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너무 졸려서 저녁밥 먹자마자 티비 켜놓고 자는듯 조는듯 헤매다 우리집 댕댕이 짖는 소리에 깨고나니 밤 12시...더 자려고 애쓰다 실패했어요. 초롱초롱 해진김에 이것만 쓰고 한두시간 더 자야겠어요.
남편 고향은 산좋고 물좋고 강원도에서도 오지이고 지금은 펜션들이 들어 차 있는 시골..
어린시절 그곳의 기억 때문인지 늘 환갑 되면 거기 들어가 산다고 그랬어요.
실제로 우리땅이 거기 700평쯤 있기도 했구요.
얘기는 긴데 시누이에게 어쩌다보니 그 땅을 헐값에 넘기게 되고 남편은 시누이와 그 땅에 정이 떨어진 모양이더군요.
그래도 우린 강원도에 땅을 사려고 했어요.
근데 그노무 평창올림픽, 양양 고속도로 개통, 택지개발, 귀촌 귀농 열풍 등으로 강원도 땅은 택도 없이 많이 올랐지요.
거리가 멀다보니 사진이나 간단한 정보만 가지고 이건 괜찮다 싶으면 무조건 달려가 봤어요.
땅이 없는건 아니죠.
그냥 저희 맘에 드는게 없거나 맘에 들면 너무 비싸거나..
뭐 인생이 다 그런거죠.
그렇게 슬슬 땅을 보러 다니다 진짜 이사를 가야되는 일들이 벌어져서 맘이 바빠졌습니다.
갑자기 집이 팔렸고 어쩌다보니 뜻하지 않게 아이들 지낼 수도권의 집이 마련됐고
(아이들은 대학생 둘이에요)
아이들 지낼 집을 수리중에
남편은 갑자기 병원 들락이다 공황장애 판정을 받았어요.
그냥 막연히 시골땅을 마련해 나중에 내려가 살겠다는 생각을 좀 일찍 실현시키자고 남편은 그랬죠.
남편이 병원에서 겪은 일들을 함께 지켜본 저는...그냥 그러자고 했습니다.
어째든 시골 가서 남편이 건강해지고 자리잡고 그리 늙어가면 되지 않겠냐고..
막연히 생각한거죠.
강원도, 경기도, 충청도를 열심히 뒤졌어요.
근데..마음에 드는곳 찾기가 너무 힘들더라구요.
애들이 수도권에 있으므로 2~3시간 거리를 원한건데 모든 귀촌자가 그런 생각인거죠.
저희는 이미 귀농이나 귀촌했다 실패한 사람들이 내놓은 곳을 주로 노렸어요.
근데.. 투자한것이 많을수록 가격을 높게 부르죠.
저보다 남편의 땅보는 기준이 너무 까다로왔어요.
산도 있고 시내나 물도 좀 흐르고 활용할 땅도 있고 거지같아도 작아도 낡아도 우리 둘이 살 집이 있는곳.
땅이 나와서 가보면 텃밭 조금에 집만 있던지 논만 덜렁 있던지 산만 몇천평이던지...
남편이 원한 조건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어요.
있긴 있었죠. 펜션인데 집도 근사하고 계곡도 근사하고 작은 폭포가 낀 산도 있고...
가격은 15억..ㅎㅎㅎ
남편이 왜 낡은 농가라도 있어야 된다고 했냐면 시골은 도시와 달라서 기반시설이 구축이 안되어 있으면 진짜 배보다 배꼽이 커지거든요.
땅이 있어도 수도시설과 전기 시설이 안되어 있으면 그걸 끌어들이거나 관정을 파거나 해야 되는데 실제로 땅을 산뒤 관정을 파면 바로 물이 나오는게 아니라 석회암이라 또 옆을 파고 또 파고 해서 수도시설 구축하는데만 몇천을 날리고도 실패해서 마을에서 간신히 끌어다 쓰는집도 봤거든요.
그런 이유로 낡은 집이라도 있으면 이미 수도와 전기는 들어와 있으니 집을 부시고 다시 짓는 일이 있더라도 일단 수도전기 끌어들이는 일은 한시름 던다는 뜻이었습니다.
또 하나..시골은 마을을 형성하고 있는곳이라해도 구멍가게 하나 없어 라면 하나 사더라도 차로 20분 혹은 40분씩 달려야 되는곳도 많아요. 차로 15분거리에 수퍼며 약국이며 병원이며 시장이 있으면 그나마 땡큐죠.
물론 둘다 운전하니까 상관없다해도 그래도 조금이라도 읍내가 가까운곳이길 바랬어요.
자..산도 물도 집도 개울도 있으면서 기반시설 다 되어 있고 읍내도 가까운곳.
그리고 싼곳.
구할수 있을것 같지가 않았어요.
거의 포기가 될 무렵..
나타났어요.
한숨자고 또 쓸께요, 한두시간이라도 안자면 종일 비몽사몽일것 같아서요./////
별 재미도 없는 글을 뭘 기다리세요..ㅎㅎ
페이지 바꿔 쓰려다 또 끊을것 같아서 그냥 이어 쓸게요.
땅보러 다닐때 진짜 안다녀본데가 없는것 같아요. 강원도 화천, 영월, 평창, 강릉, 경기도 용인, 이천, 안성 등등
충청도도 보령, 제천 천안 영동 등등 전라도 장흥까지도 갔었어요.
간곳 또 간적도 있구요.
탐나는곳도 있었지만 제가 살 자신이 없는곳도 있었구요. 남편은 보령과 정읍 그리고 홍천 그리고 논산을 마음에 뒀는데 땅보러 다니며 별별 사람을 다 만나게 되더라구요.
집을 내놓았다가 막상 사려고 하면 안판다고 그러질않나..
막 달려가면 아쉽게 간발의 차이로 팔리질 않나...
암튼 너무 먼것 같아서 경상도는 생각을 안했는데 인터넷 뒤지다보니 왠지 이끌리는 땅이 있어 가보았습니다.
군유림이 사방 둘러져 있고 작은 연못도 하나 있고 땅은 1100평인데 군유림을 내땅처럼 사용해서 족히 3000평은 넘어보이고 군유림까지 치면 어마어마한 크기죠.
재미있는건 군유림은 우리집을 지나가는거 아니면 갈길이 없어요. 우리 산같은 느낌?
주변에 500미터에 집 하나 있고 1키로는 가야 마을이 있는데 관공서 학교 은행 시장 병원이 있는 읍내는 차로 7분 걸리고 동해바다는 딱 10분 ...
15분 이내로 갈수있는 해수욕장만 서너군데는 넘는듯...
그냥 입지 조건은 괜찮은듯 보였어요.
무엇보다 매력적인것은 싼 가격!
하루만 더 고민하고 연락드린다하고 집에 왔는데 인터넷으로 등기 떼보고 이것저것 알아보다 고민고민 하다 다음날 핸펀보니 문자가 와 있는데 땅이 팔렸다는겁니다...
아쉬움에 코 빠뜨리고 앉았는데 하루가 지나도 그 땅이 포기가 안되는거에요.
남편도 그렇다고...
말도 안되지만 혹시 거래가 어그러질수도 있으니 땅주인에게 문자를 넣었어요.
혹시 계약이 깨지면 제가 살테니 연락달라고...
그리고 며칠 지났어요. 우리 부부는 포기했죠.
근데 진짜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어요. 계약이 깨졌다는겁니다.
거기 땅주인이 집을 작게 한채 지어놓았는데 거주하는건 아니고 가끔 올때만 사용한 건물이에요.
그게 불법 건축물이라 그걸 부시지 않으면 농지 사용 허가서가 안나와 거래가 안된다는겁니다.
그게 문제가 되서 거래가 깨진거에요.
읍 사무소에서 농지 거래허가서를 받아야 거래가 성사되는데 읍사무소에서 안된다고 하니 거래가 깨진거죠.
땅주인은..60대 초반 부부인데 노년을 대비해서 사둔 땅이라고 했습니다.
근데 농사를 지어본적도 없고 어쩌다 가끔오니 땅 관리가 안되고 자식이 셋인데 자식들이 돈이 필요해서 땅을 팔게 되신것 같더라구요.
그 땅에서 1키로쯤 떨어진곳에 사시는데 원래 토박이는 아니고 15년전 암에 걸려 낙향하신 분이었습니다.
땅은 팔아야겠고 사겠다는 사람들은 집이 없으면 안산다고하고..
저희에게 네필지중 집이 있는곳만 자기 명의로 두고 사용은 하되 나머지만 매매를 하던지 전세로 살던지 하자고 그러더군요. 둘다 개운한 거래는 아니죠.
그땅은 10년도 넘게 아무도 손을 안대서 정말 엉망인데 남의 땅에 돈과 시간과 열정을 보탤수는 없으니까요.
우리 부부가 걱정한것이 그곳은 맹지 맞습니다.
근데 차가 다닐수 있는 관습로가 있고 그 관습로를 사용할수 없다해도 지도상 임도가 있는곳이었어요. 관습로 때문에 임도를 사용하지 않으니 임도가 없는것 처럼 보일뿐..혹시 관습로를 못쓴다면 임도를 찾아달라고 해서 쓰면 되는 그런 땅이었지요. 혹 땅 일부를 형질변경을 하면 집을 지으면 그만이고 혹 대지로 변경이 안되면 그냥 무허가라도 아무도 모르는 신기한 지형의 땅이었지요.
무허가는 나쁜것 안되는걸로 알고있던 저는...전국의 무허가 건물이 너무 많다는걸 이 땅을 매매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결코 바람직하진 않으나 나라에서도 도심의 무허가처럼 엄격히 할수가 없는것이 현실이라는것..
결국 이땅은 싼 이유가 있는 땅이고 우리 부부는 엄청고민했습니다.
불법은 또 둘다 엄청 싫어하거든요.
쓰다보니 너무 재미없는것 같아서 쓸까말까에요. -
@통통하트 글도 참 맛깔스럽게 잘 쓰세요 유익하면서도 수필 읽는 느낌이 들어요
@불사조 올레드 왕빈↑ 감사합니다. (기분 짱입니다. ㅎㅎ)
소설보다 더 재미있어요 덕분에 부동산에 대해서도 배우고요 꼭 써주세요~
흥미진진해요^^
제게도 많은 도움 되었어요^^
재밌어여~ㅎ
재밌어요!
재밌네요~
저도 시골땅 전원주택 관심있는데, 나중에 관리와 처분이 힘들거 같아서 접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