경우 48%(1백32명 중 63명)를 차지한다. 대형 공연장을 봐도 예술의전당. LG아트센터. 한전 아츠풀센터. 현대자동차 아트홀 등이 강남. 서초구에 몰려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예술의 전당이 2백억여원, LG아트센터가 28억여원으로 1,3위를 차지했다. 강북의 세종문화회관과 국립극장은 각각 80억여원과 9억여원으로 2,4위다. 주요 공연도 강남지역으로 이동해간다. 세종문화회관을 주무대로 활동해온 서울시향은 2000년부터 정기연주회를 예술의 전당에서도 열기 시작, 지난해엔 14회 중 6회를 이곳에서 개최했다.
영화관객도 강남으로 간다. 제일기획이 지난해 말 서울지역 학생.성인 6백명에게 극장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광진구의 강변 CGV(14.1%)와 강남구의 메가박스(14.0%)가 1,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5월 삼성동 코엑스몰에 문을 연 메가박스는 16개의 상영관을 갖춘 데다 쇼핑.식사.게임 등을 한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어 강북지역 관객까지 끌어모으고 있다.
`강남 특구`의 주민들은 미술품 취향도 다르다. 청담동이나 신사동 지역의 화랑가에는 미니멀(재현적 요소나 환상을 배제한 유파)아트와 모노크롬(단색화), 추상성이 강한 유화작품이 주로 팔린다.
예화랑 이숙영 대표는 "단순한 인테리어를 좋아하는 강남지역에서는 40대 후반, 50대 초반 작가의 깔끔하고 세련된 작품이 인기가 있다"고 말한다. 강북의 인사동. 평창동 화랑에서 작고. 원로작가의 전통적 작품이 주로 팔리는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강남에서 소극장이 안 된다는 것은 문화취향의 한 부분을 보여준다. 연극에 알맞은 소극장은 강남지역을 통틀어 청담동의 유시어터 한곳뿐이다. 그나마 유인촌 대표의 지명도 때문에 `버티고`있을 뿐 5년째 고전 중이다.강남에 기대를 걸고 갔다가 무참하게 `깨진` 사례가 실험극장이다. 41년 역사를 자랑하던 한국의 대표적인 명문극단이었다. 하지만 90년대에 압구정동으로 이전한 지 몇년 안돼 문을 닫고 말았다. 손숙. 박정자 등 여성스타를 내세워 강남관객을 끌어보려 부단히 노력했으나 결국 고배를 마신 것. 연극인들은 "강남의 `고급`이미지와 질박한 연극은 궁합이 안 맞는다"는 것이다. LG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이 흥행에 성공한 것은 화려한 세트와 의상을 갖춘 구미의 유명작품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테헤란 밸리는 성공의 상징
벤처기업 I사는 최근 테헤란밸리에 있는 사무실을 목동이나 분당으로 옮기려고 했다가 계획을 백지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강남을 떠나면 `한 물 간 업체`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며 직원들이 극력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벤처 거품이 걷히면서 한동안 `탈(脫)강남` 바람이 불었지만 아직도 벤처기업들에는 테헤란밸리 사무실이 `성공의 상징`으로 남아 았다. 이 때문에 값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강남에 사무실을 얻으려는 기업들이 줄을 서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서울지역 벤처기업(5천3백45개) 중 절반이 강남구(33%)와 서초구(17%)에 몰려 있다. 본사를 강남으로 옮기는 금융기관도 늘고 있다. 동부화재.생명은 강북 도심에 있는 본사를 오는 21일 대치동으로 이전한다.
고급 주거지와 오피스가 확산되면서 강남 상권도 점차 다각화하는 추세다. 특히 도곡동에 들어서는 대규모 초고층 주거단지가 강남 상권 판도의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3만3천평 규모의 대지에 우성캐릭터(31층).대림 아크로빌(48층)이 1998년 들어선데 이어 올해부터 55~69층의 삼성타워팰리스Ⅰ,Ⅱ,Ⅲ가 차례로 들어설 예정이다. 모두 3천36세대가 분양된 삼성타워팰리스는 대부분의 입주예정자들이 의료계.법조계 등 전문직 고소득층이다. 대치동과 도곡동에 부는 붐은 강남의 변방에 속하는 양재동 일대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상권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인터원 컨설팅의 원창희 대표는 "대치동과 도곡동의 경우 고소득층이 밀집한 초고층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고 있어 강남상권의 판도변화를 몰고올 태풍의 핵으로 꼽힌다"며 "중장기적으로 인근의 양재동 권역에까지 상권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3. 강남 상권을 잡아라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에는 루이뷔통. 아르마니 등 수입 명품을 파는 매장이 65곳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는 1백여곳, 갤러리아 명품관에는 1백50여곳이나 된다.
그러나 신촌.영등포 등 강북에 있는 백화점에는 수입 명품 매장이 5~10곳뿐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벽걸이 TV라고 하는 PDP TV를 5천여대 팔았다. 한 대에 6백90만~1천7백만원 하는 이 TV는 절반 이상이 서울에서 팔렸는데, 그 중에서도 서초. 강남지역에 있는 매장에서 팔린 물량이 75%를 차지했다.
서울에서 판매되는 외제차의 절반 이상이 팔리는 곳, 수 백만원짜리 신사복이 가장 많이 팔리는 곳이 서초.강남이다. 그러다 보니 백화점. 가전제품. 수입품. 위스키업체는 물론이고 패밀리 레스토랑. 패스트푸드점. 커피체인점 업체들까지 강남상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
백화점 매출자료를 보면 서초.강남권 주민들은 서울 인구의 9.1%에 불과하지만 서울지역 백화점 매출의 26.5%를 올리는 구매력을 과시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이영재 점장은 "강남북간의 구매력 차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 같다"며 "강남에서는 제품.음식.서비스가 특별하고 비쌀수록 잘 팔리는 경향이다 보니 매장과 상권이 고급화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 막강한 구매력=독일 BMW가 지난해 서울에서 판 자동차 1천6백여대(한 대에 4천5백만~2억3천만원짜리)의 54%가 서초.강남지역에서 팔렸다. 또 일본 도요타가 지난해 서울에서 판 자동차 4백81대(한 대에 3천6백만~1억8백만원짜리)의 53%가 강남권에서 팔렸다.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8개 회원사의 서울 전시장 26개 중 61%(16개)가 강남권에 몰려 있다. 수입의류.액세서리점의 본사는 95%가 청담동과 압구정동에 있고, 수입가구점도 논현동 일대에 집중해 있다. 루이뷔통.셀린느 등 외국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LVMH코리아의 박주혜 과장은 "값이 비싸기 때문에 부유층이 밀집한 강남지역 판매에 치중한다"고 말했다.
고가 수입품이 즐비한 갤러리아 압구정점의 경우 지난해 명품매장에서만 1천6백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백화점의 정재훈 과장은 "명품관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에도 매출이 거의 줄지 않았으며 1999년부터는 연간 10~15%씩 늘고 있다"고 밝혔다.
똑같은 브랜드라도 강남점에서 팔면 강북점 매출실적을 훨씬 웃돈다. 영국제 버버리와 스위스제 화장품 시슬리의 경우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 올린 매출액이 신촌점의 두 배에 달하고, 미아점 실적에 비하면 4.5배나 된다. 와인도 압구정점이 강북 두 점에 비해 두 배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현상 때문에 업체들은 신제품이 나오면 강남지역에 공급한 다음 강북권에 물건을 댄다. 베네통코리아 관계자는 "강남지역 매출이 단연 앞서기 때문에 공급시기를 정하고 물량을 배정할 때 항상 강남을 우선한다"고 밝혔다.
잘 팔리는 브랜드도 차이가 있다.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판매하는 신사복 중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은 한 벌에 2백만원 이상 하는 아르마니 꼴레지오니(아르마니 브랜드 중 중간레벨)라는 수입 브랜드다. 반면 영등포점과 미아점에서는 제일모직의 갤럭시(70만~80만원짜리).로가디스(60만~70만원짜리)순으로 많이 팔린다.
구매력의 차이가 크다 보니 각 업체들의 마케팅도 강남고객에게 집중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명품을 소개하는 잡지 퍼스트레이디를 월간으로 발행해 3분의1을 강남고객에게 보내고 있다. 미국 최대 분유회사인 애보트의 국내법인(한국애보트)이 운영하는 마더스클럽 회원의 30%가 강남.서초 주민들이다. 금융권의 프라이빗 뱅킹 사용자들에게만 발송하는 월간 금융잡지 에퀴터블 구독자의 절반이 강남권에 살고 있다.
◇ 강남을 잡으면 한국을 잡는다=같은 서울이라도 강남권의 시장규모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크다 보니 업체들의 신제품 마케팅은 강남을 타깃으로 삼게 마련이다. 위스키 발렌타인을 판매하는 진로발렌타인스는 지난해 12월 초 발렌타인 마스터스라는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강남지역을 집중 공략하겠다"고 발표했다.제품 발표회엔 이례적으로 1백여명의 강남지역 유흥업소 지배인을 초대하기도 했다.
이 회사 이원호 상무는 "출시 후 한달여 동안 판매한 12만병 중 90% 가량이 강남.서초지역에서 팔렸다"며 "강남진출에 성공했기 때문에 전국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고 말했다.
한국애보트가 수입해 판매하는 유아분유 씨밀락은 국내기업 제품보다 30% 가량 비싼데도 강남에서 부유층을 상대로 시장을 파고들어 성공했다. 국내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분유시장에서 이 업체는 시장점유율을 8%로 높였고 강남지역 점유율은 20%나 된다.
외식업체들도 첫 점포를 강남상권에 내 승부를 건다. TGI프라이데이스.마르쉐.까르네스테이션 등 유명 외식체인점들이 1호점을 강남에 내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베니건스는 도곡동에 본점을 열어 외식업계 전체에서 최고의 매출(한해 70억원)을 올리고 있다. 베니건스 도곡점의 박숙자 점장은 "외식업체 점포의 절반 가량이 강남 지역에 밀집해 있다"며 "강남 매출이 전체시장에서의 승패를 좌우할 정도"라고 말했다.
패스트푸드 업계의 경쟁도 치열하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 갤러리아백화점에 이르는 길에는 맥도날드.버거킹 등 5개 업체가 9개 매장을 내 상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관계자는 "한국에 진출한 초기에 강남지역에만 12개점을 잇따라 개점한 전략이 동종 업계 매출 1위를 굳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 강남에 발 붙이기 힘든 사업들=종합의류 패션몰 디자이너클럽은 동대문에서 성공한 여세를 몰아 2000년 9월 압구정점을 열었으나 고객들이 외면해 사업을 줄였다. 현대백화점에서 상권분석을 담당하는 영업기획팀 김길식 차장은 "강남권 소비자들은 보수적이고 차별성을 요구하는 성향이 짙다"며 "저가형 상품이나 매장은 강남에서 성공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품격. 품질보다는 가격과 생활편의를 강조한 그랜드. 뉴코아. 아크리스백화점이 영업부진을 겪은 것도 강남주민들의 소비욕구를 따라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그랜드는 롯데백화점에 넘어갔고 아크리스는 폐업하고 말았다.
할인점도 강남권에서는 부진하다. 농협의 하나로마트와 외국계 코스트코가 양재상권에 있지만 강남구에는 월마트를 제외하곤 할인점이 없다. 신세계 이마트의 이인균 마케팅실장은 "강남권에는 할인점이 들어설 부지가 거의 없는 데다 땅값이 비싸고 고객성향도 백화점 지향적이어서 할인점이 성공하기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했다.
4․그들이 사는 방식
`강남은 다르다`.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 사람들의 보편적인 정서가 `차별 의식`이라고 말한다. 풍요로움의 상징인 서울 강남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생활방식을 추구한다는 것. 그 차이는 옷 입기에서부터 드러난다. 젊은 세대에서는 옷차림으로 강남과 강북의 경계선이 그어진다. 강남 중.고생들은 미국 사립고등학생 패션으로, 20.30대는 비싼 명품 패션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강남 사람들은 미국 등 선진국의 유행과 생활방식을 좇아가는데 적극적이며, 건강.미용.음식 등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최근 압구정동과 청담동 일대에 외국 휴양지에서나 찾아볼 수 있던 `스파(spa)`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강남의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서구식 `스탠딩 파티`가 유행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상지대 사회학과 홍성태 교수는 "고급 소비를 통해 자신을 차별화하는 강남족의 생활방식은 한국식 자본주의의 일그러진 면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 `브랜드(상표)`신봉=1년 전 서울 강북의 마포에서 강남구 대치동으로 이사온 고교 1학년 金모군은 두 달 만에 옷과 신발이 거의 바뀌었다. 강북에서 입던 복고풍 바지를 치우고 `폴로`면바지와 `닥터 마틴`구두, `나이키`운동화를 새로 장만해야 했다. 金군은 "폴로는 대치동 중.고생 사이에서 거의 유니폼이 됐다"며 "나이키 운동화도, 아직 수입되지 않은 20만원이 넘는 미국 신제품을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말했다.
강남족 패션의 특징은 옷 자체보다 브랜드를 더 따지는 것이다. 단국대 예술조형학부 김현숙 교수는 "타 지역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들의 위치를 자리매김하는 강남 사람들은 동일한 스타일과 브랜드를 공유함으로써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 건강.미용.맛에 아낌없는 투자=서울 청담동에 사는 李모(여.28)씨는 최근 집 근처 스파에서 매주 한번씩 전신 마사지를 받는다. 10회 비용이 1백50만원이지만 감수할 만하다는 게 李씨의 생각이다. 서울 압구정동.청담동 일대에는 손톱.화장.피부관리 등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뷰티숍도 수십 곳이 성업 중이다. 서울 소재 성형외과 2백20개 중 무려 64%인 1백40개가 강남.서초 지역에 몰려 있다. 피부과는 2백13개 중 33%인 71개가 이 지역에 있다.
이 지역 유명 음식점들은 점심때면 모임을 갖는 여성들로 넘쳐난다. 멀지 않은 남한산성.하남시 등의 식당으로 원정을 가기도 한다. 이른바 퓨전음식이나 최근 유행하는 인도.베트남 등 동남아 음식이 그 이전에 유행된 모두 강남에서 시작됐을 만큼 강남 사람들의 음식 챙기기는 각별하다. 식도락이든, 자녀 교육이든, 집안 살림이든 뭐든지 최고로 하고 싶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 `끼리끼리`어울린다=7년간 서울 반포동에 살다가 지난해 경기도 과천으로 이사간 주부 金모(46)씨는 이사를 간 뒤에도 주소를 옮기지 않았다. 두 아이 모두 대학에 진학해 이사를 가긴 했지만 `강남 사람`으로 남고 싶었기 때문이다. 金씨는 과천에서 친구를 사귀지 않는다. "강남에서 밀려난 느낌이 싫어 강남에 있는 스포츠센터를 다니며 그곳 친구들하고만 시간을 보낸다"는 게 金씨의 설명이다.
강남 지역에서는 소득.학벌 등이 비슷한 학부모들이 초등학생 때부터 아이들을 서로 묶어주는 것이 유행이다. 이 아이들은 생일 파티를 같이 하고 같은 학원에 다니고 주말 축구교실 같은 취미활동도 함께 한다. 주민 崔모(35.여)씨는 "아이들이 시집.장가 갈 때까지 강남에 살 생각"이라고 말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상지대 홍성태 교수는 "강남 사람들의 차별의식이 다른 지역 사람들과의 위화감.이질감을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 어떤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사나= 강남. 서초 2개구에 사는 `강남 사람`들은 서울의 다른 23개구 주민들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우선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사람들의 비율이 강남. 서초구는 32.3%로 다른 구의 평균 25.4%에 비해 월등히 높다. 직업을 봐도 의사. 변호사. 회계사. 정치인. 고급 공무원. 사업가. 교수. 대기업 임직원 등 전문직이나 선망되는 직업 종사자들이 많다. 서울 거주 국회의원 1백70명 중 37%인 62명,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 44명 중 39%인 17명이 강남에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1990년대 이후 `오렌지족``야타족``캥거루족``청담족``연어족``황금족``대치족` 등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강남에서 등장했다. 이성에게 오렌지를 건네 만남을 가졌다는 `오렌지족`은 오래 전의 얘기가 됐다. 외제 승용차 등을 타고 연인을 유혹한 `야타족`도 강남이 본적이다. 부모의 도움을 받아 상류생활을 하는 `캥거루족`도 강남에 많이 둥지를 틀고 있다. 청담동의 카페. 의상실. 뷰티숍을 무대로 고급 문화와 패션을 즐기는 `청담족`이라는 용어도 강남 문화를 대변한다. 외환위기 당시엔 고금리로 호황을 누리던 현금 보유 특권 계층인 `황금족`도 등장했었다. 수백만원짜리 속옷을 사입기도 하는 사람들이다. 외국에서 살다 돌아온 `연어족`들은 강남에 서구풍을 유행시켰다.
학원을 보고 이사온 `대치족`도 늘고 있다. 쇼핑. 의료. 주차. 헬스센터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노후를 이곳에서 보내겠다는 `노후족`도 생기고 있다. 이러다보니 강남엔 유명 연예인들도 많이 산다. 청담동은 최근에 `뜬` 동네답게 차승원. 이정재. 정우성. 전지현. 류시원 등 신세대 스타들이 많이 산다. 잠원동엔 이영하.선우은숙, 유동근.전인화, 최수종.하희라, 최진실.조성민 등 커플을 비롯해 한석규.김수미.도지원 등이 산다. 방배동에는 이미연.이덕화 등의 집이 있다.
그러나 姜모(58.강남구 개포동)씨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반인들 생각과 달리 강남엔 직장 생활을 꾸준히 한 평범한 사람들이 더 많다"며 "이곳을 너무 왜곡되게 묘사하면 계층간의 위화감만 조성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교육부가 밝힌 전국 초․중․고생의 총 과외비 규모는 1년에 약 7조원이었다. 실제로는 이것의 배 이상인 15조원 정도가 들어갈 것이라는 게 교육단체들의 주장이다. 이 액수는 내년도 정부의 교육 예산 18조원과 맞먹는 규모다. 그러나 사교육 열풍의 심각성은 그 액수의 천문학성뿐만 아니라, 교육 양극화의 골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어졌다는 점에 있었다. 강남에 있는 '대한민국 교육특구' 대치동의 상황은 이 점을 너무나 생생히 보여준다.
"수능을 여름에 보면, 5~6월에도 서리가 내릴 것이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던 지난 11월 8일 서울 시민들이라면 다 한마디씩 내뱉은 말이다. 올해도 신기할 만큼 어김없이 입시한파가 몰아닥쳤다. 그러나 올해 수험생들은 '진짜 된서리'를 당했다. 속절없이 어려운 문제들이 튀어나왔다고 야단이었다. 더구나 올해 수험생들은 '이해찬 1세대'들이었다. 경악과 분노는 수험생과 학부모, 서울과 지방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난히 더 큰 충격에 휩싸인 곳이 있었다. 바로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이었다.
누가 교육의 길을 묻거든 대치동을 보게 하라?
지난 11월 1일 새벽 1시경 서울 강남구 대치역 근처에는 수백대의 승용차들이 차도 2개를 점령한 채 길게 늘어서 있었다. 차를 몰고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40~50대 중년여성들. 이들은 새벽에야 학원수업을 끝내고 나오는 수험생 자녀들을 태우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급기야 학원에서 학생들이 몰려나오자 대치역 주변은 차를 찾는 학생들과 아이를 찾는 부모들이 뒤엉켜 한 편의 '전쟁영화'를 방불케 했다. 그러나 이날 대치동 학원가에서 벌어진 격렬한 풍경은 사실은 지난 가을 날마다 반복된 강남 교육의 일상이었다.
수능이 끝난 지 이틀이 지난 11월 10일 오후. 지하철 3호선 대치역을 중심으로 해서 은마-미도-선경아파트 주변으로 늘어선 이 대치동 학원가를 다시 찾았다. 이곳은 언제 그랬냐는 듯 너무나 조용해 보였다. 기자는 거의 모든 상가 건물마다 두세 개씩 들어찬 보습학원들을 들어가 봤다. 아니나 다를까, 그 안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논술전문 학원들은 수능을 끝낸 고3학생들로, 사회탐구-과학탐구 전문학원들은 벌써 입시준비생이 된 고2 학생들로 붐비고 있었다.
"수능이 끝나던 날 1백50여 학부모들에게 전화를 해서 결과를 알아봤다. 하지만 거짓말 안 보태고 아무도 말하지 않더라. 아이가 울지 않으면, 부모가 울었다."
사탐-과탐 전문학원의 한 강사가 한 말이다. 그는 이틀 정도 지나자 학부모들의 분위기가 조금 차분해졌다고 했다. 그러나 이처럼 강남의 학부모들이 유난히 충격에 휩싸인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다른 지역이라면 엄두도 못 낼만큼의 노력과 돈을 쏟아 부은 것이다. '총력전'에서의 패배는 그만큼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강남 지역의 교육열이 극성스럽다는 것은 교육부조차 서초구와 강남구, 송파구 일부로 한정된 이 지역을 '특가지'라는 알 수 없는 명칭으로 따로 구분해 놓고 있다는 사실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입시제도가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바뀌고, 1995년 이후 교육정책이 급변하면서 이 지역의 교육 열기는 다시 한번 질적으로 변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 대치동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각종 입시학원들의 숫자다.
"지금 강남구에서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강남구에 있는 모든 학교의 총 학급 수가 대략 2천 개 정도다. 그런데 사설학원은 5천여 개다. 강남 학교의 교실 하나에 2개 이상의 학원이 있는 셈이다. 인류가 교육을 시작한 이래 이런 적이 언제, 어느 곳에 있었겠는가?"
한 입시학원 원장이 슬쩍 귀띔해 준 말이다. 그는 이 말을 강남 교육청 고위 관료에게 직접 들었다고 했다. 기자는 강남 교육청에서 그 천문학적(?) 비율을 직접 확인해 봤다. 실제로 강남구의 중․고등학교는 실업계를 포함하여 모두 60개, 학급 수는 1천7백73개였다. 이에 비해 교육청에 등록된 학원과 각종 교습소의 숫자는 2001년 10월 기준으로 총 4천4백60개였다. 여기에 포함돼 있는 3백여 개의 직업기술학원 등을 빼더라도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사설학원 수는 4천 개를 넘고 있었다. '교실 하나 당 학원 2개'라는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지난 11월 10일 대치역 근처 A학원의 한 수학강사는 "아마 대치동 학원을 거쳐간 서울대 합격자가 1년에 1천 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치동 학원가가 이미 압구정, 강동 등 인근 지역의 학생들까지 '포섭'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북과 수도권 신도시에서 '유학' 오는 학생들도 드물지 않다고 했다. 누가 지금 대한민국 교육의 길을 묻는다면 사람들은 대치동 학원가를 쳐다봐야 할 판이다.
'은마'의 좌절과 '미도'의 여유
4~5년 전부터 이 대치동 근처에 입시학원들이 급증하게 된 배경은 이곳에 바로 강남 최대의 아파트 단지가 있기 때문이다. 대치역 바로 옆의 은마 아파트는 강남권이 개발되던 초창기에 한보그룹이 지은 4천4백24가구의 강남 최대 아파트 단지다. 바로 그 건너편에는 80년대에 새로 개발된 미도아파트가 있고 연이어 선경, 우성아파트가 이어진다. 처음에 보습학원들은 이곳에 들어선 것은 바로 이 강남권 아파트 학생들의 수요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대치동' 학원들이 전통의 '노량진 학원가'를 누를 만큼 급성장한 결정적인 원인은 조금 다른 데 있다. 바로 '강남 엄마'로 상징되는 강남 학부모들의 열혈 교육열이 오늘의 대치동 전성시대를 만든 것이다.
"강남의 고3 엄마가 갖춰야 할 필수조건 3가지가 있다. 첫째는, 정보력이다. 엄마들은 대개 학교운영위원회나 교회 등을 통해 만난 학부모들과 '그들만의 라인'을 구축한다. 이 라인을 통해 학원강사는 누가 좋은지, 지금 학교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등의 정보를 교환하고 대책을 마련한다. 둘째는 조직력이다. 비슷한 수준의 아이 엄마들과 뭉쳐서 아예 봉고차를 장만한다. 그래서 '최고의 강사진'에 대한 강남지역의 '지도'를 만들어서 아이들을 태우고 돌아다닌다. 셋째는 '친밀성'이다. 입시기간 동안 절대 아이와 불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 전적으로 아이가 믿고 따라 오도록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지난 11월 9일 이수역 구산타워에서 만난 한 '강남 엄마'의 증언이다. 자기 아들이 이번 고3 수험생이었던 그 엄마는 아직 수능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상당히 흥분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엄마는 또 "이런 식의 몸으로 뛰는 전략은 사실 진짜 위에 있는 사람들은 하지 않는다. 우리 같은 중산층이 아무리 뛰어봐야 '고액 과외'를 당하지 못한다"고도 했다. 사설학원을 이 잡듯이 뒤지고 극성을 떨어봐야 나중의 결과를 보면, 진짜 있는 집안의 '돈을 물 쓰듯하는' 전략에는 못 당한다는 것이다. 그 강남 엄마는 대표적인 사례로 '은마 엄마'들을 거론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대치역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은마아파트와 미도아파트 간에는 '건널 수 없는' 또 다른 강이 도사리고 있었다. 은마아파트의 평수는 대개 30 여 평. 전세 1억 5천 정도의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 아파트단지에는 자식 농사만을 바라보며 강북과 수도권 등지에서 집을 팔고 강남으로 전세 이사를 온 가정들이 많다. 자식의 '대입'에 온 가족이 목숨을 거는 것이다. 그래서 '은마 엄마'들은 강남에서도 극성스럽기로 소문이 나 있다. 은마 엄마들에게 한 번 찍히면 그 학원은 버티기 힘들다는 말이 돌 정도다.
그러나 길 건너의 미도아파트는 사정이 다르다. 평수가 50여 평에 전세금만도 3억원, 매매가는 10억원에 육박한다. 이곳은 대개 강남 붙박이들이고 직업도 전문직, 고위관료 등으로 '제대로 된(?)' 상류층이다. 그런데 '미도 엄마'들은 '은마 엄마'들처럼 '티를 내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기는 하지만, 이 학원 저 강사 꼬치꼬치 캐가며 극성 떨지 않는다는 것이다. 묘한 점은 대입이라는 이 긴 전쟁에서 '최후의 승자'는 대개 미도쪽일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미도와 은마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사실 전혀 다르다. 온갖 극성을 떠는 은마에 비해 결국 미도 아이들 쪽에서 대체로 서울대 가는 아이들이 나온다. 누가 통계를 내본 것도 아니고 예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누구나 감으로 알고 있다."
기자가 11월 10일에 만났던 A학원의 그 수학강사가 직설적으로 내뱉은 말이다. 같은 강남구 대치동 안에서도 아파트 평수에 따라, 그 사회적 출신에 따라 중산층과 상류층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교육불평등이란 다리가 있었던 셈이다. 집을 팔아 전세를 살면서까지 내 자식만은 '일류대'를 통해 사회의 꼭대기로 올려 보내려는 '은마 엄마'들의 처절한 노력과 실패는 어쩌면 우리 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강남을 벗어나면 더욱 벌어지는 불평등
그러나 같은 강남 안에 도사리고 있는 '은마'와 '미도' 간의 불평등은 강남권을 벗어나면서 더욱 심각하게 벌어진다. 11월 11일 기자는 신촌에서 재수생 한아람 양(가명․19)을 만났다. 인천시 연수동에 사는 그녀는 올해 2월 인천의 B여고를 졸업했다. 작년 고3 시절에 의과 대학을 꿈꾸었으나 실패하고 올해 다시 수능을 본 경우였다. 공공연하게 촌지가 오가는 고3 교실의 실상에 상처를 받았던 그녀는 올해 노량진의 유명 학원을 다니며 서울의 위력을 새삼 확인했다고 한다.
"작년 인천에서도 보습학원들을 죽어라고 다녔죠. 어차피 학교에선 기대할 거 없잖아요. 하지만 올해 서울에 와서 과연 서울 학원강사들은 다르구나, 실감했어요. 제 점수가 오른 것도 확실하고요."
그녀 또한 대치동 학원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주변에 대학에 합격한 친구들은 아예 사탐의 아무개 강사를 구체적으로 추천해 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인천에서 통학해야 하는 그녀로선 대치동 학원가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더욱이 그녀는 올 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을 실감해야 했다. 자신이 믿고 따랐던 학원강사들이 강남 일대로 고액과외를 뛴다는 공공연한 소문 때문이었다.
"국사 선생이 한밤중에 과외를 한다는 얘긴 우리 학원에서 모르는 애들이 없었죠. 그 외에도 몇 분 더 있다고도 하고…. 학원선생들이 뛰는 지역은 거의 강남이었어요."
그녀는 보통 학생들은 고액과외를 '암흑의 과외'라고 부른다고 했다. 학원에서 강사들이 조용히 나와 깜깜한 시간에 신고도 하지 않고 '그들만이 모여서' 벌이는 과외라는 뜻이다. 한 양의 말이 아니더라도 고액과외가 강남에 판친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 사회 '노블레스 오블리제'들의 '관행'이라고 해야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지난 9일 구산빌딩에서 만났던 강남 엄마는 "소수정예학원은 보통 한 과목에 30만원 정도 한다. 한 과목 25만원에 5과목은 필수라고 보면 한 달에 1백50만원은 기본으로 들어간다. 지금처럼 방학 특강을 하면 한번에 4~5시간 집중적으로 하니까 과목당 50만원이라고 보면 된다. 이 정도가 강남 평균이다. 그러나 고액과외는 얘기가 다르다. 대중이 없지만 대개 한 과목당 2~3백은 받는다"라고 말했다. 서너 과목 고액과외를 받으면 천만원을 호가한다는 얘기다. 물론 강남 등지에서 성행하는 학원수업이나 과외는 모두 불법이다. 학원의 법정 수강료는 6만원 내외이고, 학원강사의 방문과외는 관할 교육청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과외신고제가 실시된 7월 8일 이후 강남교육청에 신고된 70만원 이상의 고액과외는 단 2 건이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신고된 2 건은 모두 고등학생 영어 과목으로 한 달에 16시간 가르친 것으로 되어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교육청의 불법과외 적발 건수는 모두 4건. 그 마저도 유치원생을 상대로 한 10만원 내외의 피아노교습 과외였다. 고액과외는 단 한 건도 적발되지 않았다. 또 고액과외를 하는 학부모들은 적발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구산빌딩 강남엄마는 "고액과외 하는 엄마들이 법에 걸리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남편들이 다 우리 사회를 주무르는데 뭐가 겁나겠느냐"라고 말했다. '암흑의 과외'는 실질적으로 방치되고 있는 셈이었다. 도대체 교육부는 무얼 하고 있는 걸까. 교사들에게 성과급을 강요하는 것처럼, 학원 강사들의 고액과외도 능력에 따른 성과급으로 간주하는 것일까.
교육부의 백년지대계는 신분제 사회인가
최근 몇 년 사이 벌어지고 있는 교육불평등은 더 이상 방치될 수 없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올 7월에 발간된 서울대 「2001학년도 신입생 특성 조사보고서」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올 서울대 신입생 10명 중 6명이 과외를 통해 대학에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10명 중 7명이 서울과 대도시 출신이었다. 단과대 별로 들어가면 이 차이는 더 심각해진다. 서울대 의대의 서울 출신은 70%, 음․미대의 경우는 80%에 육박한다. 서울대의 예능대학은 이미 서울의 강남 출신들이 독식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또 음대와 의예과, 법대, 경영대의 경우는 부모의 직업이 전문직과 관리직인 경우가 70~80%에 달했다. 상류층의 '교육독점 현상'이라 할만했다.
이 실태보고서가 보여주는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여학생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학생일수록 그 출신이 상류층에 가깝다. '강남 출신 여학생이 서울대에 유난히 많다'는 속설을 이 보고서가 입증한 셈이다.
물론 서울대만 상류층의 대거 진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립인 연․고대의 경우는 더 나가고 있다. 고려대는 올해 수시 입학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인문계열의 경우 수시 입학생 6백 명 중 거의 절반이 서울의 6개 외국어고등학교 학생들로 채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는 훨씬 더 용감하다. 드러내 놓고 '조만간 기여입학제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반면 현재의 교육불평등을 보여주는 전혀 다른 보고서가 있다. 지난 9월 국회 교육위원회의 민주당 임종석 의원은 직접 「실업고 교육정책 진단 자료집」을 작성했다. 이 자료집에 따르면 실업계 고교는 이미 더 이상 학교가 아니다. 전국의 실업계 고교는 작년과 재작년 연속 2년 동안 입학정원 미달사태를 겪었다. 학생들의 자퇴율은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 게다가 1999년부터는 교육부의 실업계 지원 예산은 99억원에서 54억원으로 거의 절반으로 삭감됐다. 꾸준히 실업계 학교 자체가 인문계로 전환되고 있고, 그나마 있는 실업계 고교도 절반 정도의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이 자료집에서 임종석 의원은 "교육당국의 관점은 사실상 실업계 고교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11월 5일 만난 경기도의 한 농업고 교사의 목소리는 차라리 절망에 가까웠다. 그는 고3 학급의 담임이었다.
"내가 하는 일이요? 얘들 밖에서 사고 못 치게 학교 안에 가둬 두고 관리하는 거예요. 교육부에는 50% 취업하는 거로 올리지만, 실제로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죠. 나머지는 적당히 전문대 진학하고…. 오늘도 근처에 5일장이 섰는데, 오전부터 얘들이 뛰쳐나가 막걸리 판을 벌여서 애를 먹었어요. 하지만 아이들에게 뭐라고 하겠어요. 30여 명 되는 우리 반 아이들 중 한두 명 제외하고는 모두 결손가정 아이들이에요."
그는 이게 지방 실업계 아이들의 현실이라며 불쑥 몇 장의 종이를 기자에게 건넸다. 그것은 그 반 아이들이 쓴 생활수기였다.
"피곤한 학교생활도 이제 끝이다. 며칠 있으면 XX전자로 취업을 나갈 수 있다. 돈을 벌면 하고 싶은 게 너무나도 많다. 제일 먼저 MF하고 후부 티셔츠를 살 것이다. 그 다음엔 닥터 마틴 신발을 갖고 싶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화장품을 사고 싶다. 좀 알아주는 걸로 장만하고 핸드폰도 이번에 괜찮은 걸로 바꿔야겠다. 지금 것은 너무 낡아서 꺼내기가 창피하다. 어쨌든 학교건 집이건 이제 다 끝이다."
그 농업고등학교의 한 3학년 여학생이 최근에 쓴 글이다. 이 글에서 MF와 후부, 닥터 마틴 등의 이름은 최근 강남에서 유행하는 최고급 메이커 상품이다. 그 교사는 "오전에 뛰쳐나가 막걸리 마시고 취해서 강남의 힙합풍 소비문화를 동경하는 게 수도권 실업계 아이들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TV 따라 강남 가는 사회
지난 11월 11일 다시 대치동 학원가에서 기자는 이 근처에 사는 '강남출신 서울대 여대생' 정미라 양(가명․19)을 만났다. 그녀는 이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깔끔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강남이라고 모두들 상류층은 아니잖아요. 상대적으로 상류층이 많겠지만, 의외로 서민층도 많아요. 대신 강남 애들은 공통점이 있죠. 그건 모두들 '옷은 잘 입는다'는 거예요."
기자는 그녀에게 강남과 비강남의 차이를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강북 애들 교복바지 줄여 입는 것도 이젠 옛날 얘기 아닌가요? 강북이건 지방이건 다들 강남 풍으로 가는 것 같아요. 대학생들이야 몇 년 전부터 다 강남 풍이었잖아요?"
TV 연예인들이 선도하고, 강남이 먼저 따라 하는 소비적이고 감각적인 '강남문화'가 점차 전국화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이런 강남 모방의 몸부림은 곧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은마 엄마'들은 기를 쓰고 강남에 와서 극성을 피우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닥터 마틴 신발을 꿈꾸는 실업계 여고생의 소비욕은 영영 '꿈'으로만 남게 된다. 강남풍 옷이라도 따라 입는 사람들과 그 마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강남과 비강남 간의 간극은 점차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지고 있다. 강남 유명 유치원의 영어수강비는 교육부 관료의 말에 따르더라도 한 달에 60여 만원이다. 조기교육 열풍은 초등학생 한달 과외비를 5백만원 선까지 올려놓았다. 태어난 지 3개월만에 한글 '플래시' 카드를 배우는 아이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말 그대로 평생 사교육 열풍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교육은 크게는 국가와 시장 사이에서, 서울과 지방 사이에서, 강남과 강북 사이에서 그리고 결국은 같은 강남에서도 은마와 미도 사이에서 이렇게 불균형적이고 불공평하게 진행되고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 '공정한 게임의 룰'이란 애당초 없었던 것인지 모른다.
서초강남교육개혁모임 김정명신 대표 인터뷰
광기의 교육에서 학부모부터 벗어나야
김정명신 서초강남교육개혁모임 대표는 그 자신이 강남에 살면서 올해 중학교를 졸업하는 딸과 수능을 치른 아들을 둔 학부모다. 그는 강남의 '비뚤어진' 교육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각자 자기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변화의 주체가 되려는 결단'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개혁을 위한 시민운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라면?
"1990년에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때다. 우리 애들만은 공정한 교육을 시켜보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몇몇 학부모들끼리 '학부모연대'를 만들어 활동하게 됐다."
서초강남 교육시민모임을 이끌면서 느낀 강남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비단 강남만이 아니라 학교 전체가 위기다. 교과서에 '학교는 관료제사회의 대표'라고 기술돼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 학교는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이다. 그러나 강남이 더 심각한 것도 사실이다. 서초-강남지역의 교육은 한마디로 광기의 교육이다.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도 너무 높다. 자기 자식들을 위해 불공정거래를 하는 셈인데, 결국 강남의 학부모들도 사교육의 가해자임과 동시에 피해자인 경우가 많다."
피해자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강남의 생활수준과 교육열이 높아서 비강남 지역과의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이다. 그러나 강남 내 학생들과 학부모들간의 상대적 박탈감도 심각하다. 그러나 극상류층의 불법적 교육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형태로, 얼마의 금액으로 이뤄지는지 나도 잘 모른다."
올해 중3, 고3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낀 점은.
"수능난이도의 널뛰기는 제발 없어졌으면 한다. 또 대학과 사설학원 간에 연계도 사라져야 한다. 지난 11일 이화여대에서 7개 대학이 입시설명회를 가졌는데 그 후원을 노량진의 한 학원이 했다. 이런 조그만 문제들부터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2020대구올림픽님. 보고싶은 사실만 보려 하지 마시고, 보고싶지 않은 현실까지 모두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세요. 정도가 지나친 자부심과 이기심은 결코 유익하지 않습니다. '부분적인 사실만을 보도한 기사'와 '모든 현실을 정밀분석한 기사'가 어떻게 해서 동격입니까?
눈이 멀고 귀가 안들리는 사람들이 위에 있군요. 한국의 모든 언론보다 자신들이 더 정확하게 많이 알고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fqwe~님 누가 지나친 자부심과 이기심이 있는지 잘생각해보세요. 님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모든 언론을 뒤집어 버리고 님생각이 맞다고 생각할수 있는지...
정말 답답하시군요. 한국의 언론이 얼마나 바보인지 정말 모르십니까? 가장 손쉬운 방법이 있지요. mbc의 '미디어 비평'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거 시청하세요. 제가 수성구의 교육환경에 대하여 잘 모른다구요? 제 인맥은 그리 좁지 않습니다. 제 지인분께 이미 충분히 의논하여 글을 썼으니 문제가 되지는 않아요.
이글을 왜 올리셨는지 ㅡ.ㅡ; 내용보니까 무슨 아파트 집값나오고 무슨 교육에 관한내용이네요 강남 자랑하는건가요 ㅡ.ㅡ; 그리고 fbwefawefq님 수성구의 교육환경에 대해서 많이 아시나 보네요 수성구의 교육환경에 관하여 설명부탁드립니다. fbwefawefq님은 아는게 많은신듯...
대구의 문화에 대하여 자세히 아는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쓰는 글이 대구의 교육환경에 비추어볼때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확인하였을뿐입니다. 미디어비평의 경우에는 그래도 모든 언론중에서는 그나마 정직하다는점은 인정해야겠지요. 교육열이 높은것은 장점이 될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수도 있지요.
첫댓글 글이 너무 길어서 못읽겠오. 뭘 어쩌란 말이오? 대부분의 매체에 올라온 기사를 개인의 의견으로 거짓이라고 말해버리는데 무슨 말을 하리오?
2020씨... 에티켓을 지킵시다! 존뎃말 사용합시다.
2020대구올림픽님. 보고싶은 사실만 보려 하지 마시고, 보고싶지 않은 현실까지 모두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세요. 정도가 지나친 자부심과 이기심은 결코 유익하지 않습니다. '부분적인 사실만을 보도한 기사'와 '모든 현실을 정밀분석한 기사'가 어떻게 해서 동격입니까?
이런글을 아무리 많이 적어봤자 자기성찰이 되지 않는다면 다 소용없습니다.. 눈이멀고 귀가 안들리는 사람한테 아무리 소리치고 몸부림쳐봤자 다 필요없는짓인것과 같이..
눈이 멀고 귀가 안들리는 사람들이 위에 있군요. 한국의 모든 언론보다 자신들이 더 정확하게 많이 알고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fqwe~님 누가 지나친 자부심과 이기심이 있는지 잘생각해보세요. 님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모든 언론을 뒤집어 버리고 님생각이 맞다고 생각할수 있는지...
전 솔직히 대치동 집값 안떨어졌으면 좋겠어요. 집 사놔서 내년에 이사가거든요 ㅡㅡ;;
정말 답답하시군요. 한국의 언론이 얼마나 바보인지 정말 모르십니까? 가장 손쉬운 방법이 있지요. mbc의 '미디어 비평'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거 시청하세요. 제가 수성구의 교육환경에 대하여 잘 모른다구요? 제 인맥은 그리 좁지 않습니다. 제 지인분께 이미 충분히 의논하여 글을 썼으니 문제가 되지는 않아요.
그런데 fq~님.. 미디어비평도 만만치 않게 충실하게 정부랑 짝짜꿍 잘 놀더군요.. 역시 요즘에는 믿을것이 자기밖에 없어...
이글을 왜 올리셨는지 ㅡ.ㅡ; 내용보니까 무슨 아파트 집값나오고 무슨 교육에 관한내용이네요 강남 자랑하는건가요 ㅡ.ㅡ; 그리고 fbwefawefq님 수성구의 교육환경에 대해서 많이 아시나 보네요 수성구의 교육환경에 관하여 설명부탁드립니다. fbwefawefq님은 아는게 많은신듯...
우리나라 사교육의 대명사라 하면 서울 강남이죠. 사교육으로 교육열 높은게 좋은건가 ㅡ.ㅡ; 별로 자랑할게 못될듯.
대구의 문화에 대하여 자세히 아는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쓰는 글이 대구의 교육환경에 비추어볼때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확인하였을뿐입니다. 미디어비평의 경우에는 그래도 모든 언론중에서는 그나마 정직하다는점은 인정해야겠지요. 교육열이 높은것은 장점이 될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수도 있지요.
제가 이 글을 올린 이유는 사람들이 막연하게 알고 있기만 한 강남에 대해서 자세하게 비평한 글을 한번 여기 분들께도 보여드리려고 그런거지요. 자랑이라뇨... 잭 님이 보시기엔 마냥 강남예찬론으로 보이시나요? 제 눈에는 강남에 대한 예리한 비판도 많이 보이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