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래저래 심기가 불편한 에릭 다이어선수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다이어선수는 한국 그리고 한국 축구팬들 그리고 이 편지를 쓰는 저라는 사람을 알 리가 없겠지요. 하긴 같은 팀에서 상당히 오랜 세월 함께 한 손흥민 선수때문에 한국이라는 이름은 들었을 것입니다. 작년에는 한국을 방문한 적도 있지요. 그리고 한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웃고 있던 다이어 선수가 생각납니다. 알고 보니 다이어 선수는 영국 그중에서 잉글랜드의 스포츠가문 금수저이더군요.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어머니가 잉글랜드 스포츠계의 거물들이니 에릭 다이어 선수는 금수저 맞습니다. 어릴때부터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이 자랐고 축구의 종주국에서 축구까지 잘했으니 다이어선수의 앞날은 탄탄대로였을 것입니다. 할아버지와 부모의 조언대로 잉글랜드 프로축구팀에서 가장 잉글랜드스러운 토트넘을 선택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을 것입니다. 잉글랜드의 자존심 그리고 앵글로 색슨족의 후예들이 장악하는 그런 구단을 택한 다이어 선수의 선택은 잉글랜드 극우성향의 팬들에게는 환호할 만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스포츠 명문집안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다이어선수는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잉글랜드 청소년 대표를 시작으로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축구선수로 성장했지요. 20살때인 2014년에 벌써 토트넘 구단에 입단했고 그 다음해인 2015년 21살 나이에 그 대단하다는 잉글랜드 국가 대표선수로 발탁됐습니다. 축구의 종주국이자 그 막강한 축구 천재들이 모인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구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인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수비를 책임지는 그런 선수가 되었습니다. 정말 대단하다고 평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에릭 다이어 선수는 요즘 무척 피곤해 합니다. 바로 특정인때문입니다. 바로 한국출신인 손흥민 선수때문입니다. 그 대단하다는 축구의 종주국에서 태어나 스포츠가문의 금수저인 다이어 선수가 축구의 변방에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 출신때문에 피곤하고 거친 인생을 산다는 것이 아주 요상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에릭 다이어 선수는 지금 29살로 손흥민선수보다 2살이 적습니다. 하지만 토트넘 입단은 2014년에 했으니 2015년 독일의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넘어간 손흥민선수에 비해 1년이 앞선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에릭 다이어선수가 토트넘에서 활약하고 1년이 지난뒤 독일에서 손흥민 선수가 토토넘에 입단한 것이거던요. 에릭 다이어선수의 눈에는 손흥민선수가 촌놈처럼 보였을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다이어선수는 수비이고 손흥민선수는 공격조이니 경쟁상대는 아니였지만 그의 눈에는 손흥민선수가 하찮게 보였을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게다가 손흥민선수는 다이어선수가 하늘처럼 모시는 해리 케인의 보조자역할로 데려왔다고 판단하니 더욱 그랬을 것입니다.
하지만 손흥민 선수는 일취월장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에릭 다이어선수는 발전 속도가 늦어지거나 멈춘 듯했습니다. 훨훨 날았던 20대 초반시절에 비해 다이어선수의 능력은 그냥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다 이긴 경기도 다이어선수의 실수로 놓쳐버리는 경우가 늘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다이어선수는 그 탓을 다른 곳으로 돌립니다. 특히 손흥민선수를 꼭집어 야단을 칩니다. 이상하리만큼 다이어선수가 손흥민선수를 대하는 태도가 이건 아닌데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손흥민선수가 잘 못하는 것이 아닌데도 프랑스 출신 골키퍼 요리스와 함께 다이어선수가 특히 손흥민선수에게 막 대하는 모습이 자주 화면에 올라오곤 했습니다. 토트넘의 주장단이어서 그랬다고 하지요. 하지만 유독 손흥민선수에게 가혹하게 대하는 모습이 정말 편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말 잘못했다면 감독이 혼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감독은 가만히 있는데 왜 요리스와 다이어선수가 나서서 손흥민선수에게 하대하는 장면을 보니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2021-2022년시즌에 손흥민 선수가 최대득점자 즉 골든 부트가 되었을 때도 요리스와 다이어선수의 축하장면은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얼마전 토트넘의 영웅이자 다이어선수의 절친이자 우상인 해리 케인선수가 독일로 떠났습니다. 오로지 우승컵을 위해서 말입니다. 물론 모든 것을 이룬 해리 케인이지만 유독 우승컵이 없는 입장에서 그 우승컵의 열망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해리케인이 떠나고 토토넘에 새로운 감독이 오자마자 팀 분위기가 바뀝니다. 새 감독은 손흥민선수를 새로운 주장으로 임명합니다. 에릭 다이어 선수입장에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을 것입니다. 해리 케인이 떠나면 자신이 당연히 새로운 주장이 될 것이라 굳게 믿은 다이어선수입장에서는 정말 말도 안되는 청천벽력같은 소리였겠지요. 다이어 선수는 참지를 못했습니다. 앵글로 색슨족들이 장악하는 잉글랜드의 언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적나라하게 표현했습니다. 손흥민선수가 주장이 되면 안되고 자신이 주장이 되어야하는 이유를 열거했지요. 하지만 다이어선수의 주장을 수긍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은 듯 합니다. 정말 초극우주의 앵글로 색슨족이 아니라면 말이지요.
에릭 다이어선수가 주장이 못된 것은 어쩌면 자신의 탓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축구에 자신감이 생기자 다이어선수는 자만해졌습니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요리스와 해리케인과 함께 골프를 치는 것에 시간을 보냈지요. 아마도 훈련에도 조금 게을렀을 것입니다. 폼도 많이 떨어지고요. 하지만 당시 감독들은 그에게 뭐라 하지 못했습니다. 회장의 눈치를 봐야했기 때문이죠. 회장이 누구입니까. 극우성향의 잉글랜드 추종자 레비 아닙니까. 게다가 잉글랜드 스포츠계에 영향이 대단한 다이어 할아버지 부모의 눈치를 보는 입장인데 어떻게 주전에서 빼겠습니까. 그래서 실력은 뒤지지만 항상 주전자리를 차지했지요. 하지만 새로운 포스테코글루감독은 달랐습니다. 그는 아무리 금수저라도 능력이 되지 않는 선수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감독으로 유명하지요. 그랬더니 다이어선수는 이번엔 새 감독을 욕하기 시작합니다. 잉글랜드 금수저입장에서 호주출신이 우습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처음 감독을 맡은 포스테코글루감독을 욕하고 다니느라 다이어 선수는 요즘 조금 더 바빠졌다지요.
저는 잘 압니다. 에릭 다이어선수의 기분을 말입니다. 하지만 주제넘게 제가 다이어선수에게 충고하나 할까요. 손흥민 선수 그렇게 욕심이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출신이어서 스케일도 크지 않지요. 그대의 나라인 잉글랜드의 그 휘황찬란한 식민지 역사도 한국은 당연히 없습니다.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 잉글랜드에 비하면 한국은 나라도 아닙니다. 그 어느 나라를 침략해본 적도 식민지를 삼은 적도 없지요. 그냥 매일 얻어터지다만 역사입니다. 한국은요. 그리고 손선수 집안은 그 욕심많은 양반계급축에도 끼지 못했습니다. 그냥 평범한 일개 백성출신이라는 것입니다. 잉글랜드의 금수저인 다이어선수에 비해 욕심도 가진 것도 없는 선수입니다.
그냥 축구를 잘하고 싶고 자신이 몸담은 팀이 더 잘되기 바라는 마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입니다. 다이어 선수처럼 토트넘 구단을 송두리채 지배하고 싶은 마음 손톱만큼도 없을 것입니다. 잉글랜드에 태어나 그야말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다이어선수와 손흥민 선수는 너무도 다릅니다.손흥민 선수의 아버지는 축구감독 출신이지만 한국에서 이름도 없었지요. 그냥 축구를 잘하는 아들의 능력을 키워주고 싶어 어린나이에 독일로 데려갔고 거기서 더욱 큰 무대를 밟겠다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간 것 아닙니까. 토트넘에 입단해 벌써 8년이 지났습니다. 인생을 축구아닌 다른 방면에도 눈을 돌리는 대부분의 선수들과는 달리 손흥민선수는 오로지 축구뿐입니다. 구단 구장말고는 오로지 집에서 보냅니다. 밤 문화 그는 모릅니다. 알아도 참는 것인지 모릅니다. 유명한 다른 선수들이 이미 결혼하거나 세계 최고급의 미인들과 연애에 푹 빠져 있는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그의 나이 벌써 31살입니다. 이제 몇년 남지 않았습니다. 다이어선수가 가지 말라고 잡아도 손흥민선수 몇년후에 떠납니다. 단지 그는 자신이 주장을 맡은 올 시즌 뭔가 의미있는 성과를 보이고 싶은 것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이번 시즌에 보기 싫겠지만 손흥민 주장과 함께 마음을 합쳐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세요. 다이어 선수.
그냥 기분나쁘다고 뻐팅기지 말고 팀 동료들과 잘 어울리세요. 다이어 선수가 마음을 열고 선수들에게 다가가면 그들은 모두 당신을 품에 안을 것입니다. 마음을 합해 노력해 이번에 한번 우승해 보세요. 그러면 다음번에 틀림없이 다이어선수가 주장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토트넘 역사에 남을 선수가 될 것입니다. 당연히 이번에 탈락한 잉글랜드 대표팀에도 뽑힐 것이구요. 말하지만 토트넘은 에릭 다이어 선수의 나라에 잉글랜드에 지금 존재하고 앞으로도 존속할 구단입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습니다. 그대가 그렇게 싫어하는 손흥민 선수도 이번 주장직 그리고 우승을 향한 도전을 하고 나면 그다지 오래 그대 곁에 남지 않을 것입니다.
손흥민선수는 할 일이 많은 선수입니다. 손흥민 선수의 출신인 한국은 축구 천재들로 넘쳐나는 잉글랜드와는 다릅니다. 한국의 축구를 성장시키고 후배들을 키울 의무가 손흥민선수에게는 존재합니다. 다이어선수가 선수생활을 끝내고 편안하게 골프치고 요트타고 여흥을 즐길 때 손흥민 선수는 후배 양성을 위해 지도자의 길을 가야만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이제 제발 손흥민 선수 괴롭히지 마세요. 천하의 에릭 다이어 선수가 손흥민선수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기를 바랍니다. 잠시라도 마음을 열고 손흥민선수와 합심해 수비에서 다이어 선수, 공격에서 손흥민 선수가 합작해 멋진 우승컵을 들어올리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에릭 다이어 선수 화이팅.
2023년 9월 20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