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석부는 인드라망 순례 초창기, 두번 째 순례날의 기록입니다.
2008년 3월 부산 범어사 순례 편인데요,
그때만 해도 이렇게 길게 숫자를 붙여가며 순례하게 될 줄은 몰랐던가 봅니다.
1차니 2차니 하는 이름이 붙기 전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순례기란 이름을 붙여 처음 올린 글이기도 합니다.
봄비 촐촐히 내리던 그날은 부산에서 활동하시던 우리 회원님들을 처음 대면한 날이기도 하고,
경내 그득하던 매화향이 유난히도 짙었던 날이라 13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어제 일인듯 생생합니다.
열렬회원이 유독 많았던 부산회원님들, 모두 그립습니다.
지금도 열심히 출석하시는 청민님,
문자향을 빛내주시는 햇님님, 아침이슬님이 계시지만
그동안 통 뵐 수 없는 분들도 많으십니다.
명륜님, 장난감병정님, 모르쇠님, 간이역님, 신지루님...
모두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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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드라망의 3월 사찰 순례지는 부산의 범어사와 삼광사이다.
원래는 범어사 순례 후 금정산 산행을 계획했으나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맞춰 산행을 취소하고 삼광사 순례로 일정을 바꿨다.
카페에 사찰순례 공지가 올라가면서부터 화제는 온통 정모를 겸한 사찰순례 이야기이다.
회원님들의 관심을 반증하듯 공지글은 조회수 1382회, 꼬리수 232개로 후끈 달아오른다.
-조회수 1382회, 꼬리글 232개의 3월 정모 겸 사찰순례 공지글-
기다리던 넷째주 일요일, 동참하지 못하는 회원님들의 아쉬운 인사글을 뒤로 하고 아침 일찍 순례객은 집을 나선다.
예보가 맞아 떨어져 비가 촐촐히 내리고 있다. 이 비가 산사의 정취를 한결 더해 줄 거란 생각에 걸음에 리듬이 실린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좋고...다 맞는 말이다.
교대역에서 지하철을 내리자 낯익은 몇 분이 함께 내린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차량이 기다리는 대구고등학교 앞으로 가니 벌써 많은 분들이 차 안에서, 또 밖에서 일행을 기다리며 인사나누기에 바쁘다.
8시 10분경 차는 범어사를 향해 출발했다.
고속도로를 달려 범어사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10분, 일주문 밖에서 기다리고 계시는 부산 회원님들과 반가운 상봉을 했다.
강릉에서 열리는 정토법당 천일기도 입재식을 포기하고 카페행사에 와 주신 명륜님, 우리 카페 시네마코너를 담당하고 계신 신지루님, 재미있는 글솜씨로 유럽여행기를 수십 편 올려주신 장난감병정님과 거사님, 조용히 분위기 있는 댓글을 달아주시는 간이역님, 그리고 강릉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잠시 범어사를 들러 회원님들을 맞아준 카라님이 부산에서 동참하신 님들이다. (카라님은 저는 못뵈었습니다. 섭섭~)
-범어사 설법전에서 올린 일요법회, 사진: 우주래님-
부산 회원님들과 인사를 나눈 일행은 곧바로 설법전 2층으로 올라 10시 40분에 시작되는 일요법회에 동참했다.
삼귀의-예불-찬불가시간-반야심경봉독으로 이어지는 법회 순서에 이어 청법가로 동국대 이만 교수님을 법사로 모시고 50분 동안 불교적인 삶에 대해 유익하고 재미있는 강의를 들었다.
원래의 강의 제목은 아함경이었지만 이만 교수님의 강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연대에 의하여 다섯 시기로 나눈 교판인 오시교(五時敎)로부터 시작해 경전이 결집된 내력 등,
불교 전반에 걸친 이야기가 날줄 씨줄로 엮여 나가다 불교적인 웰다잉에서 마무리 되어졌다.
유교적 웰다잉이 고종명(考終命)-제 명대로 살다가 편안히 죽는것,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이라면,
불교적 웰다잉은 안심임종(安心臨終)이라고 했다.
스스로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 주위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죽는 죽음이야말로 불교적으로 잘 죽는 죽음이라는 설명이다. (이만 교수님 사진은 보문님꺼 빌립니다)
선업도 물론 좋지만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말씀으로 불교의 대의를 잘 마무리 지어 주신 이만교수님은 유식학 쪽에서 귄위 있는 교수님으로 알려져 있다.
교수님의 유머 섞인 강의는 시종 청중을 몰입케 하는 명강이셨다.
일요법회를 마친 일행은 공양간으로 가서 점심공양을 하고는 곧바로 오후 일정에 들어갔다.
이때부터는 포교사단의 안내를 받아 일주문에서 시작해 범어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14교구 본사인 선찰대본산 금정산 범어사(禪刹大本山 金井山梵魚寺)는 부산광역시 금정구 청룡동 546번지, 금정산 기슭에 자리잡은 대사찰이며, 해인사, 통도사와 더불어 영남의 3대사찰로서 영남 불교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다.
범어사는 지금으로부터 약1,300년 전인 신라 문무왕 18년(678년)에 의상(義湘)대사가 해동의 화엄십찰 중의 하나로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며, 창건설화에서 알 수 있듯이 유서 깊은 호국사찰이기도 하다.
범어사는 오랜 역사와 더불어 수많은 고승들을 배출하였으며, 삼층석탑(보물 제250호), 대웅전(보물 제434호), 일주문(지방유형문화재 제2호), 당간지주(지방유형문화재 제15호), 석등(지방유형문화재 제16호) 등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의 명찰이다.
'범어사'라는 절 이름의 유래를 (동국여지승람(東國與地勝覽))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금정산은 동래현의 북쪽 20리에 있다. 금정산 산마루에 세 길 정도 높이의 돌이 있는데 그 위에 우물이 있다. 그 둘레는 10여 척이며 깊이는 7촌쯤 된다. 물이 항상 가득 차 있어서 가뭄에도 마르지 않으며 그 빛은 황금색이다.
세상에 전하는 바에 의하면 한 마리의 금빛 나는 물고기가 오색 구름을 타고 하늘(梵天)에서 내려와 그 속에서 놀았다고 하여 '금샘(金井)'이라는 산 이름과 '하늘 나라의 고기(梵魚)'
라고 하는 절 이름을 지었다." -범어사 홈페이지에서-
-세칸으로 된 범어사 일주문, 보물 제1461호-
범어사 일주문은 얼마 전에 보물 제1461호로 지정됐다고 한다. 보물로 지정되기는 일주문으로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라고 한다.
대개의 일주문이 두 개의 기둥에 한 칸이지만 범어사의 일주문은 기둥이 네 개인 세 칸이었다.
정식 명칭은 중간에 쓰여진 조계문이고 그 양옆으로는 선찰대본산(禪刹大本山) 금정산범어사(金井山梵魚寺)라는 현판이 붙어있다.
문외한인 순례객이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위용이 느껴져 굳이 속계와 진계를 구분하는 문이라는 설명이 따로 필요 없을 만치 장엄스럽다.
절 안내팀의 자상한 설명을 듣는 동안도 계속 코끝을 간질러대는 매화향을 뿌리치지 못해 살짝 살짝 외도를 해 본다. 향기를 따라 가보니 곳곳에 피어있는 매화나무 중에서도 유독 짙은 향을 내뿜는 나무가 있다.
수정구슬처럼 매달린 빗방울이 그 향을 가두기도 하련만 내뿜는 향은 사방 오십 미터는 갈듯하다. 매화가지 사이로 내려다 본 성보박물관 마당 7층탑 곁에는 그 탑을 지키듯 붉은 색의 멋진 소나무가 한그루 서있다.
그러고 보니 가람을 둘러싼 소나무들이 하나같이 아름답다.
-사진:범어사의 매화, 촬영:보문님. 흩뿌려지는 이슬비가 꽃비처럼 보여....-
-그토록 진한 향을 흩뿌리던 매화가지, 성보박물관과 7층탑-
다음은 천왕문이다. 왼쪽은 소나무가 오른쪽은 매화가 장엄을 하고 있다. 천왕문 안에는 크고도 잘 생긴 모습의 사천왕이 당당한 모습으로 내방객을 한 눈에 내려다보며 어김없이 가람을 수호하고 계시다.
-노송이 멋지게 어우러진 천왕문-
사천왕께 합장 삼배한 일행은 불이문까지의 그 유명하다는 진입로에 접어들었다. 순례에 앞서 카페에 선과님이 올려주신 게시물에서 진입로 부분을 인상 깊게 읽었던 터라 눈을 반짝이며 살펴봤지만 내 눈은 역시나 김봉렬 교수님의 극찬이 ‘말의 현란한 기교’ 일수도 있다는 오마이 뉴스 김영명 기자의 시각 쪽에 가깝다. ㅎㅎ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살펴보면 이 길은 그다지 길지도 않고 똑바르지도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3단으로 놓여진 세 토막의 길들은 약간씩 어긋나며 휘어져 있다. 그러나 그 분절의 효과 때문에 전체적으로 곧아 보인다. 또한 양켠의 낮은 담장은 길의 시각적 길이를 효과적으로 확장한다. 짧지만 길고 굽었으되 곧아 보인다. 한국적 미학의 극치다." -김봉렬교수님-
-바로 그 천왕문과 불이문 사이의 진입로, 키 큰 나무가 편백-
-낮은 담장 너머 기와골과 너무나 잘 어울렸던 왕대-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그 공간은 그토록 특이했다.
비에 젖은 길은 담 안쪽도 담 밖도 고즈넉하다. 키 큰 편백과 낮은 담장이 저렇게 잘 어울린다.
일행이 불이문을 거쳐 다 빠져나간 뒤 비어있는 공간을 되돌아봤다. 언제 사람이 밟았냐는 듯, 시간이 정지된 듯 길은 참 적막하다.
-되돌아 본 진입로-
뒤늦게 불이문을 통과하니 편평했던 진입로 끝에 급경사의 계단이 놓여져있다.
가파른 계단 위에 드디어 범어사 현판이 보인다.
종일 봄비가 내리니 금정산(金井山) 꼭대기 바위 우물, 오늘 황금물 넘치겠네.
범어(梵漁), 하늘 물고기님 놀기 좋으라고 비가 참 잘도 내리고 있다.
-범어(梵漁), 하늘 물고기님 놀기 좋으라고 비가 참 잘도 내리고 있다.-
계단을 올라 오른쪽으로 돌아 나가니 전각의 반대편에 보제루란 현판이 붙어있다.
보제루와 마주 보이는 곳이 범어사 대웅전이다.
중앙에 석가모니불, 좌우에 미륵보살과 갈라보살(연등부처님), 이렇게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불이 모셔진 전각으로 현판은 대웅전이라 쓰여져 있다.
-범어사 대웅전, 경내에는 소나무와 매화가 많았다-
-심검당 앞에서 석등에 대해 설명을 듣는 일행-
-대웅전 앞마당의 범어사 삼층석탑-
보물 제250호인 범어사 삼층석탑에서 일행은 탑돌이를 했다. 우중의 탑돌이, 천년세월을 지켜온 탑을 돌며 석가모니 정근을 하자니 그 많은 일행은 어디 가고 나만 혼자 부처님을 독대하는 듯, 가슴 저 아래로부터 묘한 감흥이 인다.
-우중 탑돌이, 사진: 보문님-
-보제루 오른쪽 벽의 심우도-
보제루에 그려진 심우도는 마지막 그림에만 원(圓)상이 등장하는 보명본 심우도이다.
본성을 찾아가는 수행의 단계를 동자가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그림을 보며 각 장면마다 범어사 안내팀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심우도의 설명을 듣는 것을 끝으로 안내를 맡아준 범어사 포교사단과 작별을 하고, 미처 다 보지 못한 크고 작은 전각들을 뒤로 한 채 일행은 아쉬운 발길을 돌려 일주문을 되밟아 속계로 돌아왔다.
-일주문을 나서며, 꽃사슴님, 소구리님, 연꽃지기님, 뒷줄 정진화님, 소나타님, 병정님, 심자재님-
아쉬움도 잠시, 이동하는 차 속에서는 다음 순례지인 삼광사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로 기분이 한껏 고조된다.
신도수 35만의 천태종 사찰, 지난해 부산 기독교 청년대회에서 “삼광사가 무너지게 하소서”하고 절규했는데도 결코 무너지지 않은 사찰, 이상이 알고 있는 정보의 전부이지만 지금부터는 오감을 작동시켜 삼광사를 직접 보고, 직접 느끼게 될 것이다.
-카페 운영자 겸 인드라망 오프 총무를 맡아 밤낮 애써 주시는 우주래님-
병정님도 생각나고
간이역님도
생각납니다^^.
저녁밥 맛나게
챙겨묵꼬~~~
좋은시간되세요
수향님♡
병원 순례날이였군요
편한 밤보내시고요
병정님은 잘 계신가요? 보고싶습니다. 웃는 얼굴이 엄청 동안이시고 귀엽고 예쁘셨는데요.
범어사도 다시 가고싶은 사찰입니다. ^^
비오든날 갔든 기억이이나네요
잠자든 기억들을
일깨워주신 연보리님ㅡㅡ
최고예요ㅡㅡㅎ
뭘하다가 출석도
이제야합니다
비올려고 그렇게
몸이 찌뿌등했나보군요
연식은 속일수가없네요
모두다 따뜻한밤 보내세요
김치 담그느라
종일~~~수고했네요
비오는밤입니다
푹쉬세요^^♡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기온이 윗동네는 영하로 내려간다니 우리도 채비해야겠어요.
화니집 아이들이 다 장애가 있어서 참 짠했던 기억이 나지요.
오늘도 기분좋은 하루 되셍요~~