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단상: 2024-5-25: 황금양털 이야기(10)● 《헤라클레스 연설, 그리고 여인들의 섬 "렘노스"》
이아손은 헤라클레스가 제우스의 아들일 뿐더러 지금 그 어려운 12 과업을 수행 중임에도 기꺼이 원정대에 자원한 것이 모두의 지도자가 되기에 적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서 이아손은 그리스에서 헤라클레스를 능가하는 영웅이 있을 수 없다며 추천의 말을 마쳤다.
이아손이 자기를 대장으로 추대하자 헤라클레스는 벌떡 자리에서 있어섰다. 모두를 압도하는 우람한 체구에 울툴불퉁 균형잡힌 근육은 소란했던 군중을 한 순간에 쥐 죽은듯 침묵시키에 충분했다.
"아르고나우타이 여러분! 이올코스 시민 여러분! 그리고 특별히 여기 어디선가 연약한 인간 무리를 긍휼히 내려다 보고 계실 헤라 여신이여! 나 헤라클레스는 겸허히 이아손의 요청을 거절하는 바입니다."
여기서 헤라클레스는 잠깐 뜸을 들였다. 제우스와 인간 여자 "알크메네" 사이에서 태어난 헤라클레스의 본래 이름은 "알키데스(Alcides. 그; Ἀλκείδης알키데스)"였다. 알크메네는 티린스의 왕 "암피트리온" 의 왕비로 절세의 미녀였다. 알크메네는 헤라의 질투로 어린 아들이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자 '헤라의 영광' 이라는 아부의 뜻을 품은 "헤라클레스" 로 이름을 고쳤다. 하지만 이런 개명도 효과가 없어 헤라클레스는 지금도 헤라로 부터 보이지 않는 끈질긴 보복을 당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헤라는 아르고 원정대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지라 헤라클레스의 등장을 애써 묵인하고 있을 뿐이었다. 헤라클레스는 헤라를 띄운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가 여기 모인 것은 멀리 콜키스에 가 있는 황금양털을 고국 그리스로 되찾아 오기 위함입니다. 양금양털을 가져 오더라도 약속대로 이아손이 그것을 펠리아스왕에게 주어야 하는 것이지 여러분에게는 아무런 보상이 없습니다. 다만 민족적 보물을 고국으로 되찾아 왔다는 영원한 명예만을 여러분은 가질 것입니다."
헤라클레스는 연설을 중단하고 활활 타는 눈빛으로 군중을 한 차례 둘러 보았다. 청중 어디로 부턴가 헤라의 찌르는 듯한 눈길이 느껴졌지만 적대감은 없었다. 헤라클레스는 마무리를 지었다.
"우리 아르고나우타이의 주인공은 헤라와 아테나의 보호를 받고 있는 이아손입니다. 아르고호를 만들고 50명의 대원을 선발할 때 이아손은 탁월한 지도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자, 우리 만장일치로 이아손을 우리의 대장隊長으로 선출합시다!"
폭포같은 연설을 마친 헤라클레스는 12 노역 중에 맨손으로 두들겨 잡은 거대한 사자가죽이 깔린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헤라클레스의 연설이 끝나자 마자 아르고나우타이를 비롯한 모든 청중은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화답했다. "이아손 만세!" "헤라클레스 만세!" "헤라여신 만세!"
원정대장으로 뽑힌 이아손은 빈틈없이 원정준비에 착수한다. 수 년이 걸릴지 모르는 원정 동안 50명의 대원들에게 꼭 필요한 보급품을 준비하는 일에 소홀함이 있을 수 없었다. 무기는 각 대원이 평소 손에 익힌 것들을 가져 왔으니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모든 보급품이 계획대로 실리고 대원들이 차례로 배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무거운 헤라클레스가 오르자 아르고호는 5cm 가량 물 밑으로 가라 앉으며 끄~응하고 낮은 신음소리를 냈다.
이아손의 지휘에 따라 아르고나우타이는 아득히 흑해 동쪽 끝에 있을 미지와 희망의 땅 콜키스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노를 저어 나갔다. 아르고호는 순풍에는 돛을 올리고 역풍 때는 노를 저어 에게해를 지나 헬레가 빠져 죽은 헬레스폰토스 해협을 건넜다. 오빠 프릭소스와 함께 황금양을 타고 콜키스를 향해 날아가던 헬레가 떨어진 이 바다를 사람들은 그녀의 이름을 따서 '헬레스폰토스' 라 부르고 있었다.
아르고호가 신선한 물을 공급받기 위해 제일 먼저 기착한 곳은 "렘노스 섬" 이었다. 이 섬에는 남자와 어린아이들은구경할 수 없고 여자들만 사는 곳이었다. 렘노스의 여인들은 한결같이 대단히 아름다워 자부심이 대단했다. 여인들은 스스로의 아름다움이 아프로디테에게 뒤질 것이 없다는 교만에 취해 미의 여신에게 제사 지내는 것을 거부했다. 이에 격분한 아프로디테는 모든 렘노스 여자들의 몸에서 흉측한 악취가 나게했다. 여자들의 견딜 수 없는 몸 냄새에 모든 남자들은 여자들을 외면하기 시작하고 이웃 섬의 여자들을 데려와 공공연히 시앗을 보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처지와 남정네들의 배신에 절망한 렘노스 여자들은 절치부심하고 비밀리에 힘을 모아 남자들을 교묘한 방법으로 독살하기 시작했다. 남자들을 모두 죽인 렘노스 여자들은 이웃섬의 여자들을 모조리 쫓아내고 직접 섬을 다스리고 있었다.
이아손 일행이 렘노스에 상륙했을 때 여자들은 남자에 굶주릴대로 굶주려 있었다. 아르고나우타이들은 필요한 물과 식량을 산 뒤 곧바로 떠나려 했으나 여자들이 순순히 놓아줄 리 없었다. 더구나 대원들은 한결같이 그리스 최고의 리즈 넘치는 용사들이 아니던가!
이아손은 사태가 심각한 것을 간파하고 모든 대원들에게 밀랍으로 코를 막고 섬의 여자들을 즐겁게 해 주라고 명령했다. 견딜 수 없던 여자들의 악취는 남자를 받아 들이자 점차 없어지기 시작했고 얼마 후에는 헤라의 도움까지 받아 완전히 사라졌다. 대원들이 코에 박았던 밀랍을 모두 빼내버린 것은 물론이다.
대원들은 모든 렘노스 여자들에게 골고루 아이를 가지게 한 후에야 떠날 수 있었다. 여자들에 빠져있는 대원들을 보다 못한 헤라클레스의 천둥같은 질책도 한 몫했다. 꿈같은 렘노스에서의 시간을 뒤로한 채 아르고나우타이는 다시 활기차게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 간다.
그들이 다음으로 닻을 내린 곳은 "키지코스 왕" 이 다스리고 있는 아름다운 섬 "돌리오네스" 였다. 이 섬에서 이아손과 대원들은 예상치 못한 비극을 맞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